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자 무사의 귀환-68화 (68/114)

비무행에 나서다

"초아 소저, 그럼 무림 십대고수가 누군지 내게 알려줘요."

나의 말에 초아 소저가 황당해하며 물었다.

"설마 진짜 십대고수를 찾아가서 비무라도 하려는 거에요?"

"아니요. 제가 미치지 않고서야 십대고수와 감히 대결할 생각을 하겠어요. 저도 이제 무림인이 되었는데 무림 십대고수가 누군지는 알고 있어야 할 거 같아서요."

"아.. 그런 거였군요. 난 또 소협이 초절정 경지에 오르고나서 자신감이 넘쳐 십대고수와 대결해 보겠다고 하는 줄 알고 살짝 당황했었어요. 호호호."

"제가 만약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하겠다고 한다면 소저께서 꼭 말려주세요."

"네. 알겠어요."

'십대고수는 어떤 사람들일까? 나도 초절정 경지 올랐지만 그들과 나는 차이가 많이 나겠지..'

초아 소저가 무림 십대고수에 대해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먼저 무림 십대고수를 선정하는 방식을 말해드릴께요."

"무림 십대고수를 선정하는 방식이요?"

"네. 모든 무림 고수들이 일일이 싸워 본 것도 아니고 누가 더 강하다 약하다를 정확히 알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무림대회를 열고 십년에 한번 십대고수를 뽑아요."

"그럼 무림십대고수가 십년에 한번씩 바뀐다는 건가요?"

"네. 그렇지만 거의 큰 변동은 없어요. 십년전에 십대고수로 선정된 자가 십년 후 무림대회에 출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간의 명성이 반영이 되어 바로 빠지거나 하지 않고 유지가 되어요."

"그럼 무림대회에서 10등안에 들어도 십대고수에 못 들어갈 수도 있다는 소린가요?"

"네. 맞아요. 대신 그런 자에게는 십대고수급이란 칭호가 붙어요. 십대고수와 비슷한 실력이라는 걸 의미하죠."

'십대고수 말고도 십대고수급이란 칭호를 받은 자들도 많이 있겠군. 역시 무림에는 대단한 고수들이 참 많구나.'

"그 십대고수를 선정하는 곳은 무정각이라고 그 곳도 하오문과 같은 정보조직이지만 그곳은 오직 무림인들의 무공 경지에 대한 정보만 수집해서 그것을 수치화 해 일년마다 무림 백대고수를 발표해요."

"그들이 무림인들의 무공 경지를 어떻게 아는거죠?"

나의 말에 초아 소저는 차근차근 설명을 해 주었다.

"예를 들어 제가 만약 그들이 정한 백대고수 안에 드는데 저와 무영 소협이 비무를 했다가 제가 무영소협에 패한 경우에는 제 대신 무영소협이 들어가는 거죠. 그들은 중원내에서 일어나는 무림인들의 비무에 관한 정보, 주변에 들리는 풍문 등으로 유추해서 발표해요."

"풍문으로 유추한다면 정확치 않을 수 있잖아요?"

"그렇죠. 그걸 정확히 맞추기란 쉽지 않죠. 무영소협만 해도 얼마전까지 절정고수였는데 지금은 초절정고수잖아요."

'하긴 그걸 수치화를 하여 백대고수를 선정한다는 게 대단한 일이지. '

"백대고수 안에 드는 자들은 실력이 대단하겠군요."

"네. 그렇죠. 일단 무정각에서 선정한 백대고수 안에 든 자들은 기본적으로 실력이 검증이 되었다는 소리니까요.'

"그럼 지금 당대 십대고수는 누구인가요?"

"일단 당대 십대고수는 정파가 다섯명 사파가 네명 그리고 정사지간의 인물이 한명 속해 있어요."

"마교가 고수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마교는 십대고수에 왜 없죠?"

"마교 사람들은 무림대회에 참석하지도 않고 그리고 그들의 정보는 거의 나오지 않아서 무정각에서도 마교는 제외하고 정파,사파, 정사지간 인물들만 가지고 순위를 정하죠."

"그럼 황궁이나 군부는요?"

"거기도 마찬가지로 무림 활동을 하지 않기에 마교처럼 제외하고 있어요."

"그렇군요."

'만약 황궁이나 군부를 넣었다면 순위가 많이 바뀌었을 수도 있겠군.'

"십대고수 중 정파는 무당파의 장문인 검성 청운진인 ,소림사의 방장 권성 초우선사, 화산파의 장문인 검존 영소호, 모용세가의 가주 검왕 모용선제 , 남해검녀문의 검후 은소향, 이렇게 다섯명이에요."

"초일 형님의 사부님도 십대고수셨군요."

"맞아요. 그래서 초일 대협도 무공이 뛰어난 편이죠."

"사파는 네명이랬죠?"

