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자 무사의 귀환-71화 (71/114)

초아의 말에 내가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복수를 한다고 하면 가지 말라고 말릴 줄 알았더니...의외인데.."

"너랑 같이 지낸 지 벌써 2년이나 되었는데.. 널 모를까봐.. 넌 내가 가지 말라고 해도 어차피 갈테니까."

"내가 그랬을려나.."

"차라리 가는 사람 마음 불편하지 않게 편히 보내 주자는 깊은 뜻이 담겨있는거지.."

"방금 이 말 안 들었으면 살짝 서운할 뻔 했어. 후후."

***

초아가 예상한대로 한달 뒤 무림맹과 사도련에서 후금과 맞설 무림 부대를 각각 창설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무림 부대에 아무나 받아주지는 않겠지?"

"응. 아마도 문파에 소속된 신원이 확실한 사람들만 받아줄 거 같은데."

"그럼 난 무슨 문파로 지원하지?현무회?"

"그러면 네 정체가 드러나잖아..그건 아직 안돼."

"그러면...어떻게 하지?"

내가 고민을 하는데 초아가 큰 문제 아니라는 듯 말을 했다.

"내가 신생문파 하나를 만들어서 원래 있었던 문파처럼 서류를 조작 해서 하오문을 통해 무림맹에 전달하면 통과될거야."

"그래?그렇게 간단히 해결이 되는거야? 그럼 신생문파의 이름은 뭘로 하지?"

"그냥 간단히 현무회에서 이름을 따 와서 현무문으로 하자."

"현무문.. 이름.. 괜찮네."

"그럼 그렇게 진행하도록 할게."

"네 덕분에 일사천리로 진행되네. 고마워."

나는 초아가 대신 서류를 조작하여 넣어준 덕분에 심사에서 통과하여 무림맹이 만든 무림 부대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무림맹 산하 무림 부대는 남부지역, 서부지역, 동부지역, 북부지역 문파들을 지역별로 4개 단으로 나누어 배치하였다.

나는 남부지역 부대로 배치 되어 집결지인 광동성 외곽으로 이동하였다.

남부지역에 있는 정파 문파들은 하나도 빠짐 없이 거의 다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인원이 모여있었다.

여기에 모인 무리 중에 가장 대문파인 해남파가 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나머지 중소문파들도 체면상 소수의 인원들을 파견하여 이곳저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정파는 의와 협을 중시하기에 이런 자리에 빠지면 두고두고 욕을 먹을까봐 나온 문파도 있을 거 같긴 한데...내 생각보다 많이 왔구나.'

위지세가와 중견 문파들도 간간히 보였지만 남부지역 부대에서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 된 것은 역시나 구파일방에 속해있는 해남파와 겨우 3명만 파견보냈지만 검후의 영향력 때문에 아무도 무시할 수 없는 남해검녀문이였다.

남부지역 부대를 이끌 지휘관은 해남파의 장로이자 남해삼십육검의 대가로 쾌검술의 달인인 섬뢰검 전소욱이였다.

그의 의해 남부지역 부대의 명칭은 남해부대로 정해졌고 또 다시 그는 문파별로 다섯개의 단을 나누어 명성이 있는 자들로 단주를 임명을 했다.

단의 이름은 오행에 따라 금무단, 화무단, 목무단, 토무단, 수무단으로 이름 붙여졌다.

'전소욱이라는 자가 생각보다 짜임새 있게 부대를 구성하는군.'

군부에서 지휘를 해봤던 나에게는 그래도 빈틈이 보였지만 내가 나설 상황은 아니였기에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다.

난 5개의 단 중에 남해검녀문에서 나온 세 명의 여인 중 한명이 단주를 맡은 화무단으로 배치를 받았다.

검후의 명성 때문에 그의 제자들에게도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다들 면사를 쓰고 있어서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가 없군.'

그 때 단주를 맡은 이가 화무단의 단원을 모아놓고 말을 하였다.

"반가워요. 전 남해검녀문의 대제자 유아민이에요. 같은 단이 되었으니 잘 부탁해요."

"저희도 잘 부탁드립니다. 단주님."

'남해검녀문의 대제자라면 검후의 수제자인가 보구나. 실력이 뛰어나겠군.'

그런데 단원 중 한명이 손을 들더니 유아민에게 말했다.

"그런데 단주님의 얼굴은 계속 저희에게 안 보여 주실 겁니까?"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그렇게 자랑할 만한 얼굴이 아니라 면사로 가리고 있었네요."

