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자 무사의 귀환-40화 (40/114)

< 작전 수행 >

"그런데 저희 3대대원이 모두 들어갈 수는 있는 겁니까?"

"맞습니다. 아무리 위장을 하고 여진족 사람들과 섞여 들어간다고 해도 천여명의 대대원이 걸리지 않고 모두 성 안으로 들어가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단명과 오륜의 말에 대부분 단주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래서 사령부에서 그 부분에 대해 논의하다가 해결 방안을 찾은 게 50명씩 한조로 묶어 오전에 5개조가 오후에 또 5개조가 들어가고 그 다음날 전날과 동일하게 오전, 오후로 나뉘어 들어가기로 하였다."

"그럼 먼저 들어간 조는 오백명은 건안성 안에서 하루를 보내는 겁니까?"

"그렇지. 첫날에 성안으로 들어간 선발조는 성 안에 여진 병사들의 위치와 배치를 확인해 두어야하고 또 불이 나면 혼란에 빠질 만한 곳을 미리 봐 두어야 하네. 그리고 성문을 통과할 때 무기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으니 그 곳에서 무기를 준비해야하네."

안휘 부장의 말에 단명이 당황하며 물었다.

"저희가 직접 성 안에서 무기를 준비하라는 말입니까?"

"아닐세.이미 무기는 구해놨으니..그건 그렇게 걱정 할 거 없네."

"이미 무기를 구해놨다고요? 어디에 말입니까?"

"그건 세부 작전 계획을 설명할 때 지도를 보면서 설명해 주겠네."

안휘 부장의 말을 듣고 있는 모든 단주들의 머릿속에 작전 계획이 그려지고 있었다.

"부장님 말씀을 들으니 위험하기는 하겠지만 건안성 점령이 가능할 거 같은데요."

계획이 생각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겼는지 다들 안도하는 듯했다.

"계획대로만 잘 진행된다면 우리 천명으로도 충분히 3만 군사를 혼란에 빠뜨리는 건 가능하겠네요."

"그렇지만 성안에서 단 한 명이라도 정체가 발각된다면 우리 모두 살아서 돌아오지 못하겠지요."

오륜 단주의 마지막 말에 그곳의 분위기가 일순간 가라앉았다.

이번 작전이 결코 쉬운 작전은 아니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막상 현실적인 말이 나오니 두려움이 커진 것 같았다.

단주들의 표정과 가라앉은 분위기를 느낀 안휘 부장이 강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가 서 있는 이 곳은 어느 때든 죽음의 신을 만날 수 있는 전장이다. 만약 작전이 실패하여 성 안에서 적과 싸우다 죽는다면 그것 또한 우리 같은 군인에게는 명예로운 죽음이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또한 우리는 1사군의 최고의 정예부대인 3대대다. 우리는 무조건 승리한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안휘 부장님의 저 모습이 진정한 군인이자 훌륭한 지휘관의 모습이구나. 안휘 부장님의 말로 인해 순식간에 이 곳의 모두가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안휘 부장의 말을 들은 단주들은 승리에 대한 확신이 가득 찬 눈빛으로 변하며 전의가 불타올랐다.

"이제 선발조를 선정하겠다. 자진해서 선발조에 들어가고자 하는 단주가 있나?"

이미 전의가 불타오른 단주들은 서로 자신들이 선발조로 가겠다고 손을 들었다.

안휘 단주는 흐뭇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선발조에 모두 참여하고 싶다니 정말 보기가 좋군. 역시 최정예 3대대의 단주들 답네. 모두 선발조로 갈 수는 없으니 내가 뽑도록 하지."

안휘 부장이 열명의 단주를 쭉 둘러보더니 말했다.

"1중대부터 5중대가 선발조로 가는 게 좋겠네."

"알겠습니다. 선발조로 미리 가서 준비를 잘해 놓겠습니다. 그럼 내일 바로 작전을 수행하는 겁니까?"

"그렇네. 먼저 오전에는 1중대와 2중대 그리고 낮에는 3중대오후에는 4중대, 5중대가 건안성 안으로 들어갈걸세."

"그럼 저희는 성안으로 들어가고 나면 어디에서 대기를 해야 합니까?"

"건안성에는 우리가 오래전에 심어놓은 사람이 있다네. 건안성 내부의 정보를 전달해주던 그에게 가면 되네."

"그 사람이 우리가 가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갑작스럽게 결정된 작전이라서 건안성 내부에 있는 그에게 알릴 틈이 없었네."

