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 그림자 무사 >
"특별 그림자 무사는 황궁 밖에서 대장군 같은 분들을 그림자 무사의 신분을 숨긴 채 비밀 호위를 해 주거나 각종 정보를 취합하여 대장님께 전달합니다."
"중요한 일을 하고 있군요. 그럼 이곳에는 어떻게 오신 겁니까?"
'완벽히 넘어왔어. 우리 그림자 무사들은 무경원을 거쳐 바로 황궁으로 가서 그런지 너무 쉽게 속네. 조금은 13호에게 미안해지는데.'
"이번 맡은 군부의 비밀임무를 대장님께 보고하러 왔다가 반란 소식을 듣고 황궁의 상황을 살피러 들어갔다가 표식을 발견했지요."
"아.. 그랬군요. 전 혹시라도 황궁을 나간 그림자 무사들 중에 황궁으로 다시 돌아온다면 이곳에서 만나서 함께 행동하려고 표식에 글을 남겨놓았습니다."
"그 말은 이곳을 아직 아무도 찾지 않았다는 말이군요."
"네. 저를 처음 찾아오신 그림자 무사십니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전 그림자 무사 18호입니다."
'원래 거짓말은 사실과 섞여 있어야 구분하기 힘들지. 18호 라는 이름을 오랜만에 쓰는군. 이제는 무영이란 이름이 익숙한데.'
13호는 자신과 같은 숫자 이름에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특별 그림자 무사님은 18호님이시군요."
"대장님과 나머지 그림자 무사들은 어디로 갔습니까?"
"대장님은 태자마마를 모시고 사라지셨고 나머지 그림자 무사도 황자님들과 황녀님을 모시고 황궁을 빠져나갔습니다.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어디로 가는지 말을 안 했다고요?"
"네. 혹시라도 적에게 붙잡혀 실토할 때를 대비해 서로의 목적지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젠장. 황녀님에 대한 단서를 전혀 얻을 수가 없다니..'
"황녀님은 7호와 함께 나가셨습니까?"
"네, 맞습니다. 7호와 함께 남쪽으로 가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그 뒤의 행방을 알지 못합니다."
"남쪽이라고요? 그렇군요. 그런데 13호는 왜 이곳에 남아있습니까? 호위를 맡은 분은요?"
13호의 표정이 굳어지며 말을 쉽사리 하지 못했다.
"그것이.. 제가 호위를 맡았던 4황자님이 병약하시어 반란군이 황성에 쳐들어왔다는 소식에 너무 놀라 쓰러지셨고 그 뒤로 일어나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대장님께서 떠나실 때 저에게는 황성에 남아 상황 지켜보고 있다가 군부에서 반란군을 제압할 때 도움을 주라 하셨습니다."
'4황자님은 전생에도 몸이 약하여 오래 살지는 못하셨지.'
"열흘 뒤면 대장군님이 북방 토벌군을 이끌고 황성에 반란군을 처단하러 오실 겁니다."
"정말입니까? 생각보다 빨리 오시는군요."
"이미 만명의 정예병은 군부에 도착해 있습니다. 13호님은 이곳에서 상황을 계속 지켜보셨다면 반란군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계시겠군요."
13호가 차분한 목소리로 이번 반란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네. 이번 반란은 이자성이란 자가 농민들과 함께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처음에는 중앙군과 싸워 연전연패를 하였습니다. 그래서 중앙군은 그들을 우습게 봤었는데 어느 순간 반란군이 확 달라져 강력한 군대가 되어 나타나 중앙군을 무너뜨리고 낙양과 서안까지 점령하였습니다. 그 기세로 황성까지 밀고 와 보시는 바와 같이 상황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농민이 주축인 반란군이 갑자기 강력한 군대가 되어 중앙군을 제압하고 황성까지 점령하다니.. 설마 아까 황궁에서 본 무림인들과 관련이 있는 걸까? 그렇다면 무림의 문파가 이번 반란에 개입한 걸까? 정파? 사파? 마교? 세외?'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모든 무림인들이 의심스럽게 느껴졌다.
"황궁에서 무림인을 봤는데.. 그들이 농민 반란군을 정예병으로 바꿔 놓은 걸까요?"
"저도 황성에 머물면서 반란군과 함께 움직이는 무림인들을 자주 보았습니다. 제가 볼때도 이번 반란군이 강해진 원인이 그들 때문인 것 같습니다."
