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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무사의 귀환-26화 (26/114)

< 그림자 무사 선발 >

두 무리의 대결을 지켜보니 실력은 42호의 무리가 약간 나은 듯했지만 실력 차이가 크지 않아 승부가 쉽게 나지 않았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42호 무리가 승리는 했지만 참가했던 다섯 명 모두 크고 작은 상처와 더불어 크게 지친 모양이었다.

"어차피 정상적인 상태에서도 5호나 15호 무리를 이기기 힘든데.. 지금 상태로는 더이상 대결을 펼칠 수 없을 것 같아. 기권하도록 할게."

42호 무리의 기권 선언으로 결국 15호 무리와 우리 무리의 대결로 최종 승부가 결정되게 되었다.

잠시 후 15호 무리와 우리 무리가 대결 장소에 모였다.

15호가 마주 서 있는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일 년 만에 다시 너희와 겨루게 되었군. 그때의 패배를 되돌려 주겠다."

5호가 15호의 말을 맞받아치며 말했다.

"그때의 기억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을 텐데.. 다시 한번 새로운 패배를 안겨주게 되어서 미안하군."

"그럼 길게 말할 것 없이 바로 시작하는 게 어때?"

5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심판을 봐주기로 한 2호가 우리 무리와 15호 무리 사이로 나와서 말을 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최종 대결을 시작할게."

2호의 말에 양쪽 무리가 자세를 잡으면서 옥패를 놓고 벌이는 최종 대결이 시작되었다.

15호 무리와 우리 무리와는 일년 전과 마찬가지로 칠성검진과 파천검진의 대결이었는데, 첫 대결에서 7호의 활약으로 칠성검진을 무너졌었기에 그들은 7호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방어적으로 검진을 운용했다.

15호 무리의 칠성검진은 일 년 전과 비교해서 개개인의 칠성검법에 대한 성취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에 칠성검진의 위력도 크게 올라가 있었다.

우리의 파천검법에 대한 성취도 일 년 전보다 크게 상승하여 파천검진도 동시에 강해졌지만 상성상 칠성검진이 유리하여 어느 쪽도 쉽게 승기를 가져가지 못했다.

일 년 전처럼 7호를 앞에 세워 공격해 봤지만 이제는 저들도 칠성검법의 성취가 낮지 않기에 허점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행동을 예상했다는 듯이 7호를 둘러싸며 파천검진의 진형을 깨기 위해 압박해 들어왔다.

그때 5호의 전음으로 내게로 말을 했다.

[역시 예상한 대로 공격이 들어오는군. 네가 나설 차례야.]

[알겠어. 내가 앞에 설게.]

우리는 지난 일 년 동안 검진을 수련하면서 15호 무리를 상대할 것에 대비해 칠성검진으로 상대가 우리를 압박했을 때 빠져나오면 반격하는 연습을 자주 해 왔었다.

우리가 전부터 연습한 대로 앞에서 공격을 하던 7호가 빠르게 뒤로 빠지고 그 자리로 내가 들어갔다.

15호 무리는 우리의 변형된 검진 대형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경계를 하였다.

하지만 앞에 나와 있던 15호는 나와 몇 수 겨루어보더니 검진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눈치채고 우리 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오면서 강하게 압박을 해 왔다.

한차례 그들의 검을 막아낸 다음 나는 손에 들고 있던 검을 자연스레 놓아버리고 양손에 각각 열화신장과 한빙신장의 공력을 동시에 끌어내었다.

나의 한쪽 손은 붉게 달아오르고 반대쪽 손은 얼음처럼 하얗게 변하면서 열기와 냉기의 기운이 점점 강해졌다.

15호도 보면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는지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내가 먼저 빠르게 유령무흔보를 펼치며 그의 앞쪽에 다가가 그의 앞가슴을 향해 열화신장을 먼저 날렸다.

열화신장의 뜨거운 열기에 깜짝 놀란 15호는 급한 대로 자신의 검면으로 나의 장력을 막았지만 열화신장의 장력에 15호의 검이 붉게 변하며 뜨거워져 그가 검을 놓치고 말았다.

15호는 열화신장 때문에 검도 놓치고 손도 화상을 입었지만 아파할 정신도 없이 두 번째로 펼쳐진 나의 한빙신장에 가슴을 제대로 얻어맞았다.

