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최초 플레이어-171화 (171/201)

171화

몬스터의 소재로 총을 만든 회사. MIA는 더는 독점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이현과 함께 정보를 풀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화기를 만들어내는 인간들은 예전의 기술력을 되찾았다.

전류 거미를 비롯한 다른 여러 몬스터들을 찾아내 화기의 소재로 만들었고 그들을 사육하기까지 했다.

몬스터의 사육이 가능하다고 알려진 그때부터. 몬스터를 양식하는 사람까지 생겨났으니.

이제는 몬스터와 함께 사는 세상에 다다랐다.

그 모든 게 전 세계가 협력해 몬스터를 상대할 화기를 만들어낸 것부터 시작이었다.

알렉산더의 철갑 기병이 처음 나타났을 때. 당연히 처음엔 군대를 동원했었다. 몬스터와 달리 인간이었으니 탱크나 헬기와 같은 미사일로 대처하면 가능하리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건 큰 오산이었으니.

날아오는 미사일을 베어버리며 고작 화살로 막아내는 그들의 모습은 도저히 같은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몬스터의 소재로 만든 탱크, 헬기 등은 전과 달리 차원이 다른 위력을 자랑했다. 특히 MIA에서 직접 만든 탱크는 S급 플레이어조차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런 탱크와 헬기들이 양산되니. 플레이어의 시대가 저물었다.

그렇다고 플레이어가 쓸모가 없어진 건 아니었으니 당연히 급박한 상황 땐 군인이나 경찰보다 플레이어가 달려오는 게 훨씬 빨랐다.

몬스터들을 탐지한다고 한들 항상 근처에 몬스터의 소재로 만든 총을 든 자가 있는 건 아니었으니깐.

워낙 강력한 화력을 자랑했기에 일반인들에게 팔지는 않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꼬마 아이조차 방아쇠를 누르면 S급 플레이어를 죽일 수 있는 위력을 가진 총도 있었으니깐.

하지만 플레이어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화기에 의존하지 않고 수많은 몬스터를 죽여가며 성장한 플레이어들은 아예 기준이 바뀌어 버렸다.

과거 S급 플레이어가 지금 A급 플레이어 수준이었고 최상위 S급 플레이어가 지금 S급 플레이어 수준이 되었다.

게다가 누군지 모를 익명의 쪽지가 MIA에게 보내진 적이 있었다.

거기에 적혀있는 단어는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플레이어를 만드는 방법〉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도태된 플레이어들도 강해질 수 있었다.

그 말도 안 되는 소리는 MIA에서조차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기에는 너무나도 달콤한 말이었다.

게다가 그 쪽지는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MIA 본사. 그것도 그 회사의 사장직에 위치한 자의 방에 떡하니 올려져 있었다.

누군가 침입한 흔적도 없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쪽지에 적혀있는 건 간단했다.

몬스터가 나오는 게이트에 그 속으로 플레이어가 아닌 일반인을 집어넣을 것. 그리고 살아나올 것을 기대할 것.

그리고 그 게이트의 위치가 적힌 장소.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그 장소가 중국의 중심. 베이징이었다.

가장 많은 몬스터가 있었으며 어떤 몬스터가 있을지 모를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몬스터들을 그 안에 내버려 둘 수 없을 노릇이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자 몬스터들이 하나둘 기어 나오고 있었으니.

중국은 이미 몬스터의 세계로 변해 있었다.

그런데 세계는. 인간은 달라져 있었다. 나라로 갈라져 있던, 인종으로도 가르고 성별로도 싸우는 인간들은 더는 없었다.

MIA가 대표로 중국을 되찾자고 말하고 혹시 모를 플레이어들을 만들 방법이 있다고 말을 하자 세계는 담합 했다.

전 세계에서 플레이어와 길드. 군인들이 모여 연합해 중국을 되찾았고 그 쪽지에 적힌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튜토리얼에 들어가서 죽은 인물들도 있었지만 새로운 플레이어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그만큼 강한 플레이어들이 더더욱 생겨났다.

오히려 많아진 플레이어들로 인해 그들을 강하게 만드는 수단도 나왔다.

몬스터를 죽이면 플레이어들이 성장하니깐 양식이나 사육하는 얌전한 몬스터를 죽이며 성장하는 플레이어들이 생겨났다.

플레이어들이 생겨나면 생겨날수록. 플레이어들의 고충을 사람들은 깨달았다.

