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자 무사의 귀환-69화 (69/114)

남궁세가의 천재고수

사자방 방주를 포함한 전 방도가 나를 보며 깔깔대며 웃었다.

방주 사마헌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이번 비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게 뭐지?"

"현무회가 무림에 첫 발을 내딛었다는 걸 알리려는 거요."

"하지만 오늘 나와의 비무에서 심하게 다치거나 죽으면 오늘부로 무림에서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는데..큭큭..괜찮겠어?"

"난 그대에게 패할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소. 그러니 빨리 시작 합시다."

"지금이라도 싹싹 빌면 좀 봐 줄 수도 있는데..그렇게 재수없게 말하면 더 죽이고 싶잖아."

사마헌이 사자도를 꺼내들고 일합에 내 몸을 가를 것처럼 위협적인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막상 비무의 결과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의 발길질에 사마헌이 맞아 벽에 박힌 채 허무하게 끝이 나 버렸다.

원래는 어느정도 비슷한 수준으로 상대해주다가 이기려고 했는데 초절정 경지에 오른 이후 내 생각보다 전체적으로 신체능력이 대폭 향상되어 가벼운 발길질에도 꽤 많은 공력이 실려있었다.

사마헌은 내 가벼운 발길질을 보고 약하다가 생각한건지 피할 생각을 하지않고 나에게 사자도를 휘두르다가 내 발길질 한방에 벽 안쪽으로 쳐 박히고 말았다.

"방주님 괜찮으십니까?"

"빨리 방주님을 벽에서 꺼내 드려."

사자방 방도들이 방주를 벽에서 꺼내려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사자방 사람들은 전부 방주에게 정신이 쏠려 있기에 나는 그냥 조용히 걸어나왔다.

그 길로 바로 하오문 숙소로 다시 돌아왔더니 나를 보고 초아가 물었다.

"벌써 끝난거야?"

"어.. 생각보다 내가 더 강해졌더라고.."

"무슨 말이야?"

"그 자가 방심한 것도 있고 난 살살 찬다는 게 제법 힘이 많이 들어간건지 그 한방에 나가 떨어지더라고.."

"뭐.. 어찌됐건 현무회 이름을 걸고 한 첫 비무에서 승리했으 니 축하해. 무영아, 내일도 잘해야 해."

"그래. 고마워. 이제 시작했으니 계속 앞으로 달려가야지."

***

다음날도 금오문을 방문하여 어김없이 가볍게 승리하고 돌아왔고 그렇게 5일 연속으로 남부지역의 사파 고수 5명을 순식간에 제압하였다.

현무회의 회주가 비무행을 시작하여 남부 지역 사파의 고수 5명을 제압하였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남부지역을 넘어 중원 전체로 퍼져 나갔다.

원래도 무림 고수의 비무행은 사람들의 관심사여서 소문이 빨리 퍼지지만 초아가 하오문을 통해 여기저기에 말을 흘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무회라는 새로운 문파가 나타났다던데.."

"맞아. 나도 들었어. 그 곳 회주가 엄청난 고수라던데.. 남부지역 절정 고수 다섯 명을 5일동안 매일 한명씩 꺾었다고 하더라."

"그래. 그리고 그들 한명, 한명을 제압하는데 거의 십초를 넘기지 않았다고 하더군."

"무림에 또 엄청난 고수가 나타났구만. 그런데 회주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대?"

"그게.. 가면을 쓰고 나타나서 그의 얼굴을 본 사람이 없대."

"그 회주가 누굴까 궁금하군. 앞으로 그의 비무행에 무림의 관심이 집중되겠는걸."

"현무회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로운 회주.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거 같군."

광동성 지역에 있는 가장 큰 객잔인 오행 객잔에서 무림인들이 나누는 대화였다.

이 대화를 초아와 내가 듣고 있었다.

"저쪽 대화를 들어보니 일단 초반에 비무행은 아주 성공적인 거 같네. 수고했어. 다 네 덕분이야. 초아야."

