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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무사의 귀환-28화 (28/114)

< 작명 >

그 중년인이 육척장신에다가 체격도 남달라서 모두들 긴장했다.

"조 대인 고생이 많았구려."

"별말씀을요. 제가 원래 하던 일인걸요."

조환 대인이 공손하게 대하는 거로 봐서 중년인이 더 높은 자인 듯했다.

"조 대인은 이만 가서 푹 쉬시지요. 이 아이들은 내가 맡을 테니."

"네. 그럼 교관님께 맡기고 전 가 보겠습니다."

조환 대인 우리에게 눈길을 한번 주고는 안으로 사라졌다.

"나는 군부에서 너희들을 교육할 교관 진무라고 한다."

"안녕하십니까? 교관님."

"그래. 만나서 반갑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우리는 교관을 따라 군부 안으로 들어갔다.

군부 안은 크고 작은 전각들이 즐비했고 생각보다 규모가 엄청나게 컸다.

교관을 따라 한참을 걷던 우리는 커다란 공터에 도착하여 멈춰섰다.

"이곳은 연병장이다. 앞으로 너희들이 기본적인 군대 제식훈련과 병장기를 다루는 걸 배울 것이다. 알겠나?"

"네."

"목소리가 그거밖에 안 나오나. 모두 엎드려뻗쳐."

진무 교관의 화난 목소리에 놀라 모든 훈련생들이 정신없이 엎드려 뻗쳤다.

"앞으로 내가 물으면 큰 목소리로 바로 대답하길 바란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일어서."

교관의 말에 훈련생들이 벌떡 일어났다.

"동작은 빠릿빠릿하군. 너희는 이제 더 이상 그림자 훈련생들이 아니다. 군인이다. 앞으로 내 말을 명심하도록.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교관이 조금 나긋한 목소리 말했다.

"먼길 오느라 피곤 하지?"

"아닙니다."

"날 따라와라. 너희들이 생활하게 될 막사를 가르쳐주마."

우리는 연병장에서 교관을 따라 막사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쭉 늘어선 막사를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곳이 너희들이 잠을 자고 쉬게될 막사다. 여기 첫 번째부터 차례대로 1조, 2조, 3조, 4조가 쓰게 될 것이다. 조는 너희들이 함께하고 싶은 인원들을 직접 정하도록 해라. 각 조당 10명이다."

교관의 말에 서로 마음이 맞는 훈련생들끼리 순식간에 모였다.

거의 비사굴에서 생활했던 무리가 그대로 한 조가 되었고 우리들 역시 무경원에서 같이 생활했던 무리와 연합에서 알고 지냈던 무리 중심으로 10명을 구성했다.

20호가 15호가 이끌던 무리와 함께 한 조를 만들었고 순식간에 40명이 4개 조로 나뉘었다.

"조는 정해졌고, 서 있는 순서대로 1조, 2조, 3조, 4조다. 조장을 누구로 할 건지도 너희가 정하도록 해라."

서 있는 순서에 따라 20호가 있는 조가 1조가 되었고 우리는 3번째에 서 있어서 3조가 되었다.

조장을 정하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비사굴에서 무리를 이끌던 훈련생들이 조장이 되었고 우리 조에서는 나를 조장으로 뽑았다.

"이제 앞으로 조장이 모든 조원을 통제하며 책임을 진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자, 내가 집합이란 명령을 내리면 연병장으로 신속히 모인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너희는 무경원에서 훈련생이라 번호라 불렸을 텐데, 이곳에서는 각자의 이름을 하나씩 짓도록 한다. 점호시간에 조장이 적어서 가져온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자, 그럼 막사로 들어가서 씻고 밥 먹을 준비를 한다."

교관이 가고 조원들과 함께 막사로 들어왔다.

막사로 들어온 조원들은 머릿속이 복잡한지 한마디씩 했다.

"오늘 진짜 정신이 하나도 없다. 무경원을 나오자마자 군부로 끌려온 것도 모자라 여기서 훈련을 마치면 전쟁터로 끌려간다니.. 인생이 정말 거지 같네."

