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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무사의 귀환-29화 (29/114)

< 기초훈련 >

우리는 3조라 세 번째로 교관님이 들어왔다.

"내가 조장 보고라고 말하면 총원과 열외에 대해 보고 하도록."

"알겠습니다."

"조장 보고"

"총원 10, 열외 무."

"쉬어. 아픈 사람 있나?"

"없습니다."

"자기 이름들은 다들 지었나?"

"네. 그렇습니다."

"좋아. 조장은 조원들 이름 적은 거 가져와."

내가 조원들 이름을 적은 종이를 드리자 교관은 가볍게 훑어보고는 말했다.

"이름은 무슨 순서로 적은 거지?"

"조장인 제 이름을 가장 위에 적고 나머지는 앉은 순서로 적었습니다."

"3조 조장 무영. 제법 똑똑하구만. 석견, 예현..."

교관이 한 명씩 이름을 부르며 얼굴을 보고 이름을 외웠다.

"다들 이름들이 얼굴과 제법 잘 어울리는구나. 내일부터 제식훈련과 병장기 다루는 훈련을 할 테니 일찍 잠을 자도록. 이상"

교관이 점호를 마치고 나가자 긴장이 풀렸는지 모두들 쓰러지듯 침상에 누웠다.

피곤했는지 나도 그 자세로 잠이 들었다가 창문으로 햇살이 들어와 눈이 떴다.

조용히 먼저 세안을 하고 나머지 조원들을 깨웠다.

조원 전부 가볍게 세안을 한 후, 복장을 갖추고 있는데 교관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집합!"

우리는 이미 준비가 되어있었기에 연병장에 1등으로 도착했다.

교관님은 집합 명령을 내리자 나온 우리를 보고 살짝 놀란 듯했다.

'교관님은 집합 명령이 떨어지고 일각(15분)안에 모이라 했는데 우리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뛰쳐나왔으니. 놀랄 만도 하지.'

"너희 3조는 꽤 일찍 일어났었나 보구나.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준비하고 나오는 걸 보니 말이다. 잘했다."

곧이어 1조와 2조, 4조가 차례대로 나왔다.

첫날 기합의 효과인지 일각 안에 모든 조원들이 연병장에 모일 수 있었다.

"잠은 모두 잘 잤느냐? 아침의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가볍게 뛰는 게 몸에 좋다. 대신 신법과 내공은 쓰지 말고 순수한 너희의 다리 힘으로 뛰도록 한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교관의 지시에 따라 신법과 내공을 쓰지않고 다리 힘만을 사용해 뛰니 금세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렇게 연병장을 다섯바퀴 돌고 멈춰섰다.

다들 내공을 사용 안하고 순수한 다리 힘으로 뛰어본 게 오래 됐는지 힘들어했다.

"너희들 왜 이렇게 지쳐 보이지? 힘든가?"

"아닙니다."

말은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누가봐도 지친 모습이었다.

"이 정도로 지치면 다른 훈련은 받을 수가 없다. 빨리 체력을 길러서 강인한 군사들이 되길 바란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아침 식사를 하고 식사 후에 막사에서 반 시진 정도 쉬었다가 내가 집합 명령을 내릴 테니 그때 다시 연병장으로 모이도록 한다. 식도관으로 각 조 조장이 인솔."

교관의 말에 조원들을 인솔하여 식도관으로 향했다.

아침 식사도 제법 잘 나와서 맛있게 먹고 막사로 돌아왔다.

"아, 배부르게 잘 먹었다. 여기 음식 너무 맛있어."

"석견이 넌 항상 뭐든 잘 먹었잖아."

"무영 조장, 나야 뭐든 잘 먹지만 그래도 더 맛있고 없고는 안다고. 여기 음식은 정말 맛있어."

예현이 석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석견이 말이 맞아. 나도 군부에 와서 딱 하나 좋은 게 매일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거야."

"여기 음식은 정말 맛있기는 해.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던데. 나중에 전쟁터로 끌려가더라도 지금은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둬야지."

"조장 전쟁터 가면 맛있는 거 못 먹어? 그러면 더 가기 싫을 거 같은데."

