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자 무사의 귀환-49화 (49/114)

< 여인의 정체 >

그 여인에게 용모파기를 건네받아 보는데 나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7호도 그렇고 황녀님도 정말 비슷해...어떻게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을 내 말만 듣고 저렇게 그릴 수 있다니..저 여인의 그림 그리는 실력이 정말로 대단하구나.'

"정말 솜씨가 대단하네요. 두 사람의 본 모습과 이 얼굴 그림이 굉장히 흡사해요."

"그렇다면 두 여인 모두 실제로 엄청난 미인들이시네요. 무영 소협께서 반하실만 해요."

여인의 마지막 말에 나는 살짝 당황하였다.

"흠..외모만으로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물론 아름답기는 하지만..흠흠.."

"그래요. 제가 보기에도 소협은 그럴 거 같아요. 이제 본격적으로 두 사람을 찾아볼까요?"

"그럼 전 얼마나 기다리면 될까요? 그 얼굴 그림으로 두 사람의 정보를 가져다 주는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에요. 이미 정보는 들어와 있으니까요."

이미 정보가 들어와 있다는 그녀의 말에 나는 놀라서 물었다.

"두사람의 정보가 벌써 들어와 있다고요?"

"두 사람의 정보가 아니라 이쪽에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 이외의 외부인들이 우리의 지역으로 들어오면 정보원들이 기록하니까요."

"외부인 전부를요? 하오문의 정보력이 엄청나군요."

'하오문의 정보력이 이 정도 일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하오문..생각보다 더 대단한 집단이였군.'

"아예 사람을 접촉하지 않거나 남부지역으로 오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광동성이나 주변 남부지역인 광서성, 복건성, 절광성으로 두 사람이 들어왔다면 반드시 우리 정보원의 눈에 한 두번은 포착 됐을 거에요."

나는 황녀님과 7호를 곧 찾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 살짝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두 사람을 금방 찾을 수 있겠네요."

"그건 아니에요. 며칠 사이 들어온 외부인 기록을 전부 봐야하고 만약 두 사람 기록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다른 곳으로 이동했거나 그 뒤로 특별한 행적이 없다면 그들을 찾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요."

"아.. 그렇겠네요."

'그래도 일단 어느 지역에서 종적이 사라졌는지만 알아도 찾기는 훨씬 쉬어질테고.. 그리고 두 사람이 남부 지역에서 발견된다면 그것은 황녀님과 7호가 무사하다는 뜻이니 그걸로도 조금은 내 마음의 위안이 될테니까..'

"그럼 남부지역 한달 내 정보를 취합하여 두 사람의 정보를 찾아볼테니 일단은 돌아가서 기다리세요."

"그래도 대략 얼마나 걸릴지 알려 주실 수는 없나요?"

"음..삼일 내로 연락드리죠."

"삼일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의뢰를 드릴 것이 있습니다."

나의 말에 그 여인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소협께서 첫번째 의뢰에 대한 댓가를 치를 능력이 되시는지도 모르겠는데.. 두번째 의뢰도 하시겠다고요?"

"아.. 첫번째 의뢰에 대한 값은 얼마입니까?"

"그건 두 사람 정보를 가져와서 말씀드릴께요."

"두번째 의뢰비는 하진 동생이 치룰 것이니 의뢰비 떼일 걱정은 마세요."

나의 말에 그 여인이 웃으며 말했다.

"호호. 그런가요? 천하상단의 첫째 공자께서 의뢰비를 내신다면 흔쾌히 의뢰를 받아드리죠. 말씀해보세요."

"상사화의 꽃과 잎을 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대극의 뿌리도요. 가까운 곳에 자생하는 곳이 있으면 그 곳을 아니라면 그것을 소유하고 있는 곳이라도 알고 싶습니다."

그 여인이 난처하단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둘 다 독초네요. 특히 상사화는 이 지방에서 자라는 독초도 아니고 북쪽에서 자생하는데..워낙 희귀한 독초라 구하기 쉽지 않을텐데요."

"그래서 하오문에 의뢰하겠다는 겁니다. 하오문이라면 단서를 찾아줄 듯 해서.."

"음..이건 좀 시간이 걸릴 듯 해요."

"기다리겠습니다. 그럼 이왕 의뢰한 김에 하나만 더해도 될까요?"