"그래. 네 말이 맞아. 우리 인생이 참 거지 같다."

저들의 심경은 이해가 되었지만 난 이미 이 상황을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왔기에 심경의 동요는 없었다.

6호를 비롯한 조원들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싸부, 우리 이제 뭘 해야 하지?"

"조장, 우리 뭐부터 해야 해?"

"일단 지시받은 거부터 해야지. 이름부터 생각해보고 내게 말해주고 차례대로 씻자."

내 말에 조원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순번을 정해 차례대로 씻고 나오고 나머지는 침상에 누워 자신들의 이름을 생각해보고 있었다.

'나는 뭐로 이름을 지을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황녀님이 마지막에 내게 지어준 이름이 떠올랐다.

'황녀님이 내게 무영이라 이름을 지어주셨지. 겨우 5년 사이에 그걸 잊고 있었다니.. 그래, 내 이름은 이제부터 무영이야.'

이름을 정하고 황녀님 얼굴을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 나의 상념을 깨뜨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싸부, 나 좀 도와줘."

6호가 불쌍한 표정으로 말하자 내가 물었다.

"뭘 도와 달라는 거야?"

"내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마땅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싸부가 내 이름을 지어주면 안 될까?"

"앞으로 평생 불릴 이름인데 나에게 지어달라고? 그러다가 내가 아무 이름이나 막 붙이면 어쩌려고."

"난 싸부가 지어준 이름이라면 아무거나 괜찮으니까. 내 이름은 싸부가 지어줘."

6호가 막무가내로 내게 부탁하고 가 버려서 그를 바라보고 이름을 떠올렸다.

한참 그를 바라보니 몸이 돌처럼 단단하고 큰 몸이 눈에 들어왔다.

'6호는 몸집이 크고 몸이 단단하니 클 석자에 굳건할 견자를 써서 석견이라 불리면 괜찮을 거 같은데.'

"6호야, 이리와 봐. 네 이름으로 생각해 본 게 있어."

6호가 자신의 이름을 지었다고 하니 냉큼 달려왔다.

"싸부, 내 이름이 뭐야?"

"네 이름은 클 석에 굳건할 견자를 써서 석견이라고 지었는데 괜찮아?"

"석견? 어감도 나쁘지 않은데? 좋아! 난 이제부터 석견이야."

6호가 조원들에게 돌아다니며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다녔다.

11호는 석견에게 내가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것을 듣고 내게 왔다.

"조장, 나도 이름을 지어줘."

"아니, 너까지 왜? 넌 스스로 지을 수 있잖아."

"6호는 이름 지어주고 나는 해주기 싫다는 거야?"

"그게 아니라.. 네가 불릴 이름을 내가 지어주는 게 좀 그래서."

"그럼 6호도 지어주지 말았어야지."

"알겠어. 조금만 기다려봐."

또다시 11호를 바라보며 그의 생김새와 특징을 떠올려 보았다.

'11호의 얼굴은 우뚝 솟은 콧날에 날카로운 턱선, 몸매는 호리호리하고 몸은 날쌘 편이니까. 예리할 예자에 날렵할 현자를 더해 예현이라 지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11호를 불러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네 이름은 예현이라 짓는 게 어떨까 하는데."

"예현? 어감은 좋은데, 무슨 뜻이지?"

"예리할 예자에 날렵한 현자를 써서 예리한 검과 같이 날렵한 네 모습과 어울리는 듯해서."

"아주 마음에 들어. 고마워, 조장."

"내 이름은 무영이야. 앞으로 그렇게 부르면 돼."

"무영. 이름이 멋진데? 무영 조장, 앞으로도 잘 부탁해."

석견과 예현은 서로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 몇 번씩이나 되뇌였다.

시간이 흐르고 조원들 대부분 씻고 나올 무렵에 한 명씩 자신의 이름을 정해서 나에게 말해주고 갔다.

함께 무리 생활을 했던 50호와 70호는 자신들의 이름을 선화와 은소로 지어왔다.

나머지 다섯 명도 한휘, 백호, 효선, 무진, 소정으로 이름을 지어왔다.

