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자 무사의 귀환-87화 (87/114)

"저희 대뢰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태산 살인 사건 진상 조사위원회가 꾸려지게 되었다.

노경과 마옥선은 범행을 인정했지만 배후는 없었으며 범행은 자신들의 개인적인 원한 관계라고 주장했지만 조사위원회는 그 말을 믿어 주지 않았다.

하루 동안 그들을 취조했던 조사 위원회는 두 사람을 무림맹으로 압송하여 그 곳에서 고신을 해서라도 배후를 밝혀야 한다고 하여,

다음날 그 두 사람을 태산에서 무림맹으로 압송하기로 결정을 했다.

다음날 아침, 조사 위원회 세 사람이 노경, 마옥선을 압송해서 무림맹으로 떠나려 할 때 모든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노경과 마옥선은 쇠사슬로 팔과 다리를 묶어 도망칠 수 없게 만들어 끌고 가고 있었다.

그들이 갑자기 멈춰선 후 고개를 돌려 무림맹과 사도련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마도천하! 천하일통!"

"천마지존! 영세무궁!"

두 사람이 크게 외치는 말은 마교라 불리는 천마신교를 따르는 자들이 외치는 구호였다.

'천마신교가 배후라고? 왜.. 갑자기 그들이 배후를 밝히는 거지?설마.. 안돼. 막아야 해.'

"공손수 대협, 저 두 사람을 막아야 합니다."

내 말을 듣고 조사위원회 사람들이 그 두 사람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하지만 조가위원회 사람들이 그 두 사람의 앞에 섰을 때 이미

중독되어 그들의 입에서 햐얀 거품이 흘러나왔다.

공손수가 다가가 그들의 맥을 짚어 보고나서 나를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방심을 했구나. 저들 말고도 함께 일을 벌인 자들이 이 곳에 있을 수 있는데.. 그걸 놓치다니.. 일이 꼬여버렸군.'

위기의 순간

상황이 그렇게 되어버리자, 풍현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음을 보내왔다.

[무영아, 이제 어떻게 하지. 마지막에 천마신교의 구호를 외침으로 인해 이곳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교의 소행이라고 여기는 듯 한데. 너도 알겠지만 이 일이 그렇게 간단한 사건이 아니잖아.]

풍현의 전음에 나도 바로 답을 했다.

[그래. 그렇게 배후를 숨기다가 천마신교라고 밝히고 죽는다는 건 좀 이상하지. 어제 자백주라는 걸 먹인다고 할 때만 해도 배후를 들킬까봐서 완강하게 거부하던 그 자가 죽기 전에 사실을 말할리도 만무하고, 일이 제대로 꼬인 것만은 맞아.]

내 전음을 듣고 난 후 풍현의 전음이 다시 내게 왔다.

[그리고 배후의 무리들이 이 곳에 남아있는 것도 확실해졌어. 이제 그들은 또 다른 계략을 꾸밀거야. 그것을 우리가 못 막아낸다면 이 일이 점점 커지겠지.]

[그래. 내 생각도 그래. 저들에게 자살하도록 독단을 건네준 자도 찾아야하고 진정한 배후 세력도 밝혀야하니.. 서둘러야겠어.]

갑자기 범인 두 사람이 죽으면서 외친 말로 인해 그들이 마교 사람으로 추정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었다.

"조사위원회에서는 저들을 감시를 어떻게 했기에.. 저자들이 독단을 깨물어 죽는 것을 막지 못했습니까? 그리고 저 독단은 어디 나온 겁니까? 분명 이 중에 조력자가 있을 겁니다."

"저자들에게 독단을 건네준 사람이 누굽니까?"

조력자가 있었다는 사실에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조사위원회 사람들부터 의심받기 시작했다.

"......"

조사위원회 세 사람은 노경과 마옥선이 어떻게 독단을 구했는지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기에 대답을 못하고 있었다.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내가 나서서 공손수 장로에게 물었다.

"위원장님, 어제나 오늘 중에 구금중이던 저 두 사람을 보기 위해 온 사람은 없었나요?"

그가 잠시 골똘히 생각을 해 보더니 무언가 떠올랐는지 대답을 했다.

"어젯밤 개방과 오독교의 사람들이 노부를 찾아와 노경과 마옥선이 허위 자백을 한 게 아닌지 진짜 이 일을 저지른 게 맞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하여 위원회 사람들과 함께 가서 우리가 보는 앞에서 그들에게 범행에 대해 물어보았소."

"그 이외는 다른 사람은 없었습니까?"

"음식 또한 저희가 검수하고 줬기에 그들과 접촉한 다른 사람은 없소이다."

이에 의심 눈초리가 개방과 오독교로 넘어가자 그들이 황당해하며 말했다.

"지금 우리를 의심하는 겁니까? 위원장도 그 때 함께 계셨잖아요. 우리 중에 단 한명도 두 사람과 직접 접촉한 사람은 없었어요."

"그건 내가 보증하겠소. 개방과 오독교 사람들은 두 사람과 조금씩 떨어진 상태에서 말을 하였소."

