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자 무사의 귀환-83화 (83/114)

"흑사회."

5호의 말에 1호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흑사회가 아니라고 생각한 이유가 뭐야? 난 오히려 흑사회가 제일 의심스러운데.."

"1호, 넌 왜 흑사회가 의심스러운데?"

나의 물음에 1호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일단 사파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면 반역도 충분히 할 수 있고 한동안 활동도 없고 세력도 약했던 흑사회가 최근 들어 급격히 세력을 확장한 것도 이상해. 그건 누가 뒤에서흑사회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1호의 말을 듣고 5호가 반박했다.

"사파가 실리를 추구하며 이익을 쫓다보니 간혹 그런 경우도 있지만 모든 사파 사람들이 1호,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다 그렇지는 않아. 그리고 흑사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아는 분이 흑사회 회주로 계시기 때문이야."

5호의 말에 1호가 말했다.

"그래. 정파 역시 모두 협과 의를 따르지는 않으니..그건 네 말이 맞는 거 같다. 내가 말을 잘못한 것 같다. 흑사회 회주를 안다고? 그게 누군데?"

"한림원 대학사님."

1호의 말에 내가 대답을 했다.

그러자 5호가 놀란 표정으로 날 보며 물었다.

"네가 한림원 대학사님이 흑사회 회주라는 걸 어떻게 안 거야?"

"어쩌다보니 내가 무림 세력 중 제일 먼저 조사한 곳이 흑사회였거든."

"그래? 그래도 한림원 대학사님을 얼굴을 본 적이 없을텐데 어떻게 안 거야?"

'뭐라고 둘러대지...하오문이 좋겠다.'

"하오문을 통해 알아봤어. 흑사회 회주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하오문에서 한림원 대학사님까지 알아낸거야? 하오문의 정보력이 정말 대단한 걸.."

"넌 어떻게 안 거야?"

"사도련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사도련 관련 여부를 조사하고 그 다음으로 흑사회에 몰래 잠입해서 알아봤는데 한림원 대학사님이 계시더라고.."

"그래서? 그 분은 왜 거기에 계시는 거야?"

"대학사님이 그곳에 계시는 것이 이상해서 몰래 찾아갔어. 그리고 대화를 나누어보니 대장님과 상의한 후에 나와서 흑사회를 장악하고 계신 거더라고 황궁에서 지원해줘서 가능한 일이었고."

5호의 말에 나는 놀라며 물었다.

"흑사회를 왜 장악해?"

"황궁의 무림 감시자 역할을 맡기려고 한 듯해."

"황궁에 반역을 꾀하는 무림 세력을 감시하려고 흑사회를 장악하려 했는데 이미 그 전에 반란군 무리에 무림 세력이 개입했다는 거군."

"그래. 황궁이 반란군 손에 넘어가서 대학사님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하고 계시더라."

'흑사회를 제외하면 셋 그 중에 하나라는 거군.'

그녀의 목걸이

"그럼 남은 곳은 세 곳 중에 하나라는 얘기군. 우리도 세명이니 하나씩 맡아서 조사를 해보면 되겠네."

나의 말에 두 사람도 찬성했다.

"좋아. 난 표국에 아는 사람이 있으니 그쪽을 통해서 십대표국 쪽을 조사해볼께."

1호가 그렇게 말하자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어디를 맡을까.. 아! 천하상단이 있으니 상단쪽을 조사하는 게 좋을 거 같다.'

"난 십대상단에 대해 알아볼께. 아는 상단이 있으니까."

"그래. 그러면 난 마교 쪽을 알아볼께. 사도련과는 약간의 교류는 있으니까."

"그래. 그건 그렇게 하기로 하고 5호, 너도 현무회에 들어 올 거지?"

"당연하지. 회원 좀 많이 모였어?"

"아직은.. 너까지 네 명. 아직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 안해서..하하하"

"그렇군. 그래도 괜찮아 진짜 실력자들을 모으는 게 중요하지. 숫자가 중요하진 않으니까.."

그 뒤로도 우리는 대화를 통해 그간의 회포를 풀다가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로 돌아가니 연화 소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영 소협, 어디 갔다 온 거에요?"

연화 소저가 날 꽤 오래 기다렸는지 살짝 퉁명스러운 말투로 묻고 있었다.

"잠시 친구를 만나고 왔어요."

"그 친구가 여인인가요?"

그녀의 물음에 난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네? 아니에요. 남자에요. 못 믿겠으면 소저 앞에 불러 올 수도 있어요."

