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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무사의 귀환-38화 (38/114)

< 신고식 >

또한 나와 함께 호이파를 상대했던 예현을 십인장으로 진급시키며 3조장에 임명했고, 석견도 십인장으로 진급시켰으나 한사코 직급은 거절하여 그대로 3조원으로 남기로 했다.

그리고 나머지 3대대원들 중에서 공을 세운 병사도 십인장으로 진급시켰다.

하지만 나처럼 파격적인 승진을 한 자는 없었다.

하여 한동안은 3대대 내에서 내 이름이 여러 사람 입에서 오르내릴 것 같았다.

그렇게 3대대의 논공행상이 마무리될 때쯤 성 밖에 있던 1사군이 남문을 통해 한성 안으로 들어왔다.

"이번 한성 함락은 3대대의 공이 아주 크군. 안휘 부장, 역시 자네는 언제나 날 실망시키지 않아."

"아닙니다. 유현 장군님. 제가 부족하여 빨리 한성을 점령하지 못하고 3대대원도 2백명이 죽고 2백은 크게 다쳤습니다. 죄송합니다."

"3대대의 병력이 비해 여진족 군사들이 다섯 배나 많았으니 피해 없이 이기기란 어려웠겠지."

"그것보다 이곳의 성주와 여진 장수 한 명이 절정의 고수라 그들을 상대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안휘 부장의 말을 들은 유현 장군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이 성에 절정의 고수가 두 명이나 있었단 말인가?"

"네. 성주 완안홍열과 호이파라는 장수였습니다."

"저번에 우리 북방 군영을 쳐들어온 여진족 장수 중에 호이파라는 자가 있었던 것 같은데.. 대단한 실력자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자네가 제압했나?"

"저는 성주 완안홍열을 제거했고, 호이파는 저희 3대대의 조장 한 명이 제거했습니다."

1사군 만인장 유현 장군은 절정 고수인 호이파를 겨우 십인장에 불과한 조장이 제거했다는 말을 믿기 힘든 듯 안휘에게 다시 되물었다.

"나보고 절정 고수를 겨우 십인장에 불과한 조장이 제거했다는 말을 믿으란 건가?"

"사실입니다. 3대대원 대부분이 목격했습니다."

"정말인가? 그럼 그 조장을 데려오게나."

안휘 부장은 병사를 시켜 자신에게로 나를 데려오게 했다.

"부르셨습니까? 안휘 부장님."

"여기 1사군 지휘관이신 유현 장군님께 인사부터 드리게."

안휘 부장의 말에 곧바로 유현 장군을 향해 군례를 올렸다.

"3대대 3중대 단주 무영, 장군님께 인사드립니다."

유현 장군이 내 전신을 훑어보더니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번에 전투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이 자네로군. 반갑네. 아직 약관의 나이도 안 된 것 같은데 절정의 여진 고수를 죽이다니.. 정말 대단해."

"운이 좋았습니다. 여러 병사들이 도와주어 이길 수 있었습니다."

"운이 좋다고 아무나 절정 고수를 죽일 수 있는 건 아니지. 앞으로 자네의 활약을 기대하며 눈여겨보겠네."

"열심히 노력하여 장군님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이만 가서 쉬게."

유현 장군과 안휘 부장에게 인사를 마치고 3중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무영 단주가 몇 살이지?"

"올해 16살입니다."

"16살이면 무경원 출신이겠군. 확실히 무경원에서 군부로 입대한 자들 중에서 특출난 인재들이 많이 나오는군."

"네. 그렇습니다. 무경원에서 입대한 병사들이 두각을 많이 나타내고 있죠."

"단주가 홀로 호이파를 쓰러뜨렸다는 건 절정 고수라는 소리지?"

"네. 절정 고수가 아니고서는 호이파를 홀로 잡을 수 없었을 겁니다."

유현 장군의 나이는 40대 중반이었는데 16살의 나이에 자신과 비슷한 경지에 오른 신진고수의 탄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16살의 어린 단주가 자네나 나와 같은 경지라니.. 진정 놀랍지 않은가."

"군부도 무영 단주 같은 신진고수들이 활약하며 세대교체가 되겠지요."

