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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무사의 귀환-27화 (27/114)

< 아쉬운 이별 >

"네. 감사합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장님께 궁금한 게 있는데 여쭤봐도 될까요?"

"그래. 말해 보거라."

"지난번에 15호 무리의 옥패를 빼내서 다른 동굴에 숨겨놓은 이유가 뭡니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유가 떠오르지 않아서요."

대장의 얼굴에 놀란 듯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대장님께서 직접 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림자 무사 선배들에게 지시를 하셨겠죠. 그렇지 않고서야 그 선배들이 옥패를 직접 가져오지는 않을 테니까요."

나의 말에 대장이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말을 들으니 네가 그림자 무사가 되지 않은 게 더 아쉽구나. 네 말대로 내가 그들에게 시켰다. 비사굴 내에서 15호 무리의 힘이 너무 커져서 견제할 세력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그들을 자극하고 다른 훈련생들을 뭉칠 계기를 만들기 위해 살짝 개입했지. 이것 또한 너만 알고 있어야 한다."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셨던 거군요. 그럼 만약 저희 무리가 15호의 무리처럼 커졌다면 저희도 비슷한 일을 겪었을까요?"

"너무 압도적으로 힘이 세져서 비사굴을 장악했다면 그랬겠지. 하지만 내 생각에 너희는 장악하려 하지 않고 포용을 선택했을 거 같구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이만 가 보거라."

대장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동굴로 돌아왔다.

동굴 안에서는 동료들이 침묵하고 있는 20호에게 상황을 물어보고 있었다.

"20호, 왜 아무 말도 없는 거야?"

"그래.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설명을 해줘야 할 거 아냐."

"......"

내가 20호와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가자 5호가 말했다.

"대장님과 대화는 잘 하고 왔어?"

"어. 20호는 아직 아무 말이 없는 거야?"

"동굴로 돌아와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어. 15호에게 옥패를 뺏긴 건지 준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네."

내가 20호에게 다가가 말을 했다.

"20호, 네가 첩자인 것도 드러났고 그림자 무사 선발도 이제 다 끝났는데 뭘 숨기고 그래."

나의 말에 그가 말없이 나를 응시했다.

"......"

"너에게 궁금한 게 있어. 왜 옥패를 네가 안 갖고 15호에게 넘긴 거지?"

그러자 침묵하고 있던 20호가 내게 말했다.

"너와 같은 이유다. 나는 그림자 무사가 그다지 되고 싶지는 않았을 뿐."

"그래서 15호와 거래를 한 건가?"

"15호가 나에게 다가와 자신을 도와주면 내가 원하는 걸 준다기에 그와 손을 잡았지."

"그게 언제부터지? 우리 무리에 들어오고부터인가? 아니면 오래전부터?"

"나도 4호와 비슷한 시기에 15호가 내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럼 원래 4호도 너와 같은 첩자인 걸 알고 있었나?"

"아니. 들키고 나서야 알았지. 4호가 첩자인 걸 들켰을 때 나도 들킬까 봐 조마조마했지."

'15호 녀석. 마음에는 안 들지만 정말 대단하구나. 오래전부터 치밀한 계획을 세워서 전생에서와 같이 결국 그림자 무사가 되었구나.'

"15호가 너에게 무엇을 주기로 약속한 거냐?"

"그건 비밀이라 말해 줄 수 없다. 아무튼 이 년 동안 정도 꽤 들었는데 너희 모두를 속여서 미안하다."

20호는 곧바로 자신의 짐을 챙겨 15호의 동굴로 떠났다.

다들 4호에 이어 20호의 배신에 다들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지만 이번이 두 번째여서인지 4호 때보다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

오늘이 함께 생활하는 마지막 날이었기에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 년이란 시간 동안 서로 정이 많이 들었고 여러 가지 일들을 함께 겪으며 추억들이 많이 쌓여있었다.

그래서 다들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1호가 먼저 내가 말을 했다.

"내가 그림자 무사가 될 수 있었던 건 네 공이 크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그리고 내가 살아있는 한 너의 부탁 한 번은 꼭 들어줄 테니까 언제든지 찾아와라."

