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교와의 대결 >
1조가 들어간 원 안에 곧이어 조교들이 들어왔다.
그들의 긴장감 없이 편안한 표정들을 보아하니 이번이 처음은 아닌 듯했다.
교관님이 준비라는 구호에 1조와 조교들이 자세를 잡으며 대치했다.
"시작"
교관님의 시작이라는 외침에 1조는 칠성검진을 구성한 채 공격을 들어갔다.
밖에서 구경하고 있는 다른 조원들은 대부분 1조의 승리를 점쳤다.
다른 무엇보다 칠성검진의 위력은 눈으로 몇 번 보았기에 24반 무예만 익힌 조교들은 막지 못할거라 생각했다.
조교들도 밀고 들어오는 칠성검진의 위력에 살짝 당황한 듯했으나 이내 방어를 해냈다.
한 손에 끼고 있는 방패로 검을 막아내기보다는 정확한 공격이 되지 않도록 빗겨 쳐내 상대방의 검을 옆으로 흘리고, 곧이어 뒤에 있던 다른 조교가 같은 방식으로 또 다른 검을 흘려버리니 칠성검진의 위력이 급격히 반감되었다.
1조는 어떻게든 빈틈을 찾아서 공격하려 애를 썼지만, 방패와 검을 이용해 공격을 방어해내는 조교들에게 영 힘을 못 썼다.
칠성검진으로 초반에 기세를 잡으려 했던 유성은 몇 차례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조원들을 뒤로 물러서게 했다.
그들이 뒤로 물러섬을 보고 조교들이 반격을 시작했다.
조교들은 열 명이 한 사람인 것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굉장히 오랜 시간 함께 생활해서인지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고 보완해주고 있다."
보기에 특이한 진법이나 검진을 쓰지 않는데도 1조에 비해 전혀 약해 보이지 않았다.
조교의 조는 상대에게 빈틈이 보이면 한 개의 검이 아니라 열 개가 동시에 파고들었다.
순간적으로 집중공격을 받으니 유성은 당황했지만 뒤로 물러나며 다른 조원들과 함께 방어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교들에게 1조가 압도되고 있었다.
그나마 유성과 또 다른 초일류 고수인 장강이 고군분투하여 검진이 무너지지는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일각이 지났을 때 첫 탈락자가 발생했다.
유성은 상대방의 공격이 자신에게 몰려들었을 때 동료들과 함께 막아내었지만, 다른 조원은 자신에게 조교들의 검이 한꺼번에 몰려들자 두려움에 급히 피하다가 원 밖으로 나가고 말았다.
일각(15분)밖에 남지 않았는데 한 명이 탈락하여 상대에 비해 머릿수가 적어지자 1조의 조원들은 마음이 급해졌다.
"장강과 내가 따로 저들을 상대할 테니 너희는 우리 두 사람을 빼고 칠성검진을 구성하도록 해."
유성이 지시를 하자 조원들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순식간에 두 사람을 빠진 자리를 메꾸며 나머지 조원들로 칠성검진을 구성하였다.
1조의 가장 고수인 유성과 장강이 나서면서부터 강력한 공격을 퍼부어 상대방을 흔들어 놓는 작전으로 바뀌었다.
두 사람은 초일류의 고수였기에 그들이 펼치는 협공은 매서웠다.
처음에 그 두 사람을 상대하던 조교도 매서운 공격에 반격할 엄두도 못 내고 겨우겨우 막아내며 버티고 있었다.
"조금만 버텨. 내가 도와줄게."
다행히 옆에 있던 다른 조교가 도와주면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유성과 장강은 자신들의 공격이 통하자 자신감이 붙어 자신들이 펼칠 수 있는 최고의 수법으로 두 명의 조교를 몰아붙였다.
조교들은 그들의 강력한 공격을 겨우 막아냈지만 계속 뒤로 밀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조금씩 뒤로 밀리던 조교 두 명은 자신들의 발뒤꿈치 바로 뒤에 선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
"한 번만 더 공격하면 끝장낼 수 있겠는데."
"그래. 이 두 명을 내보내면 우리가 승기를 잡을 수 있어."
유성과 장강은 한 번만 더 공격하면 두 사람을 원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쾌재를 부르며 더욱 맹렬히 공격을 퍼부으려 했다.
그 순간 조교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신호를 보냈다.
"지금이야."
서로의 눈빛 신호가 끝나고 지금이라는 말과 함께 두 조교가 날아오르듯 맹렬한 공격을 유성과 장강에게 퍼부었다.
