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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무사의 귀환-37화 (37/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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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격 승진 >

호이파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우리 세 명을 보고 코웃음을 치고 있었다.

이미 한번 상대해 봤었기에 우리들이 자신을 압도하는 실력이 아닌 것을 알고 있어서 그런 반응을 한 것이다.

하지만 호이파는 모르고 있었다.

우리 세 사람이 전력을 다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아까와는 다르다는 것을.

자신을 둘러싸고 몰아치는 우리의 합공을 막으면서 그의 안색이 달라졌다.

막아내고는 있었지만 자신이 조금씩 뒤로 밀리자 당황한 듯했다.

호이파가 우리와 거리를 두기 위해 보법을 쓰자 육중한 몸이 미끄러지듯 뒤로 물러났다.

"놀랍군. 갑자기 세 명 다 다른 사람이 되었는데?"

"이 정도로 놀라기는 이르지. 곧 호이파, 네 목이 바닥에 떨어지면 더 놀랄걸."

"그 말 한 것을 후회하게 해주지. 전력을 다해 상대해 주마!"

그의 표정이 진지해지며 우리를 향해 전력을 다해서 대도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절정의 고수가 전력을 다하는 공격은 같은 경지가 아니라면 막아내기가 정말 힘들었다.

세사람이 협공을 하는데도 호이파에게 상처를 입히기는커녕 그자의 역공에 우리의 피육에 상처만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공방을 벌였는데 석견이 나한권으로 공격을 하려다가 오히려 호이파의 대도에 오른팔을 베이면서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

석견이 외공을 익힌 덕에 워낙 단단한 신체라 팔이 잘려나가지는 않았지만 상처가 꽤 깊었다.

"석견아, 넌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팔을 치료해."

"미안해, 싸부. 내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게."

석견이 급히 이곳을 이탈하여 우리를 도와줄 다른 사람을 찾으러 갔다.

셋이 협공을 해도 어려운 판에 석견이 빠지게 되자 우리 두 사람이 수세에 몰리는 건 순식간이었다.

결국 예현도 호이파의 대도를 검으로 막아서다가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베이고 말았다.

그 상황을 보고 내가 급하게 호이파를 공격했다.

다행히 내 공격이 들어오는 것을 본 호이파가 대도를 깊게 휘두르지는 못하고 물러서서 예현의 어깨가 크게 손상되지는 않았지만 당장은 검을 들고 있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다.

호이파와 예현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아주 잠시 눈이 감겼다.

'내가 무경원에서 최소한 절정의 경지에까지 들어갔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모든 게 내 탓이다.'

무경원에서 열심히 수련하여 초일류 경지까지는 빠르게 올라갔으나 절정의 경지는 아무리 노력해도 벽을 넘을 수가 없었다.

'한번 가 본 길이라 쉽게 갈 수 있을 거 생각했는데..'

전생에도 절정의 벽과 초절정의 경지로 가는 길은 정말 힘들었었다.

그림자 무사로 선발되고 나서 5년간 대장에게 지도를 받을 때 거의 죽기 직전까지 가서 나의 한계를 뛰어넘었을 때 겨우 절정의 벽을 넘을 수 있었다.

'초절정 경지 역시 그림자 무사가 되고 황녀님을 지킬 때 몇 번의 생사 고비를 넘기면서 거의 죽기 직전쯤 깨달음을 얻어 도달했었지.'

하지만 무경원에서는 그런 위기가 없었고 스스로도 그렇게까지 나 자신을 한계에 몰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는 안이한 생각.

그 잘못된 생각이 지금의 이 상황을 만들었다.

'내 주변 사람 하나 지키지 못하는 나약한 내가 황녀님을 지키겠다니.. 우습구나.'

짧은 순간 동안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고 눈을 떴을 때 주위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오직 내 눈에는 호이파 그자의 모습만 보였다.

그를 어떻게 공격할까 하는 그런 생각도 들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내 몸이 그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무영, 혼자서는 무리야!"

예현의 다급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렸지만 내 몸은 이미 그자의 지척까지 가 있었다.

이미 의식적으로 통제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내 몸은 무의식중에 호이파를 향해 자연스럽게 검을 앞으로 뻗었다.

무경원에서 수없이 많이 연습했던 창궁무애검법도 있고 전생에 익힌 살왕의 사신검법도 있었지만 무의식 중에 내 의지가 선택한 것은 그저 앞으로 내지르는 일검이었다.