"그래. 꼭 찾아갈 테니까 다시 만났을 때 그런 말 한 적 없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소리 하면 가만 안 둔다."

"남아일언중천금. 절대 안 잊어먹을 테니 꼭 만나러 와."

"그래. 훌륭한 그림자 무사가 되고 그곳에 가서도 건강하게 잘 지내."

나는 마지막으로 1호를 끌어 안아주었다.

그다음으로 5호가 내게 말을 건넸다.

"네가 이곳에 없었더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너와는 생각도 잘 맞고 여러모로 네가 마음에 들었어. 그런데 이렇게 헤어지게 되니 정말 아쉽네. 함께 그림자 무사가 되었으면 좋았을텐데.. 1호 말처럼 꼭 우리를 다시 찾아와. 내 능력이 되는 한 어떤 부탁이든 들어줄 테니까.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 새로운 곳에 가서도 잘 적응해라."

"그래. 나도 5호 너와 함께해서 참 든든했다. 너는 어디에서든 너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테니 네 걱정 같은 건 하지 않을게. 항상 건강히 잘 지내고 나중에 또 보자. 반드시 찾아갈게."

전생에서 5호는 그림자 무사들 사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었다.

그 당시 무공 실력도 그림자 무사 중에서 나와 함께 가장 상위권을 차지했었다.

5호도 가볍게 끌어 안아주었다.

그다음 27호가 나를 보며 말했다.

"나는 정말 네 덕분에 그림자 무사가 되었어. 네가 나를 이 무리에 넣어주지 않았다면 그림자 무사는 꿈도 꾸지 못했을 텐데.. 정말 고맙다."

"그림자 무사가 된 건 너의 실력이 뛰어나서 그런 거야. 그러니 너 자신을 믿어. 넌 강하니까. 그림자 무사가 되면 위험한 임무도 많을 테니 항상 조심하고."

"그래. 나중에 찾아와. 나도 네 부탁은 꼭 들어줄게."

"와! 그림자 무사들이 서로 내 부탁을 들어준다고 하니 든든하네."

27호와도 가볍게 안아주고 그 옆에 있던 7호와 인사를 나눴다.

"7호, 넌 왜 이렇게 눈이 부었냐?"

"칫. 그런 건 모른 척하는 거야. 바보야! 근데 넌 나랑 헤어지는데 슬프지도 않냐?"

7호가 눈으로 날 흘기듯 쳐다보니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나도 슬프지. 너희들과 함께하지 못하니까.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날 날이 있겠지."

"우리 다시 만날 수 있는 거지?"

말을 하던 7호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안아주었다.

'강해 보이던 7호도 마음은 아직 여리구나.'

내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던 7호가 눈물을 닦으며 내게 말했다.

"딱 십 년만 기다릴 테니까 그 안에 날 꼭 찾아와. 안 그럼 내가 너 찾아가서 죽여버릴 거야."

"그래. 그 안에 널 보러 갈게."

그렇게 말을 한 다음 난 다시 7호에게 전음을 보냈다.

[7호야, 너에게 따로 부탁할 게 있어.]

갑자기 내가 전음을 보내자 7호가 눈을 깜빡거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네가 그림자 무사가 되면 황궁으로 배치될 거야. 그곳에서 밤마다 황손을 지키는 임무를 수행하게 될 거고. 네게 부탁이 있는데 나중에 황손을 맡을 때 대장님께 말해서 황녀님을 네가 지켜주었으면 해.]

[갑자기 무슨 소리야? 황궁은 뭐고, 황녀님을 지켜달라니.]

[나중에 그림자 무사 교육을 받고 나면 다 알게 될 거야. 그러니 그때가 오면 내 부탁을 들어줬으면 해.]

[넌 이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는데? 대장님께 들은 거야?]

[그래. 이건 비밀이니까 너만 알고 있어.]

[알겠어. 그런데 우리는 황궁으로 간다 치고 넌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어?]

[어. 우리는 군부로 갈 거야.]

[군부라고? 군부에서 어디로 배치되는 건데?]

[아마도 군사들이 필요한 곳은 전쟁터겠지.]

