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자 무사의 귀환-23화 (23/114)

< 검진 수련 >

칠성검진은 무당파의 오대 장문인이였던 태허진인이 북두칠성을 보고 만든 검진으로 소림사의 나한진법과 화산파의 매화검진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큼 위력적이며 소수의 인원으로 다수를 상대할 때 효과가 큰 검진이었다.

"지금은 우리가 숫자는 더 많지만 5호 무리를 공격할 때 연합의 다른 놈들이 도와줄 수도 있고 그리고 그들은 우리보다 고수의 숫자가 더 많아."

"우리보다 고수가 더 많다고? 그건 아닌 거 같은데..1호와 5호 그리고 18호 정도 빼고는 나머지는 그리 뛰어난 거 같지 않던데.."

"방심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잖아. 1호, 5호, 18호 말고도 6호와 11호, 27호, 7호도 다 너희보다 무공 실력에서 우위에 있으니 일 대 일로는 그들을 상대할 수 없어."

"대장은 어떻게 그렇게 그들의 능력을 정확히 알고 있는거야?"

"전에도 말했듯이 몇몇 무리에 조력자를 심어두었기에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

"그럼 5호 무리에도 조력자가 있다는 거네. 누구야?"

"그건 비밀이야. 정보가 새어나가 정체를 들키면 그 친구가 낭패를 당하니까.. 자.. 이제 오행검진 대형에 맞춰서 서 봐."

"알았어. 대장."

그들은 검진 수련을 한 지 꽤 오래된 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검진의 대형을 갖추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를 제압하려 검진까지 연습하다니.. 우리도 대비를 해야겠군.'

검진을 수련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고개를 돌렸는데 동굴 한쪽 벽면에 걸려 있는 옥패를 보았다.

'옥패가 저기 있군. 저들과 너무 가까운데.. 들키지 않고 가져 올 수 있을까? 수련에 집중하고 있으니 가능할 수도 있겠다.'

유령무흔보를 다시 펼치며 미끄러지듯 옥패를 향했다.

다행히 검진을 수련하느라 기합 소리와 다들 자신들 검의 움직임을 지켜보느라 나의 움직임을 알아챈 자는 없었다.

나는 다섯개의 옥패를 손에 쥐고 은밀히 동굴을 빠져나왔다.

그들에게 들킬까 걱정하며 마음을 졸였기에 옥패를 쥔 손에 식은땀이 흥건했다.

'저번의 옥패의 도둑이 누군지 이제 감이 오는군. 최소 유령무흔보를 나와 비슷한 경지나 그 이상을 연마한 자가 아니면 15호의 무리가 있는 곳에서 옥패를 빼오는 건 불가능하다.'

훈련생 중에 11호가 은신술도 뛰어난 편이고 그가 익힌 보법도 뛰어나지만 그가 익힌 살막은형보가 유령무흔보에 비해 한단계 아래라 볼 수 있었기에 현 상태에서는 나에 비해 은신술에 부족함이 있었다.

'그렇다면 훈련생 중에 11호를 능가하는 은신술을 지닌 자가 있거나 그게 아니라면.. 그거 밖에 없겠군.'

손에 쥔 옥패를 보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떠올랐다.

'이제 15호가 다시 나타나 난리를 피겠군. 옥패를 우리 동굴로 가져가면 곤란한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숨기고 가야겠다. 옥패를 어디에 숨겨야 들키지 않으려나..'

주위를 둘러보는데 마땅한 장소가 눈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 마침 귓가에 폭포 소리가 들렸다.

'아! 폭포의 안쪽은 보이지 않으니 거기에 숨겨두면 되겠군.'

폭포로 달려가 주변을 살피고 경신술 써 폭포 안으로 들어갔다.

폭포 안쪽은 아주 작은 공간이 있었지만 어두컴컴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손으로 벽면을 더듬어 옥패를 놔둘 만한 공간을 찾아보았다.

'벽면에는 공간이 없구나. 옥패가 손바닥보다 조금 작으니 손바닥 크기의 공간만 있으면 되는데..'

벽면을 만지다 보니 혼자 동굴에서 열화신장을 수련할 때 벽을 내리쳐 벽면에 손자국을 남겼던 것이 생각났다.

'그래, 공간이야 만들면 되는 거지. 열화신장이라면 가능하다.'

열화신장으로 벽면의 다섯 군데를 내려쳤다.

'잘 파였군. 이곳에 보관하면 그 녀석들이 찾기 쉽지 않을 거다.'

