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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무사의 귀환-94화 (94/114)

"그렇군요. 그럼 나머지 하나는 무엇인가요?"

"강서성에 유명한 한 가지는 태호에요."

"태호요?"

"네. 강서성에는 태호라는 바다처럼 넓은 호수가 있대요. 그 곳에는 항상 많은 이들이 휘양찬란한 뱃놀이 배를 띄우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 모습이 아주 절경이라 꼭 가 보라고 하더라고요."

연화 소저의 말을 들으니 그녀가 태호를 보고 싶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우리 강서성까지 온 김에 태호를 구경 좀 하다 갈까요?"

나의 말에 두 여인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말했다.

"네. 얼른 가요."

그녀들을 데리고 태호에 도착하니 연화 소저가 말한대로 바다와 같은 넓은 호수에 형형색색의 휘양찬란한 놀이배들이 호수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무영아, 우리도 놀이배 하나 빌려서 조금 쉬다 가면 안될까?"

"그럴까? 연화 소저도 놀이배 타고 싶어요?"

"네. 저도 타고 싶어요."

나는 그녀들을 위해 작은 놀이배 하나를 빌려왔다.

"제가 열심히 노를 저을테니 타시죠."

연화 소저가 배 위에 오르고, 나는 아직 배 위에 오르지 않은 영경이에게 말했다.

"영경아, 얼른 타."

"아니야. 두 사람 좋은 시간 가져. 난 태호 좀 더 둘러볼게."

"그래도.. 괜찮겠어?"

연화 소저가 당황해하며 영경에게 말했다.

"그러지 말고 사매 같이 타요."

"아니에요. 저 원래 배 타는 거 안 좋아해요. 사저, 무영이와 좋은 시간 보내요."

그리고 나서 영경이 내게 말했다.

"연화 사저 즐겁게 해 드리고, 난 태호 주변 구경하다가 입구 쪽에 있던 객잔에 있을테니까 충분히 놀다가 와."

"그래. 고마워. 영경아. 너도 좋은 구경해."

나와 연화 소저는 놀이배를 타고 태호 안쪽으로 들어갔고 영경은 태호 주변을 걸으며 경치를 구경했다.

빌어먹을 저승사자

단둘이 배를 타게 되니 연화 소저와의 어젯밤 일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그 모습을 본 연화 소저가 물었다.

"소협,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는데 지금 무슨 생각 중이세요?"

"흠흠.. 아무것도 아닙니다."

"혹시..어제 일을 때문인가요?"

"......"

연화 소저가 대답을 기다리며 날 빤히 바라보자 얼굴이 터질 듯 달아올랐다.

내가 대답을 못하고 딴청을 피우자 그녀가 더 이상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른 말로 화제를 돌렸다.

"소협, 어제 정신이 없어서 말하지 못한 것이 있어요."

"어제 제게 어떤 말을 하려고 하신거죠?"

난 그녀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까 긴장하여 침을 꼴깍 삼키며 대답을 기다렸다.

"제가 오랫동안 찾던 분을 만났고 이제는 그 분에게 말을 하려 한다고 했잖아요."

"네..그랬죠."

'설마..나에게 미안하는 말을 하시려는 건가?'

"무영 소협, 미안해요. 그 동안 .."

연화 소저의 입에서 이어질 다음 말이 예상이 되었기에 나는 그녀의 말을 멈춰야만 했다.

"소저, 그만 들을래요. 그 사람이 더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난 소저를 포기할 수 없어요."

"갑자기 무슨 소리에요? 제가 무슨 말을 하려한다고 생각하세요?"

"제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그 분께 가려는 거 아니에요?"

"풉.. 어떡하면 그렇게 오해를 할 수가 있죠?"

"오해라고요?"

'내가 잘못 짚은 건가? 그 사람이 아니고 날 택한건가?'

"무영 소협, 제가 하는 말 끝까지 들어봐요. 그동안 제가 소협에게 어제 하지 못한 말은 제가 그 동안 찾는 사람이 소협이었다고요."

"네? 저를 찾고 있었다고요?"

