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자 무사의 귀환-19화 (19/114)

< 연합 구성 >

"훔친 범인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영리한 놈이야."

"그러게. 옥패는 그놈이 가져가고 우리를 범인으로 몰아 버렸으니."

"일단 5호와도 상의를 해 봐야겠다. 11호, 오늘 수고했어.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거니까 그렇게 고마워할 거 없어."

"그래도 고맙다."

'짜식, 성격이 시원시원하니 사내 답네. 마음에 들어.'

11호의 동굴을 나와 5호를 불러내었다.

11호에게 받은 쪽지를 그에게 보여 주며 말했다.

"일단 이걸 보면 15호 쪽이 꾸민 계략은 아닌 것 같아."

쪽지를 본 5호가 놀라며 말했다.

"와! 대단한데. 어디서 이걸 찾은 거야?"

"11호에게 부탁 좀 했지. 4호를 집중적으로 감시를 해달라고."

5호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11호가 은신술이 뛰어나긴 하지. 4호가 세작이라는 걸 아니까 이런 건 또 도움이 되는군."

"그렇지. 15호 쪽이 아니라는 건 밝혀졌는데 그럼 누굴까? 혹 의심 가는 훈련생이 있어?"

5호가 미간을 찡그리며 고민하는 듯했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는 듯했다.

"아니. 전혀 감이 안 오네. 이렇게 대담한 행동을 벌일 훈련생은 떠오르지 않아."

"어차피 이 비사굴에서 옥패를 숨길 곳은 그리 많지 않잖아."

나의 말에 수긍하며 5호가 말했다.

"맞아. 옥패를 숨길 곳은 제한적이지. 그럼 지금부터 옥패를 찾아다녀야 하나."

"우리가 굳이 찾으러 다닐 필요도 없을 거 같은데?"

내가 시선이 향하는 곳을 바라본 5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그렇군! 저기에 우리 대신 찾을 사람이 있구나."

나와 5호의 시선이 머문 곳에는 15호 무리가 비사굴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지고 다니고 있었다.

15호 무리는 다른 파벌의 동굴까지도 서슴없이 들어가 옥패를 찾는다는 명분으로 그들의 동굴 안까지 헤집고 나왔다.

15호 무리를 바라보는 훈련생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저 녀석들은 진짜 무법자가 따로 없네. 저러다가 언젠가 된통 당하지."

나의 말에 5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가끔 보면 저 녀석들은 비사굴의 모든 훈련생을 적으로 만들 생각인가 싶더라."

"15호도 나름 위압감으로 상대를 억누르는 패도적인 전략을 쓰려는 거 같은데. 그건 압도적인 힘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결국 무너질 텐데."

5호도 나의 말에 수긍하며 말했다.

"내 생각도 같아. 저들은 우리를 상대할 힘도 부족한데. 그리고 저기 훈련생들의 눈빛을 보면 이미 그 전략은 무너지기 시작한 것 같다."

5호 말대로 훈련생들 눈빛을 보면 더이상 15호 무리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잠시 후,

15호 무리 중 한 명이 소리를 질렀다.

"옥패를 찾았다."

그 소리에 모두가 동굴 밖으로 나왔다.

우리의 무리도 모두 나와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15호가 소리를 외친 훈련생 80호에게 물었다.

"어디서 찾은 거야? 옥패를 전부 찾은 거야?"

"대장, 56호 무리 동굴에서 한 개를 찾았어."

"한 개뿐이었어?"

또 다른 동굴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대장, 옥패를 찾았어."

15호 무리가 급히 소리가 난 동굴로 이동했다.

"이곳에도 옥패가 있다고?"

"어, 대장 여기 한 개가 있어."

또다시 다른 동굴 세 군데서 각기 소리가 들렸다.

"옥패를 발견했다."

"여기도 옥패가 있다."

"옥패 하나를 발견했어."

이번에는 소리를 듣고도 15호 무리가 이동하지 않았다.

15호의 얼굴이 붉어지며 노기가 찬 음성으로 말했다.

"대체 어떤 놈이 이딴 장난질을 친 거야?"

