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최초 플레이어-166화 (166/201)

166화

“아직 그들을 구분해낼 방법이 적외선 카메라밖에 없나?”

전 세계로 퍼진 흡혈귀, 뱀파이어로 인해 지구의 인간들은 골치를 앓았다. 인간과 완벽히 똑같은 생김새에 다른 몬스터들처럼 몸에 무언가 난 것도 없었다.

그들이 다른 점은 그저 몸의 온도가 인간들보다 조금 더 낮은 정도. 그나마 그것도 알아차리기 어려운 수준이라 그걸로 구분할 수도 없었다.

뱀파이어의 수법은 간단했다.

중국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속에 섞여들어 빠져나가 전 세계로 퍼지는 것. 게다가 뱀파이어가 피를 빤 대상은 이성을 잃고 구울로 변하게 된다.

거기에 극히 드문 확률로 구울로 변하지 않고 같은 뱀파이어로 변하기까지 하니.

처음 구울이 나타났을 때 그저 신종 몬스터라고 생각했지만 뭔가 이상했다. 분명 인간형 몬스터라고 생각했는데 놈들의 모습이 뭔가 익숙했다.

그들이 나타난 곳도 갑자기 실종된 인간이 거주 중인 곳 근처에서 발견됐다. 의심되는 게 한 가지가 아니었으니 놈을 조사해보니 실종된 자와 DNA가 완벽히 똑같았다.

그리고 그들의 목에서 커다란 구멍 두 개를 발견했다.

그것으로 플레이어들은 신종 몬스터가 또 있다고 생각했었고 베일에 싸인 몬스터. 뱀파이어가 처음으로 발견된 곳이 바로 한국.

사실상 친목회의 장으로 인해 최강의 플레이어라고 평가받는 자. 김진석에 의해 발견되었다.

김진석은 평범히 길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옆에 지나가던 일반인의 목을 베어버렸다. 당연히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고 도망갔다.

갑자기 벌어진 소동에 플레이어들이 달려왔는데 정작 그 일을 벌인 김진석은 자신이 목을 벤 자의 시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최강의 플레이어라고 불린 자라 달려온 플레이어들이 침을 꿀꺽 삼키고 다가가려는 순간. 갑자기 시신의 몸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그 시신은 이내 몸에서 피가 전부 쏟아져 나왔고 살가죽이 전부 달라붙은 삐쩍 마른 시신처럼 변했다.

그때 처음 공개적으로 뱀파이어의 존재를 세계가 인식했다.

플레이어 중 일부만이 일반인과 뱀파이어를 구분할 수 있었다. 그 외에는 적외선 카메라만이 구분할 수 있었으니.

하지만 김진석이 알려준 정보에 의하면 적외선 카메라도 완벽하지 않았다.

김진석은 뱀파이어에게도 계급이 있다고 했다. 일반 흡혈귀와 귀족 계급으로 나뉘어 있고 순서대로 남작 자작 백작 후작 공작이었다.

일반 흡혈귀는 A급 플레이어 수준이었지만 남작 이상부터는 S급 플레이어가 나서야 막을 수 있었다.

남작 자작 급 이하는 적외선 카메라로 구분할 수 있었지만 그 위에 등급의 뱀파이어들은 인간과 구분할 수 없었다.

거기서 해결 방안을 제시한 것이 바로 김진석이었으니.

그로 인해 한국에 숨어있는 뱀파이어 전부를 몰살시켰으니 그의 발언은 영향력이 컸다. 그가 제시한 방안은 바로 피.

흔히 영화나 게임 속에서 나오는 뱀파이어의 특성은 바로 햇빛에 약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도 일반 흡혈귀나 통했지 귀족 계급으로 올라가면 햇빛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피는 그렇지 않았다.

우연히 귀족 계급 뱀파이어의 팔을 베었을 때 마침 햇빛이 쨍쨍한 날씨였으니 그 피는 햇빛에 닿자마자 불에 타 사라졌다.

그로 인해 전 세계에서 국민들을 상대로 피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무슨 짓을 벌이려는지 알아차린 뱀파이어들은 순식간에 인간의 신분을 집어던지고 도망갔다.

그런데 생각보다 숫자가 너무나도 많았다.

그 짧은 시간 사이에 뱀파이어들이 지구에 침입해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뱀파이어인 것을 알아차렸으니 그들의 약점을 찾으려면 찾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뱀파이어가 나오고 난 뒤 고작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었다.

