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최초 플레이어-160화 (160/201)

160화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물론 비네가 아닌 김진석 자신의 실험이. 김진석의 등 뒤에 달린 박쥐 날개는 그를 날게 하기에 충분했다.

문제는 그만큼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해야 했으니 그건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것이었다.

비유하자면 전력으로 100M 달리기하는 체력이 날개를 타고 날아간다면 고작해야 1M 정도 날아갈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건 새로 배운 스킬인 비행과 완벽히 어울렸으니.

비행 스킬은 마치 무중력과 비슷했다. 정말 하늘에 뜰 수는 있었지만 뜨기만 할 뿐 그 하늘에서 움직이거나 걷는 등 뭔가 행동이 불가능했다.

정확히는 무중력인 것처럼 움직이는 것이 극도로 불편했고 움직이려 하면 스킬에 익숙하지 않은 김진석은 스킬이 취소되었다.

그런데 날개를 사용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안 그래도 그냥 나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앞으로 움직이거나 날렵하게 움직이는 등 그게 바로 될 리가 없었다.

하지만 날개와 비행의 조합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날아오르는 건 곧바로 성공했지만 바로 중심을 잃어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런데 날개에만 비행을 적용하니 체력도 덜 소모하고 그냥 비행보다. 그냥 날갯짓보다 훨씬 중심 잡기가 편해졌다.

영화에서 보던 회피 기동 뭐 그런 건 안 됐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충분히 실전에서 쓸 수 있겠어.”

그렇게 판단했다.

혼자서 수백 만의 철갑 기병들을 죽인 김진석이었다. 그런 그를 멍하니 바라보는 이방인 길드원들을 보고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뭐 해. 이제 해산하자고.”

“…예.”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말하는 김진석을 보고 길드원들은 이제 그러려니 하기 시작했다.

* * *

중국의 알렉산더.

자그마치 플레이어 강국인 중국이 멸망에 다가서게 만든 그자는 고작 한 길드에 의해 토벌당했다.

그것도 PK 플레이어가 길드장인 길드에서 말이다.

“아직도 이방인 길드장을 PK 플레이어로 할 셈입니까?”

“크흠…….”

전 한국 1위 길드. 황혼 길드장의 루크는 한국 정부에 항의하고 있었다.

김진석은 본인이 PK 플레이어건 아니건 상관없었지만 그건 큰 착각이었다. 루크가 그를 플레이어로 남게 하려는 이유는 그게 최소한의 억제기이기 때문이다.

PK 플레이어가 된 지금 그가 무슨 일을 벌일지 아무도 몰랐다.

“전 세계에서 정한 거네. 만약 우리 멋대로 그를 PK 플레이어를 벗어나게 해준다면 큰 저항이 있을 걸세.”

지금 루크가 대화하고 있는 자는 바로 대한민국의 대통령. 이성식이었다.

대통령이라곤 하지만 기껏해야 플레이어 약소국가의 그것도 정부에 소속된 제대로 된 플레이어가 없는 대통령이었으니.

말이 좋아 한국 최고 결정권자지 실상은 그저 플레이어조차 아닌 일반인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대통령이었으니.

한국 플레이어를 총괄 관리하는 사람이 이성식이었지만 김진석의 처우를 함부로 정할 수도 없었다.

예를 들어 중국. 그곳에서 김진석을 PK 플레이어로 전락시키는 것을 매우 찬성했었다. 김진석이 PK 플레이어가 됐을 때 한국에선 중국 플레이어가 더 많이 보이게 된 것도 사실이었다.

그를 죽이기 위해서.

“그 중국이 지금 멸망 직전이고 그걸 해결해 준 게 이방인 길드장. 김진석 플레이어입니다.”

그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성식의 의견은 달랐다.

“그게 지금 더 문제네. 의혹이 생겨나고 있네. 일반 몬스터도 아니고 인간. 그것도 기사들이다 보니 김진석 플레이어의 길드원들이 언제 저렇게 변할지도 모른다. 혹은… 김진석 플레이어가 벌인 일이다.”

루크도 그런 소문이 퍼지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문이란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루크는 김진석이 중국을 멸망시킨다는 귀찮은 일을 할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중국을 멸망시켜서 얻을 게 없다는 것. 즉 멸망시킬 힘은 있지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중국은 이미 회생 불가입니다. 그리고 최강국 영국은 정부는 김진석 플레이어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성녀와 그녀의 길드원들은 이방인 길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르겠지만 칠죄종이 악마들이 벌인 일을 전부 지워버렸지만 성녀의 기억만은 남겨두었다.