'내가 봐도 이건 정말 완벽한 일검이다. 무경원에서 한 번도 펼쳐 본 적 없는.. 내가 초절정 경지일 때 펼치던 일검과 같다."

호이파도 자신에게 향한 그 일검이 평범하지 않고 무언가 다르다는 걸 느꼈는지 피하려 했지만 이미 그때는 나의 검이 그의 복부를 자연스럽게 뚫고 들어가고 있었다.

호이파는 자신의 복부 박힌 검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자는 정신이 차리고 자신의 복부에 박힌 내 검을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게 한 손으로 붙들며 다른 손으로는 대도를 휘둘렀다.

나는 잘못하면 그자의 대도에 목이 날아갈 수 있기에 재빨리 검을 놓고 뒤로 물러섰다.

"분명 내 눈앞에 있던 검이.. 어찌 내 복부에 박힌 거지? 대체 무슨 사술을 쓴 거냐?"

"그게 사술로 보이더냐. 한 번 더 보여줄까?"

'무의식 중에 펼친 절초를 사술이라니.. 쯧쯧. 보고도 알지 못하니 그게 너의 한계다.'

나의 말에 호이파는 내가 다시 공격해올까 두려워하며 뒷걸음치는 움직임이 보였다.

상대의 이렇게 겁을 먹었을 때 그대로 기세를 몰아 공격해야 하는데, 아쉽게도 무의식 상태에서 깨어나 아까와 같은 일검을 다시는 펼칠 수는 없었다.

"할 테면 해봐라. 이번에는 안 당할 테니. 그리고 이 정도 검에 찔려서는 아프지도 않다."

누가 봐도 창백한 얼굴에 괴로운 표정이 드러나는데 아닌척하며 허세를 떨고 있었다.

"아쉽구나. 내 검이 조금만 더 들어갔더라면 네 놈은 지금쯤 바닥에 누워 있었을 텐데."

호이파는 나의 검에 당한 부상이 심한 듯 움직임이 현저히 느려졌다.

두 사람 모두 미세한 호흡 하나까지 신경을 곤두세우며 서로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었다.

'자꾸 대도를 움켜쥐고 내 빈틈을 살피는 것으로 봐서 이 상황을 빨리 끝내려고 준비하는 거 같은데..'

원래대로라면 난 호이파의 상대가 되지 않았겠지만 그자는 복부에 박혀있는 검 때문에 움직임이 제한되어 반응이 느려졌고 지쳐있기에 내게 승산이 없진 않았다.

난 단 한 번의 기회를 찾기 위해 그의 주위를 원을 그리고 돌면서 빈틈을 찾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함성과 함께 3대대 대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와~"

"안휘 부장님이 적장의 목을 베었다!"

"한성의 성주가 죽었다!"

일대일로 적장과 맞붙었던 안휘 부장이 절정의 고수인 완안홍열의 목을 베어버린 것이다.

그 소식은 나에게는 큰 안심이 되었다.

성주의 죽음으로 성안의 여진족들은 더 이상 싸울 의지가 사라졌을 테고 그만큼 3대대원들이 안전해졌다는 의미였으니까.

반면 호이파에게는 그 소식이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을 것이다.

한성에서 둘밖에 없는 절정 고수 중 하나인 성주가 죽으면서 자신도 이곳에서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밀려오게 되었으니까.

성주의 죽음으로 사기가 떨어진 여진족의 군사들은 동료들의 죽음으로 독기가 오른 3대대원의 상대는 될 수가 없었다.

남문에 모여있던 4천여 명의 여진족 군사는 어느새 채 천명도 남지 않았다.

"이미 우리의 승리로 끝난 거 같은데.. 아직도 싸울 마음이 남아있나?"

나의 말에 호이파가 입술을 파르르 떨더니 말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네 말이 맞는 거 같군. 이번 한성 전투는 우리의 패배인 거 같구나."

"그래서 지금 투항하겠다는 거냐?"

"나 호이파. 죽으면 죽었지. 그렇게 비굴하게 살진 않는다."

"그럼 죽어."

"죽기 전에 네놈과 주변의 몇 놈은 저승길로 같이 데려가야겠다."

더 이상 퇴로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죽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호이파는 방어는 도외시하고 맹공을 펼쳤다.

그만큼 위력적이었지만 허점 또한 많이 보였다.

'일단은 피해야겠다. 저 위력적인 대도에 잘못 맞으면 일격에 죽을 수도 있다.'

기회를 엿보다가 옆쪽에 있는 예현에게 전음을 보냈다.

[예현아, 검을 던져줘.]

