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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무사의 귀환-12화 (12/114)

< 파벌의 형성 >

자신들의 파벌에 우리를 영입한 1호와 5호가 생각하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여 물었다.

"이제 우리 쪽은 4명이 되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나의 물음에 5호가 대답을 해 주었다.

"일단은 이렇게 4명이서 생활하며 지내다가 추가로 2명 정도를 더 영입할 거야."

'아직까지는 전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생에서는 우리쪽은 나까지 총 다섯명이었으니..'

5호말에 7호가 의문이 생겼는지 물었다.

"왜 바로 2명을 더 영입하지 않고?"

5호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말하였다.

"이미 15호쪽 파벌은 인원이 너무 많아서 더 늘릴 수 없고 나머지가 모여 새로운 파벌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지금 우리에게 그렇게까지 위협적인 파벌이 형성 되기는 어려울 거고..그리고 아직까지 훈련생 전부의 실력은 완벽히 모르니까.."

5호의 말에 내가 이어서 말을 했다.

"그래서 조금 더 지켜보다가 그 파벌들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실력이 있는 숨은 진주를 찾아내겠다는 건가?"

"18호, 예리한 걸.. 맞아. 우리는 옥패를 차지할 세 사람과 조력자 한명으로 구성되었기에 아직 두 명의 자리가 남았으니 15호의 파벌에 들어간 훈련생을 제외하면 나머지 중에 우리 파벌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얘들이 꽤 있을 거야. 우리는 그중에 두 명을 고르면 되는거지."

5호의 말을 듣고 나는 이 파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5호, 너의 말이 다 이해되고 좋은 방법 같은데.. 그것보다 15호의 파벌이 우리를 자신들의 경쟁자로 생각하고 제거하려하면 그들과 맞서기에는 숫자가 많이 부족할텐데 괜찮겠어?"

나의 말을 들은 5호가 아까와는 달리 살짝 자신이 없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나도 그 부분이 조금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그들과 전면전으로 맞붙는 상황은 거의 펼쳐지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고 그들이 우리를 적대시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우리쪽 실력이면 정면충돌은 피하면서 충분히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거 같은데.."

5호의 말에 덧붙여 1호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 말했다.

"그래. 우리들은 소수 정예니까 오합지졸이 모여봐야 우리를 못 이기지."

5호도 1호의 말에 힘을 얻었는지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그래, 어차피 옥패를 차지하기 위해 파벌끼리 정면으로 붙는 시기는 한참 뒤일 테니까. 그때까지 우리는 각자의 무공을 발전시키면서 상황을 주시하면 될 것 같아."

5호의 말대로 현재로서는 그 이상의 방법은 없어 보였다.

"그래. 네 말대로 우리들 개개인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게 우선인 듯하다."

우리가 이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광장 중앙에서는 15호 파벌이 옥패를 모두 차지하고 자신들의 위세를 훈련생들 앞에서 뽐내고 있었다.

'저 바보들.. 첫날부터 자신들의 잠재적 경쟁자들을 저리 자극하고도 2년동안 그 옥패를 지킬 수 있을 거 생각하는 건가. 크크. 하긴 전생에도 저렇게 바보같은 행동을 했기에 우리가 옥패를 차지할 수 있었지.'

전생에도 15호가 가장 먼저 파벌을 형성하여 주목을 받았었고 이 년 동안 다섯 개의 옥패를 쥐고 흔들다가 마지막에 5호와 1호를 중심으로 뭉친 우리들의 파벌에 옥패를 모두 빼앗겼다.

그들은 그대로 탈락위기에 빠졌다가 우리 파벌에 심어 놓은 첩자를 통해 옥패를 한 개 빼돌렸고 15호의 파벌 중 15호 홀로 기사회생하여 그림자 무사로 선발되었다.

'15호 저 놈은 겉모습은 곰 같은데, 약삭빠르기로는 백여시를 능가한단 말이야.'

전생에도 15호가 나의 신경을 거슬렸는데 이번 생에도 마찬가지였다.

'전생에는 손을 봐주지 못 했지만 이번 생에는 그냥 놔두지는 않으마. 기대해라. 15호.'