* * *

“악마들과 비슷한데요?”

넬의 말에 동의하는 김진석이었다.

영국에서 나타난 악마들과 같은 계급을 가진 뱀파이어들이었고 레벨마저도 비슷했다. 게다가 지구에 대한 지식도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목적은 조금 달랐다.

“제일 귀찮은 놈들이다. 박멸하기 힘들 것 같은데.”

김진석이 이렇게까지 말할 정도였으니.

그들의 목적은 말 그대로 종족 번식. 살아남기 위해 지구로 온 이들은 생존 본능이 강했다. 어떻게든 죽지 않으려고 도망가고 살아남았으니 매우 귀찮았다.

인간 사이에 숨어서 닥치는 대로 흡혈하며 동족을 만들어내고 있었으니 그들을 전부 죽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특히 어둠에 숨는 그들의 방식은 몬스터 감지기에도 전혀 보이지 않았으니 바퀴벌레와도 같은 생존력으로 살아남고 있었다.

한국의 숨어있는 뱀파이어들은 전부 다 죽이긴 했지만 그건 뱀파이어들이 김진석이란 존재를 인식했기 때문에 더는 한국이란 나라에 가지 않고 있었다.

한국이란 곳에 괴물이 살기에 한국을 제외하고 뱀파이어들이 다른 나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게다가 다른 나라에서 고위 귀족 뱀파이어가 계속해서 나타나 피해를 주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김진석은 하루하루가 매우 귀찮았다.

다른 플레이어도 뱀파이어를 구분할 수 있었지만 그 숫자는 극히 드물었고 그나마 구분할 수 있는 플레이어들을 집중적으로 노리는 뱀파이어들이었다.

하지만 인간들도 마찬가지로 그들을 집중적으로 지켜주었으니. 각 나라 정부에서 그들을 지켜주니 웬만한 자들은 그들을 만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한국은 구분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뱀파이어가 감당할 수 없는 괴물. 김진석이었으니 딱히 누군가 그를 지키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뱀파이어를 구분할 수 없는 나라들이 죄다 김진석에게 몰려들어 자신의 나라로 오라고 꼬시고 있었다.

물론 한국 정부가 그들을 막을 수는 있었지만 그들이 따로 망명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자신의 나라로 와서 뱀파이어를 죽여달라고 부탁하는 것뿐이었으니.

귀족급 뱀파이어들은 드물었지만 없는 건 아니었고 뱀파이어라는 걸 확인했다고 한들 그들이 숨어버리니 죽일 방법이 없던 것이다.

그런데 김진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들의 은신처를 찾아내 전부 죽여버리니 그들이 원할 수밖에 없었다.

“귀찮은 놈들은 따로 있는 거 아니에요?”

“그 귀찮게 한 놈들 때문에 벌어진 일어난 일이니깐.”

김진석은 그들을 아예 만나주지도 않았다. 하지만 김진석의 거주지가 공개적으로 밝혀져 있었으니 그들은 집 앞에서 죽치고 앉아있었다.

정부 인사들이라고 보기에는 허접해 보였다.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비네가 거의 다 만들었다고 하던데.”

“…불행 중 다행이군.”

당연하게도 김진석은 뱀파이어들을 전부 죽인 건 아니었으니. 비네에게 몇몇을 보내 그들의 판별법과 죽이는 방법 등을 알아내라고 전했다.

그때. 말하기 무섭게 비네가 나타나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기다린 보람이 무색하게 원하던 대답이 아니었다.

“악마들과 뱀파이어를 섞어 대 뱀파이어 용 실험체를 만들었어요. 이놈들을 전 세계로 풀면 다 죽일 수 있을 거예요?”

비네가 보여준 실험체는 평범한 인간과 같았다.

하지만 이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악마와 뱀파이어의 혼종. 뱀파이어를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살상 병기였다.

실험을 통해 비네는 뱀파이어의 약점을 알아냈다. 바로 그들의 본능.

피를 흡혈해 종족을 늘려나가는 것이 그들의 본능이었고 그건 마치 짐승의 것과 같았다. 귀족 등급의 뱀파이어들은 그 욕망이 덜했지만 그걸 증폭시키는 것이 바로 악마들이다.

바퀴벌레처럼 살아남는 그들은 자신이 훨씬 강하다고 한들 싸우지 않고 도망쳤다. 조금이라도 흔적을 남기면 플레이어들이 추적하니 도망쳐 숨어지내는 것이다.

