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자 무사의 귀환-22화 (22/114)

< 첩자 색출 >

7호가 4호를 데리고 사라진 후 나머지 동료들이 물었다.

"너희들은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거야?"

5호가 살짝 머뭇거리다가 말을 했다.

"..나와 18호 그리고 11호는 최근에 알게 되었고, 증거를 찾느라 너희에게는 바로 말하지 못했어. 1호와 7호는 오늘 밤에 알게 된 거고.."

"4호가 첩자인 건 어떻게 알았는데?"

5호가 나에게 전음을 보냈다.

[내가 적당히 둘러댈게.]

"내가 최근에 18호와 11호에게 부탁해서 15호 파벌의 움직임을 주시해 달라고 했는데 15호의 움직임을 주시하다가 4호가 시야에 들어온 거야."

5호의 말을 이어받아 내가 말을 했다.

"우리도 동료를 함부로 의심할 순 없어서 지켜보다가 결정적 증거인 쪽지를 발견하고 너희들에게 말하는 거야."

4호와 친밀한 관계였던 20호가 물었다.

"너희들이 이미 확실한 증거까지 확보했으니 첩자가 맞겠지. 그럼 4호는 어떻게 되는 거야?"

"일단은 15호 무리에게 어떤 정보를 주었는지부터 밝히고, 또 4호가 알고 있는 15호 무리의 정보를 빼내면 그쪽으로 내보내야겠지."

잠시 후, 11호가 동굴로 들어왔다.

"11호, 어디 갔다 오는 거야?"

5호의 물음에 내가 대신 대답했다.

"내가 11호에게 15호 파벌의 움직임을 보고 와 달라고 부탁했어."

5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11호에게 물었다.

"그래? 그 쪽의 움직임은 어때?"

"15호의 동굴 앞을 한참 동안 지켜봤는데 아주 조용하고 움직임이 전혀 없어."

"그래, 고생했어. 이쪽에 앉아서 쉬어."

"그래."

11호가 내 옆으로 와 앉으며 전음을 보냈다.

[분위기가 싸늘하군. 4호에 대해 이야기를 했구나.]

[그래. 어차피 한번은 겪을 일이었어.]

[7호와 4호가 안 보이는데.. 내 동굴에 가 있나?]

[어. 7호가 조용히 처리한다고 데려갔어.]

반시진이 흐른 뒤, 7호가 4호를 어깨에 들쳐 매고 걸어왔다.

4호는 혼절했는지 축 늘어져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두 뺨이 아까보다 훨씬 빨갛게 달아 올라있고 눈물을 쏟아내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4호가 자신이 첩자질을 했다는 건 실토했어."

7호가 4호를 흔들자 그녀가 정신을 차렸다.

"아까 말한 거 애들에게 직접 말해."

7호의 말에 4호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내가 너희에게 큰 죄를 지었어. 용서해줘. 미안해."

평소 4호와 가깝게 지내던 50호와 70호가 말했다.

"어떻게 네가 그럴 수 있어?"

"일 년 동안 우린 널 믿었는데.. 정말 실망이다."

"......"

4호가 미안한지 눈을 감고 침묵했다.

5호가 4호에게 다가와 물었다.

"넌 15호 무리와 언제부터 함께 했던 거야? 그리고 뭘 약속받은 거지?"

"15호는 내가 무경원에 처음 왔을 때부터 뒤에서 아무도 모르게 날 지켜주었어. 따로 약속받은 건 없어. 15호가 너희들이 가장 신경 쓰이는 상대라며 나에게 이 무리에 합류해서 정보를 달라고 부탁하기에 그동안의 고마움 때문에 도와준 거야."

"그럼 다른 무리에서 너처럼 첩자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나?"

"그건 나도 알 수가 없어. 나는 15호 무리에서도 15호밖에 모르니까."

"15호밖에 알지 못한다고?"

"정확히 말하자면 난 그의 무리에 속하지도 않아. 아마도 15호 무리에서도 날 아는 사람이 없을 거야. 그저 난 15호와 친분이 있을 뿐이니까."

'15호 녀석 도대체 언제부터 어디까지 손을 쓴 거야. 지금 생각해보면 전생에 우리가 옥패를 마지막에 손에 쥔 것은 운이 정말 좋았다는 생각이 드네. 그때는 이렇게까지 15호가 훈련생들을 장악하고 있는 줄 몰랐는데.'

