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자 무사의 귀환-74화 (74/114)

"감사합니다. 소협은 어디 문파시죠?"

"전 섬서성에 있는 화산파의 추대운이라 해요."

'초일 형님과 아는 사이겠구나. 지금 신분으로는 초일 형님을 아는 척 하면 안되겠지..'

"아! 십대고수이신 검존께서 계신 화산파 제자시군요. 무공 실력이 대단하시겠어요."

나의 칭찬에 살짝 민망해하면서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는지 미소를 지으며 겸양의 말을 했다.

"사부님은 대단하시지만 전 아직 무공실력이 많이 부족해요."

"검존님에 제자라고요?"

"네. 화산파 영소호 장문인님의 막내 제자입니다."

"와! 십대고수님의 제자라니.. 검존님에게 무공을 배우고 너무 좋겠어요."

나의 말에 추대운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추대운을 이어 깔끔한 회색 의복을 입은 사내가 말을 했다.

"전 점창파의 강소하라고 합니다."

점창파는 구파일방에 속하며 쾌검술로 유명한 문파였다.

최근에는 세가 점점 강해져 구파일방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쾌검술로는 무림에서 최고로 꼽는다는 사일과 분광검법으로 유명한 점창파 제자분이시군요. 소협은 어느 것을 익히셨습니까?"

"전 사일검법을 익히고 있습니다. 아직 경지는 많이 낮지만요. 하하."

'사일검법은 익히기가 쉽지않아서 장로급 아니면 장문인의 제자 정도로 극소수만 익히고 있다고 들었는데 강소하 소협은 점창파에서 낮은 지위는 아니구나.'

"대단하시네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그 쾌검술을 한번 보여주십시요."

"그리 하도록 하지요."

강소하를 이어 화려한 노란색 비단옷을 입은 사내가 자기 소개를 하였다.

"모용세가의 모용욱이라 해요."

"모용세가 또한 십대고수이신 검왕께서 계신 곳이 아닙니까?"

모용욱은 내가 자신의 세가를 알아보자 기분이 좋은지 환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흠..저희 아버지가 십대고수이시기는 합니다만."

"모용세가 가주님의 아들이셨군요. 대단하네요."

"모용세가 딱지만 달았지..전 차남이라 그냥 별 거 없어요. 하하하."

나를 제외한 이 방에 모인 자들은 무림맹 전체에서 상위에 있는 문파들의 후기지수들만 모여 있었다.

'일부러 이렇게 배정한 것은 아니겠지만 나만 너무 차이가 나는군. 현재 정파 내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문파들의 후기지수들이 다 내 방에 있다니..흠흠.."

하지만 그들은 그것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이제 우리 모두 소개가 끝났으니 어려워 하지말고 편하게 지냅시다."

"맞아요. 함께 방을 쓰는 사람끼리 더 친하게 지내요."

'명문 정파의 제자들답게 인성 교육을 제대로 받은 모양이야. 다들 좋은 사람들 같구나.'

세 사람 모두 성격이 좋은 탓에 하루도 지나지 않아 나는 방 사람들은 많이 친해 질 수가 있었다.

첫날은 훈련도 없고 방에서 쉬다가 방 사람들과 저녁 식사를 하러 가는데 우연히 초아와 연화 소저를 마주쳤다.

"무영아, 지금 밥 먹으러 가는거야? 우리랑 같이 먹자."

"그래요. 무영 소협 우리와 같이 먹어요."

"나도 일행이 있어서..오늘은 첫날이라 우리 방 사람들과 같이 먹어야 할 거 같은데.."

나의 말에 초아가 우리 방 일행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어차피 우리 방도 네 명이야. 뭐.. 네 명씩 같이 앉아서 먹어도 될 거 같은데.. 소협들 저희랑 같이 밥 먹는 게 싫은거 아니죠? 호호호."

초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리 방 사람들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소저, 저희가 얼른 가서 자리를 맡아 놓겠습니다."

"무영아, 우리가 먼저 가서 준비하고 있을테니..네가 소저들을 식당으로 잘 모셔와."

"그래. 무영아, 우리가 먼저 가서 음식을 받아 놓을테니 넌 여성분들 잘 모시고 와."

나에게 그렇게 말한 세 사람은 갑자기 경신술을 쓰며 식당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방에 있을 때는 굉장히 점잖아 보이던 사람들이 이렇게 달라지네. 역시 남자에게 여자란 무서운 존재군.'

"무영아, 너희 방 사람들 여성에 대한 예의가 좋은 사람들이네. 너도 같이 있으면서 좀 배워두렴. 호호호."

