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자 무사의 귀환-76화 (76/114)

"무사부님, 그간 강녕하셨는지요?

"아니..귀한 분께서 갑자기 여기까지는 어떻게 오셨습니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말하기는.."

2황자의 말을 이해했는지 청풍진인은 2황자를 모시고 본산으로 올라갔다.

1호도 2황자를 호위하기 위해 따라 갔다.

그들은 중간에 해검지를 지나갔다.

"두 분은 검을 이곳에 맡기십시요."

2황자는 순순히 검을 내려놓았지만 1호가 검을 내려놓지 않고 있었다.

"난 이분의 호위로서 검을 지녀야겠습니다."

"그럼 이곳을 통과하지는 못하십니다."

해검지를 지키는 적윤 도장과 1호가 눈빛으로 기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이에 2황자가 1호에게 말했다.

"검을 내려놓게. 이곳은 무사부님도 계시고 정파 무림의 성지인 무당파 본산인데 무슨 일이 있겠는가.."

"알겠습니다."

2황자의 말에 1호는 자신의 검을 내려놓고 해검지를 통과했다.

무당산을 한참동안 오르니 드디어 무당파 본산 제자들이 머무는 전각들이 보였다.

"무사부님, 무당파가 이렇게 높은 산 위에 있는 줄은 몰랐네요."

"그 덕분에 하체 근력도 키워지고 경공술 수련에도 꽤나 도움이 됩니다. 허허."

"적들도 이곳은 올라오다가 지쳐서 싸우기 힘들 거 같습니다."

"그것도 맞는 말씀입니다. 적을 상대하기에도 좋지요."

"그렇군요. 무사부님, 잠깐 조용한 곳에서 이곳에 오게 된 사정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들어가시지요."

2황자는 청풍진인과 비어있는 전각 안으로 들어가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 하였다.

1호는 그 전각 앞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눈앞에 펼쳐진 무당산 전경이 그동안 자신이 살던 황궁과는 전혀 달라서 낯설었지만 태어나서 처음 보는 자연의 웅장한 모습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와! 이런 곳이 있었다니..무당산은 산 자체에서 신묘한 느낌마저 드는구나. 이런 곳에서 수련하면 훨씬 수련도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 '

1호는 가끔 황궁 밖의 세상이 궁금하였는데 의도치는 않았으나 중원 십대절경 중에 하나인 무당산 전경을 보게 되니 그에게도 작은 꿈이 생기고 있었다.

'황궁으로 돌아가게 되면 중요한 일을 잘 마무리되면 조기 은퇴를 하고 황궁에서 나와 무당산 같은 곳에 은거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1호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 시선을 끄는 무당파 본당 앞에 파여진 일곱 개의 점을 보게 되었다.

그는 그 일곱 개의 점을 보고 있으니 머릿속에 북두칠성 별자리가 떠올랐다.

'칠성검진이 북두칠성을 보고 만든 거라더니 파여진 일곱개의 점은 칠성진법을 수련하기 위해 만들었나보군. 북두칠성,그러고 보니 내가 익힌 무당의 검을 떠올려보니 자연을 많이 닮아있구나.'

1호는 자신이 익힌 무공 중에 무당파의 무공을 떠올리며 명상에 빠져들었다.

얼마 후 2황자외 청풍진인이 대화를 마치고 전각 밖으로 나왔는데 1호가 깊은 명상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고 조용히 청풍진인이 그 옆에서 호법을 서 주었다.

1호가 두시진(4시간)쯤 뒤에 깨어나고 그 때에는 2황자와 청풍진인 말고도 한 명의 신선 같은 느낌을 풍기는 도인이 서 있었다.

"드디어 깨어났군. 두시진 동안 호법을 서느라 좀 뻐근하구만.자네 깨달음이 좀 있었는가?"

청풍진인의 말에 1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작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호법을 서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형, 소협이 무당파에서 본당 앞에 있는 칠성진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으니 이건 무당파의 것이 아닙니까? 허허"

청풍진인의 말에 사형이라는 사람이 말했다.

"인연이 있으니 칠성진을 보고 작은 깨달음이라도 얻을 수 있었겠지. 무당 제자여도 저것을 보고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제자들이 수없이 많은데 말이야."

'청풍진인의 사형이신가보구나. 외부인인 내가 칠성진을 보고 깨달음을 얻은 걸 알고도 저리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다니 과연 명문 정파의 대인배 같은 마음이로군.'

"사형, 2황자를 제자로 받기로 하셨으니..이왕이면 무당과 인연도 있는 듯 한데 여기있는 이 소협도 함께 받아주시면 어떻겠습니까?"

청풍진인의 말을 듣고 1호는 크게 놀랐다.

'이게 무슨 소리지? 2황자님을 제자로 받는다니? 황자님이 무당파 제자가 되기로 했단 말인가? 무당파의 무공을 배우기 위해서인가..'

"인연이라면 그리하겠지만 본인이 원하는지도 묻지 않고 어찌 우리 마음대로 정할 수 있겠나.. 허허."

