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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무사의 귀환-17화 (17/114)

< 옥패 도난사건 >

"난 나한기공과 나한권이 좋아. 난 평생 이 무공만 익힐 거야."

'어리버리 해 보였는데..생각보다 자기 주관이 뚜렷하네..'

"그래. 그럼 네가 나한권을 대성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줄께. "

6호가 다시 순박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헤헤. 고마워. 싸부"

'다른 무공을 안 배우겠다면... 네가 이 녀석에게 가르쳐 줄게 별로 없는데... 전생에 익힌 외공이라도 가르쳐줘야겠군.'

"일단 나한권에 어울릴만한 외공을 내가 가르쳐줄테니 배울래?"

6호가 외공이란 말에 관심은 보였지만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싸부, 나한권과 나한기공 배우면서도 외공을 같이 익혀도 괜찮아?

"응. 외공을 익히면 네 몸이 더 튼튼해 질거야."

나의 말에 그의 표정이 밝아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6호야, 미안하다. 외공 수련과정은 험난하다.'

"싸부, 얼른 가르쳐 줘."

나는 전생의 기억을 떠올려 철포삼의 구결을 불러 주었다.

6호는 무공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내가 들려주는 구결을 되뇌이며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11호도 옆에 있으면서 우리 두 사람의 대화를 묵묵히 듣고 있다가 말을 하였다.

"넌 외공까지 익혔군. 그것까지 익힐 시간이 있었나? 알면 알수록 놀라워."

"그래서 너도 내 제자가 되고 싶어?"

11호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아니, 그건 아니지만.. 넌 6호에게 좋은 스승이 될 거 같다."

"그래. 나중에 너도 내 제자가 될 생각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해. 받아줄게."

6호는 11호를 보고 말했다.

"11호, 너도 우리 싸부에게 외공 같이 배울래?"

"난 제자 안한다고.. 6호 너나 열심히 배워."

사흘동안은 계속 6호에게 철포삼의 구결만 반복하여 들려주었다.

6호가 철포삼 수련을 시작하고 며칠이 지났을 때 11호는 자신의 선택이 탁월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했다.

"으아악!"

"싸부, 살려줘. 너무 아파."

철포삼의 수련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매타작이었다.

자주 오랫동안 맞다 보면 맷집이 생겨서 피부가 단단해져 나중에는 검같이 날카로운 것들도 쉽게 뚫지 못하는 갑옷을 두른 몸이 되는 것이었다.

전생에도 철포삼의 구결만 익혔을 뿐 직접 수련은 하지 않았다.

철포삼의 구결은 맞을 때 그저 통증을 줄여 주는 정도의 역할밖에 되지 않았다.

'역시 전생에 외공은 익히지 않은 게 탁월한 선택이었어. 6호는 그래도 나한기공도 익혔으니 좀 덜 아프겠지?'

맞을 때마다 6호의 표정이 일그러진 것으로 보아 나한기공의 수련성취가 높지 않아 통증을 크게 줄여 주지는 못하는 듯했다.

"싸부, 이거 외공 수련 맞아? 그냥 구타인 거 같은데.."

"외공은 수련은 원래 이렇게 하는 거야."

처음에는 주먹으로 때리다가 한참 때리다 보니 내 손이 더 아픈 것 같아서 때리는 걸 멈추고 굵은 나뭇가지를 꺾어와 본격적으로 매타작을 시작하였다.

"으악! 사람 잡네, 잡어.."

"조금만 참아. 넌 곧 외공 고수가 될 수 있어."

"싸부. 나 그냥 고수 안 하고 싶어. 너무 아파."

"중도에 포기하면 죽도 밥도 안되기 때문에 안돼. 며칠만 참아. 다 널 위해서 이러는 거야."

"살려줘. 나 그만 맞을래."

"이건 외공 수련이야."

11호는 옆에서 6호가 비명을 지르며 살려달라며 도망 다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웃음을 참지 못하고 피식거리는 웃음이 터뜨렸다.

6호의 외공 수련과 더불어 나한기공과 나한권 수련을 도와주려고 구결을 외우며 배우다 보니 어느새 나도 나한기공과 나한권의 기초를 수련하게 되었다.

