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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무사의 귀환-24화 (24/114)

< 정면승부 >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우리 무리의 초일류 고수들은 모두 파천검법 초식을 익히고 파천검진의 대형까지 완성했다.

5호가 밝은 얼굴로 내게 말했다.

"이제는 어느 누구와 정면승부를 한다 해도 충분히 해 볼 만하겠는걸."

"확실히 검진을 운용하니 다수의 적도 쉽게 상대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럼 이제 녀석들이 움직이기를 기다리는 게 나을까? 아니면 우리가 먼저 움직이는 게 나을까?"

"내 생각에는 유리한 싸움을 하려면 우리가 먼저 움직이고 좋은 자리를 선점해서 녀석들을 제압하는 게 좋지 않을까?"

5호도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말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우리는 준비가 끝났으니 내일 밤 자시에 바로 공격하도록 하자."

"그럼 연합도 함께 하는 거야?"

나의 물음에 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내부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을 보다는 우리끼리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해."

"그래도 인원이 너무 적은데.. 가능할까?"

나의 말에 5호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말을 했다.

"확실히 숫자에서는 우리가 밀리지만 기습의 묘를 살리면 충분히 가능할 거 같아."

"그래, 한번 해보자."

다음 날 저녁, 5호가 무리 동료들을 모두 불러모았다.

"우리는 오늘 그동안 15호 무리가 비사굴에 있는 훈련생들을 괴롭히고 힘으로 겁박하며 첩자를 심어 서로를 믿지 못하게 만든 대가를 치르게 하려 해."

1호가 오늘이란 말에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너무 갑작스러운 거 아니야?"

"그동안 우리는 충분히 준비해 온 거야. 파천검진도 그중에 한 가지인 거고."

"그럼 오늘 언제 공격하겠다는 거야?"

"우리는 오늘 밤 자시에 움직일 거야."

우리 무리의 동료들은 5호의 말에 다들 복잡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나의 이번 결정이 내키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우리가 선제공격하지 않으면 우리가 역으로 그들에게 당할 수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급하게 작전을 세운 거야. 모두들 이해해주길 바라."

"알겠어."

5호의 말에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했다.

5호의 말이 끝난 후 동료들은 각자 자신의 무기를 손질하며 긴장되는 마음을 가다듬고 있었다.

자시가 되고 우리는 각자의 무기를 손에 들고 5호의 뒤를 쫓아 15호 무리의 동굴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15호 무리의 동굴 입구에서 경계를 서던 훈련생이 우리 발견했지만 소리도 내지 못하고 앞장 서가던 5호의 손길에 무너졌다.

"이제부터 15호 무리를 직접 마주할 텐데, 제압이 목적이니 상대가 너무 크게 상하지는 않게 조심해줘."

"알겠어. 그건 걱정하지 마."

5호의 신호에 맞춰 일제히 동굴로 들어갔다.

우리 열 명은 조용히 동굴로 들어간 후 눈에 보이는 상대를 찾아 흩어졌다.

몇몇은 잠을 자고 있었으며 안에서 경계를 서던 두 명과 아직 잠을 자지 않고 있던 15호를 비롯해 여덞 명 정도가 우리를 발견했다.

경계를 서던 두명이 소리를 쳤다.

"기습이다!"

자고 있던 훈련생들은 소리에 놀라 일어나려 했지만 급히 나와 11호가 그들의 혈을 눌러 움직일 수가 없었다.

15호가 자신의 검을 집어 들고 5호와 서며 말했다.

"한밤중에 기습이라니, 정말 어이가 없군. 우리와 정면대결하면 질까 봐 겁이 났냐?"

"기습도 하나의 전략인데, 그 정도 대비는 하고 있었어야지."

두 사람은 검집에서 검을 뽑아 들고 처음부터 강하게 부딪쳤다.

15호는 기습 공격에 당한 것이 분한 듯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반면 5호는 차분한 표정으로 15호의 공격을 방어해 나갔다.

성향은 다르지만 무공 실력이 거의 비슷하여 한참 동안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그들의 옆으로도 두 사람씩 서로 엉겨 붙어서 정신없이 싸우고 있었다.

두 무리가 열 명씩 숫자가 같았기 때문에 각기 한 사람씩 맡아서 싸우게 되었다.

'15호를 내가 맡았어야 하는데.. 아쉽군. 36호 저놈도 주제도 모르고 나에게 시비를 걸었던 놈이지? 이참에 혼 좀 내줘야겠다.'