"아니에요. 호호. 믿어요. 의외로 소협이 발이 넓네요. 방 동기들과 초아 말고는 아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더니 벌써 친구을 사귀고."

"아.. 예전에 알던 옛 친구를 이곳에서 오랜만에 만났어요."

내가 옛 친구를 만났다고 하니 연화 소저가 더 기쁜 얼굴로 미소지으며 말했다.

"와! 잘 되었네요. 오랜만에 봐서 무척 반가웠겠네요."

"네. 보고 싶었던 옛 친구를 만나니 그때의 추억도 떠오르고 좋더군요."

"나중에 저에게도 소협의 친구들을 소개 시켜주세요. 어떤 친구들인지 궁금해요."

"네. 그렇게 할게요."

연화 소저는 나의 팔을 잡으며 밖으로 나가자고 말했다.

"그럼 우리 가볍게 산책이라도 할까요?"

"네. 좋아요."

밖으로 나간 우리는 뒷산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며 가까워져 갔다.

무림맹 부대와 사도련 부대와의 대결은 매일 엎치락뒤치락하며 서로 지고 이기고를 반복했다.

그러는 동안 줄에서 버티거나 대결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마지막날에는 양쪽 모든 이들의 균형감각과 상황대처 능력이 상당히 좋아졌다.

그 다음주에는 사도련에서 제시하는 방법으로 대결이 이어졌다.

무림맹 부대와 사도련 부대는 인솔자를 따라 태산 중턱에 있는 호수로 이동했다.

'사도련에서는 이 호수에서 어떤 방식을 제시하려나? 자신들에게 우리한 방식을 택하려 할텐데.. 어떤 방법일지 궁금하군.'

호수에 도착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대결이 펼쳐질 지 긴장하며 기다렸다.

그 곳에는 신선처럼 긴 수염에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노인이 한 명 서 있었다.

"난 사도련의 소속 일월교의 호법인 구혼이라 하오. 이 곳의 관리자이자 이번 대결의 심판이니 모두 내 말을 잘 따라주길 바라겠소."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구혼이 전체를 바라보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사도련에서 제시하는 대결 방식은 각 부대에서 한 명씩 이 호수에 들어가서 돌 하나를 주워 오면 되오."

무림맹과 사도련 부대원들 모두 구혼의 설명에 당황한 눈빛이었다.

"네? 그게 다 입니까?"

"그렇소. 다만 조건은 한명씩 모두 한개의 돌만 주워 올 수 있다는 거요."

"그럼 대결의 승부는 어떻게 가립니까?"

"한시진 안에 모든 인원이 한개씩 돌을 주워와서 한 개의 큰 원을 각각 양쪽에 그릴텐데 그 한개의 원을 모두 채우면 이기는 거요."

구혼의 말을 빨리 이해한 부대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전략을 짤 준비를 했다.

"그 말씀은 어느 쪽이든 먼저 원을 채우면 바로 승부가 갈리는 거고 한시진 안에 원을 채우지 못하면 더 많이 채운 쪽이 이긴다는 거네요?"

"맞소. 소협이 제대로 이해했구려. 기회는 한 사람마다 한번뿐이니 이왕이면 들어가서 큰 돌을 고르되 신속하게 해서 원을 빨리 채워야하는 게 관건이요."

그제서야 양쪽의 모든 부대원들이 다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는 했는데 사도련에서는 이 방식을 택한걸까?딱히 사도련 쪽에 유리할 거 같지는 않는데..'

대결이 시작되고 내가 호수에 직접 들어가 본 후에 사도련에서 이 대결을 왜 택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호수바깥쪽에는 작은 돌 밖에 없다. 결국 이기려면 호수 안 깊숙히 들어가야 하는데 수영을 할 줄 아는 이는 어렵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는 이들은 조약돌을 주워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무림맹 소속 문파들은 해남파나 남해검녀문 등을 제외한 문파 대부분이 높은 산지나 중원 내륙 지방에 있는 문파들이라 수영을 잘 하는 문파원들이 거의 없었다.

반대로 사도련 소속 문파들은 장강수로채처럼 수적들로 먹고 사는 문파들도 있었고, 강이나 바닷가 주변에 있는 문파들이 꽤 있었다.

예상대로 첫날 대결은 무림맹의 완패였다.

무림맹 소속 부대들은 겨우 조약돌 같은 조그마한 돌멩이들 대부분 줍고 나와 원의 4분지 1도 못 채웠다.