성녀는 혼란스러웠지만 김진석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고 길드원들을 이방인 길드에게 보내 약속을 지켰다.

사람들은 갑자기 성녀가 속한 레드 크로스 길드가 이방인 길드를 지지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성녀다.

정의롭고 아름다운 플레이어. 성녀가 PK 플레이어가 길드장인 이방인 길드를 지지하는 이상 이방인 길드를, 김진석을 함부로 무시할 수가 없었다.

* * *

루크와 이성식은 김진석의 처우로 열띤 토론을 하고 있을 때.

김진석은 세피드와 대화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그리 좋지 못했다.

“…칠죄종이 죽었다고?”

“네. 지구 어디에도 흔적이 없습니다. 물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능력으로 숨어있을 수도 있겠지만…….”

“못 찾았단 얘기지?”

“…예.”

칠죄종이 사라졌다.

놈의 레벨 또한 95이었으며 혼자서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는 괴물이다. 악마들은 물론이고 김진석도 딱히 칠죄종을 믿지 않았지만 갑자기 이렇게 사라질 줄은 몰랐다.

세피드는 처음부터 칠죄종을 믿지 않았으니 그의 행적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이다.

김진석은 세피드가 죽었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 말을 믿기 어려웠다.

지구에서 칠죄종을 죽일 수 있는 자는 김진석의 대 악마들을 제외하곤 없다시피 했다. 아니 없었다.

범죄 조직을 죽이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플레이어를 겪어본 김진석은 플레이어들의 힘을 대충 알게 되었다.

플레이어들은 절대로 칠죄종을 죽일 힘이 없었다.

“아니… 하나 남았나?”

하지만 그런 김진석도 모르는 존재가 있었으니.

척결자. 최상위 S급 플레이어가 PK 플레이어로 전락하면 어디선가 나오는 괴물. 그 누구도 그들의 존재를 알고 있는 자가 없었다.

그나마 지구에서 범죄자들이 날뛰지 않는 이유가 바로 척결자의 존재 때문이었다.

“궁금하네. 언제쯤 나한테 오려나.”

김진석은 기다리고 있었다. 최상위 S급 플레이어였지만 PK 플레이어가 된 자신에게 올 척결자의 존재를.

* * *

중국은 실상 멸망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정복자 알렉산더에게 학살하다시피 당해 일반인들은 대부분 살아남았지만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죽어버렸다.

살아남은 플레이어가 있긴 했지만 알렉산더가 나왔다고 몬스터가 나오지 않는 건 아니었으니.

시간이 지나고 넓은 땅덩어리에서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니 결국 중국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소수 남은 알렉산더의 잔당들이 몽골 인도 등으로 넘어갔지만 그들의 장점인 숫자가 부족하니 전부 전멸했다.

하지만 그들이 휩쓸고 간 중국과 북한은 결국 몬스터들의 땅으로 변해버렸고 살아남은 중국인들은 각자 다른 나라로 피신했다.

중국의 근처 나라들은 중국에서 새어 나오는 몬스터들 때문에 골치를 앓았고 한국 서울의 전장에서 한 것처럼 장벽을 세워 중국을 막아버렸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플레이어 강국 중 하나인 중국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멸망한 것이다. 이방인 길드가 그들을 막았다곤 했지만. 아니 그것도 믿는 사람이 더 적었다.

중국의 방송국을 점령해 전 세계로 방송을 내보낸 다른 세계에서 온 이의 행보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었다.

언제 자신들에게 그런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었으니 사람들의 시선은 플레이어에게 향했다.

처음에는 그저 새로운 특수부대가 생겼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플레이어 중요성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플레이어가 더 늘어나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플레이어끼리 결혼해서 아이가 태어났는데 아이 또한 플레이어로 태어난 것이다.

물론 아이가 커서 몬스터를 잡을 때까지 알렉산더와 같은 이들이 나오지 않는다면 보장도 없었으니 사람들은 지금 당장이 급했다.

그제야 사람들은 플레이어를 지원해주기 시작했다.

아이템 사업. 몬스터들의 소재는 그들만이 취급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 지금. 한국의 최상위 S급 플레이어. 이현의 도움을 받아 몬스터의 소재로 새로운 총을 만들어냈다.

미래 시대 게임 세계 전쟁을 겪은 이현은 미래의 기술력을 배웠고 그로 인해 자신만의 총과 반투명 망토 등을 만들 수 있었다.

