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최초 플레이어-158화 (158/201)

158화

단검과 짧은 길이의 검.

자그마치 하나하나가 레벨 75가 넘는 괴물들이었지만 이방인 길드의 전력도 만만치 않았다.

이미 오랫동안 몬스터를 잡아오며 성장한 이방인 길드원 전원. 이미 최상위 S급 플레이어를 넘어섰다.

500명이 넘는 길드 인원. 평균 레벨이 70이 넘는 마찬가지로 괴물들이 바로 이방인 길드원들이었다.

“검격.”

“일섬.”

“라이징 스피어!”

등등. 각자 자신의 스킬을 사용하며 알렉산더의 궁기병들을 쓸어버렸다.

같은 레벨이라고 한들. 혹은 더 높은 레벨이라도 상관이 없었다. 저들은 몬스터로 비교하면 고작해야 이름 없는 일반 몬스터.

하지만 이방인 길드원들은 정예. 네임드 몬스터들이었다.

알렉산더의 궁기병들은 총원 200명. 그들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몰살당했다.

김진석은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 * *

“호오. 결계를 아무런 피해도 없이 넘었다고?”

“예. 궁기병들도 몰살당했습니다.”

알렉산더와 그의 부관은 북한에서 벌어진 일과 중국의 끝에서 벌어진 일을 이미 알고 있었다.

“대단한데? 지구에도 괜찮은 이들이 있나 보군.”

“아니면 저희가 모르는 기술이 있을 수도요.”

둘은 중국에서 지구의 기술력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들은 총을 비롯해 여러 탈것의 사용법을 알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자동차보다 말이 더 빨랐고 총보다 그들의 검이 더 위력이 강했다.

그나마 괜찮은 게 헬기와 같은 날아다니는 것들이었는데 그건 사용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성질이 급한 알렉산더는 헬기 타는 것을 배운다는 건 그에게 끔찍한 일이었다.

“아~ 지루하네. 걔넨 언제쯤 오려나~”

알렉산더는 자신의 궁기병들을 죽이며 구역에 들어선 지구의 인간들을 고대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 * *

김진석은 색적을 통해 일부로 알렉산더의 철갑 기병들을 찾아 길드원들을 그들에게 이끌었다.

워낙 땅이 넓었지만 색적은 김진석의 눈에 빨간색 점으로 표시됐다. 그게 어디에 있든 얼마나 멀든 전부 보였다.

길드원들을 성장하게 일부로 철갑 기병들에게 이끌었지만 그들이 죽는 건 원하지 않았다.

물론 길드원들 개개인의 능력이 출중했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팀워크가 맞아갔다. 하지만 그런데도 숫자에는 어쩔 수 없었으니.

점점 철갑 기병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있었고 방금의 싸움에선 최소 수 천이었다.

[알렉산더의 철갑 기병 LV:70]

[알렉산더의 철갑 궁기병 LV:75]

[알렉산더의 정예 기병 LV:80]

이제는 정예 기병들까지 나왔으니 신체 능력조차 밀리는 길드원들이 있었다. 그런 괴물들이 최소 수십.

숫자가 부족했다.

정예 기병들은 일반적인 철갑 기병들과 달랐다. 실력이 퇴화한 일반 기병들과 달리 정예 기병들은 기량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세계의 강한 인간들을 죽이며 성장한 그들은 기량이 최고조에 다다랐다.

이방인 길드원들조차도 밀릴 정도로. 하지만 길드원들은 그리 쉽게 밀리지 않았고 숫자로 밀릴 그 와중에도 서로가 서로에게 신경 쓰며 서로를 도왔다.

하나가 부족하면 둘. 그것도 부족하면 셋. 혼자서 가능하다면 혼자서.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있다. 처지가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를 걱정해 줄 수 있다는 그 말은 이방인 길드원들에게 가장 어울렸다.

그들 모두가 지구의 인간들에게 핍박받아 살아왔으며 그리 오랜 기간은 아니었지만 같은 길드원으로서 몬스터를 사냥했다.

아무리 그들이라도 몬스터와의 싸움은 쉽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서로를 도왔다.

그리고 지금. 알렉산더의 정예 기병들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그들의 기량은 뛰어났으니. 그러하더라도 결국 부상자가 나오며 사상자가 나오기 직전이었다.

그때는 김진석이 나섰다.

그림자에 숨어 그들을 지켜보다가 목숨을 잃기 직전. 그가 나서서 기병을 죽이고 길드원들을 뒤로 물렸다.

