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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무사의 귀환-82화 (82/114)

추대운은 나의 경지를 못 믿겠는지 다시금 물었고 나는 담담히 답해줬다.

"검강은 초절정 고수만 할 수 있는 거 아닌가?보고도 못 믿는거야?"

강소하가 약간의 서운함을 표현했다.

"그런데 왜 우리에게 말 안한거야?"

나는 속인 적이 없는데 솔직히 억울했다.

"너희가 안 물어봤잖아. 내가 먼저 나 초절정고수야.. 이렇게 말하는 것도 이상하고."

나의 답변에 모용욱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야..그래도 우리가 생각했던 경지와 너무 차이가 나잖아."

"날 어느 경지라고 생각했는데?"

내 물음에 세 명이 동시 대답했다.

"일류 정도?"

"내가 너희들이 알지도 못하는 작은 문파라서 겨우 일류 경지나 되겠구나 생각을 했던 거 아냐?"

나의 말에 허를 찔렸는지 세 사람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듯 아무 말 없이 딴 곳만 바라봤다.

그 때 방 밖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무영 소협, 안에 있어요?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이 청아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는 연화 소저의 목소리.

'그녀가 날 찾아 남자 숙소까지 왔구나.'

나는 즉시 문을 열고 그녀를 맞이했다.

"소저가 여기까지 무슨 일로? 아.. 들어오세요."

"아니에요. 소협과 따로 이야기하고 싶으니 잠시 밖으로 나갈까요?"

"네. 그러시죠."

내가 연화 소저와 함께 나가자 방 동기 세명은 부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밖으로 나온 연화 소저는 태산의 전경이 보이는 탁트인 벌판으로 날 데리고 왔다.

"무영 소협은 왜 날 도와준 거에요?"

그녀의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당황은 했지만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소저가 제가 아는 그녀와 많이 닮아서요. 그래서 다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어요."

"소협 역시 제가 아는 분과 외모는 다르지만 그분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고 말씀 드렸던 거 기억해요? 그런데 점점 비슷하게 느껴져서 자꾸 소협과 그분을 착각하게 되는 거 같아요."

"네? 착각이요?"

"네. 그분은 항상 절 지켜주었거든요. 오늘 절 지켜주셨을 때 그분의 마지막 모습이 소협과 겹쳐 보여서.. 조금 혼란스러웠어요. 단순히 소협과 그분이 닮아서 그랬던지.. 아니면 그동안 제가 소협에게 의지하고 있는건지.."

"......"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 연화 소저의 말을 곱씹으며 생각했다.

'내가 연화소저가 연모하던 분과 닮아서 어떻다는 거지? 나에게 호감이 있다는 건가?'

나와 연화 소저는 한참을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고백

한참을 말없이 있다보니 갑자기 어색함이 찾아왔다.

어색함을 깨고자 그녀에게 아무 말이나 건넸다.

"태산의 전경이 너무 아름답네요. 그렇죠?

"......"

그녀는 대답없이 날 한번 더 빤히 쳐다보더니 내게 물었다.

"전 소협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무영 소협은 절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녀의 공격은 너무나 빠르고 정확하게 내 귓가와 머릿속으로 파고들어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었다.

"잠시만 생각 할 시간을 주실 수 있을까요?"

"네. 기다리고 있을게요. 제가 여기 없다고 여기고 편하게 생각해요."

그녀는 나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태산의 경치를 보며 나의 반대편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소저에게 최대한 빨리 대답을 해줘야 하는데.. 내가 연화 소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던걸까...나도 그녀를 좋아하고 있나? 그럼 초아는 내게 어떤 의미지?'

그러면서 머릿속에 그동안 함께 생활하며 있었던 연화 소저와의 추억을 떠올려봤다.

첫만남부터 그녀와의 대화, 여자 숙소에서의 일, 그리고 오늘 그녀를 도와줄 때 감정들까지..

연화 소저와의 추억을 떠올리니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초아가 마음에 걸려 쉽사리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마음을 정리하고 그녀에게 말을 하였다.

"처음에는 제가 연모하던 분과 연화 소저가 닮아서인지 알았는데..언제부터인가 연화 소저가 자주 생각나고 얼굴도 보고싶고 계속 소저에게 관심이 갔어요. 그때는 그 마음이 어떤 감정인지 잘 몰랐는데 오늘 생각해보니 확실히 알 거 같아요. 다만.."

그녀는 내가 한 말의 의미를 이미 알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거면 되었어요. 마지막 말은 초아 때문인거죠?"

"네.. 초아는 제가 힘들 때 옆에 있어주던 좋은 친구라 상처 주고 싶지는 않네요."

