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자 무사의 귀환-70화 (70/114)

무정검법 1장 섬예양단

그의 검은 번쩍이는 번갯불처럼 빠르면서도 매우 날카로웠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면 순식간에 나의 몸이 반으로 갈라져 있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드는군.'

남궁무정, 그의 검법에서는 더이상 남궁세가의 검은 보이지 않았다.

오직 그의 검, 무정검법만이 남아있었고 남궁세가의 검을 익혔을 때보다 그는 더 강해져 있었다.

'그는 나와 마찬가지로 창궁무애검법에서 필요한 것만 취하고 나머지는 모두 버리고 자신의 검으로 새로 채웠다. 그런데 그의 검이 남궁세가의 검보다 강하다. 역시 남궁세가의 비운의 천재라 불릴만 한 자구나.'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내가 그에게 질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만큼 내가 만든 현무검결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현무검결 1장 유수무단

흐르는 물을 보고 깨달음을 얻어 만든 초식으로 흐르는 물은 결코 검으로 자를 수 없기에..

흐르는 물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움직임 때문에 공격과 방어가 동시 가능한 것이 현무검결 1장 유수무단의 핵심이었다.

남궁무정의 무정검법과 나의 현무검결이 맞붙는 건 창과 방패의 싸움이었다.

무엇이든 자를 것 같은 무정검법.

반대로 무엇으로도 자를 수 없는 현무검결.

남궁무정의 검의 날 끝에는 섬광 같은 예기가 서려있어 나의 검을 자를 듯 휘몰아쳤지만 나는 연환 공격으로 그의 공격을 무위로 돌렸다.

100초를 넘게 서로의 검이 맞부딪쳤는데 승부가 나지 않았다.

우리는 두 사람은 뒤로 물러서서 약간에 숨을 고르면서 말했다.

"그대가 무공이 약하지 않은 나의 사촌 동생을 십초도 안되서 무참히 패하게 만들었다기에 무슨 꼼수라도 쓴 줄 알았는데.. 그대의 실력이 뛰어난 거였군요."

"저 역시 남궁무정님의 실력에 대한 소문을 들었을 때 솔직히

약간은 과장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소문이 과소평가 되어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시작은 했으니 끝은 봐야겠지요."

"그렇습니다. 저도 이번이 마지막 비무행이기에 지든 이기든 승부는 내어야해서요. 하지만 오늘 승부가 어떻게 되든 나중에 다시 한번 겨루어 보고 싶습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는데.. 생각이 통했군요."

우리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거 없이 달려나가 거리를 좁히자 서로가 맞닿을만큼 가까워졌고 서로의 빈틈을 찾으려 내지르는 서로의 검이 맞부딪칠 때마다 번갯불처럼 빛이 났다.

승부는 의외로 간단하게 나 버렸다.

"쨍강."

연속된 두 검강의 강한 충돌로 남궁무정의 검이 반토막 나 버렸다.

"남궁무정님의 검이 부러져 비무를 더이상 할 수 없으니.. 무승부로 하시죠."

"아니에요. 제가 제 검을 보호하지 못한 거니.. 제 패배가 맞습니다."

이에 옆에 듣고 있던 초우선사가 말을 했다.

"두 시주님의 무공실력은 크게 나지는 않지만 현무회 회주님의 검이 남궁무정님의 검보다 더 좋지 않은 검인데 부러지지 않고 견디고 오히려 남궁무정님의 검을 반토막 냈다는 것은 현무회 회주님의 검강이 좀 더 단단하고 위력적이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여 현무회 회주님의 승리를 선언하겠습니다. 남궁시주님 이의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동의합니다."

이에 초우선사가 나의 승리를 선언하며 비무가 끝이났다.

"남궁무정 시주님이 처음 등장했을 때 신선한 충격이었는데신무영 시주님처럼 뛰어난 신진 고수가 또 무림에 등장한 걸 보니 새삼 또 놀라게 되는군요."