결국 다섯 개의 옥패를 모두 찾았지만 한 개씩 뿔뿔이 흩어놓았기에 범인을 추정할 수 없었다.

15호 무리는 소란은 소란대로 피우고 힘만 뺀 채 망신을 당한 꼴이었다.

15호가 분노를 삭이기 힘든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젠장. 지금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내 반드시 밝혀내서 가만두지 않는다! 각오해."

15호 무리는 옥패를 챙겨서 자신들의 동굴로 들어갔다.

그날부터 15호 무리는 옥패를 다시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아침부터 시작하여 밤에도 돌아가며 경비를 서며 힘든 하루를 보내기 시작했다.

비사굴의 훈련생들은 오늘의 사건을 옥패 도난 소동이라 불렀다.

그 일이 있던 날로부터 며칠 후,

5호가 동굴 안의 모든 파벌원을 모아 놓고 말을 시작했다.

"너희에게 할 말이 있어. 저번에 옥패 도난 소동이 있던 날부터 소수의 파벌끼리 모여서 15호 파벌의 횡포를 어떻게 대처할 것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했었다네. 오늘은 그곳에서 우리 파벌에도 와 달라 요청을 했어. 그래서 참여 여부에 대해 너희들의 의견을 물으려고."

옥패 도난 소동이 있던 날부터 각 파벌의 대장 역할을 수행하는 훈련생들끼리 비밀리에 모여 15호 파벌의 횡포에 대한 대응책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수의 파벌만 참여했으나 점점 그곳에 참여하는 파벌이 늘어서 지금은 꽤 많은 파벌이 참여하는 연합이 되었다.

1호가 적극적으로 나서며 말했다.

"우리도 당연히 참여해야지. 15호의 파벌이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잖아."

7호도 1호의 의견에 동조하며 말했다.

"맞아. 우리 파벌은 그나마 규모가 커서 15호 파벌에게 겁박은 당하지 않았지만, 나머지 소수의 파벌들은 그동안 15호 파벌에게 당한 게 꽤 많을 거야. 우리도 도와줘야지."

7호의 말에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고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5호가 천천히 모든 동료를 둘러보더니 말했다.

"모두 같은 생각이야? 반대 의견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말해도 돼."

4호가 살짝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조금 신중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15호 파벌이 잘못한 건 맞지만 우리는 크게 그들과 부딪친 적이 없는데 괜히 나섰다가 그들과 적대적 관계가 되면 피곤할 거 같은데.. 수련에도 방해가 되고."

4호가 그렇게 말하자 1호가 살짝 당황하며 말을 했다.

"..4호의 말도 일리가 있네. 나도 다시 생각해보니까 신중히 생각해보고 결정하는 게 좋을 거 같아."

평상시 4호와 같이 수련하며 가깝게 지내던 20호도 그녀를 옹호하며 말했다.

"나도. 4호 말처럼 굳이 우리가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우리는 지금처럼 수련만 잘하면 충분히 마지막에 옥패도 따낼 수 있는데 저 연합에 들어가면 귀찮은 일이 많아질 수도 있으니까."

4호와 20호가 그렇게 말을 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5호가 약간 난감해하며 나를 바라보더니 전음을 보내왔다.

[4호가 우리 애들 중에 자기 말을 호응해 줄 사람을 제법 많이 만들어 놓았네.]

[그러게. 1호는 4호에 대한 호감 때문에 그러는 거 같은데.. 20호는 포섭된 걸까? 아니면 그냥 4호와 비슷한 생각을 해서 동조한 걸까?]

[나도 모르겠어. 일단 참여 여부를 투표로 진행해볼까?]

[그게 좋겠다.]

잠시 후 5호가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들 의견이 서로 엇갈리니 투표로 정할까?"

"그래 그게 좋겠다."

"세 가지로 의견을 표시하면 돼. 참여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 또 하나는 중립이다. 이건 투표에서 더 많은 쪽의 의사를 따르겠다는 뜻이야."

"그래, 시작하자."

5호의 진행으로 투표가 시작되고 찬성 5표, 반대 3표, 중립 3표가 나와 찬성으로 결론이 났다.