나의 말에 그 여인이 어이가 없다는 듯 정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안 봤는데 무영 소협 상당히 뻔뻔한 구석이 있으시네요. 갑자기 찾아와서 어려운 의뢰를 한꺼번에 내놓고 의뢰비는 줄테니 해결해달라고 하니 살짝 당황스럽군요."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겠군요. 죄송합니다. 워낙 하오문의 정보력이 뛰어나다보니 이 곳 밖에 의지할 곳이 없어서 무리한 부탁을 드렸네요. 그럼 세번째 의뢰는 나중에 할까요?"

"아니에요. 뭐..우리 하오문 입장에서야 의뢰비만 잘 내신다면 상관없으니...세번째 의뢰에 대해 말해보세요. 대신 동시에 처리하기는 어려워서 시일이 좀 걸릴 수 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세번째 의뢰할 내용을 말했다.

"이 지역 광동성에 들어온 당가의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원하고요. 혹여 있다면 그 당가 사람들과 접촉한 천하상단의 명단도 얻고 싶습니다."

"이 지역에 들어온 당가 사람의 정보라..무영소협 당가와 전쟁이라도 하려는 건 아니죠? 호호. 무슨 연유인지 알려줄 수 있나요? 그럼 의뢰비는 반만 받을께요."

'상단주가 중독되었다는 걸 굳이 하오문에 알릴 필요는 없지. 하지만 모든 것을 감출 필요 또한 없으니..'

"당가와 적이 되어야하나.. 아니면 당가와 함께 손을 잡고 적을 잡을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것입니다."

"음.. 대답을 해주시긴 했는데.. 두리뭉실한 답변이네요. 반으로 낮추기는 힘들 거 같고 삼분지 일만 빼드리죠."

"감사합니다. 그런데 선수금은 없나요? 원래 있다고 들었는데..제가 나중에 정보만 받고 도망가면 어떻게 하시려고?"

"천하상단의 첫째 공자가 무영 소협 옆에서 보증하는데 그런게 뭐가 필요하겠어요. 호호"

'그런데 아까부터 저 여인의 웃음 소리를 들을 때마다 심장이 요동치고 마음이 동요되는 건 왜일까?'

혹시나 싶어서 하진이를 바라봤는데 그는 멀쩡해보였다.

'하진이는 겨우 일류의 내공인데 만약 웃음소리에 미혼공이 담겼다면 하진이가 먼저 반응을 했을텐데..아니겠지. 그래도 겨우 웃음소리에 마음이 동요되어 저 여인을 품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니.. 어이가 없군..내가 아직 동정이라 그런가..흡..'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정보를 찾으시고 연락 주시면 그때 다시 오도록 할께요."

볼일을 마친 나와 하진이는 그녀와 상관보 총관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하는데 그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만요. 무영 소협. 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걸 물어도 될까요?"

"네. 말씀하세요."

"어제 선녀유곽의 제일 가는 기생인 수향이의 방에 들리셨다고 소문이 났던데.. 그 아이는 어떻던가요?"

"무엇이 궁금하신 겁니까?"

"그냥.. 그 두 여인과 비교해서 수향이의 외모나 느낌이 어떠했는지 궁금해서요."

'그게 왜 궁금한거지? 황녀님과 수향소저를 비교하면... 외모만 놓고 보자면 황녀님도 아름답지만 어제 잠깐 보았지만 수향 소저는 가히 선녀 같았으니 살짝 수향 소저가 더 낫다고 봐야하나..'

"음... 그녀의 외모는 내가 지금까지 본 여인 중에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가히 선녀 같았으니까요."

"그 연모 한다던 여인보다 더 아름다웠다는 건가요?"

"그 여인과 수향 소저는 다른 매력이라 비교하기 어렵지만 단순히 외모적으로는 수향 소저가 아주 조금 앞서는 듯 합니다."

"그럼 그 연모하는 여인은 외모적인 매력 말고 무영 소협을 반하게 만든 다른 매력이 있나요?"

"그 여인은 몸에 기품이 서려있으나 주변 사람을 편하게 해 줍니다."

나의 말은 그 여인이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수향이는 외모 이외에 어떤 느낌이 들었는데요?"

"그녀는 자유로운 듯 보이고 싶어했으나 어딘가에 매여 있는 듯 했습니다. 아무래도 기녀라 유곽에 매인 몸이라 그렇게 느낀 듯 합니다."