"일단은 우리 사이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초아에게는 비밀로 해요. 그저 서로에 마음을 알았으니 좀 더 서로에 대해 알아 가자는 거니까요."

"네. 그렇게 해요. 그리고 먼저 말해줘서 고마워요."

"흠흠.. 원래 이런 건 남자가 먼저 해야 하는데 내가 안 나서면 무영 소협은 먼저 말 못 할 거 같아서 나선 거에요.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거에요."

연화 소저가 눈을 크게 뜨고 엄포를 놓는 모습 또한 귀엽게만 보였다.

"네. 앞으로는 잘하겠습니다."

내가 일부러 과장되게 군기가 바짝 든 말투로 대답을 하자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기대할께요. 이만 들어가요. 너무 오래있다가면 소협 방 사람들도 오해할 수 있으니.."

"알겠어요. 이만 가죠."

나와 연화 소저는 숙소 앞으로 돌아와 서로에게 인사를 나누고 방으로 돌아갔다.

내가 방에 돌아가보니 방 동기들이 내가 들어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내게 물어보려하기 전에 내가 먼저 말을 했다.

"연화 소저가 왜 불렀는지 만나서 뭐했는지 궁금한거지? 아까 도와준 거 고맙다고 불렀고, 별 이야기 없었어. 이제 궁금한 거 없지?"

"에이.. 그게 다야?"

"그래. 금방 돌아왔잖아. 뭘 기대한 거야?"

"아까 방 앞에서 연화 소저가 널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는데.. 이상하네.. 내가 잘못 볼 리가 없는데."

'그게 보였단 말이야? 강소하, 이 녀석 진짜 고수구나. '

"아무튼 소저와 난 아무 일 없었고, 아까 대결에 힘을 너무 써서 일찍 잔다."

내가 말을 마친 후 침상에 이불을 둘러쓰고 자는 척을 하자 아무도 나를 귀찮게 하지 않았다.

다음날도 역시 세 개의 줄 위에서 양쪽이 대결을 펼쳤다.

첫날에 패배로 전술 연구를 많이했는지 사도련 쪽의 움직임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첫날과는 다르게 무림맹에서 2개 부대와 사도련에서 2개 부대가 승리를 거두었다.

무림맹에서는 동악 부대와 남해부대가 사도련에서는 북부 부대와 서부 부대가 승리를 하였다.

'앞으로 점점 더 이기기가 어려워지겠어.'

패배한 부대들은 분한 표정으로 산속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승리한 부대들은 숙소 쪽으로 내려왔다.

그 때 전음으로 내 귓가로 들리는 5호의 목소리.

[숙소 내려가고 일각 후에 1호와 만나기로 했는데 너도 나올 수 있지?]

[그래. 어디서 볼거야?]

[사파 사람과 정파 사람이 서로 만나는 거 별로 안 좋게 생각할테니 뒷산 공터에서 보자.]

[알겠어. 이따가 보자.]

나는 첫날 5호와 얼굴을 보기는 했지만 대화하기에 좋은 상황이 아니었기에 그와 회포를 못 푼 게 많이 아쉬웠는데 일각 후에 만날 생각을 하니 기분 좋았다.

숙소에 도착한 후 일각 후에 방 동기들에게 적당히 둘러대고 1호와 5호를 만나기로 한 장소가 가보니 이미 적운과 풍현이 자리잡고 이야기 중이었다.

"어서와.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맞아. 내가 황궁에 가야만 너희를 볼 줄 알았는데 무림맹에서 우리 세 사람이 만날 줄이야."

나의 말에 적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여기서 18호를 만날 때만 해도 너무 신기했는데 5호까지 여기서 만나니 이제는 또 누구를 만나게 될 지 궁금해지는데. 하하하."

"이곳에서 7호와 27호까지 모이면 군부에 가 있는 친구들 빼고는 비사굴 때 우리 파벌이 다 모이는 셈인데.."

"......"

7호를 언급하는 풍현의 말에 적운과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왜 표정이 그래? 내가 무슨 말실수라도 했나?"

어차피 알게 될 일이기에 내가 여기까지 오기 전 겪었던 일과 7호의 일을 5호에게 이야기 해 주었다.

내가 군부에서 있었던 일을 들을 때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듣다가 황녀님과 7호의 일을 말해 주었더니 얼굴 표정이 굳어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동안 오랜시간 함께 생활하며 정들었던 7호가 떠났다는 슬픔에 흘린 눈물이라 생각했는데 나에게 7호가 정말 죽었는지 몇번이나 반문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오열하는 모습을 보고 뭔가 다른 감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1호가 내게 전음으로 말했다.

[7호 이야기를 듣고 5호가 상심이 클 거야. 5호가 7호를 많이 좋아했거든.]