자신들의 공격을 간신히 막기에 급급했던 두 조교가 역으로 자신들을 향해 뛰어오며 강력한 공격을 하자 그들의 검을 막느라 순간적으로 뛰어오르는 그들의 움직임을 놓쳤다.
움직임을 놓친 순간 조교들은 두 사람을 뛰어넘어 반대쪽으로 넘어가 버렸고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이 되어버렸다.
"이런 젠장. 위험하다."
"우리가 원 밖으로 밀려나게 생겼네."
거기에다 조교들이 한사람이 더 많았기에 두 조교가 있는 곳에 한 명이 가세하여 3명이 두 사람을 압박하는 형태가 되었다.
그들의 등 뒤에는 원 밖으로 나가는 선이 있었고 앞에서는 세 사람이 협공을 펼치니 유성과 장강은 앞뒤로 오도 가도 못한 채 정신없이 방어만 하게 되었다.
"조금만 기다려. 우리가 도와줄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1조의 남은 조원은 칠성검진을 유지하며 조교들을 상대하느라 도와줄 여력이 없었다.
조금씩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들과 분리되어 고립된 유성과 장강이 신경이 쓰여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더욱이 24반 무예를 경험해 보지 못한 1조 조원들은 생소하고 다양한 변칙 공격에 허점을 노출하고 말았다.
조교들은 사냥감을 발견한 맹수처럼 쉴 새 없이 그들을 몰아붙이며 허점을 파고들었다.
끈질기게 쫓아오는 그들의 검을 피하다 보니 결국 검진을 구성하던 조원들이 한 명씩 차례대로 원 밖으로 밀려났다.
"승부가 거의 끝이 난 거 같군."
그들의 승부를 지켜보던 교관은 이미 승부가 끝났다고 보고 있었다.
일각이 지나 대결이 끝났을 때 원 안에는 조교 열명과 1조에서는 얼굴부터 몸 전체가 땀으로 범벅된 유성과 장강 두 사람만이 남아있었다.
반면 조교 열 명은 여유로운 표정이었고 그다지 기친 기색도 없었다.
"이번 기수에 상당히 기대를 했었는데 생각보다 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인걸. 그래도 조교 서너 명은 원 밖으로 내보낼 줄 알았는데 한 명도 못 내보내다니 실망스럽군."
"죄송합니다."
1조원들은 교관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서 있었다.
교관은 그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1조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2조를 바라보며 말했다.
"2조는 원으로 들어가서 준비하도록."
"알겠습니다."
교관님이 잠시 쉬고 있던 조교들을 바라보고 말했다.
"너희들은 바로 시작해도 괜찮겠나?"
"네. 괜찮습니다."
"그래. 그럼 바로 시작하지. 2조는 날 실망시키지 않길 바란다."
"네. 알겠습니다."
곧바로 교관의 시작이란 말과 함께 2조와 조교들과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2조는 1조와 조교들의 대결을 지켜보았기 때문에 대결이 시작되고 조교들의 움직임을 살피며 신중하게 접근했다.
1조는 자신들의 무공 실력과 칠성검진을 믿고 조교들을 얕잡아보고 공격했다가 오히려 쉽게 역공을 당했지만, 2조는 방심하지 않고 수세적으로 나가니 조교들도 함부로 공격을 들어오지 못했다.
서로가 수세적으로 한참 동안 가벼운 공격만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일각(15분)에 가까워질 때쯤 조교들의 움직임이 변하며 대결 양상이 달라졌다.
1조와의 대결은 방패를 이용하여 그들의 공격을 흘려버리고 반격하여 허점을 파고들어 손쉽게 이겼다면, 2조와의 대결은 1조와 같은 방식으로는 이길 수 없기에 전술에 변화 주었다.
"24반 무예 검예."
조교들이 한쪽에 끼고 있던 방패를 빼 버리고 양손으로 검을 쥐었다.
그들이 양손으로 검을 쥐고 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2조는 위압감을 느꼈다.
2조도 매화검진을 펼치며 그들과 가볍게 맞부딪쳤는데 검을 통해 전해 오는 강한 충격에 다들 당황한 표정이었다.
군부의 기본 무공이라 경원시 여기던 24반 무예를 겪어본 2조는 생각이 완벽히 바뀌었다.
열 명이 한 치의 오차가 없이 같은 자세로 검을 들고 전진하자 2조는 빈틈을 찾기가 어려워 계속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제대로 싸워보기도 전에 원 밖으로 밀려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1번이야. 흩어져."
2조 조장인 남훈이 작전 지시를 내리자 조원들이 일사불란하게 흩어졌다.
