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교관님이 보통 실력은 아니라 생각했지만 초절정 고수일 줄이야. 교관님과 맹주님이 사형제 지간이며 십대고수셨던 무극검제님의 제자라니..'
그날부터 그 누구도 교관님의 말에 불만을 표하거나 대충 배우려하는 자가 없었다.
진무 교관님이 우리를 가르치고 한달이 되었을 때 무림부대원들은 그가 처음 말한 대로 정예병이 되어 있었다.
"한달동안 잘 따라주었다. 이제 어딜가도 정예병이라 평가 받을 만큼은 된 거 같다. 이제 내 역할은 여기까지고 이제부터 두 달간은 너희들이 스스로 한계를 깨는 훈련하려 한다."
진무 교관님의 말에 대부분 당황스러운 표정이 얼굴이 나타났다.
이제 한 고비를 넘었나 했는데.. 또 다시 한단계 더 어려운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에..모두들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내일부터 실전 훈련을 진행하겠다. 일단 오늘은 푹 쉬거라."
"네. 교관님."
초아가 내게 다가와서 물었다.
"넌 군부에서 훈련을 받아봤잖아. 교관님이 말하는 실전 훈련이 뭘 말하는거야?"
"우리 때는 딱히 실전 훈련까지는 하지 않았어. 전장에 배치되서 실전을 치루었다고 봐야하나.."
"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굉장히 어려운 걸 시키려는 건 분명한데.."
"내일이 되면 알겠지."
그 때 내게 들려오는 전음이 있었다.
[무영아, 오늘 술시(19시)에 호수에서 보자.]
나도 전음을 보낸 적운에게 전음 보냈다.
[알겠어. 그래. 이따가 그곳에서 보자.]
훈련을 마친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 쉬고있다가 저녁을 먹었다.
그런 후 나는 산책을 하겠다며 조용히 빠져나와 호수에서 적운을 만났다.
"무슨 일이야? 그동안 며칠동안은 전음으로 이야기하더니 갑자기 호수로 불렀어?"
"네 이야기를 듣고 반란군을 도운 무림 세력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는데 전혀 단서가 나오지 않아서..답답해서 너와 이야기 좀 해보려고.. 그런데 무림맹은 확실히 믿을 수 있는거야?"
"그건 나도 확신은 못해. 아니길 바라는 거지. 무림맹이 개입하지 않았어도 정파 문파 중에 있을 수도 있지. 그래서 그것도 알아보기는 할 거야."
"그럼 오늘 나와 같이 알아보자."
적운의 말에 내가 이해가 되지 않아 되물었다.
"무슨 소리야? 오늘 같이 알아보자니?"
"내가 무림맹에 파견 나오신 우리 문파 장로님께 들었는데.. 오늘 무림맹 수뇌부 회의가 있대."
"네 말은 수뇌부 회의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들어보자는 거야? 언제인데?"
"응. 일단은 작은 단서라도 찾아야 하니까. 이각 후에.."
"그래. 그럼 얼른 가서 회의 시작 전에 들어가서 숨어 있자."
적운과 나는 은신술을 펼치며 무림맹 본부로 잠입했다.
'오랜만에 1호와 함께 은신술까지 쓰니 무경원 때로 돌아간 듯 한 느낌이 드는군.'
무림맹의 전각들마다 경비는 있었지만 은신술을 쓰고 있어서 그들은 우리를 발견하지 못했다.
[어느 곳에서 수뇌부 회의를 하는지 알고 있어?]
나의 전음에 적운이 전음을 보냈다.
[저기 보이는 전각에서 회의가 있을 예정이야.]
적운이 말한 전각을 바라보니 전각 층 마다 전등이 달려 있어서 대낮처럼 밝았다.
'몰래 잠입하기 쉽지 않겠는데..'
적운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한참 전각을 바라보다가 말을 했다.
[아무래도 그냥 들어가는 건 쉽지 않겠지? 내가 저들에게 가서 널 신경 못 쓰도록 할테니 너 혼자라도 들어가서 알아내도록 해.]
[괜찮겠어? 네가 갑자기 나타나면 의심받지 않겠어?]
[장로님을 뵙겠다고 찾아왔다고 하면 큰 문제는 없을거야.]
[알겠어. 들어가서 내가 잘 알아올께.]
[그래. 조심하고 이따가 보자.]