그리고 과거에 몬스터를 상대하다 죽은 플레이어들을 추모하는 비석도 만들었다. 그 비석에는 과거에 죽은 플레이어들의 이름을 전부 적어두었다.

비석의 가장 위에는. 최강 플레이어의 이름. 김진석이 적혀있었다.

그게 김진석이 실종된 지 2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 * *

한국 1위 길드. 황혼의 길드원 이지현은 한국에 세워진 비석의 앞에 서 있었다.

“처음 당신을 보았을 때 누가 이럴 거라 생각했을까요?”

이지현은 김진석이 게임 속 세계에서 나왔을 때 처음 발견한 인물 중 하나였다.

그녀가 황혼 길드로 김진석을 이끌었으며 가장 먼저 범상치 않은 힘을 가진 자라는 걸 알아차린 자다.

비록 그 이후로 만나본 적은 거의 없었지만 황혼 길드와 김진석의 연은 그녀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고작 C~B급 플레이어 수준이었던 그녀가 지금에서는 S급 플레이어로 올라섰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까지 강해질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김진석 덕분이었다.

황혼 길드의 부길드장. 루크가 김진석을 데려다준 공로를 인정해 처음부터 그녀를 챙겨주었으며 실종이었지만 사실상 죽은 거나 다름없는 김진석이 사라지고 난 그때부터 이지현은 급격히 성장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총이 보급된 이후 도태되며 플레이어이기를 포기했을 때 그녀는 아니었다. 황혼 길드의 세력도 많이 줄어들었지만 루크의 수완으로 손실을 최대한 막아섰다.

그리고 후에 플레이어들이 늘어나면서 몬스터를 사육하는 곳도 마찬가지로 늘어났고 돈을 주면 일정 시간 동안 몬스터를 잡게 하는 사업도 생겨났다.

물론 높은 등급의 플레이어가 오면 몬스터들이 너무 쉽게 죽어 나가니 일정 이상 등급의 플레이어는 이용이 불가능했다.

이지현은 그 안에서 잠재력이 높은 플레이어였으니.

몬스터를 죽이며 성장해 기어이 A급 플레이어가 되었을 당시. 그녀에겐 새로운 스킬이 주어졌었다.

그녀가 했던 게임은 식인종이 돌아다니는 곳에서 살아남는 게임이었다. 그것 때문인지 그녀가 새로 받은 스킬은 바로 인간을 상대할 때 신체 능력 대폭 증가였다.

그런데 그 스킬은 인간뿐만 아니라 인간형 몬스터에게도 적용되었다. 뱀파이어나 웨어울프에게도 적용된다는 말이었다.

한 때 뱀파이어와 웨어울프 조인족 등에게 고통받았던 인간들은 그들을 몰살했지만 소수 남은 놈들이 도망쳐 아직도 이 세계 어디선가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인간형 몬스터를 잡으며 이지현은 성장했고 S급 플레이어까지 도달한 지금. 인간형을 상대할 때만큼은 최상위 S급 플레이어가 부럽지 않았다.

그녀는 이런 세계를 만들어준 대표적인 자. 김진석을 찾아온 것이다.

“당신은 너무 무리했어요. 이 세상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렇게 말하는 이지현이었지만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의 김진석을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 전 당신을 이길 수 있을까요? 도대체 당신은… 어떻게 그런 힘을 가지게 되었나요?”

물론. 되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일 뿐이었다.

그때. 한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는 모습이 이지현의 눈에 보였다.

“이 묘지에서 뛰는 건 금지되어있을 텐데 말이죠.”

“스흡… 후. 죄송합니다. 하지만 급한 일입니다. 부길드장 님이 찾으십니다.”

황혼 부길드장 루크. 그는 흑백의 기사라는 이명을 가진 최상위 S급 플레이어가 되었다. 흑인이면서 순백의 갑옷을 입은 그에게 걸맞은 이명이었다.

김진석이 죽은 이후. 서류만 바라보는 그가 아닌 언제나 직접 현장을 뛰어다니게 된 루크는 원래부터 강했지만 이제는 웬만한 S급 플레이어는 범접할 수 없는 괴물이 되어있었다.

그런데 그런 루크가 급하게 자신을 찾는다.

“…무슨 일이죠?”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우선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았어요.”

이지현은 뒤의 비석을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잘 있어요. 만덕 아저씨. 다음에 또 올게요.”