4호는 전생에서 첩자인 걸 알았기에 미리 대비할 수 있었지만, 그 외에 몇 명의 첩자들이 활동 중인지는 전혀 알 수 없었기에 답답하기만 했다.

5호가 다시 4호에게 물었다.

"그럼 네가 15호에게 알려준 정보는 뭐가 있지?"

"그건.. 너희들이 익힌 무공과 무공의 성취 상태, 그리고 여기서 나눈 대화의 대부분을 전했어."

"연합에 참여하는 것과 공격시기도 당연히 전달했겠지?"

"그래.."

"그럼 혹시 오늘 우리가 15호 파벌을 공격하는 것을 알고 있었어?"

5호의 말에 4호가 놀라며 말했다.

"오늘 15호 파벌을 공격하기로 했다고? 아.. 내가 첩자인 걸 알고 며칠 동안 거짓 정보를 줬구나."

"역시.. 넌 오늘 일은 몰랐던 모양이군."

5호는 자신의 예상이 맞아떨어져서인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분명 4호 말고 다른 첩자가 또 있다는 건데 찾아낼 마땅한 방법이 없군. 모른다고 그냥 놔두기에는 너무 찝찝하고..'

"우리가 널 지금 보내준다면 넌 15호 무리로 갈 거야?"

"..아니, 너희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일 년 동안 15호에게 진 빚은 이미 갚은 셈이니까. 더이상 15호에게 휘둘리진 않을 거야."

"그럼 독립적으로 생활하겠다는 거야?"

"어차피 난 혼자가 편해. 원래도 15호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혼자 지냈을 거야."

"그래.. 7호야, 4호의 점혈을 풀어줘."

5호의 말에 7호가 4호에게 다가가 점혈했던 혈도를 풀어주었다.

"아까는 내가 손속이 좀 과했지? 그건.. 미안하게 생각해."

7호의 말에 4호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내가 한 짓에 대한 벌이니 이해해. 그래도 네 손끝이 맵긴 하더라."

"이번 일로 앞으로 우리가 좋은 관계가 될 순 없겠지만 여길 나가도 잘 지내길 바랄게."

7호의 진심이 담긴 말에 4호가 울컥했는지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모두를 향해 말했다.

"모두에게 정말 미안했어. 처음에는 15호의 부탁에 별생각 없이 시작했는데.. 너희들과 친해질수록 점점 죄책감이 들었어. 이렇게 들키고 나니 이제 너희를 속이는 일을 하지 않아도 돼서 마음은 편하네. 다들 잘 지내."

4호와 가깝게 지내던 20호와 50호, 70호는 눈가가 촉촉해져 있었다.

"끝은 좋지 않았지만, 우리도 네가 잘 지내길 바랄게."

1호는 끝내 4호에게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4호는 1호를 향해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본 후,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동굴을 떠났다.

4호가 떠난 후에도 우리는 한참 동안 동굴 입구를 바라보며 침묵에 휩싸였다.

난 돌아보다 5호와 눈이 마주쳐 그에게 전음을 보냈다.

[이것으로 4호 문제는 정리된 거 같군. 이제 연합 내에 또 다른 첩자를 찾아야 하는 건가?]

[그래야겠지. 또 다른 첩자를 잡기 전까지는 연합 모임이 무의미할 거 같다.]

[다시 생각해봐도 15호 녀석 정말 대단하다. 아무도 모르게 첩자를 몇 명이나 심어 놓은야?]

[그러게. 우리가 15호에 대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난 놈인 건 분명해.]

[그건 그렇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15호의 생각을 읽으려면 뭔가 동향이나 낌새가 있어야 하는데 도통 움직이지를 않으니..]

[15호를 움직이는 건 내가 해 볼게.]

[가능하겠어? 쉽지 않을 텐데.]

[그래도 한번 시도는 해 봐야지.]

5호와 전음을 마치고 나는 11호의 동굴로 갔다.

'그동안 익혀왔던 유령무흔보를 실전에서 쓸 때가 된 것 같다.'

일 년 동안 11호의 수련을 봐 주면서 제일 공을 들여 수련했던 무공이 유령무흔보였다.