"네. 영경 사매에게 들었었죠? 한번도 만난 적이 없던 18호님을 황궁에서부터 제가 알고 있었다고요."

"네.. 저도 그게 궁금했습니다. 저희가 어릴 적에 만난 적이 있었나요?"

"전 황궁에 있었고 무영 소협은 무경원에 있었는데 우리가 만날 일이 있겠어요?"

"그럼 어찌 된 일이죠?"

연화 소저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소협과 마찬가지로 나도 전생을 기억해요."

"네? 그게 무슨 소리세요?"

"나도 소협처럼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과거로 왔다고요."

'황녀님도 나처럼 전생을 다 기억을 한다고? 그럼 내가 황녀님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것도 다 기억하고 계신거야?'

"그럼 제가 죽으면서 황녀님 지켰던 그 날도 기억하세요?"

"당연하죠. 저도 그 날 무영 소협을 따라 죽었는 걸요."

'맞다. 황녀님도 나와 입술을 맞추고 독에 중독되어 돌아가셨지.'

"왜 그러셨어요. 제가 뭐라고.. 절 따라서.."

"그래도 그 덕분에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되었잖아요."

"정말 생각지도 못했네요. 황녀님이 절 기억하고 계실 줄은.."

"저도 마찬가지에요. 소협이 저처럼 전생의 기억을 갖고 과거로 돌아왔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 했어요."

"아! 그래서 만나고 싶은데 기억을 하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셨던 거에요?"

연화 소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말했다.

"그래요. 저는 혹시라도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소협을 어렵게 찾았는데 소협이 전혀 못 알아보고 모르는 사이처럼 스쳐 갈까봐..엄청 애태웠는데..이럴 줄 알았으면 최대한 빨리 소협을 찾아 나섰을텐데.."

"저도 황녀님이 절 알아볼 리 없다고 생각하여 황녀님을 최대한 멀리서 지켜드리려고 했어요."

"그런 거 였군요. 전 황궁에서 소협이 그림자 무사로 내게 다시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소협 대신 영경 사매가 와서 그 때 내가 알던 전생과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았어요."

'난 당연히 황녀님이 전생을 기억 하지 못할 거라 가정하에 행동을 했었는데 그것으로 인해 우리 두 사람이 더 멀리 돌아서 만나게 되었구나.'

"그랬군요. 죄송해요. 저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우리가 멀리 돌아서 만나게 되었네요."

"아니에요. 이렇게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전 그거면 되었어요."

"그런데 황녀님은 어떻게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다시 과거로

오시게 된거죠?"

황녀는 잠시 눈을 감고 그 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어떻게 된거냐면요.."

***

18호가 황녀를 지키기 위해

사신회 회주와 싸우다 죽은 날.

"무사님, 이대로 가면 안되요.. 아직 다 내 마음 속의 말을 다하지도 못했는데.."

황녀가 오열하며 18호를 불러보지만 그는 다시 눈을 뜨지 않았다.

"흑흑흑..무사님."

황녀는 18호와 입맞춤을 통해 들어온 독이 온 몸으로 퍼지는 게 느껴졌다.

'무사님이 없는 이 세상은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 나도 곧 따라갈게요. 조금만 기다려요. 무사님.'

잠시 후 중독된 황녀는 차갑게 식어버린 18호의 시신을 붙잡고 쓰러지고 말았다.

'어.. 이상하다. 저기 누워 있는 건 나와 무사님인데?'

정신을 차린 황녀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자신과 18호가 함께 쓰러져 있는 모습.

그때 황녀의 귀로 들려오는 목소리.

"네가 주소연이냐?"

난데 없이 들려오는 반말에 황녀는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할아버지는 누구신데 황궁에서 절 그렇게 함부로 부르는 거죠?"

"할아버지라니.. 난 널 데리러 온 저승사자다."

"아! 그럼..제가 지금 죽은 상태인 건가요?"

"그래. 넌 저기 누워있는 녀석과 입을 맞출 때 중독이 되어 얼마되지 않아서 숨이 끊어졌다."

"그럼 먼저 숨이 끊어진 그림자 무사님은 어디 계시나요?"

"18호라는 그 아이 말이냐?"

