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강력해보이는 그녀의 검기를 북해빙궁의 고수가 막아낼 엄두를 내지 못하고 피하다가 떨어져 버렸다.
그녀들이 그렇게 북해빙궁 고수 세 명을 순식간에 제압해버리자 북부 부대에서 쉽사리 올라오지 못했다.
너무나도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 검후의 세 제자에게 압도되어 버린 것이었다.
그대로 있으면 승기가 남해 부대 쪽으로 넘어갈 거라는 위기감이 들었는지 북부 부대에서 가장 뛰어난 고수들이 있는 파천문에서 올라왔다.
파천문 제자 세명이 줄 위에 올라서자 모두의 시선이 그들에게 향했다.
나도 역시 그들의 얼굴을 보던 중 한명의 얼굴을 확인하고 놀라며 급히 적운을 바라보았다.
적운 역시 그의 얼굴을 보았는지 움직임을 멈추고 그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운아, 5호의 얼굴 맞지?]
[맞아. 그런데 5호가 왜 저기에 있는거지?]
우리 두 사람은 사도련의 북부 부대에서 얼굴을 드러낸 5호를 보고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저들은 파천문의 제자들이라 했는데.. 5호가 파천문에 들어간 걸까?'
파천문 제자들 역시 검후의 세 명의 제자들처럼 사도련 련주이자 십대고수인 도제 선용우의 세 명의 제자였다.
검후 대 도제의 대리전이라 할 수 있는 대결이었다.
양쪽 다 자신들 사부의 명성이 달려있는 문제라 한층 더 긴장한 모습이었다.
도제의 제자들과 마주 선 검후의 제자들은 그들에게서 풍기는 기운으로 인해 시작부터 북해빙궁의 고수들과 대결할 때와는 다르게 긴장감이 커졌다.
양쪽이 첫 수를 겨루고 난 후 연화소저와 영경 소저 그리고 아민 소저는 상대가 자신들보다 하수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파천문의 세 제자들도 마찬가지로 여인이라 자신들보다는 조금은 약할 거라 생각했다가 일수를 나누고 생각이 변했다.
파천문 제자들은 방심하지 않고 자신들이 가장 자신있어 하는 무공으로 적극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상성상 정면대결에서는 도제의 무공과 검후의 무공의 싸움은 도제가 유리한 편이었다.
도제의 무공은 패도적이고 강력한 무공이 특징이라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건 검후의 제자들에게 손해였다.
평지에서 싸웠다면 조금은 달라졌겠지만 줄 위에서 도제의 무공을 쓰며 달려드는 그들을 상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이십초가 넘어가자 급격히 파천문 쪽으로 승부가 기울어지고 있었다.
결국 검후의 세 명의 제자 중에는 아민 소저가 제일 먼저 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아민 소저가 떨어질 때 쓴 절초로 인해 상대방도 피하지 못하고 상처를 입고 같이 떨어졌다.
몰아치는 듯한 공격을 하는 상대에게 영경 소저는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부딪쳐 대등한 승부를 펼치다가 서로 강한 일격을 펼치다가 두 사람 모두 중심을 잃고 떨어졌다.
줄 위에 남은 사람은 연화 소저와 5호 두 사람 뿐이었다.
연화 소저도 5호를 상대하기 위해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었고 5호도 급하게 상대할 생각이 없는지 빈틈을 찾으려 애쓰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미끄러지듯 달려나갔다.
강한 충돌이 있고 난 후 연화 소저는 3장을 5호는 2장을 뒤로 밀려났다.
밀려난 거리에서 5호가 연화 소저보다 살짝 우위에 있음이 드러났다.
5호와의 승부
그 뒤로 이어지는 5호의 거센 공격에 연화 소저는 계속 물러서며 방어하는 거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금방이라도 5호의 기세에 밀려 그대로 줄에서 떨어질 것만 같았다.
'전생에서도 그림자 무사 시절 5호의 실력은 결코 내 밑이 아니였다. 지금 어느정도의 수준으로 올라왔을지 모르겠으나 연화 소저가 상대하기 어려울 것 같군.'
하지만 연화 소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검을 고쳐잡고 5호에게 달려들었다.
그녀의 검이 떨리듯 움직임이면서 빙검기가 하나 둘씩 만들어지더니 5호 앞에 다다랐을 때는 열개가 넘게 만들어졌다.
'저 정도의 검기를 형성하려면 엄청난 내공이 필요하다. 그것보다 절정의 상급이 되어야 가능한 경지. 그녀가 내 생각보다 더 뛰어난 고수였구나.'
그녀의 검기가 잘게 쪼개지더니 암기처럼 5호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모든 이들은 5호가 막아내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 생각이 달랐다.
'5호의 저 눈빛은 당황한 눈빛이 아니다. 아직까지는 자신 있다는 표정이다. 내가 아는 5호는 확실하게 해결할 자신이 있기 전에는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지.'
