소설리스트

그림자 무사의 귀환-97화 (97/114)

"반가워서 그러지. 얘들이라고? 누군데?"

"얘들아, 무영이한테 얼굴 좀 보여줘라."

그들이 예현의 말에 복면을 벗자 나와 함께 무경원부터 군부까지 함께 했던 동료들이었다.

"너희들 다들 무사했구나. 다시 보게 되서 너무 반갑다."

"무영 부장님도 여전히 하시네요."

"어느새 초절정 고수까지 되셨네요."

그들은 나를 여전히 군부의 상관처럼 대했다.

"난 이제 군인도 아닌데 편하게 대해."

"오히려 지금이 우리에게는 더 어려울 거 같은데요. "

"맞아요. 그때보다 명성이 더 높아지셨어요. 요즘 신검협이라 불리시던데요."

이들이 나의 별호까지 알고 있는 것을 보니 나의 최근 행적까지 알고 온 듯 했다.

"그건 최근 일인데 어떻게 그것까지 알고 있는 거야?"

나의 말에 예현이 대답을 했다

"요즘 무림인들 사이에서 태산혈사에 대한 소문이 엄청나게 퍼지고 있어."

"맞아요. 저희도 객잔에서 들었으니까요. 딱 듣는 순간 부장님인 줄 알았죠. 이름도 안 바꾸시고. 큭큭."

"그래서 우리가 너의 행적을 쫓아 이곳까지 온 거지."

나는 그들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그럼 바로 날 찾아오지. 왜 밤에 나만 몰래 불러낸거야?"

재회

"사실 네가 맞는 것 같기는 한 것 같은데, 확신은 없어서 확인해 보려 했지."

"아.. 확신이 없던 이유가 혹시 이 얼굴 때문에?"

"그래. 낮에 널 봤는데 내가 알던 얼굴이 아니여서 우리가 잘못 짚었나 생각하다가 마지막으로 목소리를 들어보고 판단하려했지."

"그랬구나. 이 인피면구 때문에 너희들을 못 만날 뻔 했구나."

내가 얼굴 피부를 쭉 늘리며 말하자 예현이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역시 그랬구나. 얘들에게 네가 인피면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달라 보일 지도 모른다고 이야기 했었거든."

"오! 대단한데. 역시 예현이는 촉이 좋아."

"내가 좀 촉이 좋긴 하지. 하하. 아까 네 목소리를 듣는 순간 너무 기분이 좋았어."

"그런데 목소리를 듣고도 왜 검진으로 날 공격을 했어?"

나의 말에 예현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그냥 네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궁금해서.. 네 소문이 하도 대단하길래, 그 실력 좀 보려했지. 그런데 네가 우리 예상보다 너무 강해서 얘들이 다칠까봐 더 못하겠더라."

"내가 만약 처음부터 살수라도 썼으면 어쩔 뻔 했어."

"그럼 내가 나서서 막았겠지."

'예현이가 이렇게 자신감 있게 말한다는 건..초절정 고수가 되었다는 얘기군.'

"그 말은 너도 초절정 경지에 올랐다는 거구나. 축하해."

"그래. 고맙다. 그런데 아까 네 검강을 보니 넌 이미 초절정 경지에서도 나보다 한참을 앞서 나가는 거 같던데."

"그거야.. 난 초절정 경지에 오른지 꽤 되었으니까."

예현은 나를 대단하단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항상 네가 우리보다 앞서 나가기는 했지만 초절정 경지에서도 이렇게 차이가 날 지는 몰랐네."

"너와는 별로 차이나지 않아. 그러고보니 석견이가 안 보이네. 어디에 있어?"

"나도 석견이의 행방은 몰라."

내가 놀라며 예현에게 다시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북방 군영이 점령 당할 때 석견이는 자신의 부대와 함께 나와는 반대 방향으로 빠져나가서 그 뒤로 만나지 못했어."

"그럼 너도 석견이의 생사를 모른다는 거야?"

"그래. 하지만 석견이는 무사할거야. 석견이도 나와 비슷한 경지였으니까.."

"네 말대로 잘 지내고 있을거야. 석견이도 너처럼 강한 녀석이니까. 곧 만나게 되겠지."