그렇게 말하며 면사를 걷자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유아민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녀를 보며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와! 예쁘시다. 우리 단주님 최고!"

그런 모습을 보며 유아민이 말을 했다.

"저보고 예쁘다고 하면 저의 사매들은 저보다 몇배는 더 예쁜데.. 얼마나 놀라실지..호호호."

그녀의 말에 모든 이의 시선이 그의 사매들에게 쏠렸다.

그의 사매 중 한 명이 유아민에게 말했다.

"사저, 여기까지 와서 또 장난 치시는 거에요?"

"영경 사매, 나 장난 친 거 아닌데.. 우리 남해검녀문에서 두 사매가 제일 아름다운 건 사실이잖아."

"아민 사저, 그럼 저는 빼 주세요. 제가 감히 연화 사저의 외모와 비교가 되나요."

영경이라는 사매가 자신을 언급하자 연화라는 사매가 말을 했다.

"영경 사매, 무슨 소리에요.. 사매가 저보다 훨씬 나은데.."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난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목소리는...전생에서도 들었고 꿈에서 수천 번도 더 들었던 황녀님의 목소리다..확실해.. 황녀님이 살아계신 건가?'

나는 그 목소리에 홀린 듯 연화 소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 때 유아민 단주가 두 사매에게 다가가 말을 했다.

"알았어. 장난 안 치면 되잖아. 화내지마. 사매들."

유아민은 그렇게 그녀들을 안심을 시키더니 갑자기 두 사매의 면사를 들어 올렸다.

얼굴이 드러나자 사람들은 두 사람의 미모에 탄성을 자아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와, 검후님의 제자를 미모로 뽑았나봐... 왜 이렇게 다들 아름다운거지."

"단주님도 예쁜 얼굴이지만 진짜로 두 사매들은 더 아름답구나."

"남해검녀문에는 선녀들이 살고 있다더니 세 사람 모두 선녀가 확실해."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걸어가다 그 두 사람의 얼굴이 드러났을 때 실망에 빠지고 말았다.

'두 사람 다 아름다운 건 맞지만.. 황녀님이 아니다.. 무공을 모르는 황녀님이 남해검녀문에 제자가 되었을 리 없지..'

그래도 목소리가 황녀님과 너무나 똑같았기 때문에 약간의 기대를 갖고 그녀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가 말을 걸었다.

"연화 소저, 뭐 좀 물어봐도 될까요?"

나의 목소리에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말했다.

"네. 소협. 제게 무엇을 물어보고 싶으신가요?"

"십대고수이신 검후님을 존경하는 사람인데요. 궁금해서 묻는건데.. 소저께서는 언제 검후님의 제자가 되셨나요?"

"전.. 그 분의 제자가 된 지 십년 정도 되었어요."

"아! 그러시군요. 검후님의 제자가 된 지 십년이면 엄청나게 무공이 뛰어나시겠네요."

"아니에요. 전 능력이 부족하여 사부님의 진전을 제대로 잇지 못했어요. 대제자인 아민 사저가 사부님의 무공을 제대로 전수 받았어요."

'황녀님과 목소리가 너무나 똑같다. 그리고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니 황녀님과 닮은 느낌이 있다. 내가 황녀님을 그리워해서 그렇게 보이는 걸까?'

연화 소저에게 몇 가지를 더 물어보려는 순간, 날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무영아, 거기서 뭐하고 있어?"

"아니, 초아 네가 여기는 어떻게 온 거야?"

"내가 없으면 이렇게 다른 여인들 꽁무니를 쫓아다닐까봐..내가 따라왔지."

"무슨 소리야..여기는 검후님의 제자님들이셔.."

나의 말에 초아가 연화 소저를 한번 쭉 훑어보더니 말했다.

"연화 소저라 하셨죠. 아름다우시네요. 전 초아라고 해요."

"초아 소저가 더 아름다우세요."

"감사해요..호호. 그럼 이만 무영이는 제가 데리고 가 볼께요."

"네.."

연화 소저가 나를 보며 말했다.

"소협 이름이 무영인가요?"

"네. 신무영입니다."

"좋은 이름을 가지셨네요. 다음에 또 뵈요."

"네. 감사해요."

그냥 연화 소저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초아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남자들이란 미인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고만. 나랑 떨어진 지 얼마나 지났다고 검후의 제자에게 말을 걸고 그래."