5호의 검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의 검 주위로 굵은 막이 형성되며 연화 소저의 검기와 맞부딪쳤는데 그의 검과 닿으면서 그녀의 검기가 그대로 소멸되었다.
"와! 저건, 검강이다."
"파천문의 풍현 소협이 초절정 고수였다니."
5호의 검강을 보고는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5호의 이름이 풍현인가 보구나. 검강이라.. 벌써 나와 같은 초절정에 올랐을 줄이야..역시 대단한 녀석이야.'
당연히 검강을 보고 포기할 줄 알았지만 연화 소저는 끝까지 5호를 상대할 생각을 하고 있는 듯 자세를 잡고 있었다.
5호는 그녀를 보고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가 자세를 고쳐잡았다.
끝장을 보려는 생각인 듯 아까보다 더 강력한 검강이 그의 검에 형성되기 시작했다.
'저 검강을 그대로 맞상대하면 연화 소저가 위험하다.'
5호의 검날에 맺힌 검강을 보는 순간, 난 직감적으로 그녀가 피하지 않는 한 크게 다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녀 역시 그 검강의 위력이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울 거라는 걸 느꼈지만 여전히 피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빨리 피해야 되는데.. 연화 소저는 왜 무모하게 정면 대결을 하려는 거지?'
그녀가 위험한 상황에 놓인 것을 보자 나도 모르게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그녀를 향해 내 몸은 날아가듯 튕겨져 가고 있었다.
5호의 강력한 검강이 연화 소저의 검에 닿기 직전.
나의 검이 5호의 검과 먼저 닿았다.
"쾅"
검강과 검강이 맞부딪치면서 굉음이 터져나왔다.
나와 5호는 충격 여파로 뒤로 튕겨져 나가듯 밀려났다.
연화 소저는 방금의 상황을 보고 놀란 듯 나를 쳐다보았고 5호도 갑작스런 상황에 놀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검강 대 검강의 충돌이라니.."
"와! 남해 부대에도 초절정고수가 있다."
나는 연화 소저에게 다가가 물었다.
"소저 괜찮나요? 다치진 않았어요?"
"전 괜찮아요. 그보다 소협이 이렇게 뛰어난 고수인 줄 몰랐네요."
"경지는 소저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아요. 제가 허락도 없이 대결에 끼어들어 죄송해요."
"아니에요. 소협 아니었으면 큰 낭패를 당할 뻔 했어요."
"그럼 지금부터는 제가 상대할테니 연화 소저는 밖으로 물러나서 조금만 쉬고 계세요."
"그럼 부탁 할게요. 감사해요. 무영 소협."
그녀가 나를 보며 미소를 지어주고 줄 밖으로 물러났다.
그런 나를 보고 5호가 물었다.
"대단한 고수군요. 어느 문파 소속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현무문에 신무영이라 합니다. 아까 듣기로 파천문의 풍현 소협이라 들었는데 맞는지요?"
"네. 맞습니다. 현무문이라.. 처음 듣지만 소협을 보니 그 문파 역량도 대단할 것 같군요."
'지금 5호에게 내 신분을 밝혀야 하나? 믿어주려나? 그러고보니 전생에도 5호와 한번도 제대로 겨루어 본 적에 없었네.. 이 기회에 한번 그의 진짜 실력을 확인해볼까..'
생각을 정한 나는 검을 고쳐잡고 그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저에게도 한 수 가르침을 주시겠어요?"
"오히려 제가 가르침을 받아야할 것 같은데요. 그럼 시작해 볼까요?"
나는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생각하여 가장 자신 있는 현무검결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5호는 처음보는 자세의 현무검결을 이채로운 눈길로 바라보며 그 역시도 가장 자신있게 선 보일 수 있는 파천검법을 준비 하고 있었다.
현무검결의 검강이 검풍을 일으키며 5호를 향해 날아들었으나 그가 하늘을 가를 듯 수직으로 쳐 내리는 그의 파천검에 나의 검강은 허공에서 흩어지고 말았다.
'나의 검강을 그리 가볍게 막아낼 줄이야.'
그 다음에는 5호의 공세가 시작되었다.
상단, 하단 가릴 것 없이 정신이 없을 정도로 폭풍처럼 그의 검이 나의 요혈을 노리고 들어왔다.
나는 급히 검을 들어 그의 검세를 하나 하나씩 막아내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허공으로 뛰어오른 5호, 하늘에서 천지를 뒤덮을 듯 그의 파천검강이 나를 향해 덮쳐왔다.
유령문의 유령무흔보를 펼치며 그의 공세에서 벗어난 후 그가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잡기 전에 빠르게 그에게 접근한 후 현무한빙검으로 그의 검을 직접 내리쳤다.
5호는 나의 유령무흔보를 보고 무언가 당황한 눈빛이었다.