이현은 동생이 서울 안에 갇혀있었기에 모든 시선이 서울에 향했었지만 그의 동생. 이설을 구한 지금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때 미국의 총기 사업가 중 하나가 이현에게 다가갔다.

이현의 미래 지식을 이용해 지금 지구에서 나오는 몬스터의 소재로 총기를 만들자고. 당연히 일반 철보다도 단단하고 열에도 잘 버티는 몬스터의 소재는 많았지만 그걸 가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몬스터 소재가 그리 싼 것도 아니었고 총을 만들어도 신체 능력이 뛰어난 플레이어들은 총을 믿지 않았다.

자신의 몸만을 믿는 상위 등급 플레이어들은 웬만한 미사일 급에도 밀리지 않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총을 안 믿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블루 오션이라곤 하지만 플레이어들의 관심이 아예 없는 수준이라 뛰어들었던 사람은 전부 좌절을 겪고 절망했었다.

하지만 이현과 협력해서 만들어낸 M-001. 새로운 종류의 소총은 달랐다.

총을 사용한 적도 없는 사람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가벼움과 없는 수준의 반동. 게다가 일반 소총임에도 불구하고 파괴력이 차원이 달랐다.

연사가 가능하긴 했지만 특이하게도 충전식이었으며 그건 소재로 사용된 몬스터 때문이었다.

인도에서 발견된 전류 거미라는 몬스터는 배에서 생성되는 게 거미줄이 아닌 전기로 놈의 몸 재질이 전기가 잘 통하는 재질로서 놈에게 잡히면 강한 전류로 인해 기절했다.

기절한 인간을 굴로 끌고 들어가 잡아먹는 전류 거미는 자그마치 5M가 넘어가는 거대 괴수로 A급 몬스터였지만 몸집이 큰 만큼 소재도 많았다.

그렇다는 건 실험할 소재도 많다는 것이었으니.

전류 거미는 인간을 기절시켜 굴로 끌고 들어갔지만 기이하게도 끌려 들어간 인간을 구출하러 굴에 들어갔을 땐 아무도 죽지 않았었다.

그저 몸에 거대한 구멍 두 개가 나 있었을 뿐.

전류 거미는 특이하게도 인간의 피를 이용해 배의 전류를 충전하는 것이었다.

이현이 만들어낸 M-001도 인간의 피만 있다면 무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총이었다. 그런데 총알을 사용하는 건 다른 총과 똑같았다.

하지만 총알에는 화약이 들어가지 않았다.

총알조차도 전류 거미의 소재로 만들어낸 물건으로서 방아쇠를 당기면 공이가 치긴 하지만 화약이 폭발하는 게 아닌 전류가 폭발하며 엄청난 속도로 대상에게 날아갔다.

일반 총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한 M-001은 A급 몬스터에게도 통했다. 비록 S급 몬스터들에게는 효과적이지 못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만큼 엄청난 가격을 자랑했다.

그런데 인도에서 M-001 전량을 사가더니 전류 거미를 학살하기 시작했다. 뛰어난 번식력을 자랑하는 전류 거미는 인도에서 골칫거리였는데 M-001을 사용해 학살해버린 것이다.

몬스터 소재의 가격은 상대적이다. 높은 등급의 몬스터의 소재가 비싼 이유는 그만큼 몬스터를 잡기 어려워서였다.

그런데 인도에서 전류 거미를 학살해버리니 이제는 전류 거미의 소재가 넘쳐나게 된 것이다.

이현과 협력한 미국의 총기 사업가. MIA의 CEO가 그 소재를 값싸게 사들임과 동시에 전류 거미의 알마저도 사들였다.

처음으로 몬스터를 키우려고 한 것이다.

전류 거미를 가축화를 하려는 건 아니었다. 그저 한정된 공간에서 키우고 번식시켜 소재를 직접 공급하려는 속셈이었다.

사람들이 그걸 알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만약 그 공간에서 몬스터가 빠져 나와버린다면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 의견은 금방 수그러들었다.

M-001. 이미 인도에서 증명되었으니 일반인도 전류 거미를 죽일 수 있는 마당에 빠져나갈 위험은 없다시피 했다.

게다가 이현과 MIA는 M-001로 만족하지 않았으니. 더 낮은 등급의 몬스터로 총을 만들기를 실험해보거나 M-001에서 보았든 전류 거미의 소재로 미사일 등을 만들려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일반인들은 아니었지만 각 나라의 군대에 M-001을 보급하면서 지구의 인간들은 몬스터의 위협에서 대부분 벗어나게 되었다.

그게 알렉산더가 사라진 지 고작 1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