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안성 함락작전 >
"요동 지역이 예전에는 명나라 땅이었기에 이곳에 살던 명나라 백성들 중 전쟁 중에 피난을 떠나지 못하고 이곳에서 남아있다가 붙잡혀 여진족들 땅에서 사는 명나라 사람들도 꽤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네. 자네 말대로 요동 지역에는 떠나지 못한 명나라 백성들이 여진족 사람들과 뒤섞여 많이들 살고 있지."
안휘 부장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해주었다.
"그리고 지금 한성에는 우리에게 잡혀있는 여진족 포로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그들의 옷가지를 가져와 우리가 입고 또한 포로 중에 우리에게 협력하는 자도 있을 겁니다. 그들을 데려다가 뒤섞여 건안성에 들어간다면 들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의 말을 들은 안휘 부장과 모든 단주들도 표정을 보아하니 이 작전의 성공 가능성이 아주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 듯 했다.
"그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이 드네만. 성공한다해도 많은 인원이 성 안으로 들어갈 순 없을텐데.. 들어가서는 어떻게 할 건가?"
안휘 부장의 말에 나는 곧바로 나의 생각을 말했다.
"소수의 인원만 들어간다고 해도 성공적이라 봅니다. 성 안에서 몰래 불을 지르고 혼란을 일으킨 다음 성 문을 열 수만 있다면 1군단의 병력이 성 안으로 들어와 제압할 수 있습니다."
"자네가 생각하는 병력은 얼마인가?"
"저희 대대 병력 정도면 이번 작전을 충분히 성공 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천여명이나 성 안으로 들어가는 게 가능하겠나?"
"한번에는 어렵겠지만 삼일을 나누어서 들어간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나의 말이 끝나자 모두들 내 작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각자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고 있는 듯 아무 말이 없었다.
한참이 지나서 나서야 안휘 부장이 입을 열었다.
"무영 단주의 작전에 대해 생각을 해보니 성공 가능성이 낮지 않고 괜찮은 듯 하니 1사군 회의로 가져가서 조금 보완한다면 충분히 써 볼만한 작전 같소이다. 단주들의 생각은 어떻소?"
"저도 부장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작전을 조금만 보완을 거친다면 성공할 거라 봅니다."
4중대의 단주 지운이 안휘 부장의 말에 동조하자 단주 대부분이 곧바로 동조하며 말했다.
"저희도 생각이 같습니다. 무영 단주, 이번 작전 계획 아주 훌륭하오."
"맞아요. 확실히 젊은 사람은 생각도 다르군요.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단주들의 말을 들은 안휘 부장이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무영 단주, 묘책을 생각해내주어 고맙네. 이번 작전이 1사군 회의에서 통과되어 그 작전이 성공한다면 이번에도 자네의 공이 크게 인정 될 걸세."
"전 그저 떠오른 생각을 말했을 뿐인데 그것이 이번 작전을 세우는데 도움이 된다면 영광입니다."
"회의에 가서 어떻게 될 지는 아직 모르지만 내 생각에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되네."
안휘 부장이 그 계획을 보고하기 위해 1사군 회의에 가고, 남아있던 단주들도 자신들의 중대로 복귀하려 사령부 막사를 나섰다.
나도 일어서서 3중대로 돌아가려는데 누군가 나를 불렀다.
"무영 단주, 같이 갑시다."
"네. 지운 단주님, 같이 가시죠."
"단주는 그런 묘책을 어떻게 생각해 낸 것이요?"
"제 전략을 묘책이라 말하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도 이번 작전에 그 전략이 채택되면 단주가 이번에도 큰 공을 세우게 되는건데..헛.. 이러다가 나보다 먼저 천인장을 다는 거 아닌지, 나도 분발해서 무영 단주에게 너무 뒤쳐지지 않게 노력해야겠네요."
"아닙니다. 전 이번 백인장 진급도 너무 과분한데요. 지운 단주님 절 너무 높게 평가 하시네요. 전 이번에 실력이 아니라 운이 좋아서 단주에 오른 겁니다."
나의 말을 들은 지운 단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영 단주는 젊은 사람이 겸양의 미덕도 알고 훌륭합니다. 나보다 먼저 진급하여도 상급자로 잘 모실 테니 미리 잘 부탁합니다."