전력을 다해서 펼치면 상대가 죽을까 봐 공력을 낮춰서 펼쳤건만, 가슴에 얼음장 같은 장력을 제대로 맞은 15호는 뒤로 한참 물러난 뒤에도 몸이 굳은 듯 움직이질 못했다.

15호가 검진 대형을 이탈하면서 더 이상 싸움을 진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되자 칠성검진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우리가 졌다."

대결이 마무리되고 심판을 봐주던 2호가 우리의 승리를 선언하자 대결을 구경했던 모든 훈련생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15호의 무리는 패배 선언을 하고 나서 급히 15호에게 달려갔다.

"대장, 괜찮아?"

"으으윽, 너무 추워."

다행히 15호는 주변에 동료들이 몸을 흔들자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냉기가 온몸에 퍼진 듯 안색이 창백하고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대결도 끝났기에 내가 다가가 15호에게 열화신공의 공력으로 냉기를 몰아내 주었다.

그러자 15호의 안색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오고 몸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너 엄청난 무공을 지니고 있었구나. 극양과 극음의 무공을 동시에 쓰다니.. 놀랍다. 확실히 우리의 패배를 인정하마. 그리고 냉기를 제거해줘서 고맙다."

"뭐, 그정도 가지고. 큰 혈도에 흐르는 냉기는 제거했지만 세맥에 아직 냉기가 남아있어서 하루 정도는 운기조식하며 요양하는 게 좋을 거야."

"그래, 알겠어."

2호가 광장에 걸려있는 옥패 다섯 개를 우리에게 건네주며 옥패 결정전이 모두 끝이 났다.

잠시 후 모든 훈련생들은 자신들의 동굴로 돌아갔다.

동굴로 돌아온 우리는 잠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곧바로 다섯 개의 옥패를 나눠 갖기 위해 대화를 시작했다.

먼저 5호가 앞으로 나서며 동료들에게 말하였다.

"원래는 1호와 7호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이 세 개의 옥패를 갖고 나머지 2개를 가질 사람을 정하기로 했는데. 우리 세 명이 이야기해 봤는데 그건 공정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모두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어. 무공 대결로 옥패를 가질 다섯 명을 정하자."

5호의 말에 시큰둥한 표정으로 20호가 말했다.

"어차피 무공 대결로 하면 너희를 이길 사람이 우리 중에는 없을 것 같은데."

"11호와 6호 그리고 27호도 우리 못지않고 너도 꽤 많이 성장했잖아."

5호의 말에 20호가 몸을 풀면서 말을 했다.

"그런가. 그럼 나도 한번 도전해볼까?"

그때 내가 나서서 말을 했다.

"난 이 대결에 참가하지 않으니 내가 심판을 볼게."

5호가 나에게 싱긋 웃어주며 말했다.

"그래 주면 우리야 고맙지."

"자, 참가할 사람 모두 나와."

나의 말에 11호와 6호을 제외한 모두가 나왔다.

두 사람이 나오지 않자 놀란 듯 5호가 물었다.

"6호와 11호는 왜 안 나오는 거야?"

"우리는 그림자 무사가 되지 않기로 했어. 그래서 옥패가 필요 없어."

"맞아. 싸부가 그림자 무사를 안 하겠다는데 제자가 혼자 남을 수 없지. 싸부를 따라갈 거야."

나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두 사람이 결정한 일이라 나는 당황스럽긴 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날 따라가면 힘들 수 있는데."

"지난 이 년 동안 싸부와 함께 수련하고 지내면서 삶의 재미를 느꼈는데 떨어질 수 없지."

"그래. 그건 너희의 선택이니 존중할게."

그렇게 1호, 5호, 7호, 20호, 27호, 50호, 70호가 옥패를 차지하기 위한 마지막 개인 대결에 참가했다.

숫자를 적은 표를 뽑아 대결할 상대를 정했다.

1호와 50호가 상대가 되었고 5호와 70호, 7호와 20호 이렇게 대결 상대가 되고 27호는 부전승으로 올라갔다.

1호와 50호와의 대결은 50호가 여자이기에 1호가 적당히 봐주면서 상대했지만, 워낙 실력차가 많이 나서 금세 1호의 승리로 끝이 났다.

5호와 70호의 대결도 5호가 70호를 배려해 공력을 낮춰서 무공을 펼쳤지만 전혀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7호와 20호의 승부는 꽤나 명승부였다.

20호는 평상시 자신의 실력을 잘 드러내지 않아서 모두들 그가 그렇게 강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전력을 다하는 7호가 그와의 대결에서 쉽사리 승기를 가져오지 못했다.