김만덕. 이지현이 고블린들에게 둘러싸였을 때 자신의 몸을 버려가면서까지 그녀를 살리려고 했던 자.

그때는 김진석의 도움으로 살았지만 그 성격을 버리지 못하고 결국 몬스터들에게 당해 죽음을 면치 못했다.

그녀는 그를 기리기 위해 온 것이었다. 사실상 김진석은 덤이었다.

* * *

“왔나. 이지현 플레이어.”

“오랜만이네요. 부길드장 님. 그런데 왜 이렇게……?”

사무실에 모인 인원들을 바라본 이지현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황혼 길드의 전력으로 봐도 무방할 인원들이 전부 모여있었다. 이지현을 포함한 S급 플레이어 15명과 최상위 S급 플레이어 3명.

이외에 밖에 대기하고 있던 A급 플레이어들까지.

S급 플레이어 커트라인이 올라간 지금 그들은 설령 MIA에서 만든 탱크라고 한들 밀리지 않는 괴물들이었다.

그것도 이현과 친분으로 인해 MIA와 이현이 협력으로 만든 총이나 차량 등의 파괴력을 실험할 때 그들을 부를 정도였으니.

비록 플레이어의 숫자가 적을지언정 다른 나라나 길드의 플레이어들과는 격이 다른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루크는 그들을 한 번 둘러보다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다른 세계에서 온 이들이 나타났다.”

“……!”

그 말에 사무실 안에 모인 플레이어들이 흠칫했다.

“…어디서 들어온 정보입니까.”

“이방인 길드가 직접 보내온 것이니깐. 확실해.”

루크의 말에 플레이어들은 침음을 흘렸다.

이방인 길드. 비록 길드장인 김진석이 죽었지만 부 길드장인 제이다는 여전히 이방인 길드를 이끌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이제는 세상에 알려진 김진석의 모토. 살아남기 위해선 강해져야 한다를 그 누구보다 열심히 실천 중이었다.

그들 전원이 달려들어도 이길 수 없던 김진석이 죽은 건 그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이상 그가 죽었다는 걸 믿지 않는 자도 있었지만 그가 실종된 건 사실이었다.

그들 전부가 그들의 세계에서 영웅이라 불리던 자들. 하지만 이젠 그들은 자신이 우물 속 개구리라는 걸 깨달았다.

총이 보급되고 군대를 동원해 몬스터를 잡는 마당에 그들은 처음과 같이 몬스터를 죽이며 성장했다.

그들 중 가장 약한 자가 S급 플레이어였으니. 그들의 강함과 신뢰도는 말할 것도 없었다.

“이방인 길드가 알려준 거 아닙니까? 그렇다면 저희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 같은데요.”

한 S급 플레이어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방인 길드가 나섰다는 건 곧 일이 해결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황혼 길드까지 그 소식을 직접 알려준 정도라면 예사롭지 않은 일이라는 거다.

하지만 루크의 입에서 나온 말은 불려온 플레이어들을 황당하게 했다.

“그… 다른 세계에서 온 이들은 화합을 원하더군. 그런데 이방인 길드가 워낙 사교성이 부족하다보니…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한 거다.”

특이하게도 다른 세계에서 온 이들은 지구에 들어서자마자 공존을 원했다. 그들은 그저 지구에서 살기를 원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방인 길드는 말주변이 부족했다. 이제는 인간과 교류하며 지내는 이방인 길드였지만 경계하는 건 여전했다.

“물론 다른 세계에서 온 자들이 무슨 속셈인지 모르니 이방인 길드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그대들을 부른 거다. 전부 가도 되고 한 명만 가도 상관없지. 갈 텐가?”

마찬가지로 루크도 그들을 경계했으니 일부로 강한 플레이어들만 부른 것이다.

“…그게 전부입니까? 그냥 대화만 나누고 오면 되는 겁니까?”

“맞다. 하지만 그대들의 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군.”

지금 그곳으로 가는 자는 한국의, 아니 어쩌면 전 세계의 대표로 가게 된다. 다른 세계에서 온 이들이 이곳에 머무르게 허락하는 것도 선택할 수 있었으니.

중대한 사안이었다.

그들의 목적이 알렉산더와 같은 것이라면 책임이 전부 떠맡게 될 테니깐.

그 누구도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

“위치는 어딘가요?”

그동안 조용히 있던 이지현의 말에 루크는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말했다.

“김진석 플레이어가 처음 발견된 곳이다.”

갈 사람은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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