파벌에 들지 못한 훈련생들은 15호 파벌의 눈치를 보며 작은 동굴로 흩어졌다.

지금은 우리 파벌도 저들의 눈에 띄어 봐야 좋을 것이 없기에 4명이 함께 지낼 수 있는 넓은 동굴을 찾아 들어갔다.

다들 적응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인지 큰 소란 없이 비사굴에서의 첫날을 마무리했다.

그렇게 이 년 동안 진행될 그림자 무사 선발전의 첫날이 지나갔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비사굴에서 분주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첫날은 특별한 움직임 없이 각자 거처를 정하고 동굴 속에 있던 훈련생들이 아침이 되자 바깥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여전히 15호 파벌이 비사굴의 광장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훈련생들은 그들의 눈치를 보기는 했지만, 어제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비사굴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다녔다.

우리도 여타 다른 훈련생과 마찬가지로 거처로 쓰는 동굴을 나와 비사굴을 내부를 살폈다.

우리가 내부를 어느 정도 살펴보고 외부로 연결된 입구를 통해 밖으로 나와 상쾌한 바깥 공기를 마시며 시원한 폭포를 한참 바라보고 있을 때 누군가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18호, 뭘 그리 멍하고 보는 거냐?"

내 기분을 불쾌하게 만드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역시 15호였다.

"15호, 넌 참 나에게 관심이 많구나."

15호가 얼굴에 사악한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너의 그 건방진 말투나 표정이 자꾸 내 신경을 거슬려서 마음에 안 들거든."

"그건 나랑 비슷하네. 나도 네가 아주 마음에 안 들거든."

나의 말을 들은 15호 무리의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우리 대장에게 겁도 없이 자꾸 까부네. 혼 좀 나볼래?“

옆에서 듣고 있던 1호가 나서며 말했다.

"36호, 네가 18호를 혼내줄 실력은 있냐?"

비웃듯 말하는 1호의 말을 들은 36호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1호, 넌 나서지 마. 우리와 괜히 적대적 관계가 되기 싫으면. 이건 우리와 18호의 문제니까."

1호는 36호의 말에 기분이 상했는지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36호 많이 컸네. 삼 년 전에만 해도 내 눈도 제대로 못 쳐다보던 녀석이 무리에 들어갔다고 간이 부었군."

1호가 당장이라도 자신을 공격할 것 같은 표정과 몸짓이라 당황한 36호가 말했다.

"네가 왜 나서는데. 그리고 날 건드리면 우리 무리 전체를 건드리는 거야. 잘 생각하고 행동해. 삼 년 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여전히 상황 파악 못 하고 까부는 36호를 보고 1호가 5호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

"후~아. 5호야. 나 저 녀석을 어떡할까? 반병신을 만들까?"

5호가 1호 팔을 잡으며 말했다.

"저런 형편 없는 놈은 혼내줘도 너만 손해야. 네가 손 봐주다가 잘못해서 죽으면 너도 탈락하니까. 네가 참아라."

"네 말대로 참아야겠지? 36호, 넌 오늘 운 좋은 줄 알아라."

1호와 5호 말을 들은 36호가 씩씩대며 15호에게 말했다.

"저 두 녀석들이 우리 전체를 우습게 보는데. 대장 저놈들 그냥 놔둘 거야?"

15호가 36호를 달래주며 말을 했다.

"선발전 시작된 지 아직 하루 밖에 안 지났어. 벌써 피를 보면 좀 이르잖아. 조만간 저 녀석들 손 봐줄 기회는 많이 있을 테니 오늘은 그만하자."

15호의 말에 36호가 순순히 무리 속으로 들어갔다.

"알겠어. 대장."

15호가 1호와 5호를 보면서 말했다.

"1호와 5호, 너희들이 18호와 그렇게까지 친한 사이인 줄 몰랐네."

15호의 말에 1호가 비꼬듯 말하였다.

"우리가 18호와 친하게 지내는 것도 너한테 알려줘야 하나?"

15호는 약간 화가 난 건지 붉어진 얼굴이었다.