생존훈련을 하며 보법을 막 익혔을 때는 어설프고 유령무흔보의 위력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지난 일 년 동안 열심히 수련한 결과 유령무흔보도 어느덧 사성의 경지에 올라 능숙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유령무흔보를 익히고 있다는 건 11호 동굴에서 같이 수련하는 동료들밖에 모르는데, 최근에 유령무흔보를 사용했을 때 나의 위치를 발견한 건 11호 밖에 없었다.

그 11호조차도 확실한 위치를 찾았다기보다는 이질적인 기운을 느껴서 알았을 정도로 유령무흔보의 현묘한 능력을 경험할 수 있었다.

'당장은 15호 무리가 긴장하며 경계를 강화하고 있을 테니, 며칠이 지난 후 경계가 느슨해졌을 때 들어가 봐야겠다.'

4호가 동굴을 떠난 지 닷새가 지나고, 그동안 15호 무리는 일절 동굴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움츠리고만 있을 녀석들이 아닌데..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연합의 연합원들도 대부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며 불안해하고 있었다.

'먼저는 서로를 믿지 못하도록 첩자를 이용해 불신을 주입 시켰는데, 이번에는 보이지 않는 적에 대한 공포를 심어주려는 걸까? 만일 이게 그들이 의도한 바라면 제대로 먹히고 있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연합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이제 내가 움직여야겠다.'

그날 밤 나는 천진무영신법을 펼치며 은밀히 15호의 동굴에 다가갔다.

유령무흔보를 사용하여 과감히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 안쪽에 지키는 훈련생이 한 명 있었지만 경계를 열심히 서고 있지 않기도 했고 유령무흔보 때문에 날 발견하지 못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입구 안에 한 명 말고는 아무도 없잖아!'

짐도 없고 동굴도 깨끗이 비어있는 것이 이미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듯했다.

'우리가 이들의 움직임을 놓쳤구나. 연합에서 계속 주시하며 감시하고 있었는데.. 역시 연합 내부에 배신자가 있었어. 그들의 이동을 보고도 숨겨주었구나. 젠장! 어디로 옮긴 거지?'

다시 경계를 서고 있는 훈련생을 지나쳐 동굴 밖으로 나왔다.

'우리는 적의 움직임 자체를 놓쳐버렸구나. 반격할 준비라도 하고 있는 걸까? 빨리 찾아서 무슨 작당 모의를 하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그때 15호의 동굴로 걸어오는 훈련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동굴 옆에 숨어서 안에서 나누는 대화를 들으니 교대를 하기 위해 온 것 같았다.

'저놈을 따라가면 되겠군.'

난 동굴에서 교대를 하고 나온 그의 뒤를 아무도 모르게 따라갔다.

그 훈련생은 혹시 모를 미행을 대비하기 위해서인지 이동하면서 여러 동굴을 들어갔다가 나왔다.

한참 동안 그렇게 반복하며 가더니 이번에는 동굴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저기가 15호의 무리가 새로 터전을 잡은 동굴인가 보구나.'

바로 확인에 들어가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교대하고 온 훈련생이 들어간 지 반시진(1시간)도 안 되었기에, 아직은 그들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을 것 같아서 반시진을 더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반시간이 또 지나고 나는 유령무흔보를 펼치며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을 들어간 나는 크게 놀라 자칫 소리를 낼 뻔했다.

'비사굴에 이렇게 큰 동굴이 있었다니! 그리고 도대체 몇 명이 이곳에 머물고 있는 거야?'

15호의 무리가 머무는 동굴은 어림잡아 우리 무리가 사용하고 있는 동굴에 세 배는 될 만큼 크고 넓은 곳이었다.

동굴 귀퉁이에 숨어 그들의 모습을 살피니 15호의 무리들이 모두 함께 검진을 연습 중이었다.

'검진을 연습하느라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거였군.'

그때 15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에 연습할 것은 오행검진이야. 기본 검진이지만 5명이서 오행의 위치에 서서 서로 보완해주며 상생, 상극에 맞춰 적을 공격하면 위력이 배 이상으로 증가하는 쓸모가 많은 검진이야. 잘 배워둬."

"대장, 칠성검진을 수련했는데 굳이 오행검진까지 배울 필요가 있을까? 칠성검진만으로도 5호의 무리쯤은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지금은 인원도 우리가 훨씬 많고 말이야."

< 첩자 색출 > 끝

ⓒ 청운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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