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자 무사의 귀환-20화 (20/114)

< 반간계 >

옆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4호의 얼굴이 살짝 굳어지는 게 보였다.

'4호, 이제 네가 이 일을 마무리해 주면 된다.'

5호의 모든 설명이 끝나고 다들 개인적인 시간을 가졌다.

일부러 4호가 빠져나가기 편하도록 나와 5호는 일찍 잠이 든 척했다.

자시(11시~1시)쯤이 되자 4호가 일어나 은밀히 동굴을 빠져나갔다.

[4호가 미끼를 물었어.]

나의 전음에 5호도 안심되는 듯 밝은 목소리로 전음을 보내왔다.

[계획대로 되는군. 이제 내일 대어가 물었나 확인만 해보면 되겠어.]

[그래. 이제 우리도 편히 잠이나 자 볼까.]

우리가 계획한 대로 4호가 움직였기에 더이상 잠을 안 자고 있을 필요가 없었기에 바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어느 때 다름없이 두 패로 나뉘어 수련에 들어갔다.

4호는 지난 밤 15호에게 정보를 전달해서인지 어제의 불안한 모습은 많이 사라진 듯했다.

밤이 되자 5호가 연합의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서 동굴을 나섰다.

1호가 자신의 검을 갈며, 15호 파벌 응징 작전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7호 또한 가볍게 자신의 검을 휘두르며 몸을 풀고 있었다.

'1호와 7호까지 속이는 거 같아서 조금 마음이 불편하네.'

나와 11호는 오늘 작전이 없는 걸 알기에 준비하는 시늉만 내고 있었다.

연합의 모임에 갔던 5호가 자시가 되기 전에 돌아왔다.

5호가 우리의 무리를 동굴에 모으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방금, 연합원들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오늘 하려던 계획이 내일로 변경되었어."

제일 열심히 준비했던 1호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뭐? 왜 갑자기? 나는 열심히 검을 갈며 준비했는데."

"다른 연합원들이 준비가 좀 덜 되었나 봐. 내일 같은 시간에 공격하자고 하더군. 그래서 계획이 연기되었어."

1호는 침상에 누우면서 아무 때든 상관없다는 말투로 말했다.

"오늘이든 내일이든. 우리는 상관없지. 내일을 위해 일찍 잠이나 자야겠다."

7호도 마찬가지로 검을 정리해놓고 잠을 자기 위해 누웠다.

한두 명씩 침상에 누우니 다들 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4호도 분위기에 못 이겨 침상에 드러누웠다.

하지만 침상이 동굴 앞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5호는 잠을 청하려 눕지 않고 침상과 맞닿아있는 벽에 기대앉은 채로 있었다.

그런 5호를 보고 1호가 말했다.

"자세가 잠을 잘 자세가 아닌데? 왜 바로 눕지 않고?"

"잠이 안 와서 조금 이따가 자려고 먼저 자."

"그래 알겠다. 너무 늦게 자진 말고."

'빨리 15호에게 정보를 알려야 하는데 5호가 잠을 자지 않고 앉아 있으니 4호는 지금 머리가 꽤나 아프겠구나. 큭큭'

4호가 침상에 누워 뒤척이는 것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내가 일어나 5호를 보니 침상에서 벽에 기대앉은 채로 있었다.

'뭐지? 설마 어제 그 자세로 그대로 잠든 건가?'

5호에게 다가가 말을 했다.

"5호야, 자는 거야?"

5호가 끙 소리와 함께 기지개를 피며 말했다.

"벌써 아침이야?"

"그래 아침이지. 5호야, 너 이렇게 계속 잔 거야?"

"어, 어젯밤에 잠깐 졸았는데 이대로 잠이 들어버린 거 같아."

5호의 말을 들은 4호의 얼굴이 잠깐 붉게 달아올랐다가 원래대로 돌아가는 게 보였다.

4호의 안색을 자세히 보니 잠도 제대로 못 잔 것 같았다.

'아마도 15호의 파벌도 한숨도 못 잤겠지?'