공손수가 그들의 말이 맞다고 말하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며 사건이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었다.

"당영 소저, 잠깐 이쪽으로 와 주시겠어요?"

나는 두 사람의 주검 옆에 서서 당영소저를 불렀다.

내 옆으로 온 당영 소저가 물었다.

"무영 소협, 왜 절 부르셨죠?"

"당영 소저가 독에 관해서는 이곳에서 가장 많은 걸 알고 계실 거 같아서 도움을 청하려고 불렀습니다."

"제가 무얼 도와드리면 될까요?"

"이 두 사람이 무슨 독단을 깨물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음.. 겉으로 봐서는 잘 알 수가 없는데.. 사체가 훼손되도 괜찮나요?"

시체를 훼손할 수도 있다는 당영 소저의 말에 꽤 많은 이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또한 개방과 오독교에서는 죽은 그들이 범행을 저지른 자들이지만 자신들의 문파 사람들이었기에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하려다가 주변 시선에 멈칫하고 있었다.

"사건의 진상 파악이 중요하니 그 부분은 신경쓰지 마시고 알아봐 주세요."

"그럼 이곳에선 좀 그렇고 사체를 옮겨서 검시를 해 볼께요."

당영은 자신의 세가 사람들을 불러서 두 사체를 비어있는 전각으로 옮겼다.

나와 풍현 그리고 조사 위원회 사람들과 개방과 오독교에서 한명씩 대표로 참관했다.

당영소저와 당가에서 온 두 사람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답게 사체를 만질 때도 특수한 장갑을 끼고 만졌으며 특수한 약물을 뿌려 외부에도 독 성분이 남아 있는지 확인했다.

겉으로 드러난 게 없자, 당영 소저는 끝이 휘어있는 작은 소도를 들고 목부터 사체를 가르기 시작했다.

한참 뒤 당영 소저가 장갑 낀 손에 아주 작은 열매처럼 생긴 곤충을 들고 나왔다.

자세히 보니 곤충은 몸이 반으로 갈라져 있었다.

"제가 확인한 바로는 이 독충에서 절명독이 나왔어요. 절명독은 몸 안에서 퍼지면 열 걸음을 걷기 전에 죽음을 맞이하죠. 두 사람의 사인은 독단이 아니라 이 독충이에요."

"독충이요?"

나의 반문에 당영 소저가 말했다.

"이건 남만 지역에서 사는 아주 독성이 강한 고라는 독충이에요."

"설마.. 고독술?"

"맞아요. 무영 소협의 말처럼 이건 고독술로 몸 안에 들어온 고가 죽으면서 독이 퍼진 거에요."

당영 소저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오독교 사람에게 쏠렸다.

오독교는 무공보다는 독공을 주로 쓰고 독충을 이용한 고독술로도 유명한 문파였다.

그렇기에 그 곳에 있는 모든 이의 시선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오독교의 남소소가 주변사람들을 노려보듯 보며 말했다.

"사인이 고독술로 인한 것이라는 것도 확실치 않은데 ..당가 사람 말만 믿고 지금 다들 우리 오독교를 의심하는 겁니까?"

남소소가 당영의 소견을 부정하는 듯한 말을 하자 당영이 살기를 띄우며 그녀에게 말했다.

"지금 우리 사천당가의 검시를 못 믿겠다는 거요?"

"그게 아니라 그 정도로는 확실한 증거라 할 수 없다는 거에요. 의심이 된다는 정도지."

"그렇군요. 그럼 확실한 증거를 가져와야겠네요. 상문아, 가져오거라."

당영이 말을 하자, 당상문이 흰 천에 죽은 독충을 올려가지고 가져왔다.

"이건 마옥선에게서 나온 고의 사체에요. 여기에는 아직 절명독이 남아있죠. 제 말을 못 믿겠다면 남소저가 이것을 만져보시겠어요?"

당영의 말에 남소소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내가 왜 당 소저의 말을 들어야 하죠."

"자신이 없다는 건 이게 고라는 독충이라는 걸 인정하는 건가요?"

"그게 고라고 해서 우리 오독교 고독술을 썼다는 증거는 안되죠."

"그럼 남만의 독충이 혼자 이곳까지 왔을까요. 오독교의 고독술은 이 고를 이용하여 사람 몸에 침투시켜서 머리 속까지 파고 들게하여 상대방을 죽이는 방법을 쓰거나 이번처럼 고를 침투시키고 죽게 만들기로 유명하죠. 그럼 절명독이 퍼져 죽는 거죠."

"그렇게 고를 조종하는 게 가능한가요?"

"우리 세가에도 독충술에 뛰어난 분들은 가능하지만 그렇게까지 섬세하게 다루기는 쉽지는 않죠. 하지만 오독교는 피리나 사람 웃음 소리로도 독충을 다룰 수 있기에 가능하죠."

당영이 말하자 남소소가 당황한 표정을 지어졌지만 이내 표정이 바뀌며 말했다.

"당 소저께서 우리 오독교를 그렇게 높게 평가하는 줄 몰랐네요. 고독술이라면 오독교가 제일인 것 맞죠. 호호. 그렇다면 이 두 사람만 고독에 중독 되었을까요?"

