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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무사의 귀환-50화 (50/114)

< 정보료 >

3일 후, 천하상단으로 하오문 사람이 나를 찾아왔다.

"하오문에서 왔습니다. 무영 소협, 그 일로 향주님께서 찾으십니다."

"향주님요? 제가 향주님을 만난 적 있나요?"

"네. 삼일 전 뵈었던 분이 향주님이십니다."

'그 여인이 향주였구나. 하오문에서 향주가 어느 정도의 직급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곳의 책임자인듯 하군.'

"향주님이 약속을 잘 지키시네요. 지금 바로 갈께요."

나는 하진이를 부른 후 하오문 사람과 함께 선녀유곽으로 갔다.

삼일 전과 같은 장소인 내실에서 향주와 총관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무영 소협. 자주 보니 얼굴이 낯익어서인지 친근하게 느껴지네요."

"소저께서 향주님이신 것도 오늘 처음 알았고 그리고 전 향주님의 얼굴도 알지를 못해서 우리가 친근한 사이가 되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향주는 첫 만남부터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에 그녀의 모습을 알 수가 없었다.

"아.. 이 면사 때문에 그러시군요. 남들에게 보여주기 조금은 민망한 얼굴이라 가리고 다니는 게 습관이 되어서요..나중에 좀 더 친분이 쌓이면 그때 면사를 벗고 대화를 나누시죠."

"알겠습니다. 저를 불렀다는 건 두 사람의 정보를 찾으신 거 겠죠?"

"그럼요. 전 아주 약속을 잘 지킨답니다. 호호"

"그럼 빨리 그 정보를 내게 알려주세요."

"먼저 이번 정보에 대한 정보료는 선납하셔야죠."

'그냥 알려주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선납이라.. 하오문에서는 얼마를 부르려나..'

"네. 향주님. 원하시는 가격을 불러보시지요."

"저희 하오문의 정보료는 꽤 고가입니다. 알고 계신가요?"

'얼마나 부르려고 저리 겁을 주지... 돈이 모자라면 하진이에게 빌려야하나? 아니면 저 둘을 제압하고나서 협박을 해야하나..하오문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건 너무 무모한 짓이지.'

"일단 말해보시죠. 제가 수중에 있는 돈으로 안되면 빌려서라도 드려야죠."

"무영 소협이 돈이 많으신건지.. 아니면 천하상단의 첫째 공자님을 믿고 그러시는건지 꽤나 당당하게 말씀하시네요."

"그 정보는 내게 꼭 필요한 정보니 제 돈이 부족하면 몸으로라도 때울테니 얼마인지 알려주시죠."

"각오가 대단하시네요. 저희도 돈은 부족한 편은 아니라서 무영 소협께 정보료는 다른 걸로 받고 싶네요."

'하오문에서 나에게 돈 대신 다른 걸로 받고 싶다니 무슨 의미지?'

"제게 무엇을 원하시죠? 전 가진 게 별로 없는데.."

"무영 소협의 진짜 정체에 대해 알고 싶어요."

'갑자기... 내 정체를 알고 싶다고? 내가 탈영한 것을 눈치 챈건가.. 혹시 이미 내 정체를 알고 있는 거 아니야? 그렇다면 저 두 사람을 죽이고 이곳을 벗어나야 하나..'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지며 총관과 향주의 의도를 알아내기 위해 그들을 쳐다보았다.

"네? 제 정체를 알고 싶다고요?"

"무영 소협이 평범한 사람은 아닌 듯 해서요. 하오문은 정보료를 정보로 청구하기도 해요. 이번에는 소협의 정체를 정보료로 원하는 거에요."

그 때 옆에서 듣고 있던 천하진이 나서며 말했다.

"무영 형님은 군 제대 한 지 얼마 안 되었고 강호에 처음 나와 보는데 뭐가 더 궁금 하신 겁니까?"

"천하진 공자께서는 무영 소협과 같이 다니면서 정말 이상한 점은 못 느끼셨습니까?"

"이상한 점이라니요. 무영 형님은 그냥..다재다능하고 이것저것 아는 것이 많은 것 뿐입니다."

하진이를 향해 있던 향주가 몸을 돌리며 나의 정면에 서서 말했다.

"무영 소협 정말 밝히지 않으실 겁니까? 그럼 이 정보는 자동 폐기처리 될 겁니다."

'다른 선택지가 없다. 사실대로 말할 수 밖에...'

나는 먼저 천하진에게 이곳에 오기 전 사정을 설명했다.

"하진아, 먼저 미안하다. 너에게 말하지 못한 게 있다."

"무영 형님, 갑자기 미안하다니요? 무슨 말이에요?"