초아의 말에 연화 소저가 나를 힐끗 쳐다보며 초아에게 물었다.

"왜요? 무영 소협은 여성에 대한 예의가 없나요?"

"무영이는 예의가 없다기보다는 여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잘 모르는 거 같아요."

"그건 심각한 문제인데.. 무영 소협, 미리 잘 배워둬야 해요. 그래야 좋아하는 여인을 마음 고생시키지 않죠. 호호호."

"그래도 전보다 아주 조금은 나아진 듯 해요. 호호호."

두 사람은 나를 놀리는 게 재미있는 듯 웃으면서 즐거운 표정이었다.

"두 사람이 절 놀리는데 너무 쿵짝이 잘 맞아서 원래부터 잘 알던 절친한 사이인 줄 제가 착각할 정도네요."

나의 말에 연화 소저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사과를 했다.

"무영 소협, 미안해요. 저희가 너무 놀려서 화 났어요?"

"아니에요. 뭐..제가 여인의 마음을 잘 이해 못하는 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인데요..원래 초아에게 자주 듣던 말이에요."

"제가 자주 무영이에게 한 말이에요. 그래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거에요."

"무영 소협이 생각보다 마음이 넓으신가봐요. 이런 걸 다 받아주시는 거 보면..그럼 앞으로 저도 놀려도 괜찮은거죠? 호호."

'흠..연화 소저의 웃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뭐라 하지를 못하겠군.'

"자, 이제 절 충분히 놀렸으면 식사를 하시러 가시죠."

"우리 방 사람들도 데려가야지. 이쪽으로 와요. 주소은 소저, 당영 소저."

주소은 소저와 당영 소저가 초아에게로 다가왔다.

"초아 소저, 옆에 계시는 분은 누구시죠?"

"저와 같은 문파 동기에요. 무영아, 인사드려. 나와 방을 함께 쓰시는 아미파 주소은 소저고 이쪽은 사천당가의 당영소저."

"반갑습니다. 현무문의 신무영이라고 합니다."

'겉모습으로만 보면 주소은 소저는 단아하며 여성스러울 거 같고 당영 소저는 새침하고 도도할 거 같다. 두 사람이 겉모습은 정반대이군.'

"반가워요. 주소은이에요."

"난 당영이에요."

'당가라면 당상으로 인해 악연이 있는데... 뭐 지금은 인피면구를 쓰고 있으니..괜히 어려워 할 필요는 없겠지.'

"네. 반갑습니다. 자, 이제 모두 식사 하러 가시지요."

반가운 얼굴

내가 초아 일행과 함께 식당으로 들어서자 나의 방 동기들 세 사람이 손을 흔들며 우리를 불렀다.

"무영아, 이리로 와."

우리는 그들이 맡아 놓은 자리에 가서 앉았다.

"무영아, 밥 먹기 전에 아리따운 여성분들 소개 좀 시켜줘. 모르는 남자들과 같이 앉아서 밥 먹는 것보다는 이름이라도 알아야 여성분들이 덜 불편해 하지. 하하. 아니면 우리부터 소개를 할까?"

"그게 좋을 거 같은데. 그치. 초아야?"

"그래. 그러는 게 좋을 거 같은데.. 남자분들부터 소개해 주세요."

"네. 저는 화산파의 추대운 이라고 합니다."

"전 점창파의 강소하 라고 합니다."

"모용세가의 모용욱 입니다.."

남자들의 소개를 들은 초아가 말했다.

"다들 명문세가와 대문파의 제자시네요. 호호. 전 무영이와 같은 문파인 현무문의 신초아라고 해요."

"문파의 크기가 중요하나요.. 이름도 얼굴처럼 아름다우시네요."

"아름답다고 해 주시니 빈말이라도 듣기 좋네요. 호호. 감사해요."

"전 거짓말을 못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본 여인 중 제일 아름다운 여성분이세요."

추대운이 초아의 미모에 반했는지 계속 칭찬했다.

"이번에는 연화 소저가 소개를 하시죠."

나는 추대운의 말을 얼른 끊고 연화 소저에게 말했다.

"네. 저는 남해검녀문의 소연화라고 해요."

"아. 이번에 검후님의 제자 세 분이 오셨다더니 그 중에 한 분이 여기 계셨군요. 검후님의 제자분들은 전부 미인들이라 미모로 뽑았다는 말이 돌던데 사실이었군요. 너무 아름다우세요."

강소하의 과한 칭찬에 연화 소저는 살짝 민망한 듯 얼굴이 빨게 지며 말했다.

