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최초 플레이어-165화 (165/201)

165화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그 마피아 좀비 이반이 고개를 숙이다니. 저 플레이어 정체가 뭐야?”

소란이 수습되고 난 이후. 김진석과 제이다. 그리고 이반과 리아즈 칸은 별장 구석 따로 마련된 자리에 만남을 가졌다.

그 넷이 사라지자 거기 있던 플레이어들은 알았다. 최상위 S급 플레이어라도 다 같은 플레이어는 아니라는 것을.

“오랜만입니다. 선물은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과연. 네 능력과 잘 어울리더군.”

이반과 김진석은 방금 있었던 일은 잊은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리아즈 칸은 이상하게 여겼다.

“…당신의 아버지를 죽인 자가 아닙니까? 왜…….”

“아버지는 죽을 만했다. 적어도 아버지로서 좋은 인간은 아니었다.”

일에 미쳐 살던 보리스는 친구로서는 최고의 인간이었었지만 아버지로서 좋은 인간은 아니었다.

마피아로서는 최고였지만. 아버지로서는 아니었다.

“리아즈 칸.”

“…제 이름을 알려드린 적은 없을 텐데요.”

“그러려니 하세요.”

제이다는 리아즈 칸의 의문을 무시하라고 조언했다. 그에게 의문을 가진 순간부터 그 의문은 끝도 없이 이어질 테니.

“뒤에서 내 험담한 건 신경 쓰지 않지. 그래서 어떤가. 이방인 길드는 인도에 어울리나?”

“…….”

리아즈 칸은 김진석이 그에게 했던 말을 알고 있다는 건 그리 놀라지 않았다. 친목회의 장에서 말을 했다는 건 어떻게든 그 말은 퍼지게 되어있으니.

하지만 그의 말투가 거슬렸다. 마치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

“너희 같은 녀석들을 한 번 본 적 있지. 딱 올림푸스 애들이 그랬어.”

겉으론 존대하면서 속으론 깔보고 있는 것.

즉 이방인 길드와 우호적인 관계를 원하지만 그건 전부 자신이 해 주는 것이란 감정이 들어있었다.

김진석이 스킬북으로 얻은 스킬 교감. 그건 동물이나 몬스터만이 아닌 인간에게도 적용이 되었다.

“질문이지만 대답은 안 해도 된다. 묻지. 우리 이방인 길드가 너희 인도보다 아래인가?”

리어즈 칸은 그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 * *

“당신도 알고 있었을 텐데 왜 내버려 두었지?”

“힘을 우선으로 봤어요. 나머진 당신이 알아서 할 줄 알았죠.”

사람의 감정에 능한 제이다는 이미 리아즈 칸의 그런 면모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힘을 우선시한 그녀였고 어차피 그런 감정은 금방 죽어버릴 테니 상관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녀의 예상대로 정확히 들어맞았다.

리아즈 칸은 하늘 위에 하늘을 직접 목격했다. 고작 한 번의 참격은 이반에게도 느끼지 못한 죽음의 공포를 느꼈으니.

“그런데 별장은 왜 부쉈어요?”

“꼴도 보기 싫어서.”

김진석이라면 충분히 별장을 부수지 않고 둘만을 갈라놓을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당연히 그 이유는 방금 말했다시피 꼴도 보기 싫어서. 그것뿐이었다.

별장 안 사람들은 누가 이런 짓을 벌였는지 추궁하다가 김진석의 이름을 듣고 추궁을 멈췄다.

이번 친목회의 장은 훨씬 활발했다. 김진석과 같이 3번 연속 참여하지 않았다가 이번에 참여한 플레이어들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이 그쪽에 쏠렸다.

하지만 그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김진석과 같이 억지로 끌려온 것이었으니.

이반과 리아즈 칸과 같이 친목회의 장 곳곳에는 싸움이 일어났고 덕분에 김진석은 시간을 잘 죽일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군인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최상위 S급 플레이어들이 계속해서 싸워대니깐 군인들이 움직이는 건 당연했지만 김진석은 그들의 움직임에서 뭔가 다른 걸 느꼈다.