"십대고수이신 초우선사께서 오늘 저희의 비무에 직접 공증까지 서 주시고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오늘 비무를 보면서 두 시주님은 조만간 십대고수 자리를 차지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부탁드릴 것은 두 분 다 강한 힘으로 약자 위에 군림하려 하지말고 강함으로 약자를 보호하는 협을 이루시길 부탁드립니다."

"네. 선사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그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초우선사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떠나갔고 남궁무정도 무림맹으로 떠나가기 전 나에게 시간나면 무림맹으로 자신을 찾아오라고 했다.

다시 겨루자는 건 줄 알았더니 술이나 한잔 하면서 친해지자는 거였다.

나도 남자다운 성격에 그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그를 먼저 보냈다.

비무행을 마무리하고 기분 좋게 숭산을 내려왔다.

이로써 첫 비무로부터 정확히 일년 반 만에 나는 백번의 비무행을 완성했다.

내 나이 스물다섯 살에 이룬 쾌거였다.

현무회 회주의 백전백승의 비무행.

무림의 새 바람을 일으킬 새로운 백대고수의 탄생.

남궁세가의 최고수를 제압한 자.

내가 백번째의 비무행이 끝내고 돌아왔을 때 무림에서 내 이름과 함께 붙게된 칭호였다.

***

백번째 비무행까지 마치고 다시 광동성 하오문 숙소로 돌아온 나를 초아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우리 회주님, 무림 백대고수에 올라 명성이 무림 전체에 퍼졌으니 앞으로 더 잘 모셔야겠네."

"명성 같은 거 다 부질없어. 한번 무너져 버리면 끝인 것을.."

나의 말에 초아가 살짝 짜증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

"으이구..재미없어.. 목석을 데려다가 사람 좀 만들어 놨다했더니.. 아직도 많이 부족해."

"내가 뭘 잘못 말했나?.. 뭐가 많이 부족한데?"

"농담도 같이 받아줘야 재미가 있지. 넌 항상 너무 진지하잖아.."

"내가 그랬나..미안..그런데 난 타고난 게 그래서 어쩔 수 없어."

"아니..내가 천천히 바꿔볼테니까 나만 믿고 잘 따라오라구."

"그래. 너를 믿어볼께."

초아가 싱긋 웃으며 자신있다는 표정과 말투로 말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적잖이 귀여웠다.

"무영아, 이제 다음 목표는 어떻게 되는거야?"

"이제 현무회에 고수를 모아야지."

"네가 명성이 높아져서 현무회에 들어오기를 희망하는 무림인들이 있기는 하겠지만 기대하는 것 만큼 뛰어난 고수가 바로 들어오지는 않을거야."

나에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라는 표정으로 말하는 초아였다.

"나도 알고 있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실력이 뛰어난 고수, 최소 초일류 이상이 필요하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관심 없다는 걸 알아."

"그래. 그건 차차 현무회의 명성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그런 고수들도 모이게 될거야."

"일단 절정 고수 두 명은 곧 들어올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절정고수 두명이 들어온다니?"

"후훗..내가 아주 오래전 영입해 놓은 인재들이지."

"아주 오래 전?군부에서 맺은 인연인가?"

나는 초아가 내가 말하기도 전에 바로 맞추자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역시 우리 초아 군사님은 아주 똑똑한데."

"나야, 원래 쫌 똑똑하지.호호"

"얼굴도 예쁘고 똑똑한 초아야, 나 부탁 하나 해도 될까?"

"무영이가 갈수록 아부하는 능력이 좋아지는 걸..호호호. 무슨 엄청난 부탁을 하려고 그렇게 칭찬을 하는거야?"

"전에 하오문은 군부에도 연줄이 닿아있어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고 했잖아."

"그렇지. 군부에는 꽤나 공을 들였으니까.."

"그럼 내가 영입하려는 두 친구가 곧 전역을 앞두고 있는데..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 전역을 하고 찾아오기가 쉽지 않거든..그래서.."

나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초아는 내 말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역을 하기 전에 그 친구들에게 네가 이곳에 있다는 걸 알려 달라는 거잖아. 이곳으로 찾아올 수 있게 말이야."

