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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무사의 귀환-95화 (95/114)

"왜 그래요? 무영 소협."

"처음부터 연화 소저도 함께 과거로 보내주겠다. 둘이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아보거라. 이랬으면 얼마나 좋아요. 서로가 만나도 알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헤매었던 시간들이 아까워서요."

연화 소저는 웃으며 말했다.

"그러다가 저승사자님이 소협을 찾아 올 수도 있어요. 호호. 그래도 저승사자님 덕분에 과거에서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었잖아요. 전 그분께 정말 감사한 마음이에요."

연화 소저의 말을 듣고보니 조금 전에 막말을 뱉은 것이 살짝 후회가 되서 하늘보며 말했다.

"저승사자님 아까 한 말은 취소하겠습니다. 저희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해 주신 것 정말 감사드립니다."

"소협 조금 전 제 말에 겁 먹고 말을 취소하신 거에요? 호호."

"조금은요. 하하."

우리 두 사람은 전생의 일들을 이야기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서로 전생을 알고 있으니 조금 더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 질 수 있었다.

한참을 이야기 하다보니 황녀님이 날 언제부터 좋아했는지가 궁금해졌다.

"연화 소저, 저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될까요?"

"네, 무엇이든 괜찮으니 편하게 물어보세요."

"그럼 소저께서는 저를 언제부터 좋아하셨어요?"

나의 직접적인 물음에 그녀의 얼굴에 홍조가 피어나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하였다.

"소협이 묻는 건 이번 생을 말하는 건가요? 아니면 전생을 말하는 거에요?"

"당연히 전생을 묻는 거죠?"

"제가 소협을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는 왜 궁금한 거에요?"

"황녀님처럼 신분이 높으신 분이 왜 저를 좋아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해서요."

연화 소저가 대답을 하려는 듯 하다가 이내 도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생각해보니까 여인에게 그런 걸 먼저 묻는 건 예의가 아니죠. 소협이 먼저 말하고 나서 물어야 맞는 거 같아요."

그녀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난 소저를 언제부터 좋아했었냐면요..정확히 언제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황녀님은 처음 봤을 때부터 귀엽고 사랑스러웠어요. 하지만 지금 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황녀님을 좋아하고 있다고 직접적으로 느낀 건 그 때인 것 같네요."

연화 소저는 내 대답이 궁금한지 제촉하며 물었다.

"빨리 대답해줘요. 그 때가 언제였는데요?"

"제가 크게 다쳐서 황녀님께 모습을 드러낸 날부터 저에게 계속 환약을 가져다 주셨잖아요."

"아! 그때인 거에요? 제가 준 환약에 감동 받아 좋아하게 된 거에요? 호호."

"흠흠.. 아니에요. 환약이 효과가 좋기는 했지만 그것 때문에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니고요. 황녀님께서 제게 환약을 건내며 본인을 지키는 사람이니까 내 사람이라고 말씀하셔서.. 그 때는 왜 그런지 몰랐지만 그 말을 듣고 밤새 심장이 두근두근 거려 잠을 못 잤어요."

"무영 소협은 내 사람 맞아요. 그때도 지금도.."

연화 소저의 말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또 상기되었지만 마음을 가라앉히며 그녀에게 말했다.

"이제 소저께서 대답을 해 주시겠어요?"

"제가 언제 소협을 좋아하게 되었냐면요.."

황녀님이 사랑에 빠진 순간

***

전생에서 18호가 황녀의 그림자 무사로 배치된 날로부터 약 한 달 전,

어스름이 깔리고 휘영청 달이 떠오른 해시(21시).

황태자와 두 황자, 그리고 황녀까지 총 4명의 황손들이 예비 그림자 무사의 실전훈련 장소에 은밀하게 시찰을 나왔다.

그림자 무사들은 단순히 대장이 자신들이 맡을 황손을 배정해주는 줄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황손들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 무사를 직접 고를 수 있었고 오늘은 그들의 실력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시찰을 나온 것이다.

10년간 무경원에서 기초수련과 생존훈련을 거치고 그림자 무사로 선발된 5명은 현장에 투입되기 전 3년간 대장과 함께 실전훈련을 거친다.

