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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최초 플레이어-179화 (179/201)

179화

무투대회는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김진석이 사라지고 난 뒤 이지현은 그가 알려준 정보를 토대로 포인트를 천천히 벌었고 최종적으로 그녀는 가장 많은 포인트를 가진 자가 되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나고 무투대회 마지막 날.

김진석은 끝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관중들은 대망의 결승전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한 명은 사람들이 예상한 자. 바로 가웨인이었다. 이방인 길드원들도 여럿 참가했지만 끝까지 살아남은 자는 역시 가웨인이었다.

그런데 남은 한 명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었다.

“경기는 잘 봤습니다. 대단하시더군요.”

그 가웨인이 먼저 나서서 악수를 청할 정도였다. 상대는 흑인이었다. 하지만 순백의 갑옷을 입은 남성은 정반대의 색이었지만 어울렸다.

“과연 우리 길드장 님이 눈여겨본 인물답군요.”

“고맙군. 나도 여기까지 올라올 줄은 몰랐지.”

흑(黑)백(白)의 기사. 루크. 황혼 길드의 길드장이 결승전까지 오른 것이다.

루크는 별다른 목적은 없었다. 그저 이곳 어디선가 자신을 보고 있을 딸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그 하나만으로 여기까지 올라왔다.

“운이 좋았지.”

그의 말대로 루크는 대진 운이 좋았다.

강자들이 초반에 서로 맞붙어 떨어졌고 정확한 힘을 알지 못하는 로스트 월드 속 인물들은 이방인 길드가 맡았다.

게다가 여러 쟁쟁한 플레이어들. 특히 이반은 다른 플레이어와 싸울 때 상대를 죽일 뻔했기에 실격패를 당했다.

그리고 로스트 월드 속에서 나온 인물 중 강한 인물은 노라와 다이아만이 출전했지만 노라는 가웨인에게, 다이아는 리아즈 칸에게 졌다.

다이아와 리아즈 칸의 대결은 사실 졌다고 말하긴 뭐 했다. 15분 동안 서로를 죽일 듯이 싸웠고 결과는 리아즈 칸의 승리라고 나왔지만 리아즈 칸 또한 다음 전투를 하기엔 몸에 무리가 있었기에 포기했다.

반면 루크가 상대한 자는 대부분 황혼 길드의 길드원들. 혹은 다른 플레이어였다.

그들이 앞선 경기에서 보여줬던 힘을 연구하고 공부했다. 루크의 장점은 단단한 방어력과 강력한 공격력이다.

문자만 보면 완벽한 인물이었겠지만 그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속도.

웬만한 A급 플레이어라면 루크의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하겠지만 그가 상대하는 자들은 전부 S급 플레이어 이상이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그걸 채우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루크는 아니었다.

단점보다는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김진석의 선물인 건틀릿과 그를 상징하는 순백의 갑옷은 그의 장점을 더욱 부각해주었다.

리카이스의 소재로 만든 순백의 갑옷은 특이하게도 갑옷 자체가 재생하는 능력을 가졌는 데다가 레어마켓의 플레이어는 아이템 자체의 성능을 강화할 수 있는 그에게 그 갑옷도 강화됐다.

따로 스킬까지 존재하는, 김진석이 선물한 건틀릿은 비교적 부족한 공격력을 보완해주었다.

“운이 좋다고 올라올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건 본인이 제일 잘 아시겠죠. 지나친 겸손은 저들에게 기만이 되지 않을까요?”

가웨인은 무투대회에서 탈락한 자들이 경기를 편안히 볼 수 있게 마련된 곳을 가리키며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루크가 말한 운과 가웨인이 말한 운은 조금 달랐다.

“총이 보급된 이후. 플레이어들은 나태해졌지. 덕분에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적어도 내 딸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몬스터와의 전쟁이 종식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할까.”

루크가 말하는 건 가웨인도 이미 알고 있었다.

“개인의 강함.”

이방인 길드에게는 가족이 없었다.

정확히는 지금 그들이 사는 이 지구에 가족이 없었다.

이방인 길드에도 다른 세계에 가족이 있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세계에서 본분을 다하고 죽은 자들이었기에 그들은 그들이 있던 세계에 미련이 없었다.