하루하루 11호와 6호의 무공 수련을 도와주며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 개월이 지났을 무렵에 27호와 7호도 11호의 동굴에 찾아와 우리와 수련을 함께 하고 싶다고 하는 통에 다섯 명이 매일 수련을 같이하게 되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비사굴의 1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1호와 5호도 서로의 무공을 보완해주며 수련하여 더욱 강해졌고 1호가 4호와 20호를, 5호가 50호와 70호를 맡아서 무공 수련을 도와주어 우리의 무공 수준이 전체적으로 높아졌다.

다른 무리의 훈련생들 역시 1년 동안 놀고만 있지는 않았기에 대부분이 실력이 나아졌지만, 우리 무리 훈련생들의 성취에는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15호의 무리도 우리에게 위기감을 느껴서인지 15호를 주축으로 똘똘 뭉쳐서 수련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우리 무리와 15호 무리가 서로를 의식하면서 생활하고 있었기에 1년간은 비사굴의 평화가 유지 되었다.

하지만 그 평화는 오래 가지 못했다.

"왜 이렇게 밖이 시끄럽지?"

오늘도 11호의 동굴에서 여전히 다섯 명이 함께 수련 중이었는데 동굴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고 수련을 멈췄다.

"싸부, 내가 나가볼게."

'1년 사이 많이 성장했군. 신체도 더 우람해지고 단단해졌지만, 그보다 어리숙하고 모자라 보이던 녀석이 많이 어른스러워졌다. 이게 제자 키우는 맛인가. 큭큭. 한데 무슨 일이지?'

"그래. 밖에 무슨 일인지 보고 와."

나의 말에 6호가 날렵한 움직임으로 동굴 밖으로 나갔다.

6호는 등치에 비해도 몸놀림이 날렵했는데 그건 소림사의 최고의 신법 중 하나인 금강부동신법을 익혔기 때문이다.

아직 6호의 성취가 낮아 날렵한 느낌만 들지만 대성하면 움직임 자체가 보이지 않을 정도 빠른 최상위 신법이다.

잠시 후, 6호가 급히 돌아와 말했다.

"싸부, 우리 모두 빨리 나가봐야 할 거 같은데... 15호 무리가 우리의 동굴 앞에 몰려와서 행패를 부리고 있어."

'15호 파벌이 행패를? 아직 1년이나 남았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거지?'

전생의 기억을 떠올려봐도 최종 선발전이 1년 남은 시점에서 15호 무리와의 충돌은 없었다.

11호 동굴에서 모여 수련하던 우리는 급히 동굴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보니 우리의 동굴 앞에 15호 무리가 둘러싸고 있고 다른 파벌의 훈련생 대부분도 그 옆에 모여 구경을 하고 있었다.

1호와 5호가 15호의 무리 앞에 서서 발검 자세를 잡고 기세 싸움을 하고 있어서 당장이라도 싸움이 날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네놈들이 한 짓이지?"

15호의 말에 1호가 황당해하며 말했다.

"어처구니가 없군. 너희가 잃어버리고 왜 우리에게 난리냐?"

15호는 여전히 1호와 5호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희 말고는 우리에게 이런 짓을 벌일 만한 간 큰 놈들은 없지."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한 표정으로 15호에게 말하는 5호.

"우리를 높게 평가하는 건 고마운데, 너의 막연한 의심 말고 우리가 가져갔다는 증거가 있나?"

5호의 말에 막무가내로 계속 우기면서 겁박하는 15호였다.

"그래서 증거를 지금 찾겠다는 거잖아! 너희 동굴 안에 그게 있을 테니까 비켜서라고. 피 보기 싫으면."

내가 그 둘 사이에 나타나 말을 했다.

"5호야, 무슨 일이야?"

5호가 차분한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저 녀석들 5개의 옥패를 전부 잃어버렸나 봐. 그걸 우리가 가져갔다며 내놓으라잖아."

나의 얼굴을 본 15호는 안색이 달라지며 더 거칠게 말했다.

"18호, 네 놈이지? 처음부터 네 놈이 마음에 안 들었는데 네가 훔친 거 맞지?"