대장이나 그림자 무사 선배들과 수시로 대련할 뿐 아니라 황궁에 숨어든 침입자를 직접 제거하거나 비밀작전에 정예인력으로 투입되어 적을 베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황궁의 외진 훈련장에 모인 예비 그림자 무사들은 오늘은 대련인가보다 하고 가볍게 몸을 풀며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에게 대장이 다가와 말했다.

“그간 너희들은 개별적으로 현장에 투입되거나 대련을 하며 실전 감각을 키워왔다. 오늘은 서로의 성취를 확인하기 위해 너희끼리 대련을 진행할 것이다. 순서만 다를 뿐 자신을 제외한 4명과 모두 붙어야 하고 가장 많은 승을 거둔 자는 내일 훈련을 열외 시켜 주겠다. 다만 한 달 뒤에는 최상의 몸 상태로 근무지에 배치되어야 하니 서로 부상을 입히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기 바란다. 알겠느냐.”

“네, 알겠습니다.”

“각 대련은 일각(15분)으로 시간을 제한하고 확실한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 선배들이 유효한 공격과 싸움의 전반적인 흐름, 무공의 성취수준 등을 고려하여 승패를 판정해 줄 것이다. 2명씩 2조가 동시에 진행하는 동안 남은 1명은 휴식을 취하도록. 이상, 질문 있나?”

“없습니다.”

“그럼 대진표를 받아가라.”

대장이 대진 순서를 그들에게 전달한 후 넓은 공터를 활용하여 본격적인 대련이 시작되었다.

황태자는 가장 특출한 실력의 무사를 찾기 위해 진지한 표정으로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고, 비교적 나이가 어린 두 황자는 열혈남아들의 싸움 보듯 두근대는 마음으로 빠르고 다양한 공격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옆에는 다른 의미로 심장이 두근거리는 황녀가 한 사람에게 온통 시선을 빼앗긴 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반시진(1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모든 대련이 마무리되었을 때 황태자가 중얼거렸다.

“보기에는 18호...나 5호가 제일 나은 것 같은데, 누가 좋으려나. 소연이 넌 저기 7호라는 여인을 택하면 되겠구나."

그 말에 황녀가 움찔하더니 간절한 눈으로 제 오라비를 쳐다보았다.

황태자는 어여쁜 여동생이 곧장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몹시 당황스러웠지만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를 얼렀다.

“소연아, 갑자기 왜 그러느냐. 이 오라비가 무슨 실수라도 한 게야?”

“아니, 그게..”

그녀는 황태자의 어깨를 지나 창 너머로 보이는 한 사내에게 다시 한번 시선을 줬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황태자는 자신도 모르게 풋! 하고 웃음이 터졌다.

“소연아, 너 설마.. 저 둘 중에 마음에 드는 자라도 있는 게야?”

“아, 아니야! 그냥 저분의 무공 실력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서..”

황녀는 오라비의 말을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발갛게 물든 그녀의 얼굴은 누가 봐도 첫사랑에 빠진 소녀의 얼굴이었다.

황태자는 잠시 침묵하며 고민에 빠졌다.

자신의 눈에 띄는 이는 처음부터 2명이었으니 다른 한 명을 선택하고 황녀에게 18호를 주어도 손해날 것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황녀가 그놈(18호)에게 이미 마음을 빼앗긴 이상 일부로라도 떨어뜨려 놓아야 할 것은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신분 차를 생각할 때 두 사람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없는데 괜히 곁에 두어 여동생 마음고생만 시키고 싶지도 않고, 실력은 뛰어나지만 어쨌든 오늘 처음 본 엄한 사내에게 제 여동생이 홀랑 넘어간 것도 썩 내키지 않았다.

황태자의 고민이 길어지자 황녀는 점점 더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황제가 막내딸을 애지중지 아끼며 거의 가둬 키우다시피 했기 때문에 황녀는 제 오라비들을 제외한 젊은 남자를 접한 것도 사실상 오늘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첫눈에 사로잡힌 그는 올해 열여덟 살로 어른과 소년의 경계선에서 가만히 있어도 매력이 흘러넘치는 사내였다.

얼굴에는 젊음과 소년미가 그대로 남아 있는 반면, 십수 년간 단련을 거듭한 신체는 옷 위로도 탄탄하고 균형 잡힌 근육이 드러날 만큼 수컷의 향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훈련장에 그가 등장한 순간부터 자꾸만 눈길이 갔는데 심지어 무공 실력까지 뛰어나 다른 동료들을 무릎 꿇리니 그의 남자다운 모습에 도무지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안절부절못하는 황녀를 보며 마음을 굳힌 황태자가 그림자 무사들의 대련을 마무리하고 전각으로 들어서는 대장에게 말했다.

