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자 무사의 귀환-14화 (14/114)

< 전략가 >

어느새 뱀 떼가 우리들의 앞까지 다가왔다.

'무섭지는 않지만 역시 난 뱀이 싫어. 으으, 징그러운 놈들.'

7호는 뱀 떼를 보고 놀라 구석으로 피하고 난 손에 내공을 실어 보냈다.

열화신장 제1장 열화지옥

열화신장에서 뿜어 나오는 뜨거운 장력에 닿자마자 뱀들이 타들어갔다.

"18호, 네 무공이면 금세 처리하겠는데? 도와줄 필요가 없겠어."

5호는 그렇게 말하며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나의 무공을 구경만 하고 있었다.

'아씨, 괜히 나섰나?'

내 주위에 있던 뱀들이 나의 공격에 통구이가 되어버리자 다른 곳에 있던 뱀들이 복수를 하기 위해서인지 나를 향해 몰려들었다.

'젠장! 왜 자꾸 나한테만 와?'

난 징그러운 것들을 빨리 없애 버려야겠다는 마음으로 내공을 쏟아부었다.

내공을 억제하지 않고 열화신장을 쏟아내자 금세 내 주변에는 검게 그을린 뱀의 사체가 한 무더기가 쌓였다.

한참 동안 몰려들던 뱀들도 겁을 먹은 건지 더이상 내 주변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훈련생들도 검으로 뱀의 목을 쳐서 제거하며 비사굴의 소란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는 느낌이었다.

1호 내 앞에 쌓인 뱀 사체와 날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열화신공을 익힌 건가? 그건 극양지체만 익히는 게 가능하다고 알고 있는데 네가 극양지체였어?"

'굳이 양의심법 익힌 것까지 말할 필요는 없겠지.'

"극양지체는 아니지만 열화신공을 익힐 수 있는 체질이라고 보면 돼."

나의 말에 1호가 표정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

"대단한데? 네 나이에 벌써 이 정도 성취면, 대성한 후에는 무림에서 장력으로 널 상대할 자가 거의 없겠는걸."

5호도 1호의 말에 호응하며 말했다.

"오! 나도 정말 놀랐어. 18호가 무공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극양의 무공인 열화신공을 그렇게까지 익혔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극양과 극음의 무공은 하늘에서 선택한 자 아니고는 익히기가 쉽지 않잖아."

'너무 부담스러운데.. 앞으로 열화신공은 자제해야겠군.'

"너희가 날 너무 높게 평가하는데..내 열화신공의 성취가 아직은 그리 높은편이 아니야.. 뒤로 갈수록 난해한 것도 많아서..아직 초반부에 멈춰있어."

나의 말에 1호가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우리에게까지 겸양 떨 거 없어. 지금 훈련생 중에 네 열화신공과 정면으로 맞붙을 수 있는 훈련생이 몇이나 있겠어.."

5호는 잠시 머뭇거린 후 말을 하였다.

"..1호 말이 맞아. 네 실력은 훈련생 중에서 출중해. 다만 앞으로는 그 무공은 자제하는 게 좋겠다. 다른 훈련생들의 견제 대상이 될 수 있으니."

"그래. 나도 같은 생각이야. 충고 고마워. 이왕 이렇게 뱀들이 통구이가 되어 버렸으니 몸 보신이나 하자."

나의 말에 5호와 1호 싱긋 웃더니 뱀을 한 마리씩 집어 들었다.

"이야, 냄새가 죽이는데? 음 맛있다. 제대로 잘 익었어."

1호와 5호가 맛있게 먹고 있는데 7호는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여전히 오지 않고 있었다.

"7호야, 너도 와서 먹어. 제법 잘 구워졌어."

7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사양했다.

나도 한입 베어 물었더니 뱀고기의 육즙이 제대로 느껴졌다.

"벽곡단만 먹다가 오랜만에 고기의 기름기가 들어가니 장이 놀래겠는걸."

세 명이 뱀고기를 맛있게 먹고 있을 때 한명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덩치가 우리들보다 배는 크고 먹성이 좋기로 소문난 6호가 군침을 흘리며 다가왔다.

"이거 맛있게 구워진 거 같은데.. 나도 좀 같이 먹을 수 있을까?"