"지금 너희들의 행동이 우리와 적대적 관계가 되었다는 것도 알고 하는 행동이겠지?"

5호는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물론."

15호는 살짝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너희는 그 인원으로 정말 우리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5호가 15호 무리를 훑어보더니 말하였다.

"지금은 우리도 너희와 싸울 생각은 없지만 먼저 공격한다면 그때는 너희도 큰 피해는 각오해야 할 거다."

15호가 낮고 차가운 음성으로 우리들에게 말했다.

"패기 하나는 마음에 드는데, 실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결국 허세에 불과하지. 다음번에 확인해보지. 너희들의 실력을.."

1호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얼마든지."

15호는 1호를 한번 주시한 뒤 나를 보더니 말을 건넷다.

"18호, 제법이구나. 혼자 지낼 줄 알았더니. 벌써 무리를 만들었네."

"나 칭찬받는 거 되게 좋아하는데, 너에게 칭찬을 들으니 참.. 별로네. 큭큭"

내 비웃음에 15호의 표정이 북풍한설처럼 차가워졌다.

"지금 많이 웃어둬라. 조만간 그 웃음이 싹 사라지게 만들어 줄테니."

그 말과 함께 15호가 무리를 이끌고 비사굴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일찍 저놈들과 척을 지게 되었군."

나의 말에 1호가 별일 아니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 어차피 한번은 부딪칠 일이었잖아."

'전생에도 저들과 부딪치기는 했지만 바로 다음 날부터는 아니었는데.. 적어도 두 달은 넘어서 충돌이 있었는데..'

전생과 조금씩 달라지는 것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다시 싹 트기 시작했다.

5호도 자기의 예상보다 빠르게 변한 상황에 조금은 당황한 모습이었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기는 한데.. 우리 계획을 조금 앞당겨야겠어. 우리 무리에 들어올 인원을 조금 빨리 뽑아야겠다."

5호의 말에 나도 동의하였다.

"그래야겠지? 15호 무리가 또 언제 도발할지 모르니."

"오늘부터 다른 파벌에 들지 않은 훈련생들 중에서 괜찮은 친구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우리는 5호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주위의 훈련생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음... 전생에 두각을 나타냈던 훈련생들이 누구였더라.'

아주 오랜 전이라 생각이 완벽히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어렴풋이 몇 명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6호는 지금 둔해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날렵했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고, 27호는 떨어진 게 아쉬울 정도로 실력은 갖췄다고 대장에게 들은 것 같은데..'

'아! 그 아이를 빼먹을 뻔했구나. 개인의 실력은 1호나 5호 못지않게 뛰어났지만 혼자 있는 걸 좋아하여 파벌에 속하지 않아서 아깝게 떨어진 11호.'

'그리고 선발전에 남아있던 열 명의 여자 중에 7호를 제외하고 가장 실력이 출중했던 13호."

전생의 기억을 끄집어 내보니 이렇게 네 명이 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자연스레 내 눈은 그 네 명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가 덩치가 커서 잘 보이는 6호에게 시선이 향했다.

그런 날 지켜보던 5호가 물었다.

"6호를 보고 있는 거야?"

"어. 6호도 괜찮아 보여서.."

내 말을 들은 1호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6호는 먹을 것에 환장하는 먹보로 유명하잖아. 그리고 저 둔한 몸으로 무공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어?"

"그런가. 그래도 혹여 겉모습과 다를 수도 있으니까."

내 말을 듣던 5호의 눈빛이 한차례 반짝인 후 말했다.

"그래. 겉보기와 다를 수 있으니 내가 6호는 살짝 접근해서 알아볼게. 또 눈에 들어온 애들은 없어?"

1호가 비사굴 한쪽 벽면에 홀로 서 있는 여자 훈련생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자들 중에서는 4호도 실력이 괜찮다고 평가받았잖아. 당연히 7호보다는 좀 약하지만, 오늘 보니까 아직 파벌에는 못 들어간 거 같던데?"

"4호? 실력은 여자들 중에 7호 다음이라고 알려지긴 했지."

"그래. 그러니까 빨리 영입하자."

< 파벌의 형성 > 끝

ⓒ 청운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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