하지만 그 사실을 길드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자신들을 지키는 존재가 있다는 생각에 잠식되면 그 안도감으로 인해 실수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 최대한 자신의 존재를 숨겼다.

김진석의 눈으로도 보이고 있었다. 길드원들의 성장이. 비록 게임 속처럼 푸른 빛이 몸을 감싸며 상처가 치유되진 않았지만 길드원들의 레벨이 착실하게 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많이 나오는 거지?”

김진석의 길드원들이 아니었다면 중국만이 아니라 정말 세계가 알렉산더에게 정복당할 수도 있었다.

만약 저들이 게이트 속에서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거라면 그냥 그 게이트 앞을 막아버리면 되겠지만 김진석은 뭔가 계속 찜찜했다.

이미 이방인 길드원들은 개개인이 철갑 기병을 최소 수백여 명에서 수천은 죽였다. 레벨업 했으면 여러 번 했을 수준이었지만 성장이 느렸다.

물론 그들이 다른 세계에서 온 이들이라서 뭔가 다른 기준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놈을 만나보면 알겠지.”

색적이 적을 발견할 때는 붉은색 점으로 표시된다. 정말 게임 속과 같은 느낌을 받는데 그 붉은색 점은 사람, 몬스터마다 전부 달랐다.

당연히 기본적으로 김진석에 대한 적의가 있어야 보였지만 크기도 전부 제각각이었다. 그리고 지금. 김진석과 길드원들은 베이징에 와 있었다.

중국의 수도. 가장 많은 인구가 있는 곳이었으며 그 말인 즉슨 알렉산더의 철갑 기병들도 많다는 거다.

김진석이 노리고 온 것은 아니었지만 가장 큰 붉은색 점 또한 이곳에 있었다.

붉은색 스포츠 머리와 경박하지만 잘생긴 외모. 그리고 그리 큰 키는 아니지만 잔 근육까지. 속된말로 여성을 잘 후릴 것만 같은 외모.

[알렉산더 LV:90]

“솔직히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어. 대단한데?”

수만의 철갑 기병들의 앞으로 거대한 말을 타고 나온 남자. 알렉산더가 바로 베이징에 있었다.

하지만 김진석은 레벨 90의 알렉산더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약한데.”

물론 김진석이 말한 악마는 그의 대 악마들이 아닌 영국에서 나온 악마들이었다. 레벨 90.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강자였지만 그에게 굴복한 칠죄종의 레벨이 95였다.

악마들 또한 평균 레벨이 70이 넘어가는 괴물들이었지만 숫자가 차원이 달랐다.

영국이 작은 나라는 아니었지만 영국을 뒤덮은 악마들이라고 해봤자 기껏해야 수십만. 그런데 이들의 철갑 기병들은 끝도 없이 나왔다.

눈대중으로 확인했음에도 백만이 넘어갔을 때는 세는 것조차 귀찮아서 세지 않았다.

영국은 성녀를 필두로 어떻게든 저항이 가능했다. 하지만 중국은 불가능했다. 최상위 S급 플레이어 수준인 자가 수백만에 다다랐다.

게다가 악마들같이 취약한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전 세계가 합심해서 싸워도 모자랄 수준이었다.

불합리했다. 중국에게.

그런데 정작 알렉산더는 칠죄종보다 약하다? 칠죄종의 개인 능력이 신에 가까운 능력이긴 했지만 알렉산더 또한 레벨 90. 그의 능력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김진석이 보기에는 매우 불공평해 보였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김진석은 그들의 앞에 나서지 않았다. 그저 그림자에 숨어 길드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바라봤다.

가웨인과 갤러해드를 필두로 두 세력으로 나뉘긴 했지만 사선을 넘어오며 다시 하나로 합쳐진 길드원들은 알렉산더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없이 곧바로 전투를 시작했다.

시작은 마법사들이었다.

형형색색의 수많은 마법이 철갑 기병들을 휩쓸었고 그와 동시에 몬스터들을 잡을 때와 같이 팀으로 나누어 각개전투를 유도했다.

김진석은 그들에게 일부로 귀띔을 해주었다. 이곳에 적어도 수백만 이상의 적이 숨어있다고.

중국의 수도. 베이징답게 높은 건물들과 거리가 눈에 띄었지만 그것보다 건물 곳곳에서 들리는 갑옷의 철그럭 소리.