"나도 전쟁터는 처음이지만 아마도 제대로 음식 맛을 음미하며 먹을 시간이 없지 않을까? 그리고 적군이든 아군이든 사람들이 끊임없이 죽어 나가는데, 과연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나의 말에 석견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럼 여기 있을 때 많이 먹어둬야겠네. 이제부터 밥을 두 그릇씩 먹을 거야."

조원들이 석견의 말을 듣고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조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세 반 시진이 지나갔다.

급히 조원들에게 복장을 갖추게 하고 침상에 걸터앉아 있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교관의 우렁찬 목소리가 막사에 들려왔다.

"모두 집합!"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원들을 데리고 나갔는데 다른 막사에서도 다른 조원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4개 조가 순식간에 줄을 섰다.

교관이 흡족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이번 기수는 전체적으로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게 보기 좋구만. 자, 지금부터 기본 제식훈련과 병장기 훈련을 시작할 것이다. 먼저 제식훈련이다. 오와 열을 맞추어 줄을 서는 연습부터 하겠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먼저 조교들을 불러서 시범을 보여줄 테니 잘 보고 익히도록 해라. 조교들 나와."

교관이 조교를 부르자 10명의 군사들이 연병장으로 뛰어왔다.

교관의 지시에 따라 조교들이 순식간에 대형을 갖추고 제식 동작들을 하나씩 보여주었다.

우리들도 눈으로 동작들을 외우고 반복적으로 연습하면서 제식 동작을 습득했다.

'동작은 단순하고 쉬운 거 같은데.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조원들 모두의 동작이 딱 맞지는 않네.'

그래도 조원들이 제식 동작을 어느 정도 배우고 나니까 제법 군인의 태가 났다.

제식훈련 시간이 끝나고 병장기 훈련으로 넘어갔다.

"이번에 배울 것은 기본 병장기를 다루는 법과 병장기를 이용한 24반 무예이다. 조교들 시범을 잘 보거라."

조교들이 나와 검, 창, 도 등 기본 병기와 표창 같은 암기들까지 각종 병기들을 다루는 법을 보여주었다.

24반 무예는 각종 병장기를 이용한 기초적인 무공으로 군부의 모든 사람들은 24반 무예를 기본으로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미 그림자 무사 훈련생 때 기본적으로 웬만한 병장기는 거의 다 다루어 보았고, 자신이 주로 쓰는 무기는 정통했기에 일부 조원들의 표정에서 조교들의 시범을 깔보며 무시하는 게 드러났다.

특히 조교들이 24반 무예를 선보일 때는 대놓고 무시하는 표정을 드러내는 자도 있었다.

내 눈에도 보이는데 교관님의 눈에 띄지 않을 리 없었다.

하지만 교관님은 조교들의 시범이 끝날 때까지 아무 말도 없었다.

24반 무예 시범이 끝나자 교관이 우리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표정을 보아하니 기본 병장기를 다루는 법과 24반 무예가 시시해 보여서 배우기 싫은 모양이 보구나."

"아닙니다."

입으로는 아니라고 했지만 자신들의 속마음을 들켜서 당혹해하는 표정들이었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시킬 수는 없고, 내 너희에게 제안을 하나 하마."

교관님이 제안이라는 말을 꺼내자 다들 무슨 제안인지 궁금하여 교관님의 입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 조교들은 군부에 입대한 지 5년 된 군인들이다. 무공은 오직 24반 무예만 익혔고 10명의 조교들은 무공의 경지는 일류의 경지이다. 너희들도 대부분 일류고수이고 몇몇은 초일류 경지이니, 실력으로는 너희들과 엇비슷할 것이다."

잠시 교관님이 말을 쉬었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하여 교관들 10명과 너희들 한 개의 조가 대결을 해서 이기는 조는 이 훈련을 열외 시켜주겠다. 어떠냐?"

다들 대답을 못하고 서로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때 20호(유성)가 호기롭게 손을 들고 말했다.

"교관님 질문 있습니다."

"그래 말해 보거라."

"대결은 어떤 식으로 하는 겁니까?"

"잠시만 기다리거라."

교관님이 말을 멈추고 연병장에 큰 원을 하나를 그렸다.

"이 원 안에서 스무 명이 들어가 이 각(30분) 안에 원 밖으로 상대방을 밀쳐내면 된다. 모든 조원이 원 밖으로 나가면 지는 거고, 이 각 안에 승부가 나지 않으면 그때까지 원 안에 많이 남아있는 쪽이 승리 하는 거다."