"그렇게 되겠지. 한데 십인장인 조장이라더니 단주라면 백인장이 아닌가?"

"오늘 전투에서 3중대 송겸 단주가 전사하였습니다. 이에 공이 가장 큰 무영 조장을 십인장에서 백인장으로 진급시켜 3중대 단주로 임명했습니다."

"안휘 부장이 빠르게 잘 조처했군. 앞으로 무영단주의 활약이 기대되는구먼. 그리고 오늘 전투로 인해 피해가 컸으니 3대대 인원은 최대한 빨리 보충해 주겠네."

"감사합니다, 장군님."

1사군은 한성 내부를 샅샅이 뒤져서 남아있는 여진족 잔당을 모두 잡아들이고 한성을 지킬 3천의 병력을 남기면서 그렇게 요동성의 첫 관문인 한성의 점령전이 끝이 났다.

"저번 군영 기습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1사군, 특히 3대대로 큰 피해 없이 하루도 안 걸려 한성을 점령했군. 그때의 빚을 제대로 갚아주었네. 훌륭하네, 유현 장군."

"감사합니다. 대장군님."

"첫 단추를 잘 끼웠으니 이제 속도전이네. 이제 곧 여진족들에게 우리 군의 움직임이 전달될 테니 빠르게 다음 성으로 진격 준비를 하게."

"네. 바로 진군할 준비를 하겠습니다. 대장군님."

1사군을 비롯해 북부 토벌군의 진격 준비가 끝나고 곧바로 다음 성을 공략할 준비를 했다.

한성이 비록 여진족 군사 오천명 밖에 없던 작은 성이지만 요동의 첫 관문을 하루도 채 안 걸리고 점령했다는 것에 북부 토벌군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아져 있었다.

대장군은 북부 토벌군을 조직할 때 요동을 빠르게 정벌할 계획부터 세웠다.

여진족의 본거지인 만주에서 요동으로 지원 병력이 오기 전에 최대한 많은 성들을 점령하기 위해 북방 토벌군의 요동 지역 통합 작전이 시작되었다.

1사군 3대대 사령부 막사

안휘 부장이 1사군 작전회의에 참석하고 와서 우리들에게 작전 계획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3대대 지휘관들이 모인 자리에 나도 참석했다.

"자, 이번 작전은 1사군부터 5사군이 1군단, 6에서 10사군이 2군단, 11에서 15사군이 3군단, 16에서 20사군이 4군단으로 나뉘어 각기 요동의 한 성을 맡아 점령한다."

"안휘 부장님, 그럼 저희는 1군단 소속으로 어느 성을 맡습니까?"

"우리 1군단은 건안성을 맡는다. 2군단은 풍성, 3군단은 석성, 4군단은 건흥성을 공략하기로 하였다."

"그 4개 성의 규모는 어떻게 됩니까?"

"각 성의 규모는 비슷하다. 우리가 공략한 한성보다 몇 배는 큰 성들이지. 대략적으로 각 성에 주둔하는 여진 군사만 3만에 이른다."

안휘 부장의 설명을 들으며 질문하던 1중대의 단명 단주가 3만이란 숫자에 놀라며 말했다.

"부장님, 그럼 우리가 공략해야 할 건안성도 여진족 3만이 수성하고 있다는 겁니까?"

"그렇다. 우리 1군단은 5만 명의 군사로 3만의 건안성을 최소한의 피해로 가장 빠르게 공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평원지대에서 싸운다면 5만의 병력으로 10만 명도 이길 수 있겠지만 수성하고 있는 적 3만을 5만 병력으로 큰 피해 없이 빠르게 이기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나도 알고 있네.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해내야 해. 지금부터 전략을 생각해보고 생각이 나면 말해보게."

안휘 부장의 말에 그곳에 모인 모든 단주들이 최상의 방법을 찾기 위해 깊은 상념에 빠졌다.

한참 후 다시 논의를 이어갔다.

"한성 공략 때처럼 양동작전은 어떻겠습니까?"

"그 작전은 1사군 작전 회의 때도 나온 이야기인데.. 건안성은 성벽이 너무 높아서 타고 올라가기도 어렵고 성벽 위에 수비하고 있는 병력도 너무 많아서 그 작전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네."