"그래. 많이 있으니까 마음껏 먹어."

내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6호는 양손에 뱀을 하나씩 쥐고 번갈아가며 뜯어먹었다.

'식성이 엄청나네. 겉보기에는 좀 무식해보이긴 하지만 전생에도 무공실력은 상위권이였지.'

6호를 바라보다가 5호와 눈을 마주쳤다.

5호가 나에게 전음을 보내왔다.

[6호도 무공실력이 제법 괜찮다고 했지? 6호도 영입할 거야?]

[그럴까 하는데..현재 자리가 11호 들어오면 한자리 남잖아.]

나의 전음에 5호가 고민된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1호는 4호를 영입하려고 하는데 4호가 들어오게 되면 옥패 다섯 개가 다 차 버리는데..]

[4호는 안 돼. 4호는.. 15호쪽 사람이야.]

나의 전음에 놀란 듯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이 커졌다.

[4호가? 4호는 여태껏 혼자서 지내왔는데.. 그리고 15호랑 가깝게 지내는 걸 본 적도 없어.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 거야?]

[우연히 알게 됐어. 혼자 지내는 척하며 우리 무리에 들어와서 정보를 빼가려는 거 같아.]

5호가 진중한 표정으로 전음을 보내왔다.

[확실한 거지? 일단 1호에게는 비밀로 하자.]

[응. 확실해. 다만 증거는 없으니.. 알겠어. 1호에게는 비밀로 할게.]

5호는 고민을 하는지 잠시 미간이 찌푸려진 후 말했다.

[하긴 나도 약간 4호가 의심스럽긴 했어. 성격상 11호처럼 혼자 지낼만한 훈련생은 아닌데 계속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다른 무리에서 접촉해도 다 거절했다고 하길래. 일단 1호가 접촉해서 우리 쪽 무리에 합류하면 네 말대로 첩자인 게 확실해지는 거니까..]

'알고도 4호를 합류시키겠다? 5호.. 반간계라도 쓰려는 건가?'

[4호를 알고도 합류시킬 생각이야? 설마..]

[그래. 네가 생각하는 대로 반간계를 써 볼까 해.]

'5호 이 녀석이 보통 놈은 아니라 생각했지만 내 말을 듣고 바로 반간계를 쓸 생각을 하다니.. 정말 비상한 놈이야.'

[그래. 그럼 1호와 7호에게도 알려야 하나?]

5호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잠시 후 전음을 보내왔다.

[..아니, 일단은 우리 둘만 알고 있고 중요한 이야기는 전음으로 하자. 일단 4호가 합류하는 거 보고 7호와 1호에게는 시기를 봐서 따로 말해주자.]

[알겠어. 일단 네 생각대로 진행해. 난 네 말대로 움직일 테니까.]

내게 전음을 보내는 5호의 눈빛에서 나를 향한 신뢰를 읽을 수 있었다.

[그래. 좋은 정보 알려줘서 고마워. 몰랐다면 15호에게 또 한 방 먹을 뻔했으니까.]

[같은 편이니 당연한 거지. 이제 6호에게 말해볼게.]

나는 아직도 구워진 뱀 고기를 맛있게 먹고 있는 6호에게 말했다.

"6호야, 고기는 먹을 만해?"

"적당히 잘 구워져서 너무 맛있어."

"우리 무리에 들어올래? 여기 있는 거 쌓아놓고 매일 먹게 해줄게."

'과연 이 방법이 통할까? 먹보니까.. 먹을 것만큼 뿌리치기 힘든 유혹도 없겠지만.'

"진짜? 매일 먹을 수 있다고?"

"그래, 매일 먹을 수 있어."

'큭큭. 다 넘어왔군.'

"나도 그러고 싶은데.. 이미 다른 무리에 들어가 버려서.. 그 얘들을 버리고 나오는 건 미안해서 안 될 거 같아."

'오! 의외로 의리가 있군. 합격이다. 만약 먹을 것 때문에 바로 승낙했으면 우리 무리에도 널 영입하지 않았을 거야.'

6호의 말을 듣고 5호에게 전음을 보냈다.

[6호 말 들었지? 이미 다른 곳에 합류해서 어렵다고 하는 거?]