지운의 표정을 보면 장난치듯 하는 말은 아닌 듯했다.
"지운 단주님, 자꾸 왜 이러세요. 잘 부탁한다니요. 오히려 제가 잘 부탁드려야지요."
"지금 미리 친분을 쌓아두는 것이니 나중에 모른 채하면 안됩니다. 무영 단주."
"알겠습니다. 나중에 지운 단주님을 절대 모른 척 안할테니 그만 하세요."
"약속한 겁니다. 벌써 우리 중대에 도착했네요. 무영 단주. 다음에도 자주 대화를 나눕시다. 먼저 갑니다."
"네. 들어가세요."
나의 말에 지운 단주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는 자신의 중대로 들어갔다.
'지운 단주는 약간 능글 맞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에게 나쁜 의도나 안 좋은 감정은 없는 듯 하니 굳이 멀리 할 필요는 없겠지.'
내가 3중대 막사에 도착하자마자 3조 조장인 예현과 석견이 막사로 들어왔다.
"무영 단주님, 단주에 오르더니 얼굴 보기가 힘듭니다."
"맞아요. 단주님. 너무 우리를 멀리하는 거 아니에요?"
"갑자기 어색하게 존칭은... 우리끼리 있을 때는 편하게 해."
"무영아, 진짜 그래도 되? 다른 사람이 들을까봐."
"괜찮아. 우리끼리 있을 때는.."
"예현아, 싸부가 그러라는데 말 좀 들어라. 우리 싸부가 진급해서 좋긴한데.. 조금씩 우리랑 멀어지는 거 같은데..이러다가 또 진급하면 우리 나두고 다른 부대로 가는거 아냐?"
석견은 아주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걱정말거라. 내가 타 부대로 가면 너희들도 꼭 데려갈테니."
"그래. 무영아, 군 복무 마칠 때까지 나나 석견이는 너랑 무조건 함께할 거니까 네가 어디로 가든 알아서 우리를 불러줘야 해."
"그래. 왠지 내가 앞으로 전투를 많이 치를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너희들은 안 빼먹고 꼭 나랑 함께 선봉에 서자."
"음.. 갑자기 어제 다친 어깨가 아파오는데.."
예현이 갑자기 붕대로 감싸놓은 자신의 오른쪽을 어루만지며 딴청을 피웠다.
"예현이 너 오른쪽 어깨 살짝 베인 거라 붕대도 안 감아도 된다고 했잖아. 뭐 그 정도 가지고 이 정도는 다쳐야 부상을 입었다고 말할 수 있지."
석현이 붕대로 감싼 자신의 오른쪽 팔을 가리키며 예현을 놀리듯 말했다.
"그래 너 잘났다. 부상 입은 김에 아예 푹 쉬게 잘라줄까?"
"무슨.. 소리야. 멀쩡한 팔을 왜 잘라. 싸부. 예현이 좀 이상해."
"둘이 아주 잘 놀고 있고만. 수준이 딱 비슷해."
"무영아 무슨 소리야. 나를 저런 어리버리한 석견과 비교를 하면 안되지."
"예현아 너보다 내가 훨씬 똑똑하다구. 일부러 어리버리한 척 한거다. 바부"
"네가 보기에는 둘 다 똑같으니까 그만하고 이제 3조 막사로 돌아가서 쉬어. 나도 잠깐 쉬었다가 다시 회의에 가야할 것 같아."
내가 축객령을 내리자 예현과 석견은 말을 하려다가 멈추고 조용히 물러갔다.
그들이 떠나가고 조용해진 막사 안에서 나는 잠시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전장에서 실전을 통해 얻는 경험은 확실히 혼자 수련할 때보다 훨씬 크다. 조금 더 전투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한계를 경험 해 봐야겠다. 어제 전투 때 무의식 중에서 내지른 일검. 그것만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된다면 초절정의 경지로 생각보다 빠르게 넘어갈 수 있다.'
다시 생각해도 어제 무의식 중에 나온 일검은 초절경 경지에 다시 오른 후에나 펼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몸에서 기억하는 그 감각은 전생에 올랐던 초절정 경지까지 좀 더 빠르게 데려다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제의 전투를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다시 한번 곱씹다가 그대로 깊은 명상에 빠져들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막사 앞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에 명상에서 깨어났다.