안휘가 막사 안에 있는 건안성 내부 지도에서 한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를 찾는 건 생각보다 간단하네. 건안성 입구를 통과해서 그 길로 곧장 얼마가지 않아 포목점이 보일테니 그 곳으로 가서 조선 비단으로 옷을 짓고 싶다고 말하게."

"조선 비단으로 옷을 짓고 싶다고 말하라고요?"

"그렇네. 그럼 그 쪽에서 조선 비단이 없다고 안된다고 할걸세. 그럼 자네가 그에게 조선 비단이 들어올 때까지 얼마든 기다린다고 하게."

"포목점에 가서 그에게 그렇게 말하기만 하면 됩니까?"

"그렇네. 그럼 그가 자네를 반갑게 맞아 줄걸세."

"그게 암구호이군요."

"그렇네."

단명 단주는 안휘 부장의 말을 듣고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헌데 암구호가 왜 조선 비단인 겁니까?"

"여진족들은 비단을 짜는 기술이 부족해서 명나라의 비단이나 조선에서 비단을 사오는데 손재주가 뛰어나 조선에서 만든 비단은 극상품이라 가격이 비쌀 뿐 아니라 이런 작은 성에서는 구하기가 어렵지."

"아! 그래서 포목점에 조선 비단으로 옷을 지어달라고 할 사람이 건안성에는 거의 없기에 암구호로 쓰기 적당하군요."

"그렇지. 그리고 그가 무기를 자네들에게 건네줄 걸세."

"그가 무기도 준비를 해 놓았군요."

"그렇네. 그는 오랫동안 건안성에 살면서 그 포목점 안에 각종 병장기와 병사들을 숨길 장소를 만들어 놓았으니 자네들은 그 곳에서 다음날 들어올 3대대 대원들을 기다리면 되네."

안휘 부장의 설명에 단주들 역시 이해가 된다는 표정이었다.

"자, 이제 다들 중대로 돌아가 중대원들에게 이번 작전을 설명하고 1조부터 5조까지는 신속히 변복도 하고 출발할 준비를 해서 반시진(1시간) 뒤에 지휘소 막사로 모이게."

"네. 안휘 부장님."

모든 단주들은 신속히 대대 지휘소 막사를 빠져나와 자신들의 중대로 돌아갔다.

"중대원 모두 3중대 단주 막사 앞으로 집합."

나도 신속히 3중대로 돌아와 중대원들을 집합시켰다.

내가 말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중대원이 내 앞에 모였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도록.."

'무경원에서 같이 편하게 지내던 훈련생들에게 하대하며 하려니까 좀 어색하네.. 아니지.. 원래 내가 이 녀석들보다 20년더 살았으니 하대 좀 하면 어때.'

"오늘 사령부에서 작전 명령이 떨어졌는데 작전명은 건안성 함락 작전이다. 이번 작전에서도 한성 전투처럼 우리 3대대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3중대원들에게 한성 전투는 수많은 목숨이 사라지는 실전을 처음 경험한 전투고 자신들의 동료들과 송겸 단주를 잃었기에 그들에게 그리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가운데 1조 조장인 유성이 내게 말했다.

"저희가 또 위험 지역에 들어가서 작전을 수행하는 겁니까?"

"이번 작전은 한성 때보다 더 어려울 거라 예상된다."

"이미 정해진 거라 피할 수 없는 거겠죠?"

"유성 조장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가?"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습니다. 다들 말은 안해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유성의 말에 내가 중대원들을 둘러보니 다들 표정이 어두워져 있는 것이 그의 말이 틀린 것 같진 않았다.

"우리는 실제로 전투에 참여한 것은 어제가 처음이었고 이번에 겨우 두번째에 불과하기에 모두들 두렵겠지. 나도 역시 너희들과 마찬가지로 유혈이 낭자하고 적들로 둘러싸고 전장에 가는 것은 두렵다. 하지만 우리는 명령에 복종해야 하기에 피할 수가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완벽하게 작전을 수행하는 게 우리가 살 길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완벽히 작전을 수행하고 살아남는다면 우리는 지금과 비교되지 않을만큼 강해져 있을 것이다. 모두 죽지말고 반드시 살아남아라."

3중대의 중대원들의 두려움 가득한 눈빛이 나의 말을 들은 후 완벽한 작전 수행을 위한 의지가 담긴 눈빛으로 바뀌었다.