그녀가 웃음을 터뜨리자 조사 위원회 세 사람이 가슴을 붙잡고 쓰러졌다.

개방 제자가 무기를 꺼내들고 남소소 옆에 섰다.

"이런! 고독에 당했군. 풍현아, 얼른 남소소와 개방 제자를 제압해. 난 밖에 나가 볼께."

"그래. 나도 상황을 정리하고 나갈께."

나의 말에 전각 안에 있던 사람들이 급히 남소소를 제압하기 위해 움직였다.

급히 밖으로 나가보니 꽤 많은 이들이 가슴과 복부를 붙잡고 나뒹굴고 있었다.

몇몇은 이미 머리까지 고독이 침투했는지 눈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몇몇은 뇌수가 터져 죽어있었다.

내가 급히 사자후를 터뜨리며 말했다.

"여러분은 지금 고독에 중독 되었어요. 모두 움직임을 멈추고 자신의 혈도를 봉하세요."

나의 말에 대부분 인원이 가부좌를 튼 다음 자신의 혈도를 봉하고 있었다.

오독교 수십명의 인원들이 그 사이를 유유히 걸어다니고 있었다.

오독교에서 나름 지위가 있는 여인인지 앞으로 나와 나에게 물었다.

그는 오독교의 서열 5위인 독충원 원주인 우서인이였다.

"우리 소교주님은 어디있지?"

"소교주? 남소소가 소교주였나?"

"감히 우리 소교주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다니..죽고싶나?"

"자신 있으면 언제든지 내 목을 가져가 보시지."

"그 말 곧 후회할텐데."

그때 내 몸으로 뭔가 달라 붙은 느낌이 들었다.

'이건 독충인가? 나에게도 고독을 침투시키려는거군. 어떻게하지. 이미 늦은건가?'

내 몸의 진기를 끌어올려 독충이 침투한 혈자리에 보냈다.

'현무열화 진기라면 독충을 태워버릴 수 있다.'

생각대로 고독은 현무열화 진기에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것도 모르고 오독교의 사람은 나를 향해 피리를 불며 고를 조종하려 하고 있었다.

그 피리로 인해 가부좌를 틀고 있는 무림맹과 사도련의 사람들이 고통스러워 했다.

혈도를 막아 머리쪽으로 가지는 못했지만 막혀있는 혈도를 계속 뚫고 올라가려고 자극하기에 고통스러워 했다.

'이대로 두면 안되겠다. 저 피리를 뺏어야 해.'

나는 일부러 고독이 들어온 자리를 붙잡고 나뒹굴며 고독에 중독된 척을 했다.

그러자 그녀가 피리를 더 세게 불며 내게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피리소리가 세지자 난 더 고통스러운 척하며 더 힘껏 나뒹둘었다.

그러자 그녀가 의심을 버리고 내 앞에 섰다.

날 제압하려고 내 마혈로 손을 뻗는 순간 그녀의 손목을 낚아챈 후 오히려 그녀의 마혈을 짚었다.

"아니! 네 놈은 고독에 중독된 게 아니였단 말인가?"

내가 우서인의 피리를 뺏았은 후 말했다.

"당장 오독교 사람들에게 검을 버리고 항복을 하라 말해라."

"허튼소리말고 그냥 날 죽여."

난 그녀의 목에 검을 들이대며 말했다.

"검을 버리라. 빨리 말해."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독교의 제자들은 들어라. 주변에 모든 사람을 다 죽여라."

우서인의 명령에 오독교 제자들이 가까이 있는 사람들부터 마구잡이로 죽이기 시작했다.

'안돼. 혈도 막혀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이건 학살이야..어떻게든 막아야 해.'

난 우서인의 혈도를 봉한 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오독교의 제자들의 혈도를 짚으며 제압하고 다녔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수십명의 목숨이 사라져갔다.

'이런 천벌 받을 놈들!'

노기가 치밀어오른 나는 검을 들고 최상의 보법인 유령무흔보로 그 자들의 팔을 잘라버렸다.

워낙 빠르고 신묘해서 오독교 제자들은 내 모습도 못 보고 팔이 잘려 팔에서 분수처럼 피가 쏟아질 때서야 자신의 팔이 잘렸나갔다는 걸 알아차렸다.

손속의 사정을 두지 않고 오독교 제자를 보이는 족족 팔을 베어버리자 그 곳에 있는 오독교 제자 육십명 중에 순식간의 반 이상을 팔이 없는 불구로 만들었다.

그렇게 되자 나머지 오독교 제자들은 자신들도 그렇게 될까봐 불안에 떨며 무림인들을 학살하는 것을 머뭇거렸다.

하지만 우서인의 명을 받았기에 그대로 이행하는 충직한 오독교 제자들도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들이 연화 소저와 영경 소저, 그리고 초아의 근처에 있었다.

그들의 연화 소저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본 순간,

사고가 정지되고 무의식중에 그녀를 살려야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멈춰."

나의 사자후는 그녀를 향해 가던 오독교 제자들의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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