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강 파벌의 탄생 >
"그것 때문에 너희에게 할 말이 있어. 너희는 각자 옥패 한 개씩이 필요한 거지?"
5호와 1호, 그리고 7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우리 목표는 그림자 무사가 되는 거니까. 한 개면 되지."
"그럼 나머지 두 개의 옥패는 나에게 주었으면 해."
나의 말에 1호가 약간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
"뭐? 넌 그림자 무사가 될 생각이 없다고 했잖아. 마음이 변한 거야?"
"아니. 그 마음은 그대로야. 다만 그 두 옥패를 가지고 아군을 만드는 데에 쓰려고."
나의 말에 5호가 이해를 했다는 듯 1호를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넌 무턱대고 화부터 내지 말고 이야기를 좀 들어봐. 18호가 옥패가 필요하다는 건 우리에게 필요한 옥패 세 개를 제외한 나머지 두 개로 두 사람만 영입하는 게 아니라 무리 자체를 영입하려는 거야."
'역시 5호는 일일이 다 설명하지 않아도 말이 통해서 편하군.'
"그래. 5호 말대로 처음에는 옥패를 통해 2명만 영입하려 했는데 15호 파벌을 견제하려면 우리 인원으로는 부족해서 더 많은 아군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들을 영입할 때 필요한 것이 옥패니까 너희에게 물어보는 거야.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하자면 너희에게 미리 말하지 못하고 저들에게 이미 제안을 했어. 미안해."
1호가 이제야 이해했는지 한층 누그러진 음성으로 말했다.
"뭐, 그런 거라면.. 우리가 이해해줘야지. 괜찮아. 한데 옥패 두 개를 저들에게 준다고 해서 우리에게 올까? 다섯 명이면 남아있는 옥패의 수보다 셋이나 더 많잖아."
1호의 말에 5호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무리 중에 한명이라도 머리 쓸 줄 아는 놈이 있다면 올 거야. 저들끼리만 있다면 결국 한 개도 얻지 못할 확률이 높은데, 우리에게 합류하면 두 개라도 얻을 가능성이 생기는 거니까."
"맞아. 5호 말대로 저들은 우리와 함께 하는 것이 이득이 되는 걸 알기에 반드시 올 거야. 다만 두 개를 쟤네 무리에게 준다고는 약속하지 않았어."
1호가 그게 무슨 황당한 소리냐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두 개를 준다고 하지 않았다고?"
"일단 세 개의 옥패는 결정이 끝났다고 말해주고, 나머지 두 개의 옥패는 우리 무리에 추가로 합류한 사람들끼리 마지막 무공 대결을 해서 이긴 두 사람이 차지하는 거로 말했어."
나의 말을 듣고 5호는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앞으로 합류할 11호와 4호를 염두에 두고 말한 거야?"
"그렇지. 그들이 합류할 명분도 남겨둬야 하니까."
5호가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도 생각지 못한 수이군. 훌륭해."
1호가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하하. 여태까지 우리 중 최고의 전략가는 5호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18호가 5호보다 더 고단수인데?"
옆에서 우리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7호가 물었다.
"그런데 그걸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무공이 약해서 옥패를 갖지 못하는 인원도 분명히 생길 텐데.. 그들은 아무것도 보상이 없는 것에 대해 불만이 없을까?"
"그들은 우리 무리에 합류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보상을 받은 거야. 더이상 15호 파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니까. 비사굴에서 평안하게 무공 수련하면서 지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
나의 말을 7호가 이해한 듯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너 언제부터 이리 똑똑했어?"
"나 원래 똑똑한 사람이야. 네가 그동안 몰랐던 거지."
7호가 정색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
"근데 넌 눈치는 진짜 없는 거 같다."
"내가? 눈치가 없다고? 내 촉이 얼마나 좋은데."
5호와 1호는 7호의 말을 이해한 듯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그러게, 우리도 다 아는걸. 정작 18호만 모르니 답답하구만."
'내가 뭘 모른다는 거지?'
7호는 날 한번 째려보듯 스윽 쳐다보고 말했다.
"바보! 나 씻고 싶으니까 물이나 떠다 줘."
남녀가 같이 한 곳에서 단체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규칙이 몇 가지 있었다.
