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자 무사의 귀환-77화 (77/114)

적운의 차분하고 담담한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네가 현무회를 도와주길 바란거지. 무당파의 힘을 원한 건 아니니까 걱정 안해도 돼. 무당파의 해가 되는 일 또한 하지 않을거니까 그것도 안심해도 돼."

"그래. 널 믿어. 그럼 나도 이제 현무회 식구인가? 현무회 사람은 많이 모였어?"

"아니. 아직 너와 나 포함 세명이야."

적운이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세 명? 내가 너무 성급하게 가입했나?..."

"내일 시간이 되면 그 한명을 소개시켜줄게."

"여기에 와 있는 거야?"

"응. 무림맹에 함께 왔어. 그러고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네."

"그럼 시간도 늦었는데.. 돌아가고 내일 시간이 될 때 다시 보자."

"그래. 내일 보자. 너 먼저 들어가."

적운은 무당파의 경신법인 제운종을 펼치게 사라져갔다.

나도 경신술을 쓰며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에 들어가자 방 동기들 셋이 나를 둘러싸며 말했다.

"지금까지 뭐하고 왔어?"

"초아 소저를 만난 거야?"

"다른 소저들도 나왔어?"

나는 그들을 한번씩 쳐다본 후 말했다.

"그게 그렇게 궁금해?"

"그럼 당연히 궁금하지."

"초아는 안 만났어. 속이 안 좋아서 호수를 한 바퀴 돌고 왔어."

"우리 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

"사실이니까..정 못 믿겠으면 내일 초아에게 물어보던가..난 피곤해서 일찍 자야겠다."

내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침상에 누워버리자 다들 기대한 대답을 못 들어서인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동기들도 침상에 누웠다.

첫날 피곤함 때문인지 다들 침상에 눕자마자 코를 골며 깊은 숙면을 취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하고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며 오늘부터 있을 첫 훈련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각(30분)후 무림맹에서 본부 앞으로 집합 명령이 내려졌다.

부대별로 나누어 줄을 서고 부대에서는 다시 단별로 줄을 맞춰섰다.

먼저 온 초아와 연화 소저가 반갑게 나를 맞아주었다.

"무영아, 어서와. 내 뒤에 서."

"응. 고마워. 초아야."

"무영 소협, 반가워요. 어제 잘 잤어요?"

"네. 연화 소저도 잘 잤어요?"

"네..저도 잘 잤어요."

화무단에 속한 다른 사람들과도 간단히 인사를 나누었다.

그 때 정렬해 있는 무림부대 앞으로 두 사람이 멀리서부터 걸어왔다.

그 중 중후한 느낌의 한 중년인이 먼저 말을 하였다.

"나는 무림맹의 맹주 공손후요. 이렇게 용감하고 뛰어난 정파의 인재들을 만나게 되어 영광이외다. 내가 급한 일로 인해 어제 입소식을 참석을 못해 송구하게 생각하고 있소이다. 오늘 이렇게 여러분을 모이라 한 건 어제 못한 내 소개를 하기 위함도 있으나 소개해 줄 사람이 있어서요. 자 이쪽으로 오시요."

맹주가 부르자 다른 사내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아니.. 저분이 어떻게 이곳에..'

맹주와 함께 온 사내는 바로 내가 처음 군사 훈련을 받았던 군부의 진무 교관님이었다.

"여기 이분은 최근까지 군부에서 교관을 맡았던 진무 장군이요. 나와는 어릴 적 무예와 학문을 동문수학한 형제 같은 사이이외다."

"반갑습니다. 군부에서 온 진무라 합니다. 군부에서 훈련생들만 가르치다가 무림 고수분들을 군사훈련을 가르치게 되었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짧은 기간 안에 최선을 다해 여러분들을 최고의 정예병이 되도록 만들어 보겠습니다."

"진무 교관님 최고! 우리를 정예병으로 만들어 주세요."

"와! 최고의 정예병이 되자."

나는 아는 척을 할 수는 없었지만 교관님을 오랜만에 봐서 무척 반가웠다.

그리고 생각보다 무림부대원들 대부분의 진무 교관님에 대한 반응은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훈련을 받기 시작하면 교관님이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을걸.'

난 군부에서 군사훈련을 받은 지 9년이 지나긴 했지만 그때의 기억이 남아 있었다.

그 당시 진무 교관님의 훈련 강도가 얼마나 강했던지.. 아직도 기억을 할 정도였다.

그렇기에 교관님의 출현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진 교관님, 너무 부드럽게만 말씀하시면 부대원들이 본 훈련 때 적응을 못 할 수도 있으니.. 훈련생들을 대할 때처럼 해 주세요. "

맹주님의 말에 진무 교관님이 다시 말을 시작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원래는 여러분을 전혀 맡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맹주님이 군부까지 직접 찾아오셔서.. 거절하기 힘들어 맡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맡은 이상 여러분은 최소 한달 이상은 지옥을 맛 볼 겁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단단히 각오를 하시길 바랍니다."