나의 칭찬에 초아가 약간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너가 잘 싸워줬기 때문에 소문이 잘 난거지.. 내가 한 일이 뭐 있다고.."

"아니야. 우리 초아 군사님이 계획도 잘 짜고 소문도 잘 내줘서 가능했던 일이지. 앞으로도 잘 부탁해."

"우리 무영이가 무공만 강해진 줄 알았더니 몇 달 사이에 아부하는 기술이 많이 늘었네. 호호."

"아부라니.. 난 그런 거 할 줄 모르는데.."

그런 나를 보며 귀엽다는 듯 바라보는 그녀.

"이제 너의 명성을 높여줄 비무 상대를 범위를 넓혀서 중원 전체에서 찾아봐 줄게."

"그래. 난 너만 믿고 있을게."

며칠이 지나고 그녀가 약속한대로 남부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내가 상대할 만한 이름있는 절정 고수들의 명단을 가지고 왔다.

명단에 있는 고수들과 비무 순서를 그녀의 조언에 따라 정하고 비무첩을 보냈다.

***

일년 반이 지난 지금 난 99번의 비무에서 단 한번 패하지 않고 승리를 해 왔다.

내가 싸운 99명은 모두 절정 고수였다.

초아가 내가 확실한 승리를 거둘 수 있게 배려한 것이었다.

그래서 초절정 고수인 내가 목숨까지 걸 만한 상대는 없었지만 초아가 절정고수 중에서도 조금씩 더 강한 고수를 내 비무 상대로 정했기에 점점 쉽게 제압하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백번째 비무행에 대결 상대는...

남궁세가 가주의 동생인 남궁무정.

그는 무림맹의 핵심 전력인 청룡, 백호, 현무, 주작 4개단 중에 가장 뛰어나다는 청룡단의 단주로써 무림 백대고수 중 한명이었다.

그는 백대고수 중에서도 끝자락이 아닌 중간정도 순위의 초절정의 고수.

무림맹에서 맡고 있는 직책이 상당히 높아.. 초아가 처음에 작성한 비무 명단에 있던 비무 상대가 아니였다.

나의 90번째 비무 상대였던 남궁세가의 외당 당주 남궁수혁.

대결 당시에는 그가 남궁무정의 사촌동생이자 제일 아끼는 동생이라는 걸 알지 못했는데.

그를 제압하고 무림에 소문이 퍼지고 얼마 안되서 현무회에 남궁무정의 비무첩이 도착했다.

"무영아, 이건 피하는 게 좋겠어."

"그는 초절정 고수가 된 지 오래되었어. 자기 형인 남궁세가 가주보다도 뛰어나다는 이야기도 있고 말야."

"어차피 진짜 명성을 쌓으려면 백대고수를 제압해야 하잖아. 그리고 백대고수 안에 들어있는 자들 중에 절정고수들은 이미 우리가 보낸 비무첩을 피하고 받아주지도 않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만약 네가 지기라도 한다면 그동안 해왔던 일들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어."

"그럴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99번의 비무행을 하면서 얻는 경험이 적지 않아.나만의 무공도 새롭게 재정립을 했고 말야."

"무영아, 정말 자신있는 거지?"

"응. 이번에도 날 한번 믿어줘."

내가 배운 무공들은 전부 각 문파의 무공을 훔쳐 배운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99번의 비무행을 치루면서 그 무공들을 그대로 쓸 수가 없었다.

하여 창궁무애검법과 사신검예의 초식을 변형하여 삼재검법이나 오행검법 같은 기본 무공과 섞어서 사용하였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본래 위력보다 많이 반감되었는데 계속 사용하였더니 조금씩 새로운 형태의 무공이 만들어져갔다.

그렇게 99번의 비무행을 치루면서 만들어진 검법.

그것을 현무검결이라 이름붙였다.

또한 그것을 다시 현무검결과 한빙신공을 결합시켜 빙무검결을.

또 하나는 현무검결과 열화신공을 결합시켜 화무검결을 만들었다.