'이런 미친 자식을 봤나. 전생에 나랑 무슨 원한 관계길래 이리도 나만 보면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

"어떻게 된 상황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차피 내가 안 가져갔다고 해도 믿지도 않을 거고 네 마음대로 생각해라."

나의 말에 15호가 노기가 가득 찬 음성으로 말했다.

"이제 인정을 하는군. 빨리 다시 내놔. 안 그럼 오늘이 비사굴에서의 마지막 날이 될 거야."

15호가 걸어온 싸움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어서 5호에게 전음을 보냈다.

[5호야, 어떻게 할까? 지금 우리 애들이라면 충분히 저놈들을 제압할 수는 있는데, 그래도 먼저 저놈들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아야겠지? 정말 잃어버린 건지, 아니면 거짓으로 우리를 공격할 명분을 찾는 건지.]

[그래. 지금 싸우면 우리가 이기기는 하겠지만 우리도 피해가 클 거야. 그리고 만약 이번 일이 진짜 저 녀석들이 잃어버린 거라면 그걸 훔친 놈들의 의도가 우리를 노린 걸 수도 있고.]

[그런데 지금은 걸어온 싸움을 쉽게 피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정할 수도 없고 어쩌지?]

[4호를 이용하자.]

'오! 드디어 반간계의 시작인가? 4호를 이용하겠다고?'

[4호를 어떻게?]

[일단 시간을 벌고 4호에게 우리가 아니라는 걸 밝히고 나서 저쪽의 반응을 살펴보자.]

[그래. 저들이 우리가 아닌 걸 알고도 그런 건지, 정말 모르고 그런 건지는 중요하니까. 4호가 15호에게 바로 알릴까?]

[15호가 정말 옥패의 행방이 궁금하다면.. 4호에게 분명히 접촉할 거야.]

[그럼 4호가 15호와 접촉하는지 감시는 내가 맡을게.]

[그래, 부탁할게. 의도를 알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어.]

[알겠어. 우리가 아니라는 걸 알고도 계속 싸움을 걸면 굳이 피할 필요는 없지. 우릴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줘야지.]

나와의 전음을 마친 5호가 다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15호, 일단 흥분 좀 가라앉히고. 나 모르게 단독 행동을 한 동기가 있는지 확인을 해보고 다시 대화를 나눠도 될까?"

5호의 차분한 목소리가 15호의 흥분을 삭힌 건지 그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기다려주지."

"그럼 잠시 동굴에 들어가서 이야기 좀 나누고 나올게. 애들아 다 들어와 봐."

5호의 말에 우리 파벌의 훈련생들은 그를 따라 동굴로 들어갔다.

"혹시 우리 중에 15호의 파벌에 들어가서 옥패를 가져온 사람 있어?"

5호의 말에 1호가 흥분하며 말했다.

"야! 우리 중에 말도 안 하고 그렇게 단독 행동을 할 사람이 있겠어?"

5호가 차분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나도 너희들을 믿어. 다만 저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니까."

5호의 말을 이어 내가 말을 했다.

"맞아. 우리가 옥패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아는데도 이렇게 우리를 겁박한다면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지."

7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18호, 우리가 15호의 무리들을 이길 수 있을까?"

"응. 확실히 이길 수 있어. 그건 걱정하지 마. 다만 아무 피해 없이 이기기는 힘들 것 같아서 피할 뿐이지. 저들이 두려운 건 아니야."

나의 말에 7호의 걱정했던 표정이 풀어지며 말했다.

"그런 거야? 그럼 크게 걱정 안 해도 되겠네."

대화를 듣고 있던 4호가 물었다.

"그럼.. 이제 우린 어떻게 해야 해?"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지.'

나는 4호를 바라보며 일부러 목소리에 힘을 주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일단 15호에게 우리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말하고 안 믿고 끝까지 싸움을 걸면 박살을 내버려야지."

나의 말에 4호가 살짝 움찔하는 게 보였다.

나의 말을 이어 5호가 말했다.

"그래, 18호 말처럼 일단은 대화로 풀어보겠지만 안되면 전면전이니까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나가자."

< 옥패 도난사건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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