"조만간 석견이도 나처럼 널 찾아오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네. 석견이를 빨리 보고 싶다."

"다른 동료들은 안 보고싶어?"

석견의 이야기를 듣고나니 군부의 동료들이 생각났다.

"당연히 보고 싶지. 안 그래도 궁금했었는데 북방 군영은 어떻게 하다가 점령 당한거야?"

"후금이 요동을 먹고 산해관까지 넘은 이야기는 들어봤지?"

"그렇지. 그 뒤로 얼마되지 않아 북방 군영까지 점령 당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다른 이야기는 전혀 모르고?"

"알려진 건 그 이야기 뿐인 거 같은데.."

"역시 그 놈들이 다른 이야기는 숨겼었군."

예현의 말을 듣고 뭔가 짚이는 게 있어 그에게 말했다.

"역시 무슨 일이 있었구나. 어쩐지 후금이 아무리 강력한 공격을 퍼부었다고 하더라도 대장군님과 장군님들 그리고 정예 북방 부대원들이 있는데 그렇게 빨리 북방 군영을 내 준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나의 말에 예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울분을 토했다.

"승상 그 썩을 놈이 후금과 한창 전쟁 중인 상태에서 대장군님과 각 부대의 장군님들을 낙양으로 불렀어. 대장군님은 처음에는 전시 상황이라 갈 수 없다고 통보했는데. 승상이 황제 대리를 하고 있어서 어명을 내리는 통에 각 부대를 부장들에게 맡기고 가시게 된 거지."

예현의 말을 듣고나니 그 다음 상황은 자연스럽게 머리에 그려졌다.

"그렇게 된 거였구나. 그 분들이 낙양으로 가시고 얼마 안되서 후금이 쳐들어 왔을거고?"

"맞아. 부장들이 통솔을 해서 어떻게든 버텨 보려했지만 군영에 후금과 내통자가 있는지 내부에서부터 문제가 터져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크게 패해서 결국 부장들은 남은 부대원들을 이끌고 도주하기에 바빴지."

"그럼 네가 이끌고 나온 나머지 부대원들은 어디에 있어? 설마 이 인원이 전부인건 아니지?"

예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럴리가 있겠어. 천오백정도는 남아있어. 그들을 계속 데리고 이동은 어려워서 제법 큰 산채 하나를 접수해서 우리가 다시 부를 때까지 그곳에서 머물고 있으라고 하고 널 찾아 온거지."

"너도 정말 고생이 많았구나. 수고했다."

"하긴 낮에보니 넌 두 명의 미녀와 함께 다니는데 난 이렇게 칙칙한 사내들만 데리고 다니니 내가 너보다 더 고생하고 있는 거 맞아."

예현의 말에 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미 7호를 봤구나."

"갑자기 7호라니 무슨 소리야?"

"네가 말한 두 미녀 중에 한 명이 7호야."

"진짜? 7호를 찾겠다고 탈영하더니 결국 찾은거야?"

"어. 얼마 전에 만나게 되었어."

"7호를 못 본 지 십년 정도 되었나?"

"지금 객잔에서 기다리고 있을거야. 지금 보러갈래?"

나의 말에 예현은 반색하며 말했다.

"그래. 그럼 빨리 7호 보러 가자."

우리는 빠르게 객잔으로 이동했다.

내가 객잔 2층으로 올라가 연화 소저와 영경이 함께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방에 들어서자 마자 영경이 한 소리를 했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걱정했잖아."

"그래요. 소협. 걱정했어요. 별일 없었어요?"

"밖에서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을 만나서 조금 늦었어요."

나의 말에 영경이 궁금한 지 재촉하여 물었다.

"그게 누군데? 빨리 말해봐. 내가 아는 사람이야?"

"어. 너도 아는 사람이야.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나와."

영경이 급히 1층으로 내려간 후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밖에 서 있는 예현을 본 순간,

"너는 11호? 하나도 안 변했네. 잘 지냈어?"

반면, 영경이 자신이 알던 7호의 얼굴과 달라 낯설어하는 예현이었다.

"나도 무영이처럼 인피면구를 쓰고 있어서 그래. 우리가 이렇게 다시 보는게 십년 만인가.."