'내가 이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현무검결의 위력이 내가 전생에 익혔던 살왕의 무공인 사신검예를 넘어섰다는 것이지. 지금의 나는 전생의 나보다 더 강하다.물론 십대고수까지는 자신 할 수 없지만.. 남궁세가의 무공을 익힌 상대에게는 지고싶어도 절대 질 수가 없지.'

그 이유는 창궁무애검법의 초식부터 모든 것을 거의 분해한 것과 마찬가지로 쪼개어 새롭게 재정립했기에 나에게는 자연스럽게 창궁무애검법의 파훼법이 머릿속에 그려져버렸다.

그리고 실제로 90번째 남궁수혁과의 대결에서 파훼법의 위력을 경험하였고, 그 결과 남궁수혁은 나에게 처참하게 깨졌다.

하여 남궁세가 사람들에게는 일부로 져주지 않는 한 지지 않을 자신이 생긴 것이다.

남궁세가의 비운의 천재 남궁무정.

형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났지만 둘째라는 이유로 남궁세가에서는 그의 능력을 탐탁치 않게 여겼고, 그가 형보다 먼저 절정 경지에 오르자 그의 형을 지지하는 남궁세가의 원로들이 그를 무림맹으로 보내버렸다.

워낙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났기에 초절정 경지에도 오르고 무림맹에서도 그의 능력을 인정받아 청룡단의 단주 자리까지 앉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남궁세가에서는 그의 존재를 불편하게 여기고 있었다.

세가 내에서 유일하게 그를 따르며 지지해주던 자가 사촌동생인 남궁수혁이었다.

그런 그를 내가 그냥 이긴 것도 아니고 파훼법으로 인해 무참한 패배를 안겨주었기 때문에 남궁무정이 직접 나서게 된 것이었다.

그와 대결 장소는 무림맹이 있는 하남성에 있는 숭산.

숭산에는 소림사가 위치했다.

숭산의 반대편 중턱에 있는 공터, 그곳이 우리의 대결장소였다.

그곳은 소림사가 관리하는 곳으로 외부인은 출입이 금지된 곳이였는데, 남궁무정이 소림사 방장에게 부탁하여 우리의 비무 장소로 열어주었다.

또한 남궁무정과 연이 있는 소림사 방장이 직접 나와 남궁무정 비무의 공증인으로 나서 주었다.

그와 숭산 대결 장소에서 처음 보았을 때,

그의 나이는 40대 중반이라 하였는데 초절정 경지 들어서면서 젊어진건지 아니면 원래 동안이었던 건지..

30대 초반 정도로 보였고 남궁무정의 무림인으로서의 첫인상은 강인함과 유연함. 모든 것이 갖춰진 완벽한 남자.

말 그대로 잘 벼루어진 한 자루의 검처럼 빈틈이 없어보였다.

그가 나를 보며 물었다.

"비무 때도 그 가면을 쓰고 할 겁니까?"

"제가 낯을 가려서요. 제가 지면 그 때는 이 가면을 벗겠습니다."

나의 말에 그가 살짝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훗..내가 이 비무를 꼭 이겨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군요."

"남궁세가의 천재라 불리는 남궁무정님과의 대결이라 기대가 큽니다."

"기대가 크다니 새롭군요. 보통은 나를 상대하면 두려움부터 느끼는데."

"그동안 약자만 상대하셨나 봅니다."

"그 당당한 입담처럼 제대로된 실력을 보여주길 기대하겠습니다."

"남궁무정님도 제 기대만큼은 부응해 주시길 바랍니다."

나의 말의 남궁무정의 웃는 듯한 인상이 차갑게 바뀌며 자신의 검을 검집에서 뽑아들고 자세를 취했다.

나 역시 나의 검을 검집에서 꺼내어들며 자세를 잡았다.

공증인으로 나선 소림사 방장 권성 초우선사.

그는 무림 십대고수이며 정파에서 가장 존경받는 최고수 중 한 사람이다.