하지만 악마들은 그들의 숨은 욕망을 끌어낼 수 있었다.

악마와 뱀파이어의 혼종은 악마의 능력도, 뱀파이어의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악마의 능력은 욕망을 끌어내는 것.

그리고 뱀파이어의 능력은 피를 쫓는 것. 혼종은 뱀파이어의 피를 쫓는다.

어디에 숨어있든 혼종은 뱀파이어를 찾을 수 있었고 욕망을 끌어내 도망치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악마와 뱀파이어의 혼종인 만큼 약하지 않은 데다가 오히려 뱀파이어의 피를 먹어 성장하기까지 하니 비네의 말대로 대 뱀파이어인 혼종이었다.

하지만 그건 김진석이 원하는 건 아니었다.

“그렇게 쉽게 놈들을 죽이면 성장할 수 없잖아.”

로스트 월드에서 하던 것과 똑같았다.

아무리 김진석이 인간을 구할 이유가 없다고 한들 인간이 전부 죽으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선 나머지 인간들이 성장해야겠지.

그리고 혹시 모를 김진석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괴물이 나타났을 때 이들이 성장했다면 막을 수 있을 거다.

계속 자신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하면 안 된다.

“아쉽긴 했지만 1년 만에 인간들은 꽤 나 성장했어. 보급된 총은 너희가 봐도 놀랍지 않았나?”

이현과 MIA에서 만든 총은 악마들도 깜짝 놀랄 수준이었다.

물론 그들에게 통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게 보급되었다는 것이 중요했다. 정말 새끼손가락으로도 죽일 수 있는 인간이 총이라는 무력을 가졌다.

게다가 MIA에선 새로운 화기를 만들고 있었으니 그중에는 미사일과 같은 것도 있었다.

그리고 이미 소총이 아닌 저격 총은 무방비한 S급 플레이어들도 죽일 수 있는 총도 개발되었다.

물론 총알 하나가 소총 하나 가격 수준이었고 양산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개발된 것이 중요했다.

“내가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인간은 무궁무진해. 시간만 주면 끝도 없이 성장할 수 있는 게 바로 인간이야. 우선 살려두자고. 그래야 뭐든 될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는 김진석이었지만 그렇다고 이 사태가 해결되진 않는다.

“…그래서. 어쩌게요?”

“저놈들 능력. 뽑아낼 수 있지?”

비네는 그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 * *

“왜 갑자기 그가?”

MIA 한국 지부는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유명한 플레이어인 김진석이 MIA를 만나보고 싶다고 먼저 연락한 것이다.

MIA에겐 말 그대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갑자기 김진석이 그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것도 공개적으로. 그의 말을 무시할 수 있는 자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었다.

영국의 성녀와 레드 크로스 길드. 그리고 인도 왕자 리아즈 칸의 호의를 받는 이방인 길드의 길드장이었다.

게다가 이현과의 친분이 있었으니 MIA는 그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리고 김진석이 공개적으로 무언가를 말했다는 건 무조건 용무가 있고 그걸 이루겠다는 말이 암묵적으로 있었다.

만약 그의 의견을 무시한다면 적어도 한국 MIA 지부는 무사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방인 길드의 길드원들은 MIA의 물건을 일절 사용하지 않았으니.

“빨리 우리도 만나겠다고 소식을 전해!”

한국 MIA 지부는 급히 본사에 연락해 상황을 전하고 곧바로 김진석을 만나겠다는 의사 표현을 해왔다.

MIA는 물론이고 사람들도 왜 갑자기 김진석이 MIA를 만나고 싶다고 했는지 궁금했다.

게다가 그는 MIA뿐만 아니라 이현도 함께 만나기를 원한다고 말했고 이현은 흔쾌히, MIA는 곧바로 그의 말에 응했다.

* * *

“친목회의 장 이후로 처음인가요? 오랜만입니다. 김진석 플레이어.”

“…처음 뵙습니다. 한국 MIA 지부의 지부장 월턴이라고 합니다.”

반갑게 맞이하는 이현과 대비되게 그 옆에 백인 남자는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오랜만입니다. 이현 플레이어. 반갑습니다. 이방인 길드의 길드장 김진석입니다.”

아무리 MIA의 한국 지부의 지부장이라고 한들. 김진석의 앞에서 긴장하지 않을 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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