전음을 마친 적운은 천천히 걸어나가 그들에게 다가갔다.
걸어오는 적운을 발견한 그들은 경계하며 적운에게 다가가 이것저것 묻느라 다른 곳에 대한 경계가 누슨해지는 게 느껴졌다.
그 때 나는 은신술을 극성으로 펼치며 전각으로 숨어들었다.
전각 안에 있는 회의실로 숨어든 나는 몸을 숨길 곳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방안에는 공간도 없었고, 초절정 고수들이 있는 곳에 들키지 않고 숨어있기도 쉽지 않다고 생각해서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 문을 닫은 후 숨어 있었다.
일각정도 지나자 한 두명씩 무림맹 수뇌부들이 회의실로 들어와 자리잡기 시작했다.
먼저 온 사람들끼리 서로 인사를 하며 대화를 하던 중 맹주와 진무 교관이 들어오자 인사를 나눈 후 본 회의가 시작되었다.
"내일부터 본 훈련이 시작되는구려. 진무 교관, 준비는 다 되었소?"
"네. 맹주님.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
맹주와 진무 교관의 말을 듣고 무림맹 장로들이 말을 하였다.
"맹주님, 이번 결정은 너무 위험한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들을 무림맹에 들이다니요.."
"이러다가 내일 훈련에서 사상자라도 나오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그들의 말에 맹주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위험이 닥칠 수 있어서 결정한 일이니 더이상 반대는 하지 마시요."
"하지만 무림부대원들은 이것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데 내일 알게 된다면 충격이 클 겁니다."
"우리의 적은 그들이 아니요. 현재 우리 앞에 있는 적은 후금이요. 그것만 명심하면 되오."
맹주가 강경한 어조로 말하자 장로들도 더이상 말을 하기 힞들었다.
"이 일은 진무 교관이 잘 맡아서 처리하도록 하시요. 교관만큼 전문가는 없으니.."
"네. 맹주님. 그리 하겠습니다. 한가지만 물어보겠습니다."
"말해보게. 진무 교관."
"사상자가 나오면 안됩니까?"
"음.. 실전과 같은 훈련인데 안 나올 수가 있겠나.."
"많이 나와도 괜찮나요?"
"어차피 여기서 실전을 제대로 경험하지 않으면 그곳에서 더 위험할테니 그 문제는 내게 맡기고 강도는 최대로 하게나."
"네. 맹주님."
"그럼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서.."
"툭-"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회의실에 정적이 흐르고,
'누구지? 적운이 다시 왔을 거 같지는 않고..누가 소리를 낸거야? 누군진 모르겠지만 그 놈 때문에 나까지 발각되겠는걸.'
"웬놈이냐?"
무림맹의 수뇌부 서너명이 검기로 창문을 부수며 튀어나왔다.
소리를 낸 자는 창문이 부셔지는 걸 보자마자 급히 전각을 내려가 무림부대원들이 쓰는 숙소 방향으로 냅다 달렸다.
나는 그들에게 발각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몸을 숨기며 그들이 나를 발견하지 못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녀와의 비밀
다행히 무림맹 수뇌부들은 그 자를 쫓아가느라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가는 듯 했다.
조금 안심하고 숨을 돌리려는 찰라에 전각 아래에서 경비를 서던 무림맹 무사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이런 젠장.'
다음 일을 생각할 겨를도 일단 전각을 뛰어내려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첩자가 더 있다. 잡아라."
무사들이 소리를 치며 나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쫓아오고 있었다.
나를 뒤쫓는 무림맹 무사들을 따돌리기 위해 돌아가다보니 남자 숙소에서는 멀어지고 오히려 여자 숙소에 가까이 오게 되었다.
'초아에게 도움을 청해볼까? 일단은 어디로든 숨어야겠다.'
나는 일단 저들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자 숙소로 뛰어들어갔다.
여자 숙소에는 들어왔지만 초아의 방은 찾지 못해 복도에서 두리번 거리고만 있었는데 혹시라도 다른 여자들이 방에서 나오다 마주칠까봐 초조해졌다.
'전에 초아에게 어느 방을 쓰는지 물어 볼걸.. 괜히 들어왔나.. 이제는 쉽게 나가지도 못하고 큰일이군.'