"난 의무복무 기간이 남았는데 군부에서 탈영했다."

"저에게 미리 말하지 않았지만 전 괜찮아요. 형님을 믿으니까요. 탈영을 했더라도 중요한 사정이 있었을테니.."

"그건 지금 찾고 있는 두 사람이 위험에 처해 군부에 남아 있을 수 없었다."

"역시 그랬군요. 형님이 탈영병이라도 전 아무렇지 않아요."

'끝까지 날 믿어주다니.. 하진이는 예현이와 석견이랑 닮았다. 녀석들이 보고 싶네.'

"믿어줘서 고맙다. 하진아."

"옆에서 들어서 무영 소협이 군부에 있다가 탈영했다는 건 알겠는데 어디 소속이었죠?"

"북방 군영의 북방 토벌군 소속이었습니다."

"요동을 정벌한 북방 토벌군 소속이었군요."

"네. 그 곳에서 7년정도 복무를 했습니다."

"그럼 북방 토벌군에서 직급과 계급은 뭐였죠?"

"직급은 북방 토벌군 1사군 3대대 부장이였고 천인장이었습니다."

"부장에.. 천인장이라고요?"

향주와 총관 그리고 천하진까지 세 사람 모두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무영 소협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스물 셋입니다."

"스물 셋에 천인장이었다고 말하면 누가 믿을 수 있을까요?"

"전 열여섯에 입대하여 열아홉살에 최연소 대대장이자 천인장에 올랐습니다."

"향주님.. 이 자가 계속 헛소리를 지껄이는데 그냥 둡니까?'

총관이 향주를 바라보며 말했고 향주도 고개를 끄덕이자 총관의 검이 나를 향해 빠르게 날아들었다.

그 검이 오는 것을 끝까지 보면서 피할까 생각도 했지만 내 목에서 1자(30센티) 정도 떨어진 곳에 멈추기에 피하지 않고 그래도 있었다.

'이 정도는 언제든지 피할 수 있다. 한치(3센티)만 더 들어왔으면 미리 피하든지.. 제압 했어야 했는데.. 아직 한치가 남았다.'

상관보는 내가 자신의 검을 보고도 겁을 먹지도 않고 또한 피하지도 않고 가만히 있자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향주에게 말했다.

"향주님, 이 자의 상태가 조금 이상합니다. 검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총관.. 검을 거두세요. 그리고 무영 소협께 감사하다고 하세요. 만약 한치만 더 찔러 들어갔으면 아마도 총관은 큰 낭패를 당했을 거에요."

"네? 향주님..무슨 소리신지요?"

"무영 소협은 총관의 검이 어디에서 멈추는지 눈으로 끝까지 보고 손을 쓰지 않은 거에요. 한치만 더 들어갔으면 총관을 제압하든 피하든 했을 거에요. 어느 쪽이든 총관은 추한 꼴을 당했을 거에요."

'향주가 대단한 고수였군. 나의 움직임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었다니.. 총관은 초일류 정도 인 것 같은데.. 향주는 절정의 경지는 되는 것 같군.'

향주의 설명을 듣고 상관보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나에게 사과를 했다.

"무영 소협, 고수를 못 알아보고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사정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천하진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총관 가서 북방 토벌군 천인장 명부를 가져오세요."

"네 향주님."

총관이 사라지자 내가 향주에게 물었다.

"군부의 명부가 이곳에 있습니까?"

"우리가 공을 들이는 곳은 무림만이 아니에요. 관과 군 모두 우리의 중요 고객이기에 명부는 기본이죠."

"하오문과 적이 되면 큰일 나겠군요."

"그러지 않는 게 현명하겠죠. 만약 친구가 되면 우리보다 든든한 친구는 없을 걸요. 호호."

잠시 후, 총관이 명부를 들고와 향주에게 건넸다.

향주가 살피더니 나에게 물었다.

"3대대 부장은 무영이군요. 신무영도 가명이었나요?"

"네. 군부에서는 무영이라 불렸지요. 지금은 쫓기는 신세라 가명으로 신무영이라 지었습니다."

"그렇군요. 무영 소협 정체는 이제 충분히 알았어요. 여기 두 사람 정보가 있어요. 가져가세요."

향주가 건네준 서찰을 펴서 내용을 살펴 보았다.

'한달 전 광서 지역에서 면사로 가린 여인과 그 용모파기와 비슷한 여인 한명이 나타난 적이 있다고 적혀 있다. 면사로 가리고 있는 건 황녀님일테고 그 옆에는 7호겠구나.'

"이곳 광동 지역에 한달 전에 나타났다는 정보가 끝입니까? 그뒤로 그들을 목격한 사람이 없다는 건가요?"