사도련 소속 부대는 첫날이 살살 봐주면서 했는데도 반 이상을 채웠었다.

그들은 무림맹 소속 문파들을 향해 비웃음을 날리며 숙소로 내려갔고, 무림맹 소속 문파 사람들은 분한 지 대부분 호수를 떠나지 못하고 그 주변에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 호수에는 물 속으로 들어가 돌을 줍는 걸 연습하는 사람들과 수영을 처음부터 배우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 역시 수영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이번 기회에 배워야겠다. 누가 잘 가르쳐주려나.'

"대운아 너 수영할 줄 알아?"

"화산파는 산 속 깊은 곳에 있어서 수영할 일이 없지."

"그럼 소하 너는?

"점창파는 화산파보다 더 높은 산에 위치하고 있어."

"모용욱, 넌 할 줄 알아?"

"아버지께서 못하게 하셔서 배우지 못했어."

"왜?못하게 하셨는데."

"모용세가 사람이 물 속에서 물장난이나 치고 수영하며 노는 건 체통이 떨어진다고.."

"너희 아버지가 많이 엄격하시구나."

"좀 그럼 편이지."

그렇게 방 동기들 중에는 수영을 할 줄 아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아까보니 초아도 할 줄 모르는 거 같던데..초아는 누구에게 배우나?'

내가 초아에게 다가가 물었다.

"초아 너도 수영할 줄 모르는 거 같던데, 수영은 배우기로 한거야?"

"응. 우리 방 동기 중에 유일하게 연화가 할 줄 알더라고."

"연화 소저가?아! 소저 소속이 남해검녀문이었지."

"응. 남해검녀문에 있으면서 배웠대. 그래서 우리도 연화에게 배우기로 했어."

"우리들도 끼워주면 안될까?"

"왜?너희 쪽에는 가르쳐 줄 사람없어?"

"응. 우리 방 동기 중에는 수영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전혀 없어."

"그럼 연화에게 물어볼게. 너희들도 가르쳐 줄 수 있는지."

잠시 후 초아가 연화 소저에게 물어보고 왔는지 대답을 해 주었다.

"연화가 수영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건 어렵지 않다고 다 데리고 오래."

내가 우리 방 동기들을 초아 일행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왔다.

우리 네 사람은 연화 소저를 보며 말했다.

"연화 소저 고마워요. 잘 배울께요."

"네. 부족하지만 열심히 가르쳐 볼께요."

나는 고개를 돌리다가 연화 소저를 살짝 바라보며 서로 눈빛을 주고 받았다.

그 모습을 본 초아가 말했다.

"서로 눈빛으로 뭔가를 주고 받는 듯 한데.. 요즘 두 사람 눈빛이 수상해.."

'여자의 직감은 역시 무섭군. 조심해야겠다.'

"무슨 소리야. 그냥 고개를 돌리다 눈이 마주친 거 뿐인데.."

"그래?아니면 다행이고.. 그래도 항상 조심하라고 내가 널 지켜보고 있으니까."

그러면서 날 쳐다보는 초아의 눈빛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역시 사람은 죄를 짓고는 마음 편히 살기는 어렵지..연화 소저랑 점점 가까워 질수록 초아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커지네..'

연화 소저를 따라 모두 호수 안쪽으로 들어갔다.

발이 닿는 곳에서는 모두 편안하게 있었지만 점점 깊어질수록 몸이 긴장되는 게 느껴졌다.

"일단 수영은 물을 무서워하면 안되요. 물에서 편안하게 있어야 수영을 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먼저 물속에 들어가서 오래 있기부터 연습할께요. 제가 먼저 시범을 보일께요."

그 말과 함께 연화 소저가 물속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물 위 고개만 내민 채 그녀가 물속에 숨을 참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더니 물 속에서 우리 주위를 돌며 수영을 했는데 나와 내 방 동기들은 그 모습을 보며 너무나 아름다워 넋을 놓고 쳐다보고 있었다.

"무영아, 입 닫아. 침 흘리겠다."

"내가 그랬나.."

한참 후 연화 소저의 머리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우리는 박수를 치며 말했다.

"대단해요. 연화 소저. 물속에서 어떻게 그리 오래 버틸 수 있는지."

"맞아요. 물 속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있어서 인어인 줄 알았어요."

연화 소저가 수줍은 미소를 띄며 말했다.

"여러분도 연습하면 가능해요. 자, 지금부터 물 속으로 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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