찬성은 나와 5호, 6호, 7호, 27호였고, 반대는 4호, 20호, 70호, 중립은 1호, 11호, 50호였다.

5호가 투표의 결과를 모두에게 말했다.

"투표에 의해 찬성으로 결정되었어. 반대 의견을 표한 사람도 찬성 의견에 표현한 동료와 개인적인 의견이 다른 것뿐이니까 모두 마음 상하는 일은 없기를 바라."

그의 말에 1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5호에게 물었다.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그럼 오늘 연합모임에 참여하는 거야?"

1호의 물음에 5호가 답을 해 주었다.

"응. 일단 각 파벌에서 1명만 모이는 거니까 오늘은 내가 다녀올게."

"그래. 우리 파벌의 대장은 너니까 당연히 네가 가야지."

1호의 말에 5호가 난색을 표하며 말했다.

"난 대장이 아니야. 우린 딱히 대장 같은 거 없잖아."

5호가 나를 살짝 바라보는 게 나를 의식해서 하는 말 같았다.

'뭘 그런 걸 신경 쓰고 그러냐. 난 대장 같은 거 관심 없다.'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어서 5호에게 전음을 보냈다.

[4호가 연합의 존재와 우리가 연합에 들어가는 걸 알게 되었는데 괜찮을까?]

[어, 괜찮아. 어차피 15호 쪽에서도 각 파벌들을 감시하고 있어서 이미 연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거야. 그리고 우리가 참여하는 걸 안다고 해서 그들이 딱히 행동할 수 있는 것도 없고.]

[그래서 4호를 빼지 않고 회의를 했구나. 4호를 이제 슬슬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아마도 이번 연합에서 15호 파벌을 응징할 생각 같은데 내가 볼 때는 그 일에 4호가 가장 공을 크게 세울 거 같아.]

[드디어 반간계를 볼 수 있는 건가?]

[그래. 아까 1호의 모습을 보니 4호를 이대로 더 놔두면 안 되겠더라.]

[그래. 1호가 더 빠져들기 전에 정리해야지. 모두들 4호의 정체를 알게 되면 충격이 크겠지.]

[어차피 한번은 겪어야 할 일이니까 미리부터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그래. 그 일에 내가 도와줄 일은 없어?]

[일단은 연합 회의 참석하고 와서 구체적인 방법은 같이 의논하자.]

[그래. 잘 다녀와.]

저녁이 되자 5호는 연합의 모임이 있는 곳으로 은밀히 움직였다.

5호가 연합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나간 후 꽤 시간이 흐른 뒤에 동굴 입구에 나타났다.

하지만 그는 들어오지 않고 전음으로 나를 불렀다.

[18호, 11호의 동굴로 와]

그의 전음을 듣고 11호의 동굴로 갔다.

5호가 나와 11호를 보면서 말을 했다.

"그쪽 동굴에는 4호가 있으니 여기서 대화를 나누는 게 편할 거 같아서 이쪽으로 불렀어. 11호는 4호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으니까."

"그래. 그곳에서는 이야기는 잘 되었어?"

"일단 15호의 파벌을 응징하기로 확정되었어. 세부 계획은 좀 더 의논해서 정하기로 했고."

"곧 15호에게 한 방 먹은 거 돌려주는 날이 오겠군."

"그래, 제대로 한 방 먹여 줘야지. 우리끼리 먼저 계획을 짜보자."

"넌 4호를 어떻게 이용할 생각이야?"

나의 물음에 5호가 망설임 없이 말했다.

"4호가 15호에게 보고하도록 거짓 정보를 흘려야지."

"어떤 거짓 정보를 말이야?"

"연합이 15호의 파벌을 공격한다는 정보"

옆에서 듣고 있던 11호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그건 사실이잖아?"

'아, 사실과 거짓을 섞어서 말하면 상대를 속이기가 더 쉬워지는 법이니까..'

"날짜와 시간을 다르게 알려주려고 하는구나?"

나의 말에 5호가 자신의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역시! 넌 이해가 빠르네."

< 연합 구성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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