교관의 말에 부대원들의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자, 그럼 지금부터는 훈련생이라 생각하고 말을 놓겠다. 이의있나?"

"없습니다."

"좋다. 그럼 지금부터 옷을 나눠줄테니 숙소로 가서 환복하고

일각 안에 돌아온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교관님의 말에 다들 옷을 들고 숙소로 부리나케 뛰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맹주님과 교관님이 대화를 주고 받았다.

"생각보다 적응력들이 좋군. 안 그런가?"

"맞네요. 사형. 잘만 가르치면 북방에 가서 맹위를 떨칠 수도 있겠어요."

"자네만 믿네. 사제."

맹주님이 가시고 교관님은 환복한 우리들과 첫 훈련을 바로 시작했다.

"기본 제식 훈련과 병장기 다루는 훈련을 시작하겠다."

기본 제식 훈련과 병장기를 다루는 훈련을 시작한다고 하니 다들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일부 무림인은 직접적으로 말을 하였다.

"우리가 진짜 군인도 아니고 꼭 그런 걸 배워야합니까? 병장기를 다루는 법이라니.. 우리는 무림인이에요. 병장기는 교관님보다 더 잘 다루는.. 제대로 된 훈련을 가르쳐 주십시요."

"자네 말도 일리가 있군. 기초를 이미 갖추고 있는 자들은 굳이 기초부터 할 필요는 없지. 소속 문파와 자네의 이름을 말해보게."

"하북팽가의 소가주 팽소위라 합니다."

"하북팽가라면 도법이 유명하니.. 자네 도를 제법 잘 다루겠군. 맞나?"

"도라면 어릴 적부터 밥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제 몸에 붙어있어죠. 훗.. 도는 제 몸의 일부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

"그럼 나와 도법으로만 대결하여 자네가 이기면 기초 훈련 없이 바로 전술 훈련에 들어가겠네. 어떤가?"

"좋습니다. 한번 해 보지요."

무림부대원들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웅성웅성 거렸다.

"군부 사람이 무림인 그것도 절정 고수를 상대할 수 있을까?"

진무 교관님과 팽소위의 대결이 갑작스레 만들어졌다.

'진무 교관님의 실력을 짐작만 했을 뿐 직접으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군. 그래도 왠지 교관님이 질 것 같지 않다.'

팽소위는 하북팽가의 소가주로 최근 절정고수에 올라 정파 후기지수 중에 이름이 꽤나 알려진 자였다.

그래서 그는 항상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이번 대결에도 그는 자신감이 있어보이는군.'

그에 반해 진무 교관은 담담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비무는 갑작스럽게 시작되었다.

잠입

하북팽가가 현재는 세가 많이 약해져 오대세가에는 못 들어가지만 십대세가에서는 여전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명문정파였다.

하북팽가는 가문의 무공으로 도법이 유명한데 그 중에서도 오호단문도와 혼원벽력도는 강호 일절로 손꼽힌다.

그런 곳의 소가주이니 팽소위의 실력이 보통은 아님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먼저 공격을 시작한 건 팽소위였다.

도를 들고 자세를 잡으며 진무 교관에게 달려드는데 물 흐르듯 너무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였다.

'과연 하북팽가의 소가주답게 기본기가 탄탄하구나.'

많은 이들이 보고 있어서인지 팽소위는 압도적 무위를 보여주려는 듯 혼원벽력도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초식 위주로 펼쳤다.

하북팽가 고수들과 상대해 본 무림인들은 초식에 강맹하면서도 예리한 면도 균형있게 섞여 있는 무공인 오호단문도에 비해 혼원벽력도는 강맹한 위력을 더 강조한 초식들이 대부분이라서 무공이라 실전에서는 혼원벽력도보다 오호단문도를 상대하기가 더 까다롭다고 말들을 한다.

실제로도 팽소위가 더 제대로 익힌 무공은 오호단문도였는데 군부 출신 진무 교관을 그가 조금은 얕잡아 본 것도 있고 이번 기회에 하북팽가의 혼원벽력도의 위력을 제대로 알리겠다는 포부도 섞여 혼원벽력도를 펼친 것이다.

혼원벽력도 제 3장 벽력파천.

혼원벽력도 초식 중에도 위력 하나만 놓고 보자면 최고라는 초식을 처음부터 펼쳤다.

팽소위가 자신의 도에 도기가 실으면서 혼원벽력도의 위력이 더 배가 되어 지켜보는 모든 이의 시선이 그의 도에 집중되었다.

'절정 고수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하군. 도기의 선명함도 떨어지고, 실전 경험이 부족한 지..초식 운용이 엉망이야.. 처음부터 저런 초식을 펼치면 바보 아닌 이상 누가 저런 초식에 당하겠어.'