“내 그림자 무사는 18호로 하겠네.”

오라비의 말에 황녀는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황태자는 여동생과 눈을 마주치면 괜히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아 일부로 외면하며 먼저 자리를 떴다.

“난 먼저 일어날 테니 나머지는 이 아이들과 같이 정하고 내일 내게 보고하게나.”

매정하게 돌아선 황태자의 뒤로 황녀의 시선이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나머지 두 황자가 망연자실한 황녀의 눈치를 보며 선택권을 양보했으나 18호 외의 나머지는 황녀의 관심 밖이었다.

“...마음대로 해. 난 아무나 상관없어.”

누가 봐도 단단히 골이 난 표정으로 이 한 마디만 툭 남겨놓고 황녀는 멀찍이서 대기 중이던 시종들을 거느리고 자기 거처로 돌아가 버렸다.

그날 이후, 그녀는 황태자의 궁 문턱이 닳을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아침저녁으로 제 오라비를 찾아갔다.

처음에는 하루 이틀 그러다 말겠거니 하고 완강히 버티던 황태자도, 좀처럼 떼쓰는 일 없는 제 여동생이 매일같이 찾아와 애원하자 그녀의 청을 거절하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그렇게 열흘이 지나고 열하루가 되던 날, 그녀의 발길이 뚝 끊겼다.

매일 드나드는 것도 신경 쓰여 죽을 맛이었는데 갑자기 발길이 끊기자 황태자는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환관을 하나 보내어 은밀히 황녀궁의 동태를 살피고 오라 지시했고, 제 여동생이 식음을 전폐하고 자리에 앓아누웠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사내 하나 때문에 저 보란 듯이 단식투쟁에 들어간 여동생이 괘씸해진 황태자는 이틀까지 버텨보았으나 결국 사흘째 되던 날 항복을 선언하고 말았다.

황태자는 관리자를 불러 자신과 황녀의 그림자 무사를 바꿀 것을 지시했고, 황녀는 첫사랑에 빠진 지 정확히 열흘 하고도 사흘 만에 18호를 제 사람으로 만들 수 있었다.

***

황녀는 18호를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아하는 감정에 빠졌으나 차마 사실대로 첫눈에 반했다는 말을 하기는 부끄러웠다.

그래서 그녀는,

"내가 소협을 언제부터 좋아했냐면요..소협이 저의 무사님이 되고 5년 후 크게 다친 그 날이에요. 그전에도 날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항상 지켜주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날은 직접 눈앞에서 나 때문에 다친 소협을 보는데 마음이 찡했어요."

연화가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것은 자신이 먼저 좋아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은 여인의 마음이었다.

"그랬군요. 우리는 서로 비슷한 시기에 좋아하는 감정이 생겼네요."

"호호. 그렇네요.. 그런데 소협에게 궁금한 게 생겼어요."

"네. 어떤 것이 궁금한 지 말씀하세요."

"무영 소협은 이번 생에는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고 싶지 않았나요?"

"음.. 새로운 인생이요?.."

연화 소저의 말에 나는 바로 대답을 못하고 생각에 잠겼다.

'새로운 인생? 생각해보니 그런 마음을 가진 적도 있었지. 과거로 처음 돌아왔을 때는 황궁을 벗어나 멀리서 전생에 황녀님을 노렸던 자들을 미리 없애버리고 황녀님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멀리서나마 지켜보려 계획 했었는데..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황녀님이 지금 내 앞에 있고 그녀와 함께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는 지금이 더 만족스럽다.'

"지금 이미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데요. 전생이었다면 제가 감히 연화 소저와 놀이배를 타고 태호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을까요? 전 지금의 새로운 인생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어요."

나의 대답을 듣고 흡족했는지 연화 소저가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도 역시 소협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된 지금의 삶이 아주 만족스러워요."

"연화 소저는 전생에 못했던 것 중에 새로운 인생을 살면서 해보고 싶은 게 없으시나요?"

나의 물음에 연화 소저도 잠시 말이 없어지고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더니 잠시 후 눈을 뜨며 내게 말을 하였다.