"연화 소저의 얼굴이 황녀님과 닮았어. 그리고 목소리는 너무나도 똑같아."

나의 말에 초아의 표정이 굳어지며 말했다.

"확실한 거야? 황녀님이 맞아?"

"그건.. 아닌 거 같아.. 황녀님은 무공을 전혀 하지 못했는데 연화 소저에게선 강한 내기가 느껴졌거든."

"그럼 아니잖아. 그동안 잘 이겨내고 있었잖아.. 황녀님과 닮은 얼굴과 목소리에 흔들린거야?"

"미안.. 나도 나에게 놀랐어.. 아직까지 조금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니.."

"너무 애쓰지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초아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하는 것을 보면 그녀가 내심 신경이 쓰이는 눈치였다.

초아와의 관계

초아 역시 화무단의 소속이 되어 나와 함께 다니게 되었다.

내가 귓속말로 초아에게 조용히 물었다.

"하오문 일은 어떻게 하고 여기까지 쫓아온 거야?"

"서로 적대시하던 무림맹과 사도련이 뭉쳐서 함께 적을 상대하는데 이런 흔치않은 기회를 놓치면 안되지. 그리고 나도 한족인데 여진족이 중원을 차지하게 가만히 지켜만 볼 순 없잖아."

"후후..초아 너에게 그런 애국심이 있는지 몰랐는데.."

"난 너를 아주 잘 아는데 넌 아직 날 잘 몰라."

"너에 대해 뭘 모르는데? 너에 대해 웬만한 건 다 아는 거 같은데."

"아유...됐거든.. 얼른 출발이 준비나 하자."

남해 부대의 지휘관인 전소욱이 전 부대원들을 모아 놓고 말을 하였다.

"무림맹에서 전달된 명령서에 적힌 것을 말씀드리자면 각 지역 부대들은 무림맹에서 모인 후 무림맹에서 군사훈련을 세달 정도 받은 후에 북방으로 이동할 겁니다."

남해부대 부대원 중 한명이 물었다.

"군사훈련요?"

"네. 다들 무림인들이라 무공은 뛰어나겠지만 전쟁은 무공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서 기본적인 전술 대형훈련과 제식 훈련들을 받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전소욱도 군부 출신인가.. 생각보다 잘 알고 있군.'

"자, 늦장부리다가 우리 부대가 제일 늦게 도착할 수도 있으니..지금부터 바로 무림맹이 있는 하남성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모두들 줄을 맞춰 서시고 각 단주분들께서 통솔하여 이동해 주세요."

전소욱이 선두에 서고 그 뒤로 다섯 단주들이 단원들을 이끌고 무림맹으로 출발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어 부대에서 나눠준 건량으로 간단히 해결한 후 저녁 때까지 또 다시 걸었다.

날이 저물어 주변이 어둑해지자 전소욱은 숙영을 할 곳을 찾아 남해부대 부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오늘은 이곳에서 숙영을 하고 갈테니 모두 짐을 풀고 간이 막사를 치고 저녁 먹을 준비를 하세요."

"설마 저녁에도 또 건량을 주지는 않겠지?"

부대원들이 낮에 먹은 건량으로는 부실했는지 다들 저녁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전소욱도 그걸 아는지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았다.

"각 단 별로 음식 재료와 조리 도구를 공급해 드릴테니 불을 피워 요리를 해 드세요."

"저희 단에는 여자분이 없는데 어떻게 하죠?"

부대원의 말에 전소욱이 아무 문제 없다는 듯 말했다.

"여자 분이 요리를 잘한다는 편견은 버리세요. 남자 중에도 요리를 잘하시는 분이 있을 겁니다."

그의 말을 듣고 화무단의 단주인 유아민이 말했다.

"맞아요. 저도 그렇고 우리 사매들도 무공만 익히고 살아와서 요리는 전혀 못해요. 호호"

그 말에 부대에 속해있는 다른 여성들도 그녀와 요리실력이 비슷한 모양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재료와 조리 도구를 분배받은 각 단의 단주들은 자기 단에서 요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찾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 화무단의 유아민 단주도 단원들 중에서 요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을 급히 찾고 있었다.

그녀의 물음에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지원자가 아무도 없으면 제가 직접 요리를 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아마 다들 내일 아침에 일어나지 못 할 수도 있어요."

그녀가 진심어린 표정으로 말하자 혹시라도 지원자가 없을까봐 다들 불안에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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