대표적인 게 세안은 남녀 모두 폭포에서 직접 씻거나 물을 받아서 할 수 있지만 몸을 씻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남자 훈련생들은 폭포수가 떨어져 내린 호수에서 바로 씻을 수 있었지만, 여자 훈련생들은 물을 길러다가 동굴 안에 있는 작은 웅덩이에 물을 채워서 씻고는 했다.
"그래, 알았어."
'왜 갑자기 째려보고 그러지? 무슨 화나는 일이라도 있었나?'
나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양동이에 물을 길러 동굴의 웅덩이에 퍼 날랐다.
몇 차례 왔다 갔다 했더니 어느 정도 웅덩이에 물이 채워졌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7호가 좀 화가 난 것 같은데.. 기분 좀 풀어줄까?'
"물 다 채워놨어. 씻어. 우린 나가 있을게."
"그래, 고마워."
내가 1호와 5호를 데리고 나가자 7호가 씻으러 들어갔다.
잠시 후 동굴 안에서 7호의 높고 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와! 18호 고마워."
좀 전까지만 해도 냉기가 뚝뚝 떨어지던 그녀의 목소리가 확 바뀌자 1호와 5호가 놀라며 물었다.
"뭐야. 아까는 북풍한설이 몰아치더니.. 갑자기 춘풍에 꽃내음이 섞인 목소리로 변했지?"
"그러게. 뭘 한 거야?"
"아니, 그냥. 기분이 좀 안 좋아 보이길래. 따뜻한 물로 씻으라고 열화신공으로 물을 따뜻하게 데워줬지."
나의 말에 5호가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하핫. 이제 보니 이거 완전 선수였구만?"
1호는 7호가 부러운 듯 나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
"와! 나도 해 줘. 나도 따뜻한 물로 씻고 싶다고."
"그래, 해줄게. 내일 동굴 안에 물만 채워놔. 그럼 따끈따끈하게 데워줄 테니까."
나의 말에 1호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이지? 약속한 거다."
5호는 그런 우리 둘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대뢰음사에서 네가 열화신공을 배운 걸 알면 가만있지 않겠지만, 목욕물 데우는데 그 무공을 쓴다는 걸 알면 너에게 바로 척살령이 떨어지겠다."
"그거야 안 들키면 되지. 열화신공이 생각보다 쓸모가 많은 무공이야. 크크"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27호가 다가왔다.
"18호, 우리는 아까 네가 말한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어."
"생각보다 일찍 결정했네."
"어차피 넌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이미 알고 있었지 않나?"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하루 정도는 있다가 올 줄 알았거든."
"우리에게 해가 될 건 없는 제안이니까 다른 쪽에도 제안하기 전에 먼저 온 거지."
'대단한데? 당연히 받아들일 줄은 알았지만, 혹시라도 거절하면 다른 무리를 찾을 생각이었는데.'
"오! 그것까지 눈치채고 있었어?"
27호가 날 한번 바라본 후 말했다.
"네가 기회를 줄 때 바로 잡지 않으면 후회할 일이 생길 것 같아서."
"그래, 현명한 선택이야."
5호가 27호에게 반갑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반가워. 난 5호야. 이쪽은 1호."
1호와 5호 두 사람과 악수를 나눈 후 27호가 말했다.
"반가워.. 난 27호야, 한 명이 안 보이네?"
"7호는 지금 동굴 안에서 씻고 있어서."
나의 말에 27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여자 훈련생은 7호 한 명이지? 우리 무리는 두 명이야."
"고생이 많겠구나. 7호 하나로도 힘든데."
나의 말에 격하게 공감하며 27호가 말했다.
"아무래도 좀.. 신경 써줘야 할 게 많기는 하지."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 좀 더 큰 동굴을 찾아서 다 같이 생활하는 게 낫겠지?"
내가 5호에 묻자 그가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그래. 따로 떨어져 있는 것보다는 함께 생활해야지. 우리가 머무는 동굴은 같이 쓰기에는 좁으니 다른 동굴을 찾아보자."
우리들은 곧바로 비어있는 비사굴의 동굴을 돌아다니다가 열 명이 넘는 인원이 함께 지낼 수 있는 큰 동굴을 찾아내었다.
이사 갈 동굴이 정해지자 우리는 간단한 짐을 챙겨서 바로 새로운 동굴로 터전을 옮겼다.