나는 전에 내게 시비를 걸었던 36호를 맡게 되어 십 초 만에 가볍게 제압하고 그의 엉덩짝을 검면으로 호되게 갈겨주었다.

"아! 아파.. 살려줘."

"그러니까 함부로 까불면 안 되지. 앞으로 이 아픔을 생각하고 함부로 나대지 마라."

나는 그놈의 엉덩짝을 한 대를 더 갈겨주고 주변에 싸움이 흘러가는 양상을 지켜보았다.

7호와 11호가 상대하는 훈련생들은 제법 실력이 뛰어난 자들이라 승부가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7호와 11호 쪽으로 승기가 기울고 있었다.

1호를 비롯한 나머지 동료들도 상대를 쉽게 제압하고 정리되는 분위기였다.

우리 무리가 15호 무리에 비해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기습으로 인해 당황해서인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훈련생도 있었기에 더욱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5호와 15호의 승부도 자신의 동료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자 집중력이 흩어진 15호가 패배하면서 싱겁게 끝이 났다.

15호 무리를 모두 바닥에 꿇어 앉히고 5호 말했다.

"다들 분한 모양이군. 혹시 기습만 아니었다면 이겼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15호가 고개를 들어 5호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건 사실이지. 기습이 아니었다면 너희가 이렇게 쉽게 우리를 제압하진 못했겠지."

"그럼 내일 다시 붙어볼 기회를 주지. 전 훈련생들이 모인 곳에서 정면승부를 하자고. 진 쪽은 그동안의 행동을 반성하고 사과를 하는 거야. 어때?"

5호의 제안에 15호가 놀란 듯 눈이 잠시 커지며 말하였다.

"우리는 거절할 이유가 없군. 네놈들 내일 후회해도 소용없다."

"그래. 그럼 정오에 광장에서 대결하기로 하자. 훈련생들에게는 우리가 알릴게."

"좋다. 자, 이제 점혈이나 빨리 풀어줘."

"그래. 애들아, 점혈을 풀어줘."

5호의 말 나와 11호가 15호 무리의 막힌 혈도를 풀어주었다.

점혈이 풀려 움직이 된 15호 무리는 무릎을 펴고 일어서며 독기어린 시선으로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어휴, 다들 독기가 제대로 올랐는데. 내일 괜찮겠어?]

저녁에 작전 계획을 짤 때 이야기가 된 부분이지만 노파심에 물었다.

[괜찮아. 저 녀석들은 칠성검진을 믿고 자신감이 넘치는데 우리에게는 파천검진이 있으니까. 그리고 이 녀석들을 달라지게 하려면 확실한 승복을 받아내야 하니까, 꼭 해야만 하는 과정이야.]

다음날 정오, 비사굴 광장에는 모든 훈련생들이 나와 있었다.

연합에 속해 있는 훈련생들은 어제 우리들이 15호의 무리를 제압하고 왔다는 소리를 듣고 환호성을 질렀다.

연합에 속해 있지 않는 훈련생들도 15호 무리가 우리에게 혼쭐 난 이야기를 들을 때 15호 무리의 눈치를 살피기는 했으나 그들의 표정들로 보아 내심 속으로 기뻐하는 듯했다.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훈련생들이 증인이 되기로 하고 15호 무리와 우리 무리와의 정면 대결이 시작되었다.

처음에 15호 무리에서 자신들의 무리 모두가 출전하겠다고 하였다가 그러면 우리 역시 연합원들까지 숫자를 맞추겠다고 하자, 그들이 각 무리당 열 명씩으로 인원을 맞추자고 다시 제안하여 총 스무 명이 대결을 펼치게 되었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 각기 검을 뽑아 들고 자세를 취하며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15호가 대결을 멈추고 추가 제안을 했다.

"잠깐! 한 가지 제안할 게 있는데, 이 대결에서 지는 쪽이 모두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 외에 하나를 더 추가했으면 해."

"갑자기 뭘 추가하자는 거야?"

"이긴 쪽이 옥패를 전부 갖는 거야."

5호가 살짝 당황하며 나에게 전음을 보냈다.

[갑자기 옥패를 걸자고 하는 게 우리가 가져간 걸 눈치채고 이러는 걸까?]

[무슨 생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거부하기도 그렇고 그냥 받아줘야 할 거 같은데?]

"그래. 그렇게 하자. 이긴 쪽이 옥패를 소유하고 있는 거로 말이야."