그렇게 모두가 자신들의 이름을 짓고 씻기까지 마무리했을 때 교관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집합!"

우리는 급히 연병장으로 모였다.

우리 조가 1등으로 도착하고 그 뒤에 다른 조원들도 도착했다.

모두 다 모였다고 생각하고 교관님이 말을 하려는데 막사에서 한 명이 급히 뛰어왔다.

그는 1조의 조원으로 머리에 물기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씻느라 집합 소리를 못 듣고 늦은 듯했다.

"넌 몇조야? 왜 이제야 나오는 거지?"

"1조입니다. 집합 명령을 씻는 도중에 들어서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1조 다 나와!"

교관의 말에 1조 조원이 모두 앞으로 뛰어나왔다.

"1조 조장이 누구냐?"

1조 조장인 20호가 손을 들며 말했다.

"교관님, 제가 1조 조장입니다."

"넌 조원이 모두 집합하지도 않았는데 왜 나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지?"

교관님의 질책성 언사에 20호가 굳은 얼굴로 답했다.

"금방 나올 줄 알았습니다. 죄송합니다."

교관이 탐탁치 않은 표정을 지으며 1조에게 말했다.

"조원은 모두 함께한다. 한명이 늦으면 1조 전체가 늦은 것이다. 늦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1조 모두 엎드려뻗쳐."

1조가 엎드려 뻗친 채로 교관은 우리에게 말을 했다.

"너희도 미리 잘 들어두거라. 집합 명령이 떨어지면 어떤 일을 하고 있더라도 즉시 멈추고 이곳에 모여야 한다. 그리고 조장은 조원들이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도록 잘 챙겨야 하고 조원은 조장을 잘 따라야 한다. 그리고 같은 조원들끼리는 서로 한 몸이라 생각하고 함께 움직이도록!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교관이 엎드려 뻗치고 있는 1조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1조 너희는 첫날이라 잘 몰라서 그런 거라 생각하고 오늘만 그냥 넘어가 주마. 일어나."

1조는 벌떡 일어나서 교관님께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네, 감사합니다."

"너희가 내 말을 잘 들으면 나는 너희를 아주 편안하게 해 줄 거고 내 말을 바로 듣지 않으면 지옥문이 열릴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자, 다들 배고플 테니 빨리 날 따라와라."

교관을 따라 전각에 도착했다.

"이곳은 식도관이다. 너희가 군부에 동안 세끼 식사를 할 곳이다. 저기 서 계시는 분이 이곳을 담당하는 한 숙수님이니 예의를 갖춰 대하도록. 친해지면 맛있는 음식도 더 줄 것이니 그건 알아서들 하거라."

"네, 알겠습니다."

"자, 조별로 줄을 서서 음식을 받아오거라. 한 숙수님께 인사도 드리도록 하고.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모두 줄을 서서 한 숙수님께 인사를 하고 음식을 받아왔다.

5년 동안 벽곡단만 먹고 지내다가 고깃국에 향긋한 음식들을 접하다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군침을 흘렸다.

교관님이 우리 모두를 바라보고는 말을 했다.

"모두 맛있게 먹어라. 너무 급하게 먹으면 체하니 천천히 먹도록 해라."

교관님의 말이 끝나자 눈치를 살피던 조원들이 한 명이 음식에 손을 대자 다들 손을 바삐 움직이며 식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래간만에 고기로 배를 채운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막사로 돌아온 우리는 침상에 누워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한 시진(2시간)이 지나고 교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 시진 후 점호를 시작하겠다. 점호 때 조원들은 침상 정리하고 반듯하게 앉아서 대기 하고 조장은 보고 준비해라."

교관의 말을 듣고 모두들 점호 준비를 하기 위해 서둘러 침상을 정리하며 주변에 떨어진 것들을 줍고 서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군대에 왔다는 걸 실감하고 있었다.

반 시진 후 1조부터 차례대로 교관님이 막사로 들어와 조장에게 보고를 받고 막사를 점검한 후 취침에 들게 했다.

< 작명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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