"네. 저승사자님. 그 무사님은 어디로 가셨어요? 만날 수 없나요?"

저승사자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망자는 이승의 인연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데 넌 아직 미련을 못 버린 것이냐?"

"잠시만이라도 만날 수 없을까요?"

"그게.. 쉽지가 않다. 원래 망자들끼리 만나게 해 주는 것도 안되는 일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이미 18호는 떠났다."

이미 떠났다는 저승사자의 말에 주소연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18호님은 어디로 떠났는데요? 천당으로 갔나요? 지옥으로 갔나요? 아님 윤회?

주소연의 말에 저승사자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허허.. 넌 제법 사후 세계에 대해 아는 모양이구나. 하지만 규정상 그 녀석이 어디로 갔는지도 말해 줄 수가 없다."

저승사자의 말에 주소연이 울음이 터질 듯 눈물이 양 눈에 가득 고였다.

"저승사자님, 제발 가르쳐 주세요."

"어차피 어디로 갔는지 알더라도 그 녀석을 만날 수 없을 뿐 아니라 만나도 널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서로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같은 공간에 함께 있고 싶어요."

"그 녀석이 그리 좋더냐? 그가 지옥불에 던져 졌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함께 하고 싶으냐?"

"네. 괜찮아요."

주소연의 말에 어이가 없는 듯 황당해 하더니 결심한 듯 저승사자가 말을 했다.

"그래. 네가 그리 원하니.. 같은 곳으로 보내주마. 하지만 그가 널 알아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날 원망하지 말거라."

"네. 감사해요. 절대 원망하지 않을께요."

저승사자가 주문을 외우자 주소연의 앞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주소연이 아래를 내려다보니 끝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로 내려가면 무사님을 만날 수 있나요?"

"그건 과거로 돌아가는 구멍이다. 네 과거로 돌아가면 두 사람이 만날 수 있겠지."

"그렇겠네요. 감사해요."

"그럼 뛰어내리거라. 그 곳에서는 두 사람이 다시 만나 행복한 시절을 많이 보내거라."

"네. 꼭 그럴께요."

그리고나서 주소연은 지체없이 끝이 보이지 않은 구멍 속으로 뛰어들었다.

주소연이 뛰어든 구멍을 지켜보며 그녀를 과거로 보낸 저승사자가 자신의 뒤에 나타난 다른 저승사자를 보며 말했다.

"가녀린 소녀가 겁도 안 먹고 스스로 저 구멍으로 뛰어드는 걸 봐라. 사랑의 힘이란 정말 위대하구만. 안 그렇냐?"

그의 말에 다른 저승사자가 굳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염라대왕님.. 그래도 이건 규정에 어긋나는데..정말 이렇게 해도 될까요?"

"왜? 뭐가 문제야?"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가면 미래가 꼬이지 않습니까? 죽어야 할 자들도 살아나게 되고.. 그럼 명부가 뒤죽박죽 될 수가 있습니다."

"명부를 관장하는 건 내 권한이니 걱정할 거 없어. 지켜보다가 좀 많이 꼬인다 싶으면 몇몇 녀석들을 일찍 저승으로 데려오면 되지."

"네에? 그렇게 명부를 조작하면 옥황상제님께서 노하십니다."

저승사자의 말에 염라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왜? 네가 상제에게 날 꼰지르려고?"

"아닙니다. 제가 어찌 염라대왕님을 감히 신고 하겠습니까.."

"그럼 딴소리 말고 두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고 언제 만나는지 나에게 자주 자주 보고해. 그럼 난 먼저 간다."

"네 염라대왕님. 살펴 가십시오."

염라대왕이 떠나고 남아서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는 저승사자가 혼잣말을 했다.

"저 두 사람 큰 사고는 치지 말고 조용히 살다 가야 내가 할 일이 적어지는데.. 대왕이라는 작자가 저렇게 일만 벌이고 수습은 매번 나에게 맡기니 미치겠다. 얼른 귀인을 만나서 차사를 때려치던가 해야지."

***

"빌어먹을 저승사자 같으니라고!"

연화 소저의 말을 듣고나서 내가 소리를 치자 그녀가 놀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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