"해보고 싶은 건 이미 해 봤어요. 황궁을 벗어나서 자유롭게 돌아가는 것도 이미 해보았고 무공을 익혀서 전보다 강해지고 싶은 것도 이루었고 마지막으로 원했던 한 가지도 이루었으니까요."

"마지막 한 가지는 무엇이었는데요?"

"무영 소협과 함께 다른 연인들처럼 노는 거였어요. 오늘 같이 뱃놀이도 하고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까지 털어 놓으니 이번 생의 소원을 다 이룬 느낌이에요."

나를 보며 방긋 미소를 짓는 그녀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그냥 있을 수 없었다.

나의 입술과 포개지는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

갑작스런 나의 행동에 놀랬는지 더욱 커지는 그녀의 눈망울.

부끄러운 듯 그녀의 양볼에 홍조가 피어오르고,

서서히 감기는 그녀의 눈꺼풀.

나와 그녀는 서로의 입술이 맞닿은 채 눈을 감고, 행복한 기분을 잠시나마 온전히 느끼고 있었다.

그 때, 나의 기감에 파고드는 이질적인 기운.

나의 기감은 오십장(15m) 내 모든 기운은 명확히 구분할 수 있었다.

'우리 쪽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기감이 느껴진다. 태호 안쪽에 배를 타고 있는 우리에게 이런 움직임으로 올 수 있다는 건 물 속 뿐이다.'

난 그녀의 입술에서 나의 입술을 떼고 말했다.

"연화 소저, 날 꽉 잡아요."

연화 소저는 나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그녀의 기감에도 물 속의 움직임이 느꼈는지 내말대로 날 꽉 안았다.

나는 그녀를 내 몸에 밀착 시킨 후 놀이배의 바닥을 양발을 사용하여 교차로 내딛어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잠시 후, 우리가 있던 놀이배 바닥이 갈라지며 날카로운 검이 위로 올라왔다.

검이 솟아오르며 배가 두동강났고, 이어 물 속에서 한 인영이 뛰어 올라왔다.

그는 조각난 배의 나무조각들을 밟으며 서 있었다.

"어라! 피했네? 제법 몸이 날래구나."

우리는 다른 놀이배의 지붕에 올라가 있었다.

"넌 누구길래? 은원 관계도 없는 우리를 공격한 거지?"

"우리가 은원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네가 어떻게 아느냐? 네놈이 태산에서 오독교 제자들을 죽이고 명성을 얻은 신검협 놈이 아니더냐?"

'날 노리고 왔구나. 태산에서의 오독교 제자들을 죽인 일로 원한을 갖고 왔다면 오독교에서 사주를 받은 자인가?'

"널 오독교에서 보낸 것이냐?"

"마침 네 놈이 내 영역에 들어왔기에 오독교 교주의 부탁을 들어 주는 거지. 네 놈을 가장 고통스럽게 죽여달라 부탁하더군."

"여기가 네 영역이라고? 그럼 장강수로채의 수적들 중 한 놈이라는 소리군."

"네 놈이 감히 장강의 절대자인 나 장강용왕 장성추를 겨우 수적 중에 한 놈으로 평했단 말이지..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군."

장강용왕 장성추는 장강수로채의 총채주로 수적들로 구성된 장강수로채를 사도련의 한자리를 차지하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그는 대부분 실력이 부족한 장강수로채 수적들 중에서 일찍히 절정고수에 올라 총채주를 차지한 뒤 물 위에서는 패한 적이 없어서 장강에서만큼은 절대자로 불리는 자였다.

"장강용왕이면 장강이나 잘 지킬 것이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반란군에 동조한 것이냐?"

나의 말에 살짝 당혹해하는 표정이었다.

"내가 언제 반란군의 사주를 받고 널 공격했다고 한 적 있느냐? 난 그저 오독교 교주와 친분 때문이다."

"반란군이 오독교 제자들을 수족처럼 부리는데 네가 오독교 교주에 부탁을 받고 날 공격했으니 네 놈 역시 반란군과 한 패라는 걸 보여주는 거지. 더 이상 말은 필요없다. 오늘 너와 나 둘 중 한 명은 태호에서 생을 마감해야 할 것이다."

"여태껏 물 위에서 나와 겨루어 살아 남은 자는 없다. 네 놈이 초절정 고수라 해도 마찬가지다."

그와 몇 수를 나눠보고는 장성추의 자신감 넘치는 말들이 허풍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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