"그래. 맞아. 내 부탁 들어 줄 수 있어?"

"그건 나에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부탁은 들어줄게. 대신.."

"고마워.. 대신?"

초아의 볼이 살짝 빨갛게 달아오르며 부끄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번에 나랑 약속한 것들 지켜줘.."

"무슨 약속을 말하는 거야?"

"전에 쉬는 날에는 같이 바람도 쐬러다니자고 약속했잖아."

"아! 그랬었지.. 미안..비무행을 하느라 잊고 있었다.."

"그때 사자춤을 함께 보러 간 이 후로 네가 비무행 하느라 바빠서 한번도 같이 놀러 못 다녔잖아. 이제 조금은 여유가 생겼으니 나랑 같이 맛있는 것도 먹고 놀러다니자고.. 싫어?"

"아니야. 나도 좋아..그동안 비무행을 다니느라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쳤었는데 너와 함께 놀러다니며 조금 쉬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

나의 말에 초아는 얼굴이 밝아지며 말했다.

"혹시 지금 많이 피곤해?"

"아니. 괜찮아. 왜?"

"그럼 오늘부터 같이 놀러 다닐까?"

"음..."

초아가 내 대답을 기다리며 눈치를 살피는 것을 보니 귀여워서 바로 대답을 안해주고 뜸을 들였다.

"오늘 나가기 귀찮으면 다음에 가도 되고..강요는 안할께.."

나는 살짝 삐진 듯 입술을 내밀고 있는 초아의 팔을 붙잡아 이끄며 말했다.

"초아야 나 배고파. 빨리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 얼른 가자."

"그래. 내가 너 백대고수된 기념으로 맛있는 거 많이 사 줄게. 가자."

계획한 백번의 비무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나는 초아와 함께 며칠동안 소소한 일상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모든 것이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이 되어가는 듯 했다.

한달 뒤 갑자기 들려온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무영아, 큰일 났어.."

"무슨 큰일?흑사회라도 하오문에 쳐들어왔어?"

"아니.. 그런 건 사소한 문제지...이건 진짜 큰일이야."

"뭐길래..큰일에도 그렇게 반응하지 않던 네가 그렇게 말을 하는거지?"

"이번 일은 너도 충격을 받을 수도 있어. 너무 놀라지마."

"알았으니까 무슨 일인지 얼른 말해줘."

초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여진족이 부족을 통합해서 후금을 세웠다는 거는 알고 있지? 너도 북방토벌군에 있었으니까.."

"그래. 그건 내가 북방에 있을 때 이미 있었던 일이니까..설마 북방에 무슨 일이 생긴거야?"

"응.. 방금 하오문에 긴급 전문을 통해 전해진 소식인데.. 요동 4성이 무너졌고 후금의 공격에 무너졌고 북방 토벌군이 패주하여 산해관으로 군영으로 옮겼는데..그 곳도 거의 점령 당하기 직전이래.."

'산해관 북방 군영이 점령당하면 군부와 황궁이 있는 북경지역도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고 곧 중원으로 여진족들이 밀려드는 건 시간문제다. 안휘 장군님과 예현이와 석견이.. 그리고 나의 동기들은...무사한걸까..'

"난 지금 바로 북방으로 떠나야겠다. 내 동기들이 무사한지 확인을 해봐야겠어."

나는 그들이 걱정되서 북방으로 떠나야겠다는 생각 외에는 다른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너 잊은 거니? 넌 군부에서 이탈한 탈영병이잖아. 가더라도 도움을 줄 수 없어. 오히려 사살 당할 수 있다고.."

"그렇다고 그들이 위험한데.. 이곳에서 나만 편히 지낼 수는 없어."

"네가 지금 간다고 해도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황이 종료된 후 일거야."

"뭐라고 이미 끝났을거라고?그게 언제 온 소식인데?"

"오늘 아침에 온 소식인데.. 아무리 빨라도 북방에서 이곳까지 오는데 걸린 기간을 제외하면 아마 일주일은 지난 소식일 거야."