옥패 이야기가 나오자 모든 훈련생들이 눈빛이 반짝이는 게 15호가 이걸 노린 듯한 느낌이었다.

'만약 자신들이 지면 우리에게 옥패가 있다는 걸 훈련생들에게 인식시켜서 우리를 적대시 하게 만들려는 걸까?'

15호와 5호의 대화가 끝나고 우리들은 다시 자세를 잡으며 15호 무리와 싸울 준비를 했다.

15호 무리는 칠성검진의 대형으로 맞춰 서 있었고 우리는 파천검진의 대형으로 그들과 마주 서 있었다.

15호가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보였다.

'15호 녀석 우리가 파천검진 대형으로 서 있으니 당황했구나. 큭큭'

15호 무리는 무당파의 칠성검법을 익힌 일곱 명이 북두칠성의 자리에 서서 서로를 보완해주며 칠성검법의 현묘한 기운을 극대화 시키고 있었다.

나머지 세 명은 칠성검진 뒤편에서 오행검진의 대형으로 서서 뒤쪽을 받쳐 주고 있었다.

우리는 열 명이 파천검진의 대형에 맞춰 자리를 잡았다.

파천검법을 익히는 시간도 부족하여 제대로 파천검진을 연습할 시간이 많이 부족했지만, 파천검진의 대형에 맞춰서 파천검법 자세를 잡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증가 되는 게 느껴지자 자신감이 생겼다.

심판을 보기로 한 훈련생 2호가 시작이라는 구령을 내리자 두 무리가 대결을 시작했다.

칠성검진과 파천검진의 앞부분을 맡은 1호와 15호가 충돌을 하자 엄청난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두 사람의 기운이 강하게 충돌하는 것이 검진 안에 있는 모두에게 느껴졌다.

파천검진은 파천검법의 맹렬한 공격을 극대화 시켜 끊임없이 앞으로 전진했다.

반면 칠성검진은 우리의 공격은 막강한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내지 않고 옆으로 흘리듯 밀어내면서 그 빈틈을 비집어 공격해 들어왔다.

상성만 놓고 보면 공격일변도의 파천검진이 방어에 탁월한 칠성검진에 비해 유리하지는 않았지만, 개개인의 능력이 우리가 앞서 있었기에 밀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어제 기습으로 제압할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대결이 전개되었다.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대결이 약간 고착화되었을 때 5호의 신호에 따라 1호가 물러서고 7호가 앞쪽으로 나섰다.

7호가 나서자 15호는 의외라는 듯 얼굴의 표정이 달라졌지만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7호와 검을 섞어보고는 15호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이번 대결에서 가장 위험한 상대는 7호라는 것을.

이것은 5호가 준비한 비장의 한 수로 칠성검법을 육성까지 연마한 7호이기에 15호 무리에서는 칠성검법으로 그녀를 상대할 자가 없었다.

무공 실력만 놓고 보자면 15호가 7호보다 아주 조금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지금 상황은 달랐다.

15호는 칠성검진에서는 칠성검법을 써야 했고 이제 겨우 이성을 달성한 상태라 전반부 초식밖에 익히지 못했다.

그런 상태로 칠성검법 중반부까지 익히고 칠성검법에 맞은 내공심법인 칠성심법까지 익힌 7호를 상대하는 건 어린아이와 어른의 싸움이었다.

다만 15호는 칠성검진의 도움을 받아 칠성검법의 위력이 증가하였고, 반대로 7호는 칠성검법을 쓸 때는 파천검진의 영향을 전혀 받지 못하고 순수한 자신의 능력으로 싸우는 것이기에 11호가 무너지지 않고 겨우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7호는 칠성검법의 장단점을 너무나 잘 알기에 계속해서 15호의 빈틈을 노리며 파고들었고, 그녀의 예리한 공격에 15호의 몸에 하나둘씩 작은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

15호는 자신이 점점 7호의 검에 밀리면서 위기에 몰리자 뒤편에서 오행검진을 구성하고 있는 세 명을 전음으로 불러 7호를 둘러싸게 했다.

7호는 15호를 압박하면서 너무 앞쪽으로 나와 있다가 혼자서 세 사람을 상대하게 되자 당황한 듯했다.

나와 11호는 급히 7호의 옆으로 미끄러지듯 다가가 그들의 검을 막아서고 반격을 해 오행검진을 펼치는 그들을 다시 뒤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 정면승부 > 끝

ⓒ 청운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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