27호의 무리도 우리가 새 동굴로 옮긴 후 얼마 되지 않아 짐을 들고 나타났다.
제일 먼저 키가 크고 약간 마른 편인 남자 훈련생이 들어오면서 자신을 소개했다.
'제법 준수하게 생겼군. 6호가 몸집은 저 친구의 두 배는 되겠구나.'
"이제 같은 편이 되었으니 잘 부탁해. 난 20호야."
그 뒤로 들어온 키가 조그맣고 귀엽게 생긴 여자 훈련생이 자기 소개를 했다.
'우리들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데, 키가 작아서 그런 건가?'
"나는 70호야. 잘 부탁해."
70호를 뒤따라 들어온 다른 여자 훈련생도 인사를 했다.
'키가 크고 성숙해 보이네. 70호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구나.'
"안녕! 난 50호야. 잘 지내보자."
다들 반갑게 맞이하는데 50호를 바라보는 5호의 눈빛이 무언가 달라 보였다.
"그래. 우리도 잘 부탁해."
우리들도 한 명씩 돌아가며 소개를 했고 그렇게 우리는 한 동굴에서 아홉 명이 함께 지내 되었다.
다음날 우리 동굴로 11호가 날 찾아왔다.
"나도 너의 무리에 합류할게. 다만 난 옆의 동굴을 혼자 썼으면 하는데 괜찮겠어?"
11호의 말에 내가 고개를 돌려 5호의 얼굴을 바라보았더니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건 상관없어. 네가 혼자서 생활하는 게 편하면 그렇게 하도록 해. 안으로 들어와서 인사 나눠. 앞으로 이년 간은 함께 할 사이니까."
나의 말에 11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동굴 안으로 들어와 자기를 소개했다.
"난 11호야. 잘 부탁해."
"그래, 반갑다. 우리도 잘 부탁해."
다른 이들의 환대에도 여러 사람과 있는 게 영 불편했던지 11호는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옆 동굴로 건너갔다.
11호가 나가면서 나에게 전음을 보냈다.
[네 부탁을 들어줬으니 약속은 지키겠지?]
[당연하지. 이따가 네 동굴로 찾아갈게.]
내가 5호의 얼굴을 바라보니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11호까지 합류하고 일이 척척 진행되는군. 네 덕분이다.]
[5호, 네가 계획한 대로 잘되고 있는 거지. 난 그저 조금 거들었을 뿐이고. 그럼 이제 4호 문제만 해결하면 되나?]
[1호가 4호에게 말을 했으니 아마도 오늘이나 내일쯤에는 답이 오지 않을까 싶은데.]
[난 너의 반간계가 어떻게 발휘될지 벌써 궁금한데?]
[아직 대략적인 계획뿐이라 조금 더 윤곽이 잡히면 말해줄게.]
우리가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불쑥 4호가 우리의 동굴에 모습을 비추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4호가 찾아 왔군.]
5호는 4호를 보고 살짝 표정이 굳어졌다.
[난 솔직히 안 왔으면 했는데.. 1호가 조금 안쓰럽네.]
1호가 벌떡 일어나 4호를 마중하며 말했다.
"우리 무리에 합류하기로 마음을 정한 거야?"
"응. 나도 너희와 함께할게. 다들 반가워. 난 4호야."
나와 5호 두 사람 빼고는 모두 진심으로 4호를 반갑게 맞이했다.
나와 5호도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웃고 있었지만, 머릿속으로는 4호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찌 됐건 일단 우리 무리는 총 열한 명이 한 무리가 되었고, 비사굴 내에서 가장 많은 인원과 뛰어난 고수들로 구성된 파벌로 소문이 났다.
나는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동굴에서 동료들과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11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의 동굴에 갔다.
나를 본 11호가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와. 한참 기다렸어."
'나에게 방법을 빨리 듣고 싶어서 꽤나 기다렸나 보군.'
"날 기다린 게 아니고 내가 가르쳐 줄 방법이 궁금해서 날 기다린 거 아냐?"
11호는 나의 말에 쉽게 수긍하며 말했다.
"그래. 맞아. 얼른 가르쳐 줘. 난 네 부탁 들어줬으니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래. 가르쳐줄게. 그 무공의 부작용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그 무공을 십 성까지 대성하면 가능해."
< 최강 파벌의 탄생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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