"세부 작전 내용은 조장에게 전달할테니 조장들은 남아있고 조원들은 여진족 복장을 나누어 줄테니 변복을 하고 각 조 조장의 통솔하에 이각(30분)후에 다시 이곳으로 모이도록.."

"네. 알겠습니다."

3중대원들이 작전 준비를 위해 자신들의 막사로 돌아가고 조장들만 남았다.

그들에게 대대 지휘부에서 들었던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그럼 작전은 내일 오전부터인 겁니까?"

"그렇지.본격적인 작전은 내일 오전부터 시작이 되지만 1중대부터 5중대까지는 반시진 후 대대 지휘부에 모여 바로 건안성 근처까지 이동한다."

"성 안으로 들어갈 때 입구의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에게 들키지 않게 조심해야겠군요."

"그래. 그래서 무기도 놓고 간다. 성 안에 모든 것은 준비가 되어있으니 성 입구에서 자연스럽게만 행동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제 돌아가서 조원들 준비를 잘 시키고 반시진 후에 집합을 하게."

"네."

조장들이 대답을 하고 가는데 아직까지는 나에게 단주라는 호칭이나 존대가 어색한 듯 보였다.

반시진 후 3중대 단주 막사 앞,

"그게 뭐야. 큭큭. 너 원래 여진족이였냐? 왜 그 복장이 왜 이렇게 자연스럽냐."

"내가 너에게 할 소리를 먼저 하네. 네 모습은 보고 하는 소리냐. 큭큭."

다시 모인 중대원들은 여진족 복장을 입고 머리 모양도 여진족과 비슷하게 꾸미고 나왔는데 서로의 모습을 보고는 웃음이 터졌다.

그러자 그 웃음이 전염되듯 퍼져 모든 중대원의 웃음보가 터졌다.

'웃음 덕분에 긴장한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지겠군. 다행이야.'

웃음소리가 조금씩 줄어들고 어느 정도 진정 되었을 때 말을 하였다.

"자, 이제 그만 진정하고 모두 대대 지휘소로 간다."

대대 지휘소에 도착하자 이미 다른 중대원들도 대부분 도착해 있었다.

안휘 부장의 간단한 말이 있고 난 후 우리는 즉시 건안성으로 이동을 했다.

새벽녘에 건안성 근처에 도착한 우리는 여진족에게 들키지 않게 잘 숨어있다가 오전부터 계획한대로 나뉘어 성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도 1중대부터 5중대까지 아무도 걸리지 않고 무사히 성 안으로 들어 올 수 있었다.

포목점을 바로 찾을 수 있었고 포목점 주인이자 우리 군에서 심어놓은 첩자인 주암이라는 자의 도움으로 그곳에서 은신하며 건안성을 혼란에 빠뜨릴 준비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다음날 안휘 부장을 비롯해 3대대의 나머지 중대원들이 모두 들어오고 포목점에 있는 은신처에 모여 계획을 주고 받았다.

"계획대로 성 안에 불을 지른다. 불을 지를 만한 곳은 미리 알아두었을테니 그건 1중대부터 5중대가 맡기로 하고 나머지 6중대부터 10중대는 나와 함께 문을 지키는 적들을 제거하고 남문의 문을 연다."

"1군단도 건안성 근처 와 있는 건가요?"

"그렇다. 우리가 진시에 건안성에 불을 질러 불길이 거세지면 바로 남문으로 공격해 들어올거다. 그 때 우리는 남문 열어서 1군단 병사들이 성 안으로 들어오게 할 것이다."

"그럼 저희는 불 지르고 남문으로 합류하나요?"

"너희는 우리가 실패할 때를 대비해 서문으로 가서 문을 열어라. 1군단의 일부는 서쪽으로 올 것이다."

진시가 되자 계획했던 작전이 바로 실행 되었다.

우리는 미리 봐 두었던 장소가서 동시에 불을 질렀고 불길이 거세졌을 때쯤 소리를 질렀다.

"불이야. 불이났다."

그 소리에 집에서 잠을 자던 사람들이 뛰쳐나와 불길을 잡으려 물을 뿌려댔고 성 안에 있는 여진족 병사들도 불을 끄기 위해 병장기는 내려놓고 물을 가져다 나르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그 사이 안휘 부장과 6중대부터 10중대까지 오백명의 대대원들은 은신처에서 병장기를 꺼낸 뒤 화재로 혼란한 틈을 타 남문 근처까지 조용히 접근하여 문을 지키던 여진족 병사들을 순식간에 모조리 제거했다.

< 작전 수행 > 끝

ⓒ 청운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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