"아니에요..너무 과한 칭찬에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과하다니요. 오히려 제 칭찬이 부족한 거 같네요."

강소하의 칭찬이 계속되려 하자 난 재빨리 그의 말을 끊고 소은 소저에게 말을 했다.

"이번에는 소은 소저께서 자기 소개를 해 주세요."

"네. 전 아미파의 주소은이라고 해요."

모용욱은 소은 소저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만 바라보고 있다가 말을 했다.

"아미파에서 차기 검후가 나온다면 주소은 소저가 될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건 그저 호사가들이 과장하여 이야기한 거에요. 저희 문파에도 저보다 뛰어난 사저나 사매들이 많이 있는 걸요."

"너무 겸손해 하지 않으셔도 되요. "

나는 이어 당영 소저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당영 소저께서 자신의 소개를 하시지요."

"난 사천당가에서 온 당영이에요."

사천당가..정파지만 독으로 가장 유명한 세가.. 당문이라고도 불리고 무림인들에게 절대 적으로 삼으면 안되는 문파로 인식되어 있는 곳이었다.

세 사람 역시 당영의 소개를 듣고는 살짝 당황한 표정이었다.

"사천당가! 아..소저가 그 유명한 당문의 독봉이셨군요."

"반가워요. 당영 소저. 명성은 익히 들었어요."

'당영 소저가 사천당가에서 나름 유명한가 보군.'

"제가 무슨 명성이라 할 게 있나요."

"너무 겸손하신 말씀이시네요. 당가 가주께서 당영 소저가 여인이라 당가를 못 물려주는 게 한스럽다고 하셨다는데.."

"맞아요. 그리고 당가에서는 독으로는 가주님이신 독왕을 제외하고는 독봉이 최고다 라는 말도 있고요."

"제 소문이 그렇게 났나요? 그건 호사가가 지어낸 소문에 불과해요. 전 여인의 한계를 극복 못한 반쪽짜리 무림인이에요."

"네? 반쪽자리 무림인이라니.. 당영 소저.. 그게 무슨 소리세요?"

"아버지께서 정말 제 실력이 출중하다고 여겼으면 여자라 해도 저에게 세가를 물려 주려고 하셨겠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당영에게 모용봉이 말했다.

"그건... 당가 뿐만 아니라 무림세가의 대부분이 여자 가주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두려움이요? 남자는 되고 왜 여자는 세가의 대표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게.. 익숙치 않은 새로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라 하는 게 맞을 거 같네요. 그렇다고 저는 그것을 옹호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전 새로운 변화가 계속해서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당영은 모용봉의 말을 듣고 조금은 납득이 되는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당가 역사상 여자 가주가 없었으니 당영 소저가 이번에 당가에도 새로운 변화를 일으켜 보십시요. 응원할께요."

"저도요. 당영 소저를 응원해요."

추대운과 강소하의 말에 당영 소저 표정이 밝아지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말이라도 고맙네요.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무표정한 표정으로 있을 때는 살짝 차갑고 도도해 보였는데 당영 소저도 밝은 표정을 지으니 인상이 달라 보이는구나.. 천상 여자야.'

우리는 자기 소개 후 조금은 친해져 다른 주제로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 곳에는 여러 사람들이 한 사내를 둘러싸고 있었다.

여러사람들 틈 사이로 잠시 그 사내의 얼굴이 보였다.

그 사내는 내가 낮에 시선을 못 떼던 그였다.

그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무리를 이끌고 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저 사람은 누구길래..저리 많은 이들이 쫓아다니는 거야?"

나의 물음에 추대운이 답해주었다.

"나도 얼굴은 처음 보는데 듣기로 무당파의 장문인님이신 청운진인의 제자라 하더군. 무당파에 입문 후 한참 동안 폐관 수련을 하다가 최근에 마치고 무림에 나왔다고 하더라."

"저 사람이 십대고수이신 검성님의 제자라고?"

내가 크게 놀라며 묻자 추대운이 반문했다.

"왜 그렇게 놀라? 혹시 아는 사람이야?"

'내가 아는 이가 맞다면 그가 검성님의 제자일 리가 없는데.. 내가 얼굴을 잘못 본건가?'

"제가 아는 사람과 너무 닮아서 그인가 했는데..검성님의 제자라면 아니겠네."

"그래. 네가 아는 사람이 아닐거야. 저 사람은 무당파의 적운도장이야."

'그래도 확인을 해 봐야겠다. 전음을 보내봐야지.'

나는 주변에 여러사람들과 함께 식사 중인 그에게 전음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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