"무영 단주님, 안휘 부장님께서 회의를 하신다고 막사로 오시랍니다."
"지금 시간이 얼마나 되었지?"
"유시(19시)입니다."
'아니 벌써 유시라니... 미시(13시)쯤 회의 끝나 막사로 돌아와 반시진도 안되서 예현과 석견을 돌려보냈는데.. 잠깐동안 눈을 감았는 줄 알았는데 내가 세시진 이상을 명상에 빠져 있었구나.'
"안휘 부장님이 모든 단주를 불러 오라했느냐?"
"네. 그렇습니다. 단주님."
"그럼 얼른 가야겠구나."
명상에 막 깨어나 약간 혼미했으나 정신을 차리고 3대대 지휘부 막사로 급히 갔다.
내가 막사에 도착 했을 때는 이미 대부분의 단주들이 자리 하고 있었다.
"무영 단주, 이리 오시오."
지운 단주가 나를 보며 손짓하며 자신의 옆자리로 불렀다.
주위를 둘러봐도 빈자리도 거의 없었고 그의 호의를 거절할 이유도 없었기에 그의 옆자리로 가서 착석했다.
"무영 단주와 지운 단주가 그리 친한 사이인 줄 몰랐구려."
"그러게 말입니다. 무영 단주는 어제 단주가 되고 오늘 처음으로 회의에 참석했는지 두 분은 마치 오래 알던 친우 같습니다."
단주들의 시선이 나와 지운 단주에게 집중되자 괜히 낯이 뜨거워져 지운 단주 옆자리에 괜히 앉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주들은 다 왔나?"
"네. 부장님."
다행히 안휘 부장이 들어오자 모든 시선은 그에게로 향했다.
"그럼 바로 작전 회의 진행하겠네."
"부장님 1사군 사령부에서는 무영 단주의 전략에 대해 어떻게 하기로 정했습니까?"
지운 단주의 질문에 모든 단주의 시선이 안휘 부장의 말을 기다리며 그의 입만 바라보았다.
"사령부에서 무영 단주의 전략이 받아들여져서 내일 아침에 바로 실행하기로 했네."
"와! 무영 단주 축하하네. 자네의 전략이 이번 작전에 실행된다니 대단하구만."
부장의 말을 듣고 옆에 지운 단주가 진심으로 내게 축하해 주었다.
1중대 단주 단명과 2중대 단주 오륜은 내 전략이 사령부에서 통과되었다는 말을 들은 뒤부터 표정이 급격히 굳어지기 시작했다.
"무영 단주, 훌륭한 전략을 내 주었으니 이번에도 이미 큰 공을 세운거나 다름 없군. 수고했어."
"아닙니다. 전략이 아직 실행도 되지 않았는데 제가 그런 말을 듣는 건 너무 이른 거 같습니다."
"자네 말을 듣고보니 그 말이 맞는 거 같는 거 같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한성 공략 때처럼 이번 작전 역시 우리가 맡기로 했네."
안휘 부장의 말에 대부분의 단주들이 당황하는 분위기였다.
그 이유는 한성 전투 때에는 적의 숫자가 3대대보다 많기는 했지만 양동 작전을 통해 적을 분산시키고 또 밤에 기습하여 제압했기에 3대대만으로도 가능했지만 이번 건안성은 달랐기 때문이었다.
건안성은 성 안에 3만이 넘은 여진족 군사들이 있었고 외부의 지원을 기대할 수도 없고 겨우 천명의 3대대가 성 안에서 모든 작전을 수행해야 했기에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건안성에 침입하여 작전을 수행하는 걸 저희 3대대가 맡는단 말씀이십니까?"
"그렇네. 유현 장군님께서 우리가 전략을 제시했으니 이번 작전에 이해도가 높을 것이라 하셨네. 또한 소수 정예인 우리 3대대가 가장 적합할 거 같다고 여기셨는지 그리 결정하셨네."
1사군 사령관인 유현 장군이 이미 결정 했다고 하니 더이상 단주들은 불만이 있어도 말할 수 없었다.
그 불만 가득한 단주들의 시선은 나에게 향했다.
'진무 교관님께서 전장에선 나서지 말고 중간만 가라 했는데.. 제기랄 내가 그 말을 안 들어서 화를 불렀구나.'
< 건안성 함락작전 > 끝
ⓒ 청운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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