하지만 지구에서 그들은 새로운 가족을 만들었다.

바로 이방인 길드.

루크가 말하는 딸아이. 자신의 가족을 지킬 수 있는 건 오로지 자신뿐이었다. 이방인 길드는 개개인이 전부 강했으니 그것이 덜했지만 루크는 아니겠지.

즉 간절함이 다르다는 거다.

“그대들이 나태해졌을 때. 난 죽을 만큼 노력했다. 김진석 플레이어가 없어졌을 때부터. 아니 그전보다 더더욱.”

심지어 루크는 몬스터들에게 자신의 가족을 잃었다.

이미리와 함께 길드를 만든 이유도 딸을 지킬 울타리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길드가 점점 커져서 의도가 변했지만 딸을 지키기 위함이었다는 건 변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김진석 플레이어가 사라졌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지 못한다. 지구 전체가 그의 품 안에서 살았고 살아남았다는 걸 모른다.”

그 누구보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것이 바로 루크다.

루크는 모든 김진석의 행보를 지켜봤다. 그가 행한 모든 일은 모두 자기를 위해서라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구를, 인간을 지킨 것이다.

“우리 인간은 강해져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 * *

무투대회가 끝났다.

결과는 아쉽게도? 가웨인의 승리. 예견된 결과였지만 그 과정이 만족스러워서 사람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황혼 길드의 저력은… 길드장 본인이었나?”

“길드원들이 전부 무투대회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어.”

“한국 길드도 무시할 수 없겠는데.”

황혼 길드의 길드장 루크. 그는 가웨인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검과 권의 결투다. 당연히 사람들은 검의 승리를 예측했겠지만 플레이어들의 싸움에서는 칼이든 주먹이든 상관없었다.

루크가 운이 좋아서 올라왔다고 했지만 결국 살아남은 플레이어들을 이기고 올라온 자가 바로 루크다.

하지만 아쉽게도 보구의 벽을 넘을 순 없었다.

가웨인도 처음엔 갈라탄의 진명을 밝히지 않고 싸우려 했지만 그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처음부터 전력으로 싸웠다.

노라와 달리 루크는 재생하는 갑옷과 재생하는 몸으로 때웠다. 그 모습은 마치 부서져도 재생하는 탱크와 같았다.

불도저처럼 모든 공격을 맞고 버티며 가웨인을 상대했지만 가웨인도 이 무투대회를 통해 배운 것이 있었다.

“…저걸 흉내 낸다고?”

노라는 자신의 움직임을 흉내 내는 가웨인을 보고 경악했다. 비록 모습은 우스꽝스러웠지만 가웨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여성의 움직임을 남자가 따라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것으로 만든 가웨인은 한방 한방이 위험한 루크의 손을 피했다.

황금의 기사 가웨인. 그 벽은 너무나도 높았다.

* * *

이반은 가웨인의 경기를 끝까지 지켜봤다.

결국 가웨인의 승리로 끝나는 모습을 보자마자 이반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마피아의 대부께서 이반에게 내린 명령이 있었다.

바로 가웨인을 죽일 것. 안 된다면 최소 무투대회에서 승리하지 못하게 막을 것.

이반은 그 무엇하나 이룰 수 없었다.

어떻게든 방해하고 싶어도 경비가 너무 삼엄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냥 옆으로 걸어가는 플레이어조차 S급 플레이어다.

뭘 이루고 싶어도 전부 들키게 되어있었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이반은 마피아의 위상을 떨어뜨린 가웨인이 승리하는 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다.

김진석이 죽고 난 이후로 슬금슬금 활동을 하려고만 하면 이방인 길드. 특히 가웨인이 직접 나섰으니.

아름다운 외모와 화려한 갑옷으로 인기까지 많은 가웨인의 활동력을 최대한 줄이려고 했지만 최소 이 무투대회에선 불가능했다.

“쯧.”

이반의 힘은 너무 눈에 띄었다. 힘의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자신이 밀릴 수도 있는 마당에 그를 암살하는 건 불가능했다.

암살자 플레이어도 있지만 그 누가 가웨인을 암살하겠는가.

이반이 임무 실패를 알림과 동시에 러시아로 돌아가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려는 순간.