일단 복도에 서 있는 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되어 비어있는 공간을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문이 살짝 열려 있으며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들어간 곳이 하필이면 여인들이 몸을 씻는 곳이었다.
다행히 그곳을 이용하고 있던 사람은 없었기에 숨어 있기에는 좋은 장소였으나 혹시라도 여인들이 들어올까봐 걱정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입구에 있는 탈의실에서 서성이고 있었는데 복도에서 이곳으로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젠장.. 이곳으로 들어오면 안되는데.. 일단 안쪽에 숨어야겠다.'
나는 주렴을 조심스럽게 젖히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발걸음은 점점 가까워지고 잠시 후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의 인기척이 들렸다.
'지금 나갈 수도 없고, 정말 큰일이다.. 어디 숨어야지.'
안을 둘러보니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따뜻한 물이 가득 담긴 나무로 된 큰 통이 두 개가 놓여져 있고 그 외에는 띡히 숨을 곳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일단 큰 통의 뒷편으로 조심스럽게 몸을 숨겼다.
숨죽이고 있는데 들어온 여인이 옷을 벗는 소리가 들렸다.
그 여인이 주렴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아무도 없네. 사매가 올 때까지 씻고 있어야겠구나."
'이 목소리는 연화 소저다.'
아는 목소리가 들려 반갑기도 했지만, 그녀라면 날 도와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짝 고개를 내밀어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다 벗고 있지는 않구나. 흰 천으로 몸을 감싸고 있으니 다 벗기 전에 지금 나가서 도움을 청해야겠다. 아.. 지금 갑자기 나가면 당황해서 소리를 지를 수도 있으니 전음을 써야겠군.'
그녀가 나신의 상태가 아니라는 걸 확인한 나는 그녀에게 전음을 보냈다.
[연화 소저, 저 무영이에요. 저의 전음이 갑작스럽게 들려 놀라셨겠지만.. 제가 사정이 있어서 지금 이곳에 있습니다.]
나의 전음에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풀려고 하던 흰 천을 꽉 잡으며 말했다.
"무영 소협? 어디에 있는 거에요?"
나는 나무통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연화 소저, 놀래켜서 미안해요. 사정이 있어서.."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왜 하필이면 여자들이 씻는 곳에 들어와 있는거죠? 설마.. 말로만 듣던..변태?"
그녀는 흰천으로 가려있지만 가슴을 자신의 양손으로 감싸며 나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었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저 절대..그런 사람..아니에요.그게 사람 없는 곳을 찾아 들어왔는데 이곳이였어요."
"그럼 무슨 사정인지 말해봐요."
'그녀에게는 사실대로 털어놓아야하나..'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무림맹.. 누가 오는 거 같아요."
내가 그녀에게 막 사실을 털어 놓을 찰라에 이곳으로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렇군요. 발걸음 소리가 들리네요."
"전.. 어떻게 하죠."
내가 당황한 모습을 보이자 그녀가 말했다.
"저 큰 통으로 빨리 들어가요."
"네? 통 안으로요?"
"어서요. 들어가서 눈 감고 있어요."
그녀의 말대로 나는 큰 통안으로 들어가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는 흰 천을 몸에서 풀어버린 후 그 천으로 큰 통을 덮었다.
잠시 후, 발걸음 소리를 내며 오던 여인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연화 사저, 여기 있어요?"
'저 목소리는 영경 소저구나.'
연화 소저는 영경 소저에게 대답을 했다.
"네. 사매. 안에서 씻고 있어요."
"혼자 씻고 계신 거에요?"
"네.. 혼자에요."
"그럼 저도 같이 씻어요."
"아니에요..전 곧 나갈꺼에요."
"긴장을 많이해서 몸에 땀이 많이 났어요. 땀냄새 때문에 씻어야 하는데 저 금방 씻을테니 같이 나가요."
말이 끝나자마자 영경 소저의 옷 벗는 소리가 들렸다.
주렴을 젖히고 들어온 영경 소저가 들어오려 하자 연화 소저는 급히 내가 있는 큰 통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들어오자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고 그녀의 체취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연화 소저는 나신일텐데 나와 같은 통 안에 있다니..음..상상하면 안돼..그런데 이 좋은 향기는 뭐지. 언젠가 맡아본 향기인데..'
그녀는 나신 상태로 물에 들어와 같은 통 안에 함께 있게 된 나에게 전음으로 당부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