"그렇군요. 그럼 1사군 작전 회의에서는 다른 작전 계획은 나오지 않았습니까?"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해서 일단은 각 대대에서 방법을 찾아보고 다시 모여 회의하기로 한 걸세."

안휘 부장의 말에 1중대의 단명 단주가 갑자기 나를 보고는 말을 건넸다.

"그렇군요. 이번에 3중대 단주로 새로 들어온 무영 단주께서는 묘수가 없으신가요? 우리들 중 가장 젊은 무영 단주는 우리와 무언가 다르겠지요."

단명 단주의 말에 동조하며 2중대 단주인 오륜이 내게 말했다.

"그래요. 말해봐요, 무영단주. 젊고 새로운 신진고수이니 생각도 우리들보다 훨씬 새롭고 독창적인 계획이 나올 수도 있으니."

'요것들 봐라? 지금 내가 어리다고 신고식을 하자는 건가. 그렇게 노골적으로 내가 곤란해지길 바라는 표정으로 말하면, 너희들 뜻대로 장단 맞춰주기 싫어지잖아.'

나는 일부러 그 두 단주를 바라보며 씨익 한번 웃어준 후 말했다.

"두 단주께서 절 그리 높게 평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는 나이도 어리고 군부에 들어온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경험도 미천합니다. 하여 제 전략이 통할지는 잘 모르겠으나.. 기회를 주시니 한번 말해보겠습니다."

"무영 단주, 뭐든 상관없으니 일단 말해보게."

내가 말을 꺼내자 안휘 부장이 내 생각이 궁금한지 재촉하였다.

"정면승부로는 큰 피해를 없이 이기기는 어려울 테니 새로운 방법을 써야겠지요. 하지만 그 전에 제가 건안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 먼저 부장님께 몇 가지를 여쭙겠습니다."

"물어보게."

"건안성의 여진족 병사 말고 그곳에 사는 여진족 백성은 없습니까?"

"아닐세. 한성은 군사적 목적으로 지은 성이라 백성이 살지 않았지만 건안성은 여진족 군사 3만 말고도 백성이 10만 명가량 살고 있다네. 요동에서는 중소 규모의 성이지."

'백성이 10만명이라.. 그렇다면 해 볼 만해.'

"하면 한 가지만 더 여쭙겠습니다."

"어서 말해보게."

"건안성에서는 저희 북방 토벌군의 움직임을 알고 있습니까?"

"먼저 건안성 주변에 보내 놓은 정찰병의 보고에 따르면 아직까지는 눈치를 못 채고 있다고 보네. 백성들이 성안과 밖으로 오고 가는 것에 대하여 별다른 통제를 하고 있지 않으니 말일세."

"네,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저의 작전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내가 자신감 있게 말하자 안휘 부장을 비롯해 모든 단주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먼저 이 작전은 건안성의 적들이 우리 움직임을 모르니 쓸 수 있는 작전입니다. 저번 한성을 공격할 때처럼 소수의 인원들이 성안으로 잠입을 하는 겁니다."

"무영 단주, 아까 설명할 때 그건 어렵다고 한 안휘 부장님의 말을 제대로 안 듣고 뭐 했어요?"

나의 말에 꼬투리를 잡고 1중대의 단명 단주가 비꼬듯 말했다.

"단명 단주께서 제 말을 오해하셨네요. 전 한성 때와 같은 방식으로 하자는 게 아닙니다. 잠입 방식은 백성들로 위장해서 건안성으로 들어가자는 겁니다."

"무영단주, 그게 정말 가능할 거라 생각하는 거요?"

"단명 단주의 말이 맞습니다. 우리는 여진족과 머리 모양이나 의복도 다른데 저들을 어찌 속이겠습니까."

단명 단주와 오륜 단주가 나의 작전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단명 단주와 오륜 단주, 아직 작전 계획에 대한 설명이 끝나지 않았으니 좀 더 무영 단주의 말을 들어봅시다."

4중대의 단주 지운이 그 두 단주의 발언을 막으며 나의 편을 들어주었다.

난 지운에게 가볍게 목례로 감사의 뜻을 표한 뒤 말을 이어갔다.

"쉬운 작전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아주 없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 신고식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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