나의 전음을 들은 예현이 다친 오른팔 대신 왼손으로 자신의 검을 나에게 던져주었다.

나는 그의 검을 받자마자 호이파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아까의 그 일검을 떠올려보자.'

하지만 생각처럼 되지는 않았다.

나는 최대한 비슷한 동작으로 일검을 내질렀다.

호이파는 내가 검을 자신을 내지르는 모습을 보았지만 피하지 않고 내 검이 자신의 복부 안쪽까지 찔러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자는 대도를 버리고 한 손으로 내가 검을 뽑아내지 못하게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목을 붙잡았다.

'이놈의 수에 당했다. 잘못하면 손도 못 써보고 이대로 죽겠군.'

나는 즉시 검을 놔 버리고 한 손에는 빙백신장을 다른 한 손으로는 열화신장의 기운을 끌어모았다.

양의심법을 배운 후로 동시에 두 가지 무공을 쓸 수는 있게 되었지만 한 번도 실전에서 써 본 적 없는 방법이었다.

'현재 내 빙백신장과 열화신장은 5성 경지인데.. 양손에 모인 공력은 그 배나 더 모였다. 설마.. 아까 무의식 중에 절정의 벽을 넘은 것인가.'

내 목을 움켜쥔 호이파의 왼팔에 빙백신장을, 호이파의 가슴팍에 열화신장을 꽂아 넣었다.

호이파의 왼팔은 얼음이 언 듯 꽁꽁 얼어붙었고 가슴팍은 손바닥 모양으로 불타고 있었다.

"으아악! 내 팔.. 아.. 뜨거워.. 사.. 살려줘!"

내 목을 잡고 얼어있는 왼쪽 팔은 호이파의 어깨에서 그대로 떨어져 나가버렸고 가슴은 손바닥 모양으로 움푹 패인 채 여전히 타들어가고 있었다.

타들어 가는 고통에 서 있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진 호이파가 내게 말했다.

"...살려줘.. 아니.. 빨리.. 으헉.. 죽여줘... 제발."

"곧.. 고통은 멈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열화신장이 그의 심장을 녹이자 모든 움직임이 멈추고 숨을 거뒀다.

그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예현이 외쳤다.

"무영 조장이 호이파를 쓰러뜨렸다!"

"절정 고수를 무영이 혼자서 쓰러뜨렸다."

"와~“

예현의 소리를 들은 3대대원들은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성주에 이어 호이파까지 쓰러지자 여진족 군사들은 더 이상 저항하지 않고 무기를 버리고 항복했다.

그렇게 한성 점령전은 3대대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3대대원들은 승리를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처음 동료가 죽는 모습을 본 병사들도 있었고 주변에서 함께 생활하던 병사들을 많이 잃었기 때문이다.

성안에 있는 3대대원을 모아놓고 안휘 부장이 말했다.

"고생 많았다. 너희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싸워준 덕분에 한성을 우리의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와~~"

그가 손을 들어 함성소리를 멈추게 하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곳에 여진의 맹장 두 명이 있을 줄 몰랐기에 우리는 생각보다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내가 아끼던 지휘관과 병사들도 많이 잃었다. 우리 모두 그들을 위해 잠시 묵념하겠다. 일동 묵념."

안휘 부장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침묵 속에 전사한 그들의 희생에 대한 고마움을 기리며 묵념을 했다.

"그들의 희생이 결코 헛되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계속해서 살아남아 전진해야 한다. 너희는 더 이상 죽지 말아라.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안휘 부장도 말하고 나서 울컥했는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3중대는 오늘 단주를 잃었다. 송겸 단주는 자신의 중대원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던진 영웅이었다. 오늘 한 명의 영웅은 떠나갔지만 새로운 영웅이 탄생했다."

안휘 부장의 말에 3중대 모두가 나를 바라보았다.

"무영 조장, 앞으로 나오게."

"네, 부장님."

안휘 부장 앞에 내가 서자 그가 나에게 자신의 검을 주었다.

"오늘 절정의 고수에 맞서 용맹함을 보여주고 큰 전공을 세웠으니 3조 무영을 십인장에서 백인장으로 진급을 명하고, 3중대의 단주가 공석이므로 백인장 무영을 3중대 단주로 임명한다."

안휘 부장의 파격적인 결정에 나도 놀라고 3중대 대대원을 비롯해 그곳에 있는 3대대원 모두가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3조의 석견이 박수를 치며 외쳤다.

"무영 단주님, 축하드립니다!"

그러자 모두가 나를 축하하는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 파격 승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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