"진짜 7호 맞구나. 잘 지냈어?"

"그래. 보시다시피 잘 지내고 있어. 넌 어떻게 여기에 나타난거야?"

"사연을 이야기 하자면 길고 먼저 얘들과 인사부터 나눠."

11호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동료들을 불러 7호에게 인사를 시켰다.

"7호야, 여기는 다 우리와 같이 훈련 받았던 무경원 출신들이야. 너희들 7호 알지?"

"당연히 알지. 여자들 사이에서는 7호의 실력이 제일 뛰어났는데 모를 리가 있나."

7호도 그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더니 생각이 났는지 놀라며 말했다.

"어! 너희들도 11호처럼 그 때 모습 그대로네. 진짜 안 변했어."

"십년만에 여기서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롭네."

영경과 무경원 출신 동기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나와 연화 소저가 내려왔다.

연화 소저가 나온 것을 보고 영경이가 동기들에게 말을 했다.

"얘들아 인사드려. 이 분이 황궁 제일 미인이신 주소연 황녀님이셔."

"황녀님,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영경의 소개에 부끄러웠는지 연화 소저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영경 사매, 난 이제 더 이상 황녀가 아니라 말했잖아요."

"혹시라도 저 녀석들이 사저에게 실수를 할까봐서 그러는 거에요."

"무슨 실수요?"

"사저의 미모에 반해서 들이대거나 쫓아다닐까봐서요."

영경의 말에 연화 소저는 황당하다는 표정이었지만 나는 영경의 말이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무영아 이제 7호랑 다시 잘해보는 거냐?"

갑자기 내게 던진 예현의 말에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예현아, 갑자기 무슨 소리야."

"너 군부 탈영 할 때 7호를 찾아간 거 였잖아. 이제 찾았으니 둘이 잘 되는 거 아냐?"

"나는 7호와 그런 사이 아니야. 우린 그냥 친구야."

나는 그렇게 말하며 연화 소저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연화 소저의 안색은 변하지 않았다.

"여기 연화 소저가 내가 지금 만나있는 사람이야."

나의 말에 영경과 연화 소저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황녀님과 네가 만나는 사이라고? 연인관계라는 말이야?"

"그래.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야."

나의 말에 동기들의 얼굴에는 부러워하는 눈빛과 경외하는 눈빛 등 여러가지 복잡 미묘한 눈빛이 나타났다.

"무영아, 잠시 나랑 이야기 좀 하자."

"그래. 알았다."

예현이 나를 따로 불러 조용한 곳으로 이동해 둘이서만 이야기를 나눴다.

"부마라도 될 생각인거냐?"

"연화 소저의 말 못 들었어? 이제 황녀라는 신분은 버렸다고.. 지금은 검후의 제자인 소연화라는 여인이 된 거야."

"아무리 그래도 황손이 우리 같은 일반인처럼 살 수 있을까?"

"연화 소저는 그렇게 살 수 있어."

"하지만 반란군이 되었든, 명나라 승상이든 황녀의 존재를 안다면 그냥 나두지 않을건데.."

"그래서 무림의 문제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면 연화 소저와 산속으로 들어가 은거해서 조용히 살 거야."

"그 때 나도 데려가줘. 말없이 떠나면 진짜 가만 안 둔다."

"알았어. 떠나기 전에 너와 석견이에게 같이 갈건지 꼭 물어볼께."

나의 말에 예현이 흡족했는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꼭 그래야해. 그리고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돼?"

"앞으로의 계획은 내가 현무회라는 단체를 만들었거든. 그 단체에 사람들을 모을 거야. 그 사람들과 무림의 평화 깨뜨리는 놈들과 반란군을 제압할꺼야. 예현이 너도 도와 줄거지?"

"당연하지. 나와 우리 부대 동료들 1500명은 현무회에 일원이 되서 네가 하는 일을 적극 도울께."

"고맙다. 예현아, 힘든 시기에 네가 나타나줘서 큰 도움이 될 거 같다."

우리는 대화를 마치고 돌아가 예현과 동료들에게 객잔에 남아있는 방을 얻어주고 잠을 자게 했다.

다음날 우리는 함께 광동성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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