"네. 그 이후로 두 사람을 본 사람이 없어요. 이런 경우 둘 중 하나죠. 이 곳 어디가에 은신처가 있어 숨어 있거나 아니면 인피면구를 쓰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거나.."

'그들이 안전하다는 건 알았지만.. 인피면구를 구해 사라졌다면 찾기가 쉽지 않겠구나.'

"인피면구... 그것을 구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수도 있겠군요. 아니면 이 지역 어딘가에 숨어있던가요.. 그럼 이제 어떻게 찾죠?"

"일단은 이 곳에 있다는 가정하에 하오문 정보원들을 풀어 그 두 사람을 마지막으로 목격한 곳부터 범위를 넓혀가면서 찾아볼 거에요."

"저도 같이 찾아도 될까요?"

향주는 나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하죠. 저희 쪽에서 소협에게 하오문 사람을 붙여줄 거에요. 모든 정보와 연락은 그 사람을 통해서 할테니 두 사람을 찾을 때까지는 잘 데리고 다니세요."

"하오문 사람을 붙여준다고요? 그 사람과 우리가 하루종일 같이 있는 겁니까?"

"잠 잘때만 빼고요. 그 사람이 따로 잘 방은 마련해 줄 수 있죠?"

"네. 그리하죠."

"내일 아침 천하상단으로 보낼테니 함께 두 사람을 잘 찾아봐요. 그리고 두번째 의뢰와 세번째 의뢰도 이제부터 알아 볼거고 정보를 얻는 즉시 그 사람을 통해 전달할테니.. 더 이상 이곳을 직접 찾지는 마세요."

향주의 단호한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선녀유곽이 하오문의 광동지부 비밀분타 같은 곳인데 우리가 자꾸 드나드는 게 싫은 모양이었다.

"알겠습니다. 나중에 두 사람을 찾고 정보료를 내야할 때나 보겠군요."

"네. 그때는 반갑게 맞아드리지요."

하오문에서 일단 두 사람의 안위를 확인해서인지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졌다.

'황녀님과 7호가 무사하다니 정말 다행이다. 빨리 찾아서 지켜줘야지.'

천하상단으로 돌아가는 길에 하진이 나에게 말했다.

"오늘 형님에게 여러 번 놀라네요. 강호초출이라더니 무공도 저보다 훨씬 고수시고.."

"강호에 처음 나왔으니 강호 초출은 맞아.. 그리고 내가 너에게 무공을 못한다고는 안했는데.."

나의 말에 하진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거기다가 군부에서 천인장까지 오르셨다니.. 천인장이면 정오품 현령보다 한단계 위인 정사품이잖아요. 형님이 그렇게 높은 사람이었다니.."

"내가 과거에 천인장이였으면 뭐하고 만인장이면 뭐하겠니..지금은 군부에 쫓기는 탈영병에 불과한데.."

"형님, 천하상단에 있는 동안에는 그런 거 신경쓰지 말고 편히 지내요. 이제 실마리를 풀었으니 곧 두 분을 찾을 수 있을 거에요."

"그래. 고맙다."

나와 하진이는 천하상단으로 돌아와 다음날부터 바쁘게 돌아다녀야 하기에 일찍 휴식을 취했다.

다음날 천하상단으로 찾아온 하오문 사람을 본 순간, 나는 놀라고 말았다.

"아니, 수향 소저가 여기에 어떻게?"

"제 본명은 수향이 아니라니까요. 벌써 잊으신거에요?"

"아! 초아 소저..향주가 말한 하오문 사람이 소저였어요?"

"네. 전 하오문 사람이에요. 기루나 유곽에 있는 많은 이들이 하오문에 속해 있죠. 향주님께서 이 일을 잘 해결하면 유곽에서 내보내 주신다고 하셨어요."

'이 일을 잘 해결하면 초아 소저가 자유의 몸이 된다니 다행이구나. 그녀가 그런 곳에 있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는데.. 헌데 왜 자꾸 초아 소저가 신경 쓰이는 거지..'

저번에 향주가 말한 것이 떠오르며 두가지 감정 중 측은지심인지, 여인으로 느껴서인지..둘 중 어느 감정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에 나는 초아 소저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자유롭게 될 수 있다니 잘됐군요. 그런데 여인의 몸으로 우리와 함께 다니는 게 불편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전 괜찮은데.. 무영 소협은 불편하신가요?"

"아니요. 저도 괜찮습니다. 소저만 괜찮다면 함께 다니시죠."

"그럼 오늘은 그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인 장소부터 가 보시죠."

"네. 그래요. 초아 소저. 가자. 하진아."

그날부터 우리 세 사람은 어디를 가든 함께 움직였다.

< 정보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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