"......"

초아의 말에 나는 할 말을 잃고 그들이 무사하기만을 빌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목소리

초아는 동료들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함에 떨고있는 나를 감싸 안아주며 말했다.

"무영아 걱정하지마. 다 무사할거야. 내가 하오문을 통해서 북방의 소식을 알아볼테니까 너무 걱정말고 기다려."

"......"

나는 대답은 안했지만 그녀의 품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와 위로의 말이 나의 불안한 마음을 조금은 잠재워 주었다.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구나. 언젠가는 이 은혜를 갚을 날이 있겠지. 초아야, 고마워.'

나는 그녀에게 나의 속마음을 직접 말한 적은 없지만 내가 그녀를 대하는 태도가 최근에 달라졌다는 걸 눈치 채고 있는 듯 했다.

한참 후 마음이 진정된 나는 초아의 품에서 벗어나며 말했다.

"초아야, 고마워.네 덕분에 마음이 많이 진정 되었어. 그리고 부탁 하나만 더 할게. 북방 군영의 소식이 들어오면 바로 내게 이야기 좀 해줘."

"당연하지. 북방 군영소식을 빨리 알아봐서 너에게 바로 전달해줄게."

일주일 뒤 초아가 북방 군영의 소식을 나에게 들려 주었다.

"무영아,너무 충격 받지말고 들어. 일주일 전에 안타깝게도 북방 군영이 점령당하고 북방 토벌군은 와해되었다고 하더라."

"그럼 북방 군영에 있던 토벌군은 전부 어떻게 되었는데?"

"대부분이 죽거나 포로로 잡혀가고 나머지 일부의 병사들은 후금 병력을 피해 뿔뿔히 흩어져서 도주중인가봐.."

'이런..제길..황녀님을 구하겠다고 군부의 동료를 전장에 나두고 나 혼자 도망쳐 나왔는데... 황녀님도 구하지 못하고... 결국 난 혼자 살아남으려고 동료들을 다 버린 꼴이 되었군...'

"내 동료들은 자신들을 버린 날 욕하면서 죽어갔겠지.."

"너무 자책하지마. 이번 후금이 작정하고 병력을 최대로 모아 공격해와서 북방 토벌군과 병력차이가 너무 컸다고 하더라.. 네가 그곳에 있었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었어.그들과 같이 죽는 거 말고는..."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후금의 적장들을 쳐서 그들의 복수라도 해줘야 하는걸까?"

"안 그래도 북방 군영이 무너진 소식이 전해져서 조만간 무림맹과 사도련이 힘을 합쳐서 후금과 싸울 생각인가봐."

'반란군에 의해 황궁이 점령 당해도 꼼짝도 안하던 그들이 후금과는 전쟁이라도 불사하겠다니..'

"무림맹과 사도련이 함께 후금에 맞선다고? 반란군 때는 무림인들이 나서지 않았잖아. 반란군은 어찌됐건 한족이지만 이민족인 여진족이 다스리는 나라는 원치 않는다.. 이건가.."

"네 생각이 맞아. 확실히 정해진 건 아닌데.. 그럴 가능성이 높은 거 같아. 후금이 산해관을 넘었다는 건 중원 어디든 안전한 곳은 없다고 봐야 하는 상황이니까.. 무림인들도 이민족이 이 나라를 다스리는 건 원치 않으니까 함께 힘을 모아 맞서려 할거야."

'석견와 예현아 너희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복수 밖에 없구나. 내가 너희들 가는 길 외롭지 않도록 여진놈들을 최대한 많이 보내줄테니 조금만 기다려.'

"그럼 그들과 함께 싸우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그렇게 하기로 수뇌부에서 결정을 내리면 아마도 한달 내로 후금과 싸울 무림 부대를 창설할거야."

"그럼 나는 무림맹과 사도련이 후금과 맞설 무림 부대를 창설하면 그 곳에 지원하면 되나?"

"그래. 혼자 싸우는 것보다 그들과 함께 한다면 복수가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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