아까 이반과 리아즈 칸이 싸울 때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선 군인을 발견한 김진석은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무슨 일 있습니까?”

“…플레이어분들은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그 군인은 이미 김진석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사실 친목회의 장이 익숙해진 지금 군인들이 이렇게 많이 배치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평소보다 배는 넘게 많이 배치되었다.

바로 지금 동안 참여하지 않았던 새로운 최상위 S급 플레이어들이 오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가장 요주의 인물이 바로 김진석. 한때 PK 플레이어였던 그였다.

그런데 가장 큰 싸움이었던 이반과 리아즈 칸의 대결을 막아준 자가 바로 김진석이었으니. 그래도 믿을 수 없는 자가 바로 김진석이었다.

[아셔 LV:20]

“아셔 플레이어. 적어도 내가 알아서 나쁠 건 없을 것 같은데.”

“…….”

김진석의 능력 중 하나는 리아즈 칸의 이름을 안 것으로 군인인 아셔도 대충 알게 되었다. 그것에 놀라진 않았지만 그 괴물 같은 플레이어 김진석의 말을 무시할 순 없었다.

“밖에서 대대적인 테러 소동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최상위 S급 플레이어가 이곳에 모여있으니 일어난 일입니다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테러 소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군인이 이상했지만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범죄자들은 최상위 S급 플레이어가 한곳에 모인 지금이 범죄를 저지르기 적기였다.

“그런 것 치고는 뭔가 이상한데. 그쪽 말대로 여기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일 텐데 왜 군인인 당신들이 그렇게 분주하지?”

김진석은 그들의 감정을 읽었다. 최상위 S급 플레이어들을 상대해야 하니 상시 긴장 상태인 것은 알겠지만 왜 그 안에서 공포의 감정이 느껴지는가.

“…그들이 총을 소유했다는 얘기도 들려옵니다.”

M-001은 아니었다. MIA는 오로지 국가를 상대로 거래했으며 불법적인 거래는 절대 불가했다.

최상위 S급 플레이어들에겐 당연히 일반적인 총이 통하지 않았지만 군인들은 아니었다. 그래서 아셔가 플레이어들은 상관없다고 말한 것이다.

“직업을 잃은 플레이어들이 모여 생긴 범죄자들입니다. 전부 즉각 사살 명령이 내려진 이상 지금은 전시 상태나 다름없습니다.”

총이 보급된 이후. A급 플레이어보다 등급이 낮은 플레이어들 대부분이 본래의 직업으로 돌아갔었다.

하지만 플레이어란 직업을 잃게 만든 MIA를 증오하는 전 플레이어들이 생겨났다.

처음엔 증오의 화살이 MIA에게 향했지만 이후엔 살아남은 플레이어들에게 향했다.

왜 자신들도 같은 플레이어인데 저들만 대우받는 거냐고.

그들의 엇나간 증오는 결국엔 범죄로 이어졌으니 군인들에겐 그들의 증오가 가장 큰 인물 중 하나인 이현이 여기 있으니 무서운 것이었다.

아무리 훈련받은 군인이라도 전쟁은 두려웠다.

“여길 습격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

“미치지 않았다면 범죄자가 되지도 않았을 겁니다.”

김진석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범죄자들의 도시. 아디스에서 생활했던 김진석은 범죄자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 그들은 하나 같이 전부 미친놈들이었다.

마치 지금 근처에 보이는 붉은색처럼 말이다.

“한 번 물어나 보지.”

“…예?”

“잡아 왔어요~”

그와 동시에 어디서 나타난 넬이 한 사람을 데려왔다. 기절한 채 축 늘어진 그녀가 데려온 남자를 본 아셔는 총구를 김진석에게 겨누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이자는 대체…….”

“그쪽이 말한 범죄자겠지. 계속 이곳을 주시하고 있더군.”

넬은 그 남자의 머리에 손을 올려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상황에 이셔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총구는 내리지 않았다.

총구가 자신에게 향했음에도 김진석은 물론이고 넬도 마찬가지로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은 아셔에게 공포로 다가왔다.