'겉보기에는 마음씨 좋은 동네 할아버지처럼 생겼는데, 십대고수라니.. 역시 사람은 겉모습으로만 판단하면 안되겠구나.'

그가 대성한 백보신권은 소림 칠십이종 절예 중에서도 상위 무공으로 대성하면 백보까지 떨어진 적도 격타 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초우선사는 소림사 방장에 오르기 전에 일찍히 백보신권을 대성하여 십대고수에 오르면서 권성이란 칭호가 붙었다.

초우선사가 자세를 잡고 있는 우리 두 사람을 향해 외쳤다.

"자, 두 시주님들은 지금부터 대결을 시작하세요."

초우선사의 외침과 동시에 우리는 서로에게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처음부터 두 사람의 검강이 충돌하자 엄청난 굉음과 주변을 초토화시킬 만한 엄청난 내기의 진동이 일어났다.

하지만 초우선사가 나서 손을 쓰자 그 내기의 진동은 잠잠해졌다.

그 모습을 확인한 나와 남궁무정은 안심하며 마음껏 자신들의 내기를 폭발시키듯 사용했다.

또한 우리 두 사람은 몸과 검이 하나인 것처럼 모든 동작이 자연스럽게 움직임이 이어졌다.

'나도 그렇지만 남궁무정 저자도 검과 몸이 하나가 된 신검합일 경지. 그렇다는 건 그와 나 모두 초절정 중급의 경지란 말이지.'

초절정경지를 굳이 급을 나눈다면 초급, 중급, 상급 경지로 나눌 수 있는데.. 검강을 쓸 수 있는 단계가 초급, 검과 몸이 하나가 된 신검합일이 중급, 마음으로 검이 조종하거나 마음속의 검으로 상대를 의기를 베는 단계인 심검이 상급으로 볼 수 있었다.

전생에는 초절정 초급 경지에 머물렀는데 이번 생은 그 때보다 어린나이에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초절정 중급 경지.. 저자와 나는 같은 경지지만 내가 무조건 이길 수 있다. 나에게는 창궁무애검법의 파훼법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와 몇 합을 겨루어 본 후 알 수 있었다.

그는 창궁무애검법이 아닌 나처럼 자신만의 검법을 만들었다는 걸..

백대고수가 되다.

남궁무정이 창궁무애검법을 쓰지 않는 한 비장의 한 수로 준비한 파훼법은 쓸모가 없어져 버렸다.

'흠..초아의 말을 들을 걸 그랬나..만약 지기라도 하면 엄청 욕을 먹을텐데..'

우리 두 사람은 이제 오로지 본신의 진력으로만 서로를 상대하게 되었다.

쉽지 않은 비무가 될 거라는 걸 내 몸이 먼저 알았는지 등 뒤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전생에 사신회 회주가 겨룰 때 이런 비슷한 느낌을 받았지.

호적수와의 싸움은 떨리면서도 묘한 흥분감을 주는군.'

비록 그 때처럼 생사 비무는 아니였지만 오랜만에 호적수를 만나게 되니 온 몸에 감도는 긴장감이 내 피를 들끓게 만들었다.

잠시 나와 남궁무정은 숨을 고른 후 말했다.

"회주에게는 내가 최근에 창안한 무정검법을 써도 될 것 같군요."

"최근에 만들었다면 제가 그 무공을 첫번째로 견식하는 건가요?"

"그렇게 되겠군요. 만들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써 볼 일이 없었기에.."

"영광이군요. 헌데 남궁세가에도 훌륭한 무공이 많을텐데..왜 굳이 새로 무공을 창안한 겁니까?"

나의 물음에 그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창궁무애검법을 말하는 건가요?"

"네. 남궁세가를 대표하는 검법이잖아요."

"그건 이미 대성했기에 나만의 검을 만들려했고 최근에 그 성과가 있었지요. 지금 보여드리죠."

"좋습니다. 저도 역시 제가 창안한 검을 보여드리죠. 제 검법의 이름은 현무검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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