"꽤 많은 무림인이 반란군에 동원되었다면 소수 방파가 아닌 대형 문파나 연합세력이 계획적으로 이번 일을 벌였다고 생각하는 게 맞겠군요."
13호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지 고개를 끄덕였고 이번 반란이 북방 토벌군에 의해 제압된다고 하더라도 그 여파가 무림으로 번질 것은 당연해 보였다.
'무림의 세력이 반란에 개입했다면 이건 군부와 무림의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문제다. 명나라 전역이 전쟁터로 변할 수 있다. 더 위험해지기 전에 빨리 황녀님을 찾아야 해.'
13호와의 대화를 마치고 나는 그에게 나중에 다시 찾겠다고 말하고 정찰조 조원들과 만나기로 한 장소로 향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 이미 정찰조 조원 대부분이 모여 있었다.
"상황이 어떻던가? 반란군에 대해 많이들 알아봤어?"
"네. 무영 부장님. 반란군의 수뇌는 이자성이란 자고 반란군의 주축은 농민들이랍니다."
"그래. 수고했어. 또 다른 걸 알아온 조원은 없나?"
"농민군 무리에 무림인들이 섞여 있었습니다. 일류 고수정도 되어 보이는 자도 꽤 있었고 그들 중에 초일류 고수도 있었습니다."
"나도 보았다. 그들이 어디 소속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림의 대형 문파나 문파 연합이 이번 반란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
나의 말에 정찰조 조원들의 미간에 주름이 지며 안색이 좋지 않았다.
이들의 안색이 안 좋은 이유는 이번 반란군도 그렇지만 군대와 무림과의 전쟁은 여진과의 전쟁과는 다르게 동족상잔의 비극이고, 또 무림인과의 전쟁은 상성상 군부가 피해를 많이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피하고 싶어서 일 것이다.
"그럼 반란군과 전쟁이 끝나면 무림과의 전쟁을 하는 겁니까?"
"좀 더 조사를 해봐야 확실해지겠지만 지금 상황만 놓고 보자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지."
"이길 수는 있는 겁니까? 군대와 무림의 문파와 대결한다면."
"규모와 숫자가 다르니 이길 수는 있겠지. 하지만 우리의 피해도 어마어마하겠지."
"도대체 무림의 문파는 왜 반란군에 가담한 걸까요?"
"그건 나도 모르지. 확실한 건 그들이 무림인이든 아니든 반란에 가담했으면 우리는 그들을 반드시 척결한다."
"네. 알겠습니다."
나의 마지막 말에 조원들의 흔들리던 눈빛이 매섭게 달라졌다.
"자, 군부로 복귀하겠다. 동문과 남문 사이 쪽 성곽에 경비가 조금 허술해 보이더군. 우리는 그곳을 통해 밖으로 나간다."
나를 포함한 정찰조 31명은 은신술을 쓰면서 재빨리 동문과 남문 사이 성곽으로 이동하였다.
먼저 몸이 날랜 예현이 경공술로 성곽 위로 올라가 주위를 살피고 준비해 온 줄을 묶은 다음 신호를 보냈다.
한 명씩 차례대로 경공술로 성곽 위로 올라가서 줄을 잡고 성 밖으로 빠져나갔다.
다들 몸이 날랜 정예 병사들이라 그런지 움직임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착지할 때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어느새 성안에 있던 모든 정찰 조원들은 황성 밖으로 빠져나와 무사히 군부로 복귀하였다.
군부 선발대 지휘소.
지휘소에 들어오자마자 안휘 장군이 일어나 나를 반기며 말을 했다.
"잘 다녀왔나? 임무 수행은 어려움은 없었고?"
"네. 장군님. 반란군에게 들키지 않고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그래. 고생했네. 자네가 보기에 황성과 황궁의 상황은 어떠한가?"
"황성을 장악하고 있는 반란군의 숫자는 많으나 병력의 질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 듣기로 농민군이 반란을 일으켰다는데 주축이 농민들이라면 병력의 질이 떨어질 만하지. 한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있어. 비록 중앙군이 국경을 수비하는 병력보다는 수준이 떨어진다고는 하나, 어떻게 농민군이 중앙군을 제압하고 황성까지 점령할 수 있지?"