옥패를 잘 숨긴 후, 나는 조용히 우리 무리의 동굴로 돌아왔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을 입고 있는 날 본 7호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달밤에 수영이라도 하고 온 거야? 옷이 다 젖었네. 추운데 감기 걸리겠다. 옷부터 갈아입어."

'열화신공과 한빙신공을 익힌 뒤로 추위와 더위를 느끼지 않지만 누군가 날 걱정해주니 기분이 나쁘진 않네.'

"걱정해주는 거야? 그래, 알겠어."

나는 곧바로 물에 젖은 옷을 벗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내 옆으로 다가온 5호 전음으로 물었다.

[어디를 다녀온 거야?]

며칠 전 무리 내에 또 다른 첩자가 있을지 모르니 중요한 정보는 5호와 둘이서만 전음으로 공유하기로 정했다.

[15호의 동굴에 다녀왔는데, 거처를 옮겼더라고.]

[연합원들이 감시를 했었는데 어떻게 몰래 옮긴 거지?]

[아마도 배신자가 알고도 숨긴 거겠지.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중요한 것?]

[15호 동굴에 가보니 동굴 안에서 검진을 수련하고 있더라고. 칠성검진과 오행검진.]

[칠성검진과 오행검진을?]

[응. 우리를 제압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더라고.]

[보통 일이 아니네. 우리도 그에 맞설 수 있는 검진을 준비해야겠네.]

[그래야겠지. 검진 수련을 꽤 오래 했는지 검진이 제법 위협적으로 느껴지더라고. 조심해야 할 것 같아. 그리고 옥패를 빼내 왔어.]

5호의 놀란 목소리로 내게 전음을 보냈다.

[15호의 무리가 있는 그곳에서 옥패를 빼 온 거야? 놀랍군.]

[다행히 검진 수련에 정신이 팔려있어서 날 못 봤지만 몰래 가지고 나오면서도 손에 식은땀이 나더라고.]

[그럼 옥패는 어디에 있어?]

[아직 우리 무리에 첩자가 있을지도 몰라서 이곳에 놔두면 안 될 거 같아서 다른 장소에 숨겨두고 왔어.]

5호가 나의 젖은 옷을 떠올렸는지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옥패를 폭포 주변에 숨긴 거구나?]

[맞아. 폭포 안쪽 벽면에 숨겨놨어. 15호 녀석 옥패를 찾기 쉽지 않을 거야.]

[곧 자신들의 옥패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면 15호의 움직임이 시작되겠군. 그 전에 우리도 빨리 준비를 해야겠구나.]

나와 5호는 급히 책장에서 검진에 관련된 서책이 있는지 찾기 시작했다.

책장에서 서책을 열심히 찾고 있는 나와 5호를 보고 7호가 다가와 물었다.

"갑자기 책장에서 뭘 찾고 있는 거야?"

"검진에 관련된 책 좀 찾아보려고. 혹시 책장에서 본 적 있어?"

"내가 책장에서 본 건 칠성검진과 오행검진, 그리고 파천검진을 봤었어."

"왜 난 못 찾은 거지? 여기에 있는 서책의 제목은 다 본 거 같은데.. 검진이라고 써진 책은 한 번도 못 봤어."

5호도 나와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맞아. 나 역시도 검진에 관한 책은 보지를 못 했는데. 7호 넌 어디서 본 거야?"

"제목이 검진이라고 붙은 서책은 없어. 칠성검법과 오행검법, 그리고 파천검법의 뒤편에 검진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는 걸 본 거야."

5호가 7호의 말을 듣고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아! 내가 칠성검법이나 오행검법, 그리고 파천검법의 서책을 읽어 보지 않아서 몰랐던 거구나."

"7호, 넌 그 서책을 다 읽은 거야?"

5호의 물음에 7호가 대답했다.

"나는 오행검법을 먼저 익히고 난 후 그다음으로 파천검법과 칠성검법을 두고 고민하다가 칠성검법을 익힌 거라서 그 서책들은 다 읽었지."

"칠성검법을 익혔으면 그 무공의 장단점을 알고 있겠구나. 칠성검진에 대해서도 말이야."

"응. 그런데 갑자기 칠성검법과 칠성검진은 왜?"

5호가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나에게 전음을 보냈다.

[7호에게는 말해줘도 되겠지?]

[그래. 7호는 믿을 수 있어. 같이 공유해야지.]

5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둘이서만 알고 있는 정보를 7호에게 말해주었다.

7호는 살짝 놀라면서 5호에게 전음으로 물었다.

[다른 친구들에게는 꼭 비밀로 해야 하는 거야?]