“뭐 별 건 없는데요? 이 별장이 미리 친목회의 장이란 걸 알고 폭탄을 미리 설치했다고 하는데…….”

“…이런 미친?!”

아셔는 그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폭탄 처리반을 부르러 달려나갔다. 김진석도 그녀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별거 없는 게 아니잖아.”

“터트리려고 했다면 진작에 터트렸겠죠. 그들 사이에서도 최상위 S급 플레이어는 건드리지 말자는 의견도 있어서 결국 포기했나 봐요.”

그들의 노림수는 바로 이현. 괜히 다른 최상위 S급 플레이어를 건드렸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조심한 것이다.

하지만 결국 폭탄은 이곳에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일반 사제 폭탄 수준으로는 최상위 S급 플레이어들에게 별다른 타격은 없었겠지만 이곳엔 최상위 S급 플레이어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그들의 인맥으로 이곳에 참여해 다른 최상위 S급 플레이어들과 만나려고 온 이들도 있었다.

“꽤 나 과격한데.”

김진석이 지금까지 그들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절대 이방인 길드는 건드리지 않는 그들이었다.

이방인 길드를 건드린 자에 말로가 어떻게 됐는지 알고 있었으니깐.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폭탄도 전부 제거하고 24시간이 지나 최상위 S급 플레이어들은 하나둘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24시간이 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던 김진석은 나가지 않고 있었다.

김진석이 이곳에 온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칠죄종 때문이었다.

사라진 칠죄종의 존재의 흔적을 이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 그가 죽었다면 최상위 S급 플레이어들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칠죄종을 죽일만한 플레이어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가 죽지 않았다면 분명 최상위 S급 플레이어들이 모인 이곳에 관심을 가질 게 분명했다.

그런데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소재도 찾지 못했다.

이반도. 리아즈 칸도. 제이다도 전부 떠난 지금. 김진석만이 자리에 남아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흠…….”

김진석은 침음을 흘리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며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음?”

갑자기 눈앞이 빨간색 배경으로 뒤덮임과 동시에 사라졌다. 김진석은 그저 기분 탓으로 치부한 채 친목회의 장에서 떠났다.

* * *

“저자인가?”

“맞는 것 같은데.”

김진석이 별장 안에서 떠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인영이 나타났다.

“자칫하면 들킬 뻔했어. 과연 대단하군.”

“네가 더 잘 보겠다고 다가가서 그렇잖아.”

“뭔가 기분이… 오묘하군.”

그들의 정체는 척결자. 김진석을 지켜보고 있는 이들이었다.

* * *

친목회의 장이 끝난 이후.

범죄자들이 자신들을 노렸다는 것을 깨달은 최상위 S급 플레이어들은 대대적인 범죄자 소탕에 나섰다.

얌전히 지내던 최상위 S급 플레이어들을 건드린 그들은 너무나도 허무하게 사라졌다.

친목회의 장이 총 4번이 있을 때까지 알렉산더와 같은, 괴물 같은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범죄자들로 인해 총과 같은 화기뿐만 아니라 군인들을 위한 방탄조끼도 만들어 완벽히 대비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만들지 않았던 이유는 일반인이 갑옷 같은 걸 입어봤자 연약한 일반인의 몸은 몬스터의 공격을 막을 수 없었으니깐.

이젠 몬스터뿐만 아니라 범죄에서도 안전한 세계가 되었다.

새로운 몬스터가 나오지 않았다면 말이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안전이란 단어가 자리 잡은 그때. 다른 세계에서 온 새로운 몬스터가 나타났다.

분명 사람들은 완벽히 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초기의 그들을 제압하지 못했고 하필 중국에서 나온 데다가 인간과 유사한 생김새인 이들이어서 피해가 너무나도 커졌다.

게다가 그들은 인간을 그들과 같이 만들 수가 있어서 초기에 제압하지 못한 것이 피해를 커지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다른 세계에서 온 몬스터.

그런 영화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괴물. 흡혈귀. 뱀파이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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