교관님의 말을 듣고 나서 조원들끼리 어떻게 할지 의견을 나누었다.

"저 원에서 밀어내는 거라 방식은 간단하기는 한데, 우리 조도 참가할까?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해?"

나의 말에 예현이 먼저 말을 했다.

"교관님의 설명만 듣고 보면 쉬워 보이지만, 교관님이 그렇게 쉬운 대결을 시켜서 훈련을 열외시켜 주실 거 같지는 않은데.."

"그건 나도 같은 생각이야."

백호가 우리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그래도 훈련 열외할 수 있으면 일단 도전은 해 봐야 하는 거 아냐?"

"져도 괜찮은 거면 상관없지만 분명 대결에서 지면 무언가 벌칙이 있을 거 같은데?"

나의 말에 조원들이 도전하자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했다.

내가 손을 들고 교관님께 말을 했다.

"교관님, 질문 있습니다."

"그래. 말해 보거라."

"대결에서 이기면 훈련에서 열외 시켜주신다고 하셨는데, 졌을 경우에는 다른 벌칙이 있습니까?"

"아, 내가 그걸 말 안 해줬구나. 이기면 훈련 열외, 졌을 경우에는 오늘 하루 밥을 굶는다. 간단하지? 하루 밥 안 먹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이기면 되잖느냐."

벌칙까지 정해지자 모든 조의 조원들이 더욱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우리 조 또한 조원들 간에 의견이 분분했다.

백호는 대결에 참여하자는 의견을 냈다.

"벌칙이 굶는 거라는데 이미 아침은 먹었으니 만일에 지더라도 점심, 저녁 두 끼를 굶으면 되는 거잖아. 한번 도전해 보는 게 어떨까?"

석견은 백호와는 반대의견을 말했다.

"난 절대 굶고 싶지 않아. 그리고 난 24반 무예도 배우고 싶은데."

조원들 간의 의견 엇갈리자 나는 표결로 정하기로 했다.

표결 결과는 6 : 4로 반대가 더 많았다.

결국 우리는 대결에 참가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에 반해 다른 3개 조는 대결에 참여하기로 하였다.

교관님은 3개의 조를 따로 나와서 앉아있게 하고는 말을 했다.

"참여하기로 결정한 이상 중도에 무를 수는 없다. 이번 대결은 서로 다치게 하려는 게 목적이 아니니 상대에게 부상을 입힐 수 있는 공격은 자제하도록 해라. 알겠나?"

"알겠습니다."

조교들이 연병장 옆 병기고에서 병장기를 들고나오는데 한 손에는 검과 다른 손에 작은 방패를 끼고 나왔다.

그 작은 방패를 보고 20호(유성)이 물었다.

"저건 방패 아닙니까? 저런 것도 사용해도 되는 겁니까?"

"저건 24반 무예에 있는 병기다. 너희도 쓰고 싶으면 얼마든 사용해도 된다. 병기고에서 너희에게 맞는 무기를 골라서 나오거라."

우리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조가 우르르 병기고로 몰려가 자신들이 주로 사용했던 병장기와 비슷한 병장기를 골라 나왔다.

병장기를 가져오자 교관이 1조를 바라보고 말을 했다.

"자, 이제 시작하겠다. 1조부터 원 안으로 들어가도록 해라."

1조부터 조교들과 첫 번째 대결을 하기 위해 원 안으로 들어갔다.

1조의 조장은 20호(유성)으로 비사굴에서 15호가 이끌던 무리를 15호에게 옥패를 주고 대신 무리를 이끌게 되었다.

우리 조를 제외하면 순수 개개인의 능력은 유성이 조장으로 있는 1조가 나머지 두 개 조보다 뛰어났다.

1조는 유성을 포함하여 초일류 고수 2명과 일류 고수 8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1조는 교관님의 설명을 듣자마자 대결에 참여하기로 바로 결정했는데 이는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개개인의 무공실력도 조교들보다 앞서는 데다가 비사굴에서 검진을 오래 연습을 해 왔기에 협력도 잘 되어서 자신들이 절대 질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 기초훈련 > 끝

ⓒ 청운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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