"네. 사파는 천진방 방주 권왕 사적풍 , 파천문 문주 도제 선용우 , 혈비궁 궁주 장왕 혈운무 , 일월교 교주 검마 사검주, 이렇게 네 사람이에요."

"그럼 마지막으로 정사지간의 인물인 한명은 누구죠?"

나의 물음에 초아 소저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소속된 문파없이 무림을 떠도는 방랑검객 검협 신유혁."

"신유혁? 설마.. 소저 아버지께서 십대고수셨던 거에요?"

"네. 어느날 보니 아버지가 십대고수가 되셨더라고요. 호호"

'그럼 며칠 전 내가 십대고수이신 분과 대결을 한건가...그 때는 본 실력을 드러내지도 않으셨을텐데.. 압박감이 엄청났는데 역시 십대고수는 다르구나..'

"그럼 무림대회는 또 언제 있는거죠?"

"앞으로 2년 후에 있을 예정이에요. 소협도 참가하려고요?"

"십대고수를 목표로 하겠지만 그게 안되더라도 백대고수 안에라도 들면 명성은 올라갈 거 아니에요?"

"그렇기는 하겠지만.. 무영 소협은 지금도 충분히 백대고수는 오를 수 있어요."

"제가 지금도 오를 수 있다고요?"

나의 말에 초아 소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무림에 초절정 고수 반열에 오른 사람은 백명이 채 안되요..그 말은 지금이라도 절정고수 중 백대고수에 든 사람을 찾아가 비무를 신청해서 이기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일단은 차근차근 비무를 하며 명성을 쌓아가야겠군요."

"그럼 제가 남부지역부터 소협이 상대하며 명성을 쌓을만한 고수들을 찾아볼께요."

"항상 고마워요. 초아 소저."

초아 소저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했다.

"정말 고마우면 저랑 조금 더 가까운 사이가 될래요?"

"네?..가까운 사이요?"

'가까운 사이? 무슨 말이지?'

내가 당황한 모습을 보이자 초아 소저가 웃으며 말했다.

"호호..뭘 그리 당황하고 그래요. 서로 말을 높이니까 거리감이 느껴져서 말놓고 편하게 친구처럼 지내자고요."

"네? 초아 소저가 저보다 네 살이나 많은데요?"

나의 말에 초아 소저의 얼굴이 굳어지며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

"내가 나이가 너무 많아서 친구하기 싫다는 거에요?"

"그게 아니라.. 서로 말을 놓으면 소저가 손해라는 거죠. 전 존대하고 소저는 제게 말을 놓으셔도 되요."

"내가 괜찮다고 했잖아요.. 고맙다고 해놓고 내 부탁도 안 들어 줄 거에요?"

"소저가 정말 원하면 그렇게 할께요."

"원한다고요. 그럼 이제부터 우리는 친구에요. 말 놓고 편하게 말해요."

"네. 소저."

"무영아..내가 말 놓으라고 했잖아."

"..그래... 초아야."

"......"

순간적으로 우리 두 사람은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초아가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말했다.

"배도 고프고 하니 잠도 자야하니까 근처 객잔으로 들어가자."

"그래. 그게 좋겠다. 배고프니 말도 잘 안 나오네."

우리는 근처 객잔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하룻밤을 자고 하오문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초아는 하오문에 어제 신비문에서 있었던 일들을 보고도 해야 하고 흑사회 회주의 정보를 알아봐야 한다며 곧바로 선녀유곽으로 떠났고 나는 숙소로 들어와 침상에 누워 앞으로의 계획을 구상했다.

'비무행으로 명성을 쌓고 그 다음은 회나 맹을 만들어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을 규합해야한다. 이럴 때 내 옆에 예현이나 석견이가 있으면 큰 힘이 될텐데.. 그 녀석들이 제대하려면 일년 반 정도 남았나..내가 비무행을 하고 세력을 형성할 때와 그들의 제대 시기와 얼추 맞을 수도 있겠군.'

'비무행이 끝나면 반란군을 도운 무림 세력에 대한 조사도 내가 직접 해야겠어. 그 전에 하오문에서 정보를 가져다주면 젛겠지만 그들만 믿고 기다릴 수는 없다. 그리고 그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줄 지도 모르는 일이지.. 초아는 믿지만 그렇다고 하오문 전체를 믿는 건 아니니까..'

앞으로 내가 해야할 일에 대한 구상을 어느정도 끝내고 무공 수련에 들어갔다.

최근에 초절정 경지에 오르면서 정체되었던 무공들도 한단계씩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갔다.

'한빙신공과 열화신공도 이제 1성만 더 올라가면 대성이군. 아득하게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제는 눈앞에 와 있는 것 같구나.'

하오문 지부에 갔다가 저녁이 되서야 돌아온 초아는 나에게 서찰을 하나를 건넸다.

"이게 뭐야?"