"수향이를 잠깐 보았는데 꽤 그녀를 많이 파악하신 듯 하네요?"

'듣고보니 겨우 한번 봤는데 왜 이렇게 자주 그녀 생각이 나는거지... 한번 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고..'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네요. 딱 한번 봤는데 그런 생각을 했는지..."

"나중에 시간이 되실 때 그게 유곽 기녀에 대한 측은지심에서 나온건지.. 아니면 그녀를 여인으로 느껴 그런건지.. 잘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여인에게 이유없이 잘해주면 안되요. 그 여인은 오해하여 소협에게 연정을 품을 수 있으니까요."

알 수 없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그 여인과 상관보가 사라졌다.

"형님, 강호초출이라더니 왜 이렇게 말을 잘하는 거에요?"

'여인이지만 보통 고수가 아닌 듯한 느낌인데.. 그런데 나 강호초출은 맞는데...그냥 오래 살아 연륜이 쌓여 말을 한거지..

"사실 나 엄청 떨었는데..저 여인에게 뭔가 압도되는 느낌이었어."

"아무튼 형님 덕분에 일이 잘 해결될 거 같아요. 이제 집으로 돌아가서 쉬면서 연락을 기다리자고요."

"그래. 돌아가자."

두 사람이 선녀유곽을 나와 천하상단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그는 그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지자 선녀유곽 내실로 들어갔다.

"향주님, 삼일 만에 어떻게 그 많은 정보 속에서 그 두 여인의 정보를 찾으시려고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하오문 향주로써 2단계 긴급조치 발동할 거야."

"긴급조치까지 발동하시겠다는 겁니까? 그럼 일시적으로 정보원들의 활동이 멈추는데 괜찮을까요?"

여인은 선녀유곽에서 수향이라 불리는 신초아였고 하오문의 열명 밖에 없는 향주였다.

향주는 문주 다음으로 높은 지위로써 각 지역의 지부를 맡고 있었다.

그 열명의 향주들이 모여 정보 대결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남은 자가 차기 문주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만큼 향주의 권한은 막강했다.

그 앞에 있는 자는 상관보 총관으로 하오문 광동성 지부의 2인자였다.

"총관..이 일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야. 급히 그 두 사람을 찾아내야만 해."

"그 의뢰가 그렇게 중요한 일이였습니까?"

"이번 의뢰가 날 더 높은 곳으로 올려줄 거라는 느낌이 오고 있어."

"그것보다는 향주께서 그 무영소협에게 관심이 있는 거 아닙니까?"

"총관.. 그동안 가까이에서 날 지켜봤으면서 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겨우 남자 따위에게 관심이 있어서 2단계 조치를 실행하겠다고 말할 사람처럼 보여?"

"어제 향주님이 무영소협을 본인 방으로 끌고 갔잖아요?"

상관보의 말에 신초아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거야..내 미혼공으로 그 자의 정보를 빼내고자 한거지."

"그런데 왜 무영 소협은 아무렇지 않게 그 방에서 빠져나왔습니까?"

"내 미혼공이 실패했으니까.. 일각동안 내 춤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자는 그 자가 처음이야."

신초아는 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고, 그 말을 들은 상관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정말로 향주님의 절정에 달한 소녀미혼무를 보고도 멀쩡히 걸어 나갔다는 겁니까?"

"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 자에 대해 관심을 갖겠어."

"전 그 자의 허우대가 멀쩡하게 생겨서 향주님이 관심을 보이는 줄 알았죠."

"난 지금 나의 미혼공을 깬 그 자의 정체가 궁금해서 참을 수 없거든."

"그러게요. 저도 그 자의 정체가 궁금해지네요."

"일단 확실한 건 내 소녀미혼무에 빠져들지 않은 걸 보면 그자가 나보다 더 고수이거나 아니면..."

신초아와 상관보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서로 마주보고 피식 웃었다.

"훗..그럼 고자겠죠. 미혼공에 빠져들 수 없는.."

"그렇지. 그래서 난 그자가 나보다 더 고수라는 전제하에 그자에게 나의 모든 것을 걸어보기로 했어."

"그래도 그 자가 향주님을 문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능력이 될까요?"

신초아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거라 믿어. 아니면 나한테 죽는거지."

"전 무영 소협이 살짝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 광동성 하오문 인원들에게 2단계 조치를 실행하도록 명하겠습니다. 향주님."

< 여인의 정체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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