그가 현무한빙검을 막으면서 검을 타고 들어오는 나의 음한진기를 느끼고 급히 나를 밀어내려 했지만 나는 검을 밀착시켜 떨어지지 않게 하며 계속 음한진기를 흘려 보냈다.
'빨리 밀어내지 않으면 이 대결에 승기는 나에게 넘어올걸. 5호야, 이제 어떻게 할거냐?"
5호는 생각을 정했는지 그 역시 검을 통해 나에게 내공을 흘려 보냈다.
'내공 싸움으로 가자는 건가?'
한참을 서로 내공을 주고 받으면서 난 느낄 수 있었다.
5호의 내공이 얼마나 심후한 지를.
하지만 나는 대성을 목전에 둔 양의심법이 있기에 내 몸으로 들어온 성난 황소처럼 난폭한 5호의 내공을 잠재울 수 있었다.
하지만 5호는 내 음한진기에 내상을 입었는지 점점 안색이 나빠졌다.
그 때 나에게 전음으로 적운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영아, 너 무슨 생각인거야? 5호를 크게 다치게 할 생각 아니라면 그만 멈춰.]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고..'
내가 5호와 밀착 되어있는 내 검을 떼어내고 뒤로 물러서자 그가 의아한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5호의 눈빛을 나는 이해 할 수 있었다.
이미 승기를 다 잡았고 그대로 가면 내가 이길 게 뻔했는데 그 상황에서 물러나니 이해하기 힘들 수 밖에.
나는 그에게 전음을 보냈다.
[오랜만이다. 5호야. 나 18호야. 기억하지?]
나의 전음에 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넌 18호가 아닌데.. 네가 날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얼굴이 달라져서 그러는 거구나. 이건 인피면구야. 저기 정파 쪽을 봐. 1호도 있어.]
[1호? 1호가 이곳에 있다는 거야? 네가 정말 18호라고?]
[그래. 내가 1호에게 너에게 전음을 보내라고 말할께.]
멀리서 날 보고있는 1호를 향해 전음을 보냈다.
[5호가 내가 18호라는 걸 못 믿네. 네가 좀 이야기 해 줘.]
[그래. 알았다.]
잠시 후 5호의 표정 변화를 보니 1호의 전음을 들은 듯 했다.
[야 18호,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면 바로 이야기 했어야지. 실컷 때리고 지금 알려주는 거냐?]
[미안. 한번도 너랑 제대로 겨루어 본 적이 없는 거 같아서 네 실력이 조금 궁금해서..]
[전부터 네 녀석 실력은 인정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상대하기 두려울 정도의 괴물이 되었네.]
[엄살 피우지마. 네 실력이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난 알고 있으니까..]
[이곳에서 회포를 풀기에 적당치 않으니 나중에 다시 만나 이야기 하자.]
[그래. 그럼 이번 승부는 어떻게 할까?]
[내가 마무리 할테니 지켜만 봐.]
전음을 마친 5호가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더니 붉은 선혈을 게워냈다.
그러더니 잠시 휘청거린 후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동작들이 이루어져 모두 그가 내상을 심하게 입은 줄 알 것 같았다.
'와! 5호가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면 나도 속을 뻔 했군.'
적운의 표정을 보니 5호의 걱정을 많이 하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안심을 시켜주기 위해 전음을 보냈다.
[5호가 이 대결을 마무리를 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거니까 너무 걱정마.]
[진짜야? 선혈까지 토해내서 속았잖아.]
[나도 5호가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나에게 자신이 마무리한다고 한 후 그리 했으니 다른 사람들이 속이려 한 거겠지.]
[그렇다면 다행이구. 그나저나 5호가 어떻게 사도련 련주의 제자 되었는지 신기하네.]
[그러게. 한명은 정파의 최고수인 검성님 제자, 또 한명은 사파의 최고수인 도제의 제자. 둘이 숙명의 적수로 만나게 되었는데 기분이 어때?]
[사부님과 도제님의 사이가 어떻든간에 나와 5호의 관계가 먼저였으니 아무 상관없어.]
'역시 5호와 절친한 사이인 1호의 대답다워. 1호와 5호를 보고 있자니 예현과 석견이가 막 보고 싶어지네.'
5호가 내상을 입고 떨어진 모습을 본 후로 북부 부대에서는 쉽사리 줄 위로 올라오지 못했다.
하여 내가 앞쪽에서 줄을 지키며 남해 부대원들을 통과시켰다.
간간히 북부 부대의 고수들이 나에게 공격을 해 오기는 했으나 모두 내 상대가 되지 못하고 나가 떨어지며 남해 부대의 승리로 끝이났다.
첫날은 무림맹의 완승으로 끝나자, 무림맹 사람들은 환호하며 숙소로 돌아갔고, 사도련의 사람들은 분한 표정으로 노숙하기 위해 장소를 찾아 나섰다.
승부가 마무리 된 후 숙소로 돌아온 나를 보자마자 방 동기들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너 정말 초절정 고수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