청풍진인의 사형이 그리 말하자 1호는 2황자에게 물었다.

"2황자님, 진짜로 무당파 제자가 되시기로 정하신 것 입니까?"

"그렇네. 그리고 난 이제 더이상 황자가 아니네. 무림인이 되기로 마음먹은 이상 황자의 지위를 버리고 오직 무당파의 제자로서 살아갈 걸세."

1호는 2황자의 눈빛에서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자네는 어찌 할 생각인가? 무당파의 제자가 될 생각이 있는가?"

1호는 청풍진인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지켜야 할 2황자님이 무당파 제자가 되었다. 그렇다면 나 또한 그 분의 옆에 있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무당파 제자가 될 수 있을까?'

1호는 심사숙고 끝에 결론을 내렸다.

"많이 부족하지만 무당파 제자로 받아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무당파의 법도를 배워 무당인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여기 나의 사형이자 무당파 장문인님이신 청운진인에게 구배지례 올리게."

'아니! 이분이 무당파 장문인님이셨구나. 내가 장문인님의 제자가 되는건가..'

1호는 청운진인에게 구배지례를 올리고 그의 제자가 되었다.

"넌 이제 무당파의 제자가 되었다. 너의 도호는 적운이다. 앞으로 행동을 삼가 조심하고 무당파의 명성에 누가 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네. 사부님."

"그럼 여기는 네 사형인 적성이다."

사부인 청운진인이 2황자를 가르키며 말하자 적운은 당황해하며 말했다.

"황자님이 제 사형이라고요?"

"적운 사제, 이제 나는 황자가 아니야. 너의 사형인 적성이다. 앞으로 잘 부탁해."

"...네. 사형."

황자와 호위무사 관계였던 두 사람은 사형제 지간으로 변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그 날부터 청운진인 지도 아래 2년동안 열심히 수련을 하던 중 무림맹에서 날아온 무림부대 창설 소식을 듣고 그의 사부인 청운진인에게 말을 했다.

"사부님, 저희도 무림 부대에 참가하고 싶습니다."

"복수심 때문이더냐?"

"그것보다 이 나라가 이민족에 의해 위급한 시기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적운이 네가 다녀오거라."

청운진인의 말에 적성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사부님, 왜 사제만 다녀오라고 하십니까? 저도 가고 싶습니다."

"넌 아직 수련이 부족하다. 적운은 제 한 몸 지키고 다른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넌 오히려 도움을 받아야 할 실력이니.. 내 밑에서 좀 더 배워야한다."

청운진인의 말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적성은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사제.. 내 몫까지 활약하고 와. 그리고 꼭 무사히 다녀와야해."

"네. 사형. 잘 다녀올께요."

적운은 사부와 사형 그리고 문파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고 그날 바로 무림맹으로 향했다.

***

교관님의 정체

적운이 그간의 일을 나에게 모두 이야기 한 후 말했다.

"이렇게 된 거야. 난 네가 군부에 남아 있는 줄 알았는데 이곳에서 네가 전음으로 나에게 18호라는 말을 할 때 얼마나 놀랬는지.."

"그간 고생이 많았네. 어찌됐건 이렇게 널 다시 만나게 되니 정말 기쁘다."

"나도 그래. 6호와 11호는 잘 지내고 있나?"

"이제는 석견이와 예현이야. 내가 군에서 나올 때까지는 잘 지냈었는데..지금은 소식이 끊겨서 알 수가 없네."

"그렇구나. 그 친구들이 이번 후금 침입 때 가장 큰 피해를 본 북방 군영에 있었으니 사고없이 무사해야 할 텐데 걱정이네."

"그 친구들이라면 분명 무사할거야. 나와 함께 요동에서 생사 고비를 얼마나 많이 넘겼는데.. 이번에도 무사 할 거라 난 믿어."

"그래. 우리가 북방으로 갈 때까지 그렇게 믿고 있자."

적운은 십년 만에 봤지만 그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그 당시에도 체격이 컸었고 얼굴도 지금과 많이 달라지지 않아서 적운을 보고 있으니 나도 그 때로 돌아간 듯 한 착각이 들었다.

"혹시 5호와는 연락을 주고 받지는 않았어?"

"응. 황궁을 나오고 나서는 누구와도 연락이 닿지 않았어."

"널 보고 있으니 5호도 보고 싶네. 그 녀석이라면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겠지?"

"그래. 난 다른 사람은 다 걱정해도 5호 걱정은 안해. 그 녀석은 어떤 환경에서든 살아남을 거니까..곧 우리 앞에 무사하게 나타나겠지."

"그래. 5호라면 충분히 그럴거야."

"탈영까지 하게 된거는 7호 때문에 그런거야?"

'황녀님 이야기를 해도 믿지 않을테니 어쩔 수 없군.'

"뭐..그렇지. 그 때 7호와 약속을 했잖아. 십년 안에 찾으러 가겠다고. 7호가 황녀님을 모시고 남쪽으로 내려갔다기에 탈영해서 무작정 나도 남쪽으로 내려갔어."