“내가 너를. 너희를 살려준 건.”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너희가 사과해서도, 갱생의 여지가 있어서도 아니다.”

그곳엔 기이한 남자가 서 있었다.

온몸이 비쩍 말라 어떻게 서 있는지도 모를 체형과 파리한 목소리. 하지만 그 목소리는 오히려 더 섬뜩하게 들렸다.

“그저 너희의 세력이 전 세계에 다른 놈들보다 훨씬 많이 퍼져있었기에, 귀찮았다. 하나의 변덕일 뿐이지.”

분명 처음 보는 남자다.

하지만 이반은 분명 그의 말투를 알고 있었다. 감히 마피아를 살려줬다고 말하는 것과 정말 귀찮다는 듯한 음정.

“…김진석 플레이어?”

“내 변덕이 또 일어나지 않게 빌어라.”

그리고 뚜렷한 경고.

동시에 이반의 핸드폰이 울렸다.

“…대부.”

“돌아오…?”

마피아의 대부. 돈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반이 임무를 실패한 것은 이미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무투대회를 통해 알아차렸다.

돈도 이반도 실패할 것을 이미 예상했었다. 그런데 이반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고작 한 단어를 말했을 뿐인데 그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마치 뭔가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무슨 일 있나?”

“…하는 일 전부 멈춰야 합니다.”

이반은 핸드폰에서 시선을 떼 앞을 바라봤다.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뭐? 그게 무슨…….”

“김진석 플레이어. 그가 살아있습니다.”

이반의 등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 * *

“하… 즐거웠다.”

이지현은 무투대회의 끝을 지켜보고 있었다.

가웨인과 루크. 둘이 서로 악수하며 끝나는 모습은 둘 다 승부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물론 그녀가 즐거운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내가 1위라고? 정말?”

포인트를 가장 많이 벌은 자가 바로 이지현이었다.

김진석의 조언을 적극 반영해 후반에 포인트를 쓸어 담았고 결국 1위가 되었다. 그녀를 아는 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리했냐고 물었지만 그녀는 그저 하하 웃어넘길 뿐이었다.

로스트 월드의 인물들과 이방인 길드. 대부분 힘을 알지 못하는 자들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맞추지 못했고 레어마켓에서 준비한 아이템 대부분이 남았다.

포인트 최소 몇 이상이 받아갈 수 있었는데 그 최소 포인트조차 맞추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레어마켓은 선택했다.

포인트를 벌어 보상을 선택하고 남은 아이템들은 전부 로스트 월드에서 온 인물들에게 주겠다고.

그리고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얘기했다.

“축하드립니다. 이지현 플레이어.”

“아. 감사합니다.”

이지현은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보상을 받으러 갔다.

레어마켓의 직원은 이지현을 아이템이 쌓여있는 창고로 안내했다. 그녀가 1위였으니 가장 먼저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원래 그녀는 별생각이 없었다. 이미 도끼를 얻은 시점에 뭐가 더 필요한 건 생각도 안 해봤다.

하지만 김진석은 끝까지 그녀를 도와주었다.

“로스트 월드에서 온 이들을 위해 그 세계에 있던 아이템을 만들었을 겁니다. 즉 제가 잘 알고 있다는 뜻이죠.”

예상일 뿐이었지만 그건 정확히 들어맞았다.

창고를 보아도 너무 많은 아이템이 들어있었다. 관중들 전부가 아이템 하나씩 들고 가도 남을 만큼.

남을 만한 아이템들을 레어마켓은 미리 만들어두고 로스트 월드 속 인물들에게 선물하려 했던 것이다.

물론 이렇게 많이 남을 줄은 그들도 몰랐을 거다.

“어… 검은색 가죽 갑옷과 초록색 구두를 고르라고 했지?”

검은색도 일반 검은색이 아니라 완전 빛도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검은색이라고 했다.

게다가 초록색 구두. 엄청 눈에 띌 것만 같은 아이템들이었지만 이지현은 의심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가 아니었다면 이런 보상을 얻을 수도 없었을 테니깐.

포인트 1위인 그녀는 자그마치 5개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고 김진석이 말한 2개를 제외하고 남은 건 그녀가 원하는 거 아무거나 선택했다.

다 고르고 창고에서 나올 때. 한 인물을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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