그들의 움직임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아 미리 연습을 많이 해 둔 작전인 듯했다.
조장 남훈을 제외한 나머지 조원들은 3명씩 모여서 열 명이 함께 모여있는 조교들을 세 방향에서 둘러싸고 공격해 들어갔다.
2조의 변칙 공격에 일부 조교들이 잠시 당황하여 대열이 살짝 흐트러졌다.
이를 놓치지 않고 조장 남훈이 달려들었다.
2조에 유일한 초일류 고수였던 남훈의 전광석화 같은 공격에 조교 한 명이 그의 검을 완벽히 막아내지 못하고 다리 한쪽을 베이고 말았다.
다른 조교가 남훈에게 뛰어들며 막아섰기에 다리를 다친 조교는 남훈을 피해 물러설 수 있었다.
"넌 나가서 다리를 치료해."
"괜찮아. 스친 상처라 일각은 충분히 버틸 수 있어."
"아니야. 나가서 치료받아. 우리를 믿지?"
"당연히 믿지. 알겠어, 뒤를 부탁할게."
살짝 베인 거라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조교들은 그를 원 밖으로 나가게 했다.
그는 동료들을 돌아본 후 허벅지에 베인 상처를 붙잡고 스스로 원 밖으로 나갔다.
동료가 부상을 당해 원 밖으로 나간 뒤 조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또한 한 명이 빠진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움직임에 변화를 주니 더욱 빈틈을 찾기 어려워졌다.
한 명이 줄어들었는데 2조가 오히려 그들의 기세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조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심상치 않아.'
나는 그들의 달라진 눈빛과 움직임을 보면서 2조에게 곧 위기가 닥칠 것을 알 수 있었다.
"24반 무예 제독검"
내 예상대로 조교들이 움직임이 다시 한번 달라졌다.
9명이 검을 한 손에 가볍게 쥐고 탈춤을 추듯 등 뒤로 넘겼다가 몸을 돌리자 검도 몸의 움직임을 따라갔다.
2조는 갑작스럽게 변한 조교들의 검술에 당황스러웠지만 살짝 물러서며 조심스럽게 대처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조교들의 공격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날카롭고 예리하게 빈틈을 노리고 들어왔던 공격이라면 지금의 움직임은 거의 군무에 가까웠다.
조교들의 움직임이 빈틈없고 절도있는 동작에서 부드러운 군무에 가까워지자 2조 조원들은 살짝 안도하는 듯했다.
"일각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승기가 우리에게 있다. 조금만 더 힘내."
남훈은 2조 조원들을 격려하며 자신의 검을 움켜쥐었다.
아까의 공격이 성공했기에 다시 한번 조교들의 빈틈을 파고들 생각인 듯했다.
"1번이다."
남훈이 다시 한번 작전을 지시를 내리자 물러서 있던 2조 조원들이 조교들을 향해 압박해 들어갔다.
세 방향에서 동시에 공격이 들어가자 방어하던 조교들에게 빈틈이 보였다.
이번에도 남훈이 놓치지 않고 전광석화처럼 검을 들고 뛰어들었는데, 아까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함정이었군.'
빈틈을 보인 조교를 향해 남훈이 뛰어들었을 때만 해도 지켜보던 우리 조원들은 다들 아까와 같이 조교가 완벽히 막아내지 못할 거라 예상을 하고 있었는데,
남훈의 검이 조교의 몸에 닿기 전에 그 조교가 몸을 비틀며 회전을 하자 그의 검도 동시에 회전을 하며 강력한 공격이 되어 남훈의 검을 때렸다.
챙!
자신의 공격이 성공했다고 여기고 있을 때 예상치 못한 강력한 공격에 남훈은 검을 순간적 놓쳐 버렸고, 다시 주우려고 손을 뻗었을 때는 조교의 검이 남훈의 목에 겨누어져 있었다.
"자, 다치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대로 일어서서 원 밖으로 나가."
조교의 말에 이미 완벽하게 제압당한 남훈은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남훈의 갑작스런 탈락은 2조 조원들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조교들은 남훈을 제압한 것과 마찬가지로 일부러 빈틈을 보여준 후 유인하여 피해를 입히는 방식으로 나머지 조원들도 한 명씩 제압하였다.
그렇게 되니 원 안에 남아있는 조원보다 탈락하여 원 밖에 있는 조원들이 더 많아졌다.
"이 각의 시간이 지났다. 대결 종료."
< 조교와의 대결 > 끝
ⓒ 청운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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