"그건 제가 알아본 바로는 무림의 세력이 개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안휘 장군의 미간을 찡그리며 굳은 얼굴로 말했다.
"무림인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그들이 직접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반란군에게 도움을 주고 상당 부분을 사전에 교감하고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그 말의 근거는?"
"황궁에 잠입했을 때 초일류 경지의 무림인을 여럿 보았고, 정찰 나간 조원들도 반란군 농민들 사이에 섞여 있는 상당한 경지의 무림인들을 대거 보았다고 하였습니다."
"하면 무림의 어느 세력인지는 알아보았나?"
"그것까지는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들 중 절정고수가 있을 경우 발각되면 정찰 임무가 실패할까 염려가 되어 무리하지 않고 돌아왔습니다."
나의 말에 안휘 장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했네. 그 부분은 반란군을 정리하면서 알아보면 될 일이고, 태자님이나 황자님들의 소식은 얻지 못했나?"
"태자님이나 황자님을 그림자 무사들이 호위를 하여 빠져 나간 것을 본 사람은 있었으나 어디로 목적지로 삼고 가셨는지는 모른다고 합니다."
안휘 장군은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짚으며 말하였다.
"태자님이나 황자님을 빨리 찾아서 황위에 오르게 하지 않으면 우리 명나라는 무너진다네. 우리가 어떻게 지켜온 이 나라인데.. 겨우 농민들의 반란에 무너진다면 그 얼마나 허망한 일 이 아닌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막아야죠."
"그래. 일단 대장군님이 오실 동안 조금 더 정보를 수집하며 작전 계획을 세워 봐야겠군. 고생했으니 어서 가서 푹 쉬게."
"네. 장군님. 저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나는 지휘부 막사를 빠져나와 나의 막사로 돌아갔다.
나의 막사에는 예현과 석견이 기다리고 있었다.
"무영아, 요 며칠 동안 황궁 일로 얼굴에 수심이 가득 찼던데 괜찮은 거냐?"
"맞아. 내가 보기에도 싸부의 얼굴에 요즘 근심이 많아 보여. 비사굴 때 함께 생활한 애들이 걱정되어서 그러는 거야?"
"뭐, 그 애들도 걱정이지만.. 황자님과 황녀님의 행방도 묘연하고 해서."
"7호나 1호, 5호, 27호가 무사하면 황자님과 황녀님도 무사하겠지. 목숨 걸고 지킬 텐데."
예현이 갑자기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너 좀 수상한데.."
"뭐가? 내가 수상하긴 뭐가 수상해.."
"너 혹시 출생의 비밀 같은 거 있어? 버려진 황족 이런 건 아니지?"
"갑자기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
"아니면 너.. 황자님이나 황녀님과 아는 사이야?"
"왜 갑자기 그런 걸 묻는데?"
"네가 황궁 일에 너무 관심이 많은 데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이상해서."
'예현은 가끔 촉이 너무 예리하단 말이야. 하지만 이 두 사람에게 전생 이야기를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고.. 뭐라고 하지.'
"음.. 사실은 아주 오래전에 황녀님을 알고 지냈어. 내가 그분을 지켜 드린다고 약속을 했어. 그래서 그분을 빨리 찾아야 해."
예현과 석견 두 사람은 내 말을 못 믿겠다는 표정이었다.
"넌 우리와 5살 때부터 무경원에 있었는데 언제 황녀님을 만나. 그리고 그 이후에는 더욱 황녀님과 잠깐 스칠 일도 없었는데. 그게 말이 되냐?"
"싸부, 그건 예현이 말이 맞는 거 같다. 혹시 꿈속에 황녀님을 만난 거야?"
'이럴 줄 알았다. 괜히 이야기해서 날 이상하게 보는군. 진짜 전생 운운했으면 큰일 날 뻔했네.'
"그래. 꿈속에서 황녀님을 만났어. 너무 현실 같아서 내가 착각했나 보다."
"무영이 네가 요 며칠 잠도 잘 못 자고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거 같다. 쉬어라. 석견아, 우리 이만 가자."
"그래. 싸부 푹 쉬어."
두 사람이 나가고 나는 침상에 누워 황녀님을 떠올렸다.
'7호와 남쪽으로 갔다는데.. 남쪽 어디로 갔을까? 빨리 찾아야하는데.. 황녀님이 어디 계신지만 알면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갈 텐데.'
< 특별 그림자 무사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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