갑자기 잠을 못 자 눈이 퀭한 15호의 낯짝을 보고 싶었다.

동굴에서 나와 폭포에 가서 세안하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15호의 파벌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이질 않았다.

'밖에 많은 훈련생 중에 15호 무리는 한 놈도 안 보이네. 이상하다. 평상시라면 꽤 많이 돌아다닐 텐데.."

잘 보이던 녀석들이 안 보이니까 무언가 모르게 불안했다.

11호와 이야기해 보기 위해 그의 동굴로 간 나는 그를 만나자마자 말했다.

"11호, 부탁 좀 해도 될까?"

11호는 어떤 부탁이라도 들어줄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말해봐. 무슨 부탁인데?"

"15호의 무리가 밖에 전혀 안 보이는데 그들이 뭐 하고 있는지 좀 몰래 알아 올 수 있겠어?"

11호의 은신술이 뛰어나니 그라면 동굴 안에 있는 그들이라도 걸리지 않고 쉽게 보고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해 볼게. 그들에게 걸릴 수도 있어서 너무 가까이는 접근 못 할 수 있어."

"그래, 고마워."

11호가 은신술을 펼치는 걸 보니 전보다 더 실력이 좋아졌는데, 바로 앞에서 그를 보고 있으면서도 움직임을 놓칠 뻔했다.

그가 동굴을 빠져나가고 우리의 동굴로 돌아가 5호에게 전음으로 말했다.

[밖에 15호의 무리가 전혀 보이지 않네. 그래서 11호에게 15호 무리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어.]

[아마도 지금까지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동굴 안에서 경계만 하고 있을걸.]

[15호의 똥 씹은 얼굴을 봤어야 했는데. 아쉽군.]

[걱정 마. 내일 또 당하면 그 녀석 성격에 못 참고 나와서 날뛸 거야.]

반시진(1시간) 후, 11호가 내게 동굴 앞에서 전음을 보냈다.

[확인해봤더니 동굴 안에서 여전히 경계 중이더라.]

[전부 동굴 안에 있는 거야?]

[워낙 경계를 심하게 하고 있어서 가까이 가 보지는 못했는데 나온 사람은 없어 보였어.]

[고생했어.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

[별일 아닌데, 뭘. 다음에도 시킬 일 있으면 그냥 편하게 말해.]

[그래, 고맙다. 쉬고 있어. 조금 후 수련 때 보자.]

다시 우리는 일부러 4호가 빠져나갈 틈을 만들어주며 그녀가 정보를 전달하도록 만들었다.

4호는 우리의 계획대로 빠져나가 또다시 잘못된 정보를 15호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저녁에 시간이 흐를수록 4호의 표정은 점점 창백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4호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는지 초췌한 모습이었다.

아침부터 15호의 파벌에 움직임을 확인하였는데 그 날도 전날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가만히 있을 녀석들이 아닌데 아무 움직임이 없으니 더 불안하다. 뭔가를 꾸미고 있는 거 같은데..'

불안한 마음에 5호를 전음으로 11호의 동굴로 불렀다.

5호가 자신을 부른 이유가 궁금했는지 동굴에 들어서자마자 나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

"그건 아닌데.. 15호 파벌이 너무 조용하니까 좀 불안해서."

"그건 4호가 잘못된 작전 정보를 알려서 그런 거잖아."

"그렇기는 한데, 괜히 좀 찜찜한 기분이 드네. 과한 기우겠지?"

"방심하지 않고 신중한 건 나쁠 게 없지만, 이번에는 계획대로 진행 중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 어차피 오늘이 지나면 마무리되겠지.“

"오늘 연합회의에서 확실히 정해지기는 하겠지만, 아마 오늘 시간대를 달리해서 공격에 들어갈 거야."

"4호에게는 오늘 공격이 없다고 정보를 주는 거지?"

"그렇지. 일단 오늘은 작전이 없다고 모두에게 말할 거야."

나와 대화를 마친 5호가 동굴로 돌아가 무리를 모아놓고 오늘은 작전이 없다는 것을 말하였다.