[그래. 그럼 6호는 포기인가?]

[아니.. 6호의 무리 전체를 우리 쪽에 합류시키자.]

나의 전음에 5호가 무슨 소리냐는 듯 내 얼굴을 바라봤다.

[저쪽 무리도 이미 다섯이고 우리 쪽 옥패를 나눠줄 수 없는데 저쪽에서 우리 제안을 받아들일까?]

[내가 가서 설득해 볼께.]

나의 전음에 5호는 얼굴에 살짝 미소를 띠며 열심히 해 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6호 너만 오는 게 아니라 네 무리도 우리 쪽에 합류하면 되잖아."

"우리 무리가 너희 무리에 합류한다고? 그건 동료들에게 물어봐야 할 거 같은데.."

"나와 함께 가서 말해보자."

"아직 많이 못 먹었는데.. 조금만 이따 가면 안 될까?"

'이놈의 돼지시키. 요놈 데리고 오면 먹을 게 남아나질 않겠는데.. 다시 생각해 봐야 하나."

"지금 가자. 이따가 다시 와서 먹어."

내가 살짝 정색한 얼굴로 말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자 6호가 뱀고기를 내려놓고 바로 쫓아왔다.

'그래도 눈치가 아예 없지는 않군.‘

6호의 무리가 머무는 동굴에 내가 나타나자 그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옆에 있는 6호의 모습을 보고는 긴장이 풀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불쑥 찾아와서 너희를 놀라게 한 점 먼저 사과할게."

"괜찮아. 너 18호 맞지? 난 27호야."

'난 이미 널 알고 있어. 전생에 대장에게 들었던 뛰어난 무공 실력을 가지고 있는 훈련생 중 한 명이니까.'

"그래. 반갑다. 27호."

"아까 활약이 정말 대단하던데.. 열화신공인가?"

"열화신공을 알고 있네? 맞아."

"익히지 쉽지 않은 무공을 익히고 있군. 한데 여기는 무슨 일로 온 거지?"

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걸 보니 27호가 이 무리에서 대장 역할을 맡고 있는 것 같았다.

"너희 무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6호와 함께 온 걸 보니 너희 무리로 6호를 데려가려고 하는 건가?"

'오호, 27호도 제법 머리가 비상한 편이군.'

전생에는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기에 27호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그저 무공실력이 뛰어난데도 불구하고 그림자 무사 선발전에서 떨어져 아까운 훈련생이라고 대장에게 들었는데 직접 대화를 나눠보니 5호와 비슷한 느낌이군.'

"6호를 데려가려고 온 건 맞는데.. 정확히는 너희도 함께 영입하고 싶다."

나의 말에 황당하다는 얼굴로 27호가 말했다.

"우리까지? 너희 무리는 이미 네 명이 모인 거로 아는데 우리는 이미 다섯 명이고.. 너무 인원이 많은 거 아닌가?"

"지금은 네 명인데.. 아마 두 명이 더 합류할 거야."

나의 말에 그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너희는 벌써 여섯 명인데 옥패는 다섯 개고.. 거기에 우리까지 합류하라니 무슨 의미지?"

"너희도 알고 있잖아. 어차피 강한 무리를 이룬 파벌이 옥패를 모두 차지할 거라는 걸."

27호는 내 말을 정확히 이해했는지 수긍하는 듯하면서도 다소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어차피 우리 파벌은 안될 거니까 포기하고 너희를 도우라는 건가?"

'오! 역시 핵심을 바로 짚어내는군.'

"큰 맥락에서는 비슷하지만 내가 그렇게까지 불합리한 제안을 들고 왔을 리 없잖아."

나의 계획을 27호에게 말하고 돌아서서 우리의 무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내가 돌아오자 5호가 그 일이 궁금한지 바로 나에게 물었다.

"갔던 일은 어떻게 됐어?"

"음.. 지금 당장 결정하긴 어렵겠지. 하지만 내 생각에는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아."

나의 말에 5호가 기대하지 않고 있다가 놀란 듯 재차 물었다.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고? 옥패를 나눠줄 수도 없는데.. 대체 어떻게 설득한 거야?"

< 전략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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