매복인 것 같지만 갑옷을 그대로 입었으니 사실상 의미가 없었다. 그들은 기사. 매복보다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걸 좋아했으니.

그들은 그저 많은 숫자를 한곳에 둘 수 없으니 건물에 있을 뿐이었다.

길드원들은 꽤 나 분전했다. 5명씩 모여 완벽한 팀을 꾸려 효과적으로 철갑 기병들을 헤쳐나갔다.

이름이 철갑 기병이라 그런지 말에 떨어지면 죽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들은 절대 말에서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장점으로도 단점으로도 적용될 수 있으니.

아무리 말을 자기 몸처럼 다룰 수 있다고 하더라도 본인 몸하고는 차원이 다르니 길드원들은 말을 타고 돌아다니며 각개전투를 유도하는 정도로만 말을 사용했고 곧바로 말에서 내려 철갑 기병들을 공격했다.

심지어 철갑을 두른 말이었으니 길드원들은 말을 방패로 세워 상대의 공격을 막는 용도로 사용하는 등. 정말 다양한 용도로 사용했다.

부족한 숫자를 지금 동안 죽여서 약탈한 풀피리를 사용해 반영구 무한으로 사용해 버텼지만 그것도 당연히 한계가 있었다.

지금껏 이곳에 오면서 죽인 철갑 기병보다 여기 모인 기병들이 더 많았으니. 고작 500의 숫자로 지금까지 버틴 것도 대단했다.

아직도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었지만 그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그리고 길드원들의 실력도 있겠지만 철갑 기병들이 놀아주는 것도 있었다.

길드원들은 고작 500여 명의 숫자로 수만의 철갑 기병들을 아무런 사상자 없이 죽였지만 수십 수백 만은 불가능했다.

김진석이 길드원들을 이곳에 데려온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의 한계를 보고 싶어서. 그리고 길드원들은 이미 김진석을 흡족하게 해주었다.

결국.

밀리고 밀려서 각개전투를 하던 길드원들이 철갑 기병들에게 몰려 전부 한곳에 모이게 되었다.

분명 500여 명이었지만 한곳에 모인 길드원들은 일백여 명도 안 돼 보였다.

짝. 짝. 짝.

“이야. 대단하군. 무슨 깡으로 내 구역까지 오는지 궁금했는데 이 정도면 충분하지!”

그건 누가 봐도 기만하는 박수 소리였다.

“고작 이런 세계에 너희들 같은 영웅들은 아까운데… 왜 이 지구라는 세계를 위해서 그렇게 싸우는 거야? 너희의 세계도 아니잖아?”

알렉산더는 이미 이방인 길드원들이 지구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런 이들이 왜 지구의 세계에 왔으며 왜 지구를 위해 싸우고 있는가.

“우리도 원한 것이 아니다!”

“…갤러해드!”

그때 살아남은 갤러해드가 외쳤다.

“우리는 지구의 인간들을 혐오한다! 하지만 우리도…….”

“너의 장황한 얘기는 됐어. 할 필요도 없고 들을 필요도 없지. 내가 물을 건 하나야. 내 밑으로 올래?”

지금 살아남은 길드원들은 알렉산더의 명령으로 살려둔 것이다. 정예 기병. 그 수준의 강함을 가진 이들만 남겨두어 포섭하려 한 것이다.

“우리 기사단. 정복자 기사단이라 하거든? 어쨌든 내가 너희에게 바라는 건 없어. 그저 딱 하나. 내 명령에 절대복종. 그거 하나면 충분해. 나머진 뭐 강간을 하든 약탈을 하든 사람을 죽이든 마음대로 해도 돼. 어때?”

대부분 기사는 꽉 막힌 기사도란 것에 잡혀 산다. 물론 그걸 원해서 기사가 된 이도 있겠지만 기사란 직책을 원해서 기사가 된 이들이 많다.

알렉산더는 그걸 노린 것이다.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 거지?”

“갤러해드! 이게 무슨 짓입니까?!”

가웨인은 갤러해드를 말리려고 했지만 갑자기 화살이 날아오며 가웨인의 입을 막았다.

“별거 없어. 그냥 내 세례만 받으면 끝. 그 이후론 네 마음대로 해. 아 맞다. 이 갑옷은 무조건 입어야 해. 네 갑옷보다 뛰어날 테니 걱정하지 마.”

“…하겠다.”

“좋은 선택이야.”

알렉산더는 그 높은 건물 빌딩에서 한 번에 뛰어내리며 기병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와 갤러해드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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