[전쟁터는 너무 위험한 곳이잖아.]

[걱정 마. 난 안 죽을 거니까. 꼭 살아서 십 년 안에 널 찾아갈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그래. 꼭 살아서 돌아와.]

7호를 마지막으로 작별인사가 모두 끝났다.

나머지 동료들은 다 함께 군부로 가야 해서 따로 인사를 나눌 필요가 없었다.

그림자 무사로 선발된 네 사람과 나머지 동료들도 서로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다음날, 비사굴의 훈련생 전원이 자신들의 짐을 싸서 광장에 모였다.

그림자 무사로 선발된 다섯 명만 따로 서 있고 나머지는 따로 줄을 맞춰 서 있었다.

"이제 너희들은 더 이상 훈련생이 아니다. 여기 다섯 사람은 그림자 무사가 되고 너희는 새로운 곳에서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니 서로를 보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 거다. 인사들 나누거라."

대장이 말한 대로 우리는 그림자 무사로 뽑힌 동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잠시 동료들과 이별할 시간을 준 대장은 소란이 잦아들 때쯤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중년인을 소개하였다.

"너희들에게 소개할 분이 있다. 이분은 너희를 인솔해 가실 조환 대인이시다."

"반갑네. 난 조환이라고 하네. 다들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게 수련을 제대로 한 것 같군. 앞으로 자네들의 활약이 기대되는구먼."

조환이라고 소개한 중년인의 인상은 전형적인 문관의 모습으로 군부에서 행정을 담당하는 자인 듯했다.

대장과 그림자 무사로 선발된 동료들만 비사굴에 남아있고 우리는 중년인을 따라 비사굴을 벗어났다.

비사굴을 나와 무경원의 입구에 도달했다.

모두 다섯 살 때 무경원에 끌려온 뒤로 십 년 동안 생활했던 곳을 떠나는 것이라 다들 만감이 교차하는 듯 눈시울이 붉어진 훈련생들도 있었다.

'전생에 무경원을 나와서 가 본 곳이라고는 그림자 무사로 생활한 황궁밖에 없었는데, 황궁 이외의 다른 곳을 가는 건 처음이라 나도 긴장이 되는구나.'

무경원 입구에서 조환은 우리에게 얇은 천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무경원처럼 어두운 동굴에서 오랜 기간 생활하다가 갑자기 밝은 곳에 나가면 눈에 무리가 가니 그 천으로 눈을 가리도록 하게나."

그의 말대로 얇은 천으로 눈을 가렸더니 앞이 뿌옇게 흐려졌지만 이내 적응하여 보이기는 하였다.

천으로 눈을 가리고 무경원 밖으로 나가자마자, 강렬한 아침 햇살에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악! 따가워서 눈을 뜰 수가 없어."

대부분의 훈련생들이 소리를 지르며 눈을 감싸고 있었다.

조환은 이런 모습을 자주 봤는지 담담하게 말했다.

"모두 잠시 눈을 감고 있게나.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괜찮아질걸세."

잠시 후 그의 말처럼 두 눈의 통증이 서서히 잦아들고 살며시 눈을 뜨니 처음처럼 아프지는 않았다.

"최소한 열흘 정도는 천을 두르고 다녀야 할 걸세. 그리고 한동안은 대낮에 돌아다니는 건 피하도록 하게나. 자, 모두 서둘러 날 따라오게. 갈 길이 머니."

조환이란 자는 서생처럼 생겼는데 그도 역시 무공을 익혔는지 걸음걸이가 가볍고 날렵했다.

우리가 햇빛에 어느 정도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가 신법을 쓰며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훈련생들도 모두 신법은 익혔기에 그를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우리는 황궁이 있는 북경에서 북쪽으로 세시진(6시간) 가까이 뛰어서 군부에 도착했다.

이미 군부로 가는 걸 알고 있었던 나를 제외한 모든 훈련생들은 입구에 군부라고 적힌 현판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 뜨며 놀라고 있었다.

그때 문을 열고 나오는 중년인이 있었다.

< 아쉬운 이별 > 끝

ⓒ 청운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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