"흔적은 찾았고?"

"찾기는 찾았는데.. 이미 한발 늦어서 살리지는 못했어."

"뭐라고? 7호가 죽었다고? 황녀님도?"

"응.. 내가 흔적을 찾을 때는 이미 금의위가 황녀님과 7호를 죽이고 시체를 태우고 있을 때였어."

"그 시체가 황녀님과 7호인 건 확실한거야?"

나는 품안에서 황녀님의 목걸이를 꺼내 보여주었다.

"이건 너도 알지? 황녀님의 목걸이.. 이게 그 시체에서 나왔어."

"어떻게..그런 일이.. 7호야..정말 그렇게 가 버린거니?,흑흑흑."

적운은 7호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눈물을 참지 못하고 목 놓아 울었다.

한참을 운 적운은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나에게 물었다.

"7호의 복수는 해 준거야? 7호까지 죽일 정도면 금의위 놈들 보통 놈들이 아니었을텐데.."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금의위 다섯을 제거했어. 그중에 진유한도 있었고.."

"금의위의 북진무사 지휘사 진유한? 그는 절정 고수인데..다섯 명 중에 그 자가 있었는데 제거를 했다는 거야?"

"난 진유한만 상대했어. 나머지 4명은 동료들이 제압했고.."

"너 실력이 무경원 있을 때보다 많이 좋아졌구나? 난 그림자 무사 수련 받고 너희들과 차이가 많이 벌어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흠흠.. 우리도 그동안 놀고만 있지 않았다고.. 전장에서 실전을 얼마나 많이 경험했는데.."

적운은 인정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래. 실력 향상을 위해 실전만한 게 없지. 혹시 배후도 알아 냈어?"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일단 알아낸 바로는 동창 정화와 새로 생긴 부대인 금위대의 대장, 이 두 사람이 지시를 내린 것 같더라."

"금위대? 대장? 처음 들어보는데.."

"반란군이 황궁을 장악한 후에 만들어진 부대 같아."

"넌 그럼 지금 그들을 상대하려고 하는거야?"

"아니.. 지금 당장 황궁에 있는 그들을 상대하기는 어려워서 반란군에 동조한 무림 세력부터 찾으려고 해."

"너의 계획은 반란군에 동조한 무림세력을 찾아서 그들을 제거하고 세력을 키워 반란군까지 제거하겠다 이건가?"

"그래. 그래서 지금 조금씩 기반을 닦고 있어."

적운은 내가 기반을 닦고 있다는 말에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기반을 닦았는데? 문파라도 만들었어?"

"현무회라는 단체를 만들었어. 무림맹처럼 나와 뜻을 함께할 동료를 포섭할거야."

나의 말에 적운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현무회? 요즘 무림을 뒤흔들었던 비무행을 네가 했었다는 거야?"

"무당파에서 수련만 하던 네가 내 소식을 알 정도면 내 비무행이 성공적이었군."

"그럼 네가 벌써 초절정 경지란 말이지? 무림 백대고수인거고."

적운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나도 나름 죽어라 수련했는데 아직 절정 중급 경지를 못 벗어나고 있는데..넌 벌써 초절정이라니..이러다가 곧 십대고수 안에 드는 건 아니겠지?"

"다음 목표는 십대고수이기는 해. 내 명성이 높아져야 현무회에 고수들을 포섭하기 쉬워지니까."

"내가 사부님을 보며 십대고수는 사람이 아니고 신선에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넌 십대고수에 근접해 가고 있구나.. 대단하다.. 대단해."

적운은 나에게 진심으로 감탄하는 표정이었다.

"십대고수와 대결해 본 적 있는데 아직 차이가 큰 편이야. 그 분이 살살 봐 주면서 했는데도 완패를 당했으니.. 열심히 수련해서 쫓아가야지."

"십대고수와 대결을 해 보았다고? 넌 오늘 나를 여러 번 놀래키는구나."

"너도 너의 사부님이신 검성님과 대결을 하지 않았어?"

"난 아직 사부님의 일방적인 가르침을 받고 있는거지. 그건 그렇고.. 현무회에 내 자리는 있는 거지?"

적운의 말에 나는 반색하며 말했다.

"넌 언제든 환영이지. 나도 아까부터 너에게 그 부탁을 하고 싶었어."

"그런데 왜 바로 이야기를 안했어?"

"네가 무당파 소속이라 현무회에 속해서 돕는 게 불편할까봐서.."

"그건 걱정하지마. 내가 현무회에 가입한다고 해도 무당파에 해가 될 만한 일은 네가 시켜도 하지 않을 거고 네가 그런 일을 시키지 않을 거란 걸 믿고 있으니까. 다만 날 통해 무당파 힘을 동원하고 싶은 거라면 미안하게도 난 그럴 위치도 아니고 있다해도 난 내 자신의 능력만 너에게 보태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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