"네가 명성을 쌓기 좋은 남부 지역 고수들 중에 일단 다섯명만 추려왔어. 네가 그들 중에 한 두명을 뽑아도 되고 아니면 다섯명 모두와 순서대로 비무를 해도 되고 네가 정하면 그쪽으로 내가 비무첩을 돌릴께."

초아 준 서찰을 꺼내보니 아는 인물이 세 명이나 있었다.

"초아야, 사자방 방주와 금오문 문주, 혈사방 방주는 내가 이미 한번 제압했던 사람들이잖아."

"맞아. 하지만 그 때는 하오문 용병으로써 제압한 거라 하오문의 명성만 높였지. 그리고 그때는 무영이라는 네 이름이 아니라 하오문 용병 혈귀라는 악명이 높아진 거니까..이번과는 전혀 달라."

"하지만 그들은 나에게 이미 한번 크게 졌는데 다시 대결을 하려 할까?"

"당연히 하오문에서 비무첩을 보내면 당연히 피하겠지."

"그럼 어떻게 할건데? 네가 세우고 싶은 단체의 이름을 지어서 새로 만든 단체의 수장으로써 비무첩 보내는 거지."

초아의 말에 내가 무릎을 탁치며 말했다.

"아! 그러면 그들이 나인 줄 모르고 비무를 승낙하겠구나."

"그래. 아마 그들은 혈귀에게 크게 망신 당해.. 신생 문파에서도 자신들을 무시해 비무를 신청했다고 생각해서 무조건 받아들일거야."

"그럼 난 지금 내가 앞으로 세력을 키울 단체의 이름을 정하면 되겠네.."

"그래. 천천히 생각해 봐."

'그림자 무사 시절에는 어둠 속에서만 지냈으니 빛나는 무사들이라는 의미로 현무회라 지어야겠다.'

"이미 정했어. 현무회.. 이게 앞으로 내가 만들 단체의 이름이야."

"현무회.. 무슨 뜻이야?"

"빛나는 무사들이라 뜻이야."

"대충 지은 이름 치고는 뜻도 나쁘지 않네. 현무회 회주님 잘 부탁해. 호호호."

"앞으로 우리 현무회를 키워줄 사람인데..내가 초아에게 잘 보여야지."

나의 말에 초아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나도 현무회에 가입 시켜주는 거야?"

"당연하지. 네가 우리 현무회의 가장 중요한 회원인데.. 앞으로 네가 우리 현무회의 군사를 말아줬으면 하는데..네 생각은 어때?"

"뭐..아직 우리 둘 밖에 없지만 내게 군사 직책을 맡겨 준다면 열심히 할게. 호호."

"나도 현무회를 무림맹이나 사도련 못지않은 큰 세력으로 만들도록 노력할게."

"다른사람이 그렇게 말했으면 허풍이라 생각 했을텐데 무영이 너라면 왠지 가능할 거 같아."

"초아야 날 믿어줘서 고마워."

***

초아는 다음날부터 미리 선정한 사파 다섯 곳에 현무회 회주 신무영이라는 이름으로 비무첩을 보내었다.

다섯 문파 수장들은 비무첩을 받고나서 모두 하루도 안 되어 비무를 승낙하고 날짜를 잡았다.

그들 다섯 문파와의 비무는 하루 간격으로 잡았는데 그 이유는 처음에 붙은 곳이 처참하게 깨지면 약속을 어기고 피할까봐서 소문이 나기 전에 다섯 곳을 모두 제압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첫 비무날 당일

비무를 하러 사자방으로 가려는 나를 보며 초아가 물었다.

"무영아, 현무회를 무림에 처음 알리는 비무인데 긴장되지 않니?"

"현무회를 처음 알리는 비무라고는 하지만 사자방은 한번 가봤던 곳이라 긴장은 별로 안되네."

"자, 이거 쓰고 비무를 하도록 해."

초아가 가면을 내게 건네주었다.

"응? 이게 뭐야?"

"보시다시피 가면이야. 네 얼굴을 가리고 비무를 하는게 좋을 거 같아."

"왜?"

"얼굴을 모르면 신비로운 느낌이 들잖아. 저 고수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지고 왠지 더 강한 느낌도 들고.. 그게 현무회를 알리는데는 더 도움이 될거야."

"그래. 우리 군사님 말씀을 들어야지. 잘 쓰고 다닐게"

초아는 나를 배웅해주었고 나는 가면을 쓴 채 홀로 사자방을 방문했다.

사자방의 전 방도들이 나와 나를 둘러싸고 방주가 걸어나왔다.

"그대가 현무회 회주?"

"그렇소. 방주께 비무첩을 보낸 현무회 회주 신무영이요."

"현무회는 어디에 있는 문파지? 처음 들어 보는데"

"광동성에서 만들었으나 아직 장원은 구하지 못했소."

"뭐? 그럼 너희 문파는 언제 세워진 문파지?"

"아직 삼일밖에 되지 않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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