[우리 무리에도 4호 외의 또 다른 첩자가 없다는 보장이 없어. 검진에 관한 것도 너만 알고 있어야 해. 검진 파훼법을 만들어 놓아야 하는데, 혹시라도 미리 15호 쪽에서 알게 되면 또 골치 아픈 일이 생길 거 같아서..]

[그래 알겠어. 그럼 칠성검법과 칠성검진에 관한 것은 11호의 동굴에서 알려줘야겠네. 그런데 단기간에 파훼법을 만들 수 있겠어?]

[단기간의 완벽한 파훼법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지. 그래도 네가 칠성검법을 익히고 있어서 칠성검법의 허와 실을 좀 더 빨리 파악할 수 있을 거 같으니까, 단순히 검진의 위력을 낮추는 것까지는 가능할 거야. 그리고 우리도 칠성검진과 상응할 수 있는 검진을 익힐 거니까.]

[칠성검진에 상응하는 검진이라.. 파천검진을 말하는 거야?]

파천검진은 사파의 십대문파 중 하나인 파천문이 자랑하는 검진이었다.

파천문 초대 문주이자 사파제일검으로 불렸던 파천일검 무정이 만든 것으로, 패도적인 파천검법으로 파천검진을 형성하면 위력이 더해져 그 검진을 상대하는 자는 그 기세에 압도되어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그래 맞아. 파천검진이라면 무당파의 칠성검진에 충분히 맞설 수 있지.]

[우리 중에 파천검법을 익힌 사람이 없는데.. 파천검진이 가능하겠어?]

[제대로 익힌다면은 오래 걸리겠지만 우리 무리에는 초일류 경지에 도달한 친구들이 많잖아. 그들이라면 삼성 전까지는 금세 배울 거야. 내공을 제외하고 초식만 익히다면 며칠 만에 검진에서 쓸 수 있는 검법은 완성될 거고.]

5호는 나에게 먼저 파천검법의 서책을 주며 나에게 익히게 하였고, 나는 그날 저녁에 바로 전반부 초식은 완벽히 익히고 파천검법 1성이 되었다.

다음날 서책을 5호에게 주었고 그 역시 하루가 걸리지 않아 전반부 초식을 다 익혔다.

그날부터 15호 파벌의 움직임도 시작되었다.

일전에 옥패 도난 사건으로 망신을 당한 적이 있었기에 전처럼 시끄럽게 소란을 피우지는 않았다.

그들은 조용히 비사굴 내 동굴들을 수색하였고 다른 파벌 훈련생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였다.

동굴 밖에서 나와 5호가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전음을 주고받았다.

[생각보다 15호 파벌의 움직임이 요란하지는 않네. 저번처럼 당장이라도 우리 동굴에 와서 행패를 부릴 줄 알았더니.]

나의 말에 5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의외이기는 해. 하지만 생각해보면 저번 사건으로 연합이 생기면서 자신들의 적들이 많아진 걸 경험해서 또다시 그렇게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거겠지. 그리고 아직 검진 수련이 끝나지 않았으니 당장은 우리에게 시비를 걸기도 힘들 거고.]

[그건 정말 다행이네. 우리가 검진을 익힐 시간을 벌어주었으니.]

[맞아. 뒤에서 그런 수작을 하고 있는 걸 몰랐다면 꼼짝없이 당할 뻔했으니까.]

[그런데 우리가 검진을 익힐 시간은 충분할까?]

[그래. 우리 계획대로 된다면 닷새 안에 우리 무리에 다섯 이상은 파천검법의 전반부 초식을 익히게 되니까 그때부터는 충분히 검진 수련이 가능해져.]

[검진이 구성만 되면 기본적인 무공 성취는 15호 무리보다는 우리가 더 나을 테니까 충분히 상대할 수 있겠지?]

[그렇지. 그리고 저들이 우리보다 먼저 수련하기는 했지만 칠성검법을 완벽히 익힌 훈련생은 거의 없을 테니까. 칠성검진의 위력이 제대로 나오기도 어렵고, 오늘부터 7호와 칠성검진의 위력을 낮추는 파훼법도 찾을 테니 괜찮을 거야.]

[그래. 네가 같은 편이라 정말 든든하다.]

[나도 마찬가지야. 네가 없었으면 이미 우리 파벌은 끝났을걸.]

'전생보다 비사굴 내에서 복잡한 사건도 많아졌고 조금씩 결과가 달라지고 있어서 예측이 어렵다. 하지만 지금 내 옆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라면 어떤 문제든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거야.'

< 검진 수련 > 끝

ⓒ 청운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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