[정말? 난 왜 몰랐지?]

[너희가 군부로 떠나고 우리끼리 따로 훈련을 3년간 받았잖아. 그때부터 5호가 7호에게 관심을 보였던 거 같아.]

[그랬구나. 그럼 7호랑 5호가 연인 사이였어?]

[그건 아니고, 7호가 한동안 널 그리워해서 5호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면서도 안 받아줬지.]

[7호가 날 그리워했다고? 그래서?]

[황궁에서도 5호가 꾸준히 7호에게 관심을 표현해서 조금씩 7호의 마음이 열리고 둘 사이가 많이 가까워졌던 걸로 알고 있어. 그런 때에 반란군이 쳐들어오고 그 뒤로 못 만났을 거야.]

5호의 모습을 보니 7호에 대한 마음이 얼마나 컸었는지 알 것 같았다.

한참을 오열하고 감정을 폭발시킨 뒤 진정이 되었는지 5호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좀 괜찮아졌어?"

"오랜만에 눈물을 쏟았더니 조금은 나아진 거 같네.."

"5호야, 상심이 크겠지만 힘내라."

나도 같은 아픔을 겪어봤지만 그에게 건넬 다른 위로의 말이 없었다.

"그래. 근데 그들 말로는 동창의 정화와 금위대 대장이란 자가 지시를 내린 거라 그랬지?"

"어, 그 당시 그들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이었으니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을거야."

"그 놈들을 어떻게 처리하지.."

풍현의 말에 적운이 대답했다.

"안 그래도 무영이가 그들을 잡을 세력을 만들려고 하고 있어."

"무영이가 세력을 만들고 있다고?"

"현무회라고 무영이가 만든 단체인데.. 나도 가입했고 점진적으로 뜻을 함께하는 고수들을 모아서 그 놈들을 처단 할거야."

"현무회? 설마 백번의 비무행을 모두 이긴 현무회 회주가 무영인거야?"

"맞아. 무영이가 고수들을 가입시키려면 명성이 높아져야 해서 비무행을 했다고 하더라."

적운의 말에 풍현이 나를 보고 진짜인지 물었다.

"적운의 말이 다 사실이야?"

"어. 맞아. 아직은 현무회가 제대로 갖춰진 조직이 아니라 갈길이 멀긴 한데..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곧 인재들이 들어오겠지."

"무영이 너도 고생이 많았겠네."

"그보다 넌 어떻게 파천문에 들어간 거야?"

"그게.. 어떻게 된거냐면.."

풍현이 황궁을 나와서부터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모두 이야기 해 주었다.

"그럼 3황자님은 황궁이 지긋지긋하시다고 산골에 은거하여 촌부로 살아가시겠다고 산으로 들어가신거야?"

"그래. 3황자님께서 워낙 강경하게 말씀하셔서 보내 드릴 수 밖에 없었어. 그리고 나서 난 이번 반란군에 무림 세력이 개입했다고 생각해서 사도련을 조사하려고 파천문에 들어간거고."

"거기에서 도제님의 눈에 띄어 그의 제자가 되었다고?"

"그게 어떻게 된거냐면 내가 그림자 무사 되면서 익힌 무공이 파천신공이었거든."

파천신공은 파천문의 초대 문주였던 파천신군의 독문무공.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무공이라 사파의 절대자로 군림했던 그의 무공이었지만 후대로 이어지면서 대성한 자가 거의 없었다. 현 문주인 도제만이 파천신공을 변형한 파천도법으로 대성을 이루어 사도련 련주 자리와 십대고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파천문에서 사부님 이외에 대성한 자가 없는 파천신공을 내가 대성에 가까이 도달했으니 사부님께서 날 제자로 선택 하신 거지. 그리고 제자가 되기 전 사부님께 사실대로 내 사정을 이야기 했더니 날 도와주신다고 하셔서."

"그 말은 사도련은 반란군을 도운 무림 세력이 아니라는 거지?"

나의 물음에 5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아직 세세히 알아보지는 못해서 사파 일부 문파가 참여 정황까지는 모르겠지만 사도련 전체가 조직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건 확실해."

"그럼 무림맹도 아니고 사도련도 아니면 반란군에 어느 세력이 개입한 걸까?"

나의 물음에 5호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였다.

"반란군에 그 정도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세력이라면 최소한 어느정도 기반을 갖추고 있어야하니 흑사회 또는 십대표국, 십대상단 아니면 마교 정도를 꼽을 수 있겠지?"

"그럼 넌 그 중에 어디를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생각해?"

"누가 유력한 후보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닐 것 같은 곳은 하나 있어."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닐 것 같은 곳 그건 어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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