모두들 개인적으로 무공 수련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4호가 우리의 눈치를 살피더니 살며시 동굴을 빠져나갔다.

5호도 4호가 사라진 것을 보고서 나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움직였네. 4호는 여전히 눈치를 못 챈 거 같은데. 내가 괜한 걱정을 했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4호가 돌아왔다.

그녀가 우리가 흘린 정보를 15호에 전달했다고 믿었기에 우리의 작전은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느꼈다.

밤에 되고 5호가 다시 연합의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동굴을 나가고 나머지 동료들은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11호의 동굴로 가서 11호와 함께 가볍게 비무도 하고 검날을 갈며 차오르는 긴장감을 낮추고 있었다.

연합에 갔던 5호가 동굴로 돌아오고 1호와 7호를 전음으로 불러서 11호의 동굴에 우리 다섯 사람이 모였다.

7호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5호에게 물었다.

"갑자기 우리를 왜 이곳으로 부른 거야?"

"너희들에게 해야 할 말이 있어서.."

"우리 동굴에서 말하지 않은 거 보니까 우리에게만 따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야?"

7호의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먼저 오늘 자시(11시~1시)에 15호 무리를 공격할 거야."

5호의 말에 흥분했는지 1호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작전은 취소됐다고 했잖아. 그리고 자시면 그리 오래 시간이 남지 않았잖아."

"그래. 지금부터 준비해서 가야지."

"연합 모임에서 지금 결정된 거야?"

1호의 굳어진 표정에 5호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결정된 건 이틀 전이야. 다만 정보가 흘러나갈 걸 대비해서 알리지 않았어."

"우리를 못 믿은 거야?"

그동안 한번도 보지 못한 1호의 차가운 표정과 음성에 동굴 안의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너희를 못 믿은 게 아니라, 우리 내부에 있는 첩자 때문에 밝힐 수가 없었어."

첩자라는 말에 1호와 7호가 놀라서 물었다.

"첩자? 우리 내부에 첩자가 있다고?"

"그게 누군데?"

"4호가 첩자야."

나의 말에 1호가 인상을 쓰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리고 확실한 증거 있어?"

'쉽게 믿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강하게 반발할 줄은 몰랐네.'

"내가 제일 먼저 4호가 첩자라는 걸 알게 되었고 증거도 이미 확보해 두었어. 확실하지 않으면 말도 꺼내지 않았어."

나의 말에 7호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 년이나 함께 지냈는데.."

1호가 감정을 추스르며 물었다.

"4호는 누구의 지시를 받고 있는 거지?"

"15호의 지시로 우리의 무리에 들어온 거야."

15호라는 말에 1호가 안색이 굳어지며 물었다.

"넌 4호가 첩자라는 걸 언제부터 안 거야?"

그때 5호의 다급한 전음이 들렸다.

[18호, 사실대로 말하면 안 돼. 안 지 오래되지 않았다고 해.]

[정말 그래도 괜찮을까? 나중에 사실을 알면 더 문제가 되지 않을까?]

[그래도 지금은 1호가 감당하기 힘들 거야. 그리고 나중에도 몰랐으면 해. 너와 나 그리고 11호만 말하지 않으면 모를 거야.]

[알겠어. 네가 11호에게도 미리 말해둬.]

'5호의 말대로 1호에게는 숨기는 게 나을 거 같다.'

"나도 얼마 전에 알게 됐어. 바로 너희들에게 말하지 못한 건 증거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고, 5호에게만 먼저 알리고 며칠 전에는 증거도 확보했어."

여전히 1호와 7호는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듯 멍하니 나의 말을 듣고 있었다.

"네가 확보한 그 증거가 뭐야?"

1호의 말에 11호가 필사해 놓았던 서찰들을 꺼내었다.

"4호를 의심하고 미행해서 그들이 서찰을 몰래 주고받는 장소를 찾아내 필사해 온 거야. 이게 4호와 15호가 주고받았던 서찰이야. 가장 확실한 증거."

< 반간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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