결국 두 사람은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무승부가 되었다.

50호와 70호는 자신들의 실력이 부족함을 인정함과 동시에 더 이상의 승부가 무의미함을 느끼고 기권을 선언했다.

그렇게 각각 1승을 거둔 1호와 5호, 무승부로 끝난 7호와 20호, 마지막으로 부전승으로 올라간 27호까지 총 다섯 명이 옥패를 나눠 갖게 되었다.

그림자 무사 선발전 마지막 날,

이 년 만에 광장에 대장이 나타나 훈련생들을 불러 모았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오늘은 그림자 무사를 선발하는 날이다. 옥패를 가진 자는 광장 단상 위로 올라오거라."

1호와 5호, 7호, 27호가 천천히 광장 단상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20호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50호가 가만히 있는 20호를 보고 말했다.

"20호야, 애들과 같이 나가야지. 왜 안 올라가고 있어?"

하지만 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없었다.

잠시 후 단상에 한사람이 걸어 올라왔다.

그를 보고 모든 훈련생이 놀라고 있었다.

'아니! 15호잖아? 저 녀석이 어떻게..'

단상에 나가 있는 동료들도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당황스러워하고 있을 때 15호가 품 안에서 옥패를 꺼냈다.

대장은 그 다섯을 둘러보고 그들의 옥패를 회수하고는 말했다.

"여기 있는 다섯 사람이 그림자 무사로 선발되었다. 앞으로 너희 다섯 명은 추가로 그림자 무사 정식 훈련을 받고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네, 대장님."

다섯 사람이 내려와 다시 자리로 돌아오고 대장의 말이 이어졌다.

"나머지 훈련생들도 고생이 많았다. 너희들은 다른 곳으로 배정되어 그곳에서 임무를 수행할 것이니 가서도 건강하게 잘 지내거라."

"그곳이 어디입니까?"

"가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더 이상 질문은 받지 않겠다."

"네."

"그동안 고생했고 내일 아침에 떠날 것이니 오늘은 모두 푹 쉬어라. 이만 해산."

대장의 말에 모든 훈련생들이 자신의 동굴로 돌아갔다.

나도 돌아가고 있는데 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18호, 넌 잠깐 나 좀 보자."

내가 대장에게 가자 그가 나를 데리고 폭포 쪽으로 걸어갔다.

"이유가 뭐지?"

"네? 대장님, 갑자기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시면 제가 뭐라고 대답하죠?"

대장이 진지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림자 무사를 포기한 이유 말이야."

'대장님은 알고 있었구나. 그림자 무사 선배들이 감시하고 있었으니 우리들의 사정을 다 알고 있겠지. 거짓말로 둘러대 봐야 소용없겠어.'

"전 그림자 무사가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럼 왜 일 년 전 그때 15호 무리에게서 옥패를 훔쳤느냐?"

"전 필요하지 않지만 동료들을 위해 가져온 것이지요."

나의 말에 대장의 얼굴에 표정이 굳어지며 화를 내듯 말했다.

"그림자 무사가 되면 엄청난 대우를 받으며 더 강한 고수가 될 수 있다는 내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이냐?"

"아니요. 대장님 말씀은 믿지만, 그림자 무사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다른 무언가라.. 그림자 무사가 되지 않으면 어디로 가는지는 아느냐?"

"모릅니다. 하지만 어디든 사람이 사는 곳이니 그곳에 가서 잘 적응해 보려 합니다."

대장은 애정이 담긴 말투로 말했다.

"왜 편한 길을 두고 굳이 험한 길을 가려하느냐?"

"저희가 갈 곳이 험한 곳입니까?"

대장이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했다.

"이건 너만 알고 있거라. 너희들은 내일 군부의 교육원으로 떠날 것이다. 그곳에서 교육을 받고 근무지를 배정받을 것이다."

"군부라면.. 저희는 모두 전쟁터로 나가는 겁니까?"

"군부에서 너희 같은 고수들을 그냥 놔두지 않을 것이다. 내 생각에는 아마도 교육원에서 군 훈련을 조금 받고 실전에 배치될 것 같구나."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니 살다 보면 살아지겠지요."

"그래, 너라면 어디서든 잘 살 것이다. 그곳에 가서도 꼭 살아남아라."

< 그림자 무사 선발 > 끝

ⓒ 청운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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