팽소위의 도기가 자신의 도를 덮은 후 진무 교관을 향해 내리칠 때만 해도 진무 교관이 위기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어! 진무 교관님이 왜 피하지 않으시는 거지? 설마 저렇게 위력이 담긴 초식을 같이 맞상대하시려는 건가? 위험한 선택인데..'

나조차도 진무 교관님이 선택을 잘못한 거라 여길 정도였다.

하지만 진무 교관님이 자신의 도를 꺼낸 후 팽소위의 도기를 직접 상대하기보다는 조심스럽게 빗겨쳐내며 팽소위의 도에 덮여있는 도기를 사과의 껍질을 깎듯이 조금씩 벗겨내고 있었다.

"와! 교관님 실력이 엄청나다. 팽소위의 도기를 벗겨내고 있다."

팽소위의 압도적인 위력에 쉽게 쓰러질 줄 알았던 진무 교관이 오히려 섬세한 동작으로 반전시키자 그곳에 모인 무림인 대부분이 환호하며 지켜보았다.

'저렇게 위력이 많이 담긴 도기를 섬세하게 벗겨낼 수 있다는 건 진무 교관님이 절정 고수에 오른 지 아주 오래 되었다는 거고 무공 경지는 초절정에 가깝거나 이미 초절정 고수라는 의미인거지.'

강한 위력이 담긴 무공을 더 강한 위력으로 없애는 건 쉽지만 섬세한 동작만으로 제거한다는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그게 눈 앞에서 펼쳐지자 팽소위는 꽤나 당황한 모습이었다.

팽소위는 혼원벽력도로 진무 교관을 상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가장 자신 있는 무공인 오호단문도로 무공을 바꾸었다.

오호단문도 제 1장 교교호신

혼원벽력도처럼 화려하고 강맹함을 조금 줄었지만 팽소위의 도는 날카롭고 예리하게 진무 교관을 빈틈을 찾아 파고 들었다.

진무 교관은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팽소위의 도를 모두 피한 뒤 팽소위를 향해 자신의 도를 힘없이 휘둘렀다.

팽소위를 전신을 향해 가고 있는 진무 교관의 도는 누가보더라도 힘이 없이 막힐 게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내 눈에는 보였다.

그 도를 감싸고 있는 도강의 빛을..

'저 도는 나조차도 쉽게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하기 힘들 정도다.'

무극도법 제 3장 허무일도.

팽소위는 자신에게 날라오는 교관의 도가 힘은 없지만 속도가 빠르다는 점 때문에 피하기에 늦었다고 판단했는지 자신의 도를 올려 자신의 가슴 앞에서 교관의 도를 막아섰다.

잠시 후,

"서걱---"

팽소위의 도가 진무 교관의 도에 의해 정확히 반토막이 나버렸다.

"믿을 수 없어.. 내 도가.. 잘리다니.."

단 한번도 이렇게 무참히 패하여 본 적이 없는 팽소위는 혼잣말을 뱉더니 정신적 충격을 못 이기고 그대로 쓰러졌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다들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교관은 팽소위에게로 다가가 그의 혈을 점혈하며 말했다.

"팽소위가 주화입마에 빠질까 싶어 혈을 봉했으니 같은 방 동기들은 팽소위를 방으로 옮기게."

그의 방 동기들이 팽소위를 숙소로 데려가고 정리되자 정신을 차린 무림부대원들이 환호를 하며 말했다.

"와! 진무 교관님이 초절정 고수시다."

"그리고 아까 마지막 무공 무극검법 아니였나?"

"맞아. 전대 십대고수셨던 무극검제님의 무공인 무극검법과 흡사했어."

지금은 이미 죽고 없지만 전대 십대고수로 정파 무림의 최고수 중 한 사람이었던 무극검제의 무극검법을 알아 보는 이가 많이 있었다.

"아직까지 나의 사부님의 무공을 알아보는 이가 있었군. 내 무극도법은 사부님의 무극검법을 도에 맞게 변형시킨 무공이다."

아까 사라졌던 무림맹주가 어느샌가 나타나 말했다.

"내가 한발 늦었군. 오랜만에 사제의 무공을 볼 수 있는가 했더니 벌써 끝났어."

"맹주님과 교관님이 사형제 지간이십니까?"

"그렇네. 나와 진무 사제는 무극검제라 불리셨던 사부님께 함께 가르침을 받았던 사이지. 사부님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사제는 군부에 들어갔고 난 무림에 남은거고."

무림맹주인 공손후의 무공 경지는 십대고수급으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는 직전에 있었던 무림대회에서 10등 안에 들었다.

하지만 이미 십대고수 자리는 비어있는 게 없어서 대신 십대고수급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런 무림맹주의 말까지 듣고 나자 무림부대원들이 진무 교관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그들은 존경심이 가득찬 눈빛으로 진무 교관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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