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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최초 플레이어-157화 (157/201)

157화

김진석은 원래 처음부터 자신이 나설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이들의 숫자는 적었고 생각보다 침공의 속도가 빨라 중국에 들어가기 전부터 시간이 끌리는 건 별로 좋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알렉산더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죽이려고 했다면 혼자서 갔을 것이다.

지금 길드원들을 이끌고 가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의 성장을 보고 싶어서. 그리고 이방인 길드의 전력을 보고 싶어서.

하지만 고작 저 정도로는 입가심도 안 됐다.

그 생각과 동시에 김진석은 인벤토리에서 모글레이를 꺼냈다.

“이야. 무기가 크면 본인이 강해지는 줄 아나 보지?”

알렉산더의 철갑 기병들은 김진석을 무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세계에서 용병들이 보편적으로 입은 갑옷이 바로 가죽 갑옷이다.

그리고 지금 김진석이 입은 갑옷은 가죽 갑옷이다.

“곱게 죽지 못하겠군.”

숨을 고른 가웨인은 저들의 미래가 눈에 훤히 보였다.

김진석은 모글레이를 어깨에 얹었다. 길드원들은 그에 의문을 가졌지만 그건 준비 자세였다. 달려나갈 준비 자세.

폭발적인 속도와 함께 달려나간 김진석을 철갑 기병의 말들이 본능적으로 반응해 앞발을 들었다.

훈련받은 말이 기수를 태우고 앞발을 든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인지한 것이다. 눈앞의 포식자에게 도망쳐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이미 늦었다.

모글레이를 어깨에 얹은 그 상태로 달려가며 그대로 들어 내려찍었다. 고작 대검을 사선으로 휘두른 것뿐인데 그것이 도출해낸 결과는 절대 가볍지 않았다.

말과 함께 기수까지 절반으로 갈라진 것이다.

특이하게도 말에선 피가 나오지 않았지만 기수의 몸에서 튄 피가 김진석의 몸을 흠뻑 적셨다.

“너희는 인간인가. 아니면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인가.”

물론 답을 원한 건 아니었다. 어차피 그들에게 닥칠 결과는 같으니깐.

과연 북한을 점령한 건 허투루 한 건 아니었는지 곧바로 대응했다. 말을 탄 기병들답게 순식간에 거리를 벌려 진을 이루더니 김진석에게 달려들었다.

동시에 그들의 진에 초록색 방어막 같은 게 싸이더니 엄청난 속도로 김진석에게 달려들었다.

바람조차 방어막을 뚫을 수 없었는지 공기가 스쳐 지나가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정말 모든 것을 부수고 나아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건 압도적인 힘 앞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즐거울 것 같군.”

김진석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 * *

“허…….”

이방인 길드는 김진석이 날뛰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었다.

그는 거대한 대검으로 철갑과 함께 기수와 말의 목을 가볍게 베어버렸다. 말은 기이하게도 죽으면 먼지로 변해 사라졌지만 기수들의 피는 김진석이 전부 뒤집어썼다.

그 뜨거운 피를 뒤집어써 몸에서 증기가 일어나고 있음에도 김진석은 웃고 있었다.

철갑 기병들이 싸우는 방식은 간단했다. 그 어떤 것보다 단단한 그들의 신체와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단단한 물질로 만든 갑옷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힘과 함께 적을 부숴나갔다.

그들 하나하나가 전부 나라에서 최강이라 불린 자들이다. 그런 그들을 알렉산더가 꼬드겨 타락시키고 갑옷을 주며 세력을 키워나간 것이다.

형편 좋은 교리와 함께.

하지만 그 철갑 기병들이 김진석의 대검을 한 합도 버티지 못하고 있었다.

검과 검을 맞대기는커녕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김진석이 검을 휘두르면 휘두르는 족족 죽어버렸다.

갑옷을 입은 팔이 날아다니고 목이 달아나고.

“도대체 어디서 저런 괴물이 나왔을까.”

이방인 길드원들은 김진석의 학살극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5분. 고작 5분 사이에 알렉산더의 철갑 기병들이 전부 죽어버렸다.

한 사람에 의해서.

“쯧. 뭐 이리 싱겁지. 북한은 고작 이런 녀석들에게 멸망 당한 건가?”

정작 그 한 사람은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생각보다 너무 쉬웠다. 레벨이 자그마치 70이 넘는. 최상위 S급 플레이어들과 비슷한 레벨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약했다.

사실 그들은 너무나 좋은 갑옷으로 인해 실력이 퇴화했다. 그들의 경험과 힘이 사라진 건 아니었지만 그들의 갑옷이 너무 좋다 보다 보니 그걸 활용할 때가 없었다.

하지만 그 철벽의 갑옷은 김진석의 앞에선 아무런 소용이 없었으니.

이미 그 갑옷에 익숙해진 알렉산더의 철갑 기병들은 그렇게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죽어버렸다.

“…왜 그렇게 보나?”

김진석은 몸의 피를 대충 닦아내고 있었는데 길드원들이 이상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바라봤다.

“너희도 보지 않았나? 솔직히 그 신체가. 갑옷이 아깝더군.”

물론 그 말을 이방인 길드원들은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곳엔 이방인 길드원들만 있는 건 아니었으니.

북한의 주민들이 알렉산더 철갑 기병들에게 모여 대항하려 했지만 결국 당해 북한의 총수 김일정이 죽는 모습을 모여 다 같이 바라봤다.

알렉산더 철갑 기병들은 그들을 전부 무릎 꿇리고 김일정이 죽는 모습을 강제로 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김진석이 그 철갑 기병들을 학살하는 모습을 전부 바라봤다. 그들이 김진석을 보는 눈은 간단했다.

괴물을 보는 눈빛.

“다음은 너희 차례다. 가자.”

이미 익숙한 김진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북한 주민들을 수습하지도 않고 길드원들을 이끌고 중국으로 향했다.

* * *

중국의 어딘가.

한 동양인 남자는 지하에 숨어 기병들의 눈을 피하고 있었다.

“기껏 중국으로 도망왔더니… 이게 무슨 일이지 진짜. 환장하네.”

그는 한국인이었다.

그런데 그가 중국으로 도망 오자마자 얼마 되지도 않아서 흑기사가 나타나고 NPC들이 반란 비스무리한 걸 일으키고 삼합회들이 죽어 나갔다.

하필 그가 중국에 오니 이런 일이 생기니 그는 지하 벙커를 만들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이 지하 벙커에 숨으려고.

그는 한국에서 보육원을 운영했지만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고 나라에서 나오는 돈을 대부분 아이들에게 투자하는 것이 아닌 자기네들끼리 전부 가져갔다.

그런데 갑자기 몬스터들이 나타나더니 보육원을 비롯한 그가 살던 마을 전체를 휩쓸었다. 그 때문에 그가 치안이 좋지 못한 한국을 떠난 것이다.

그런데 정작 중국에 와도 똑같은 일이 발생하니 마을에서 유일한 생존자인 그는 돈을 전부 가져가 사제 지하 벙커를 만든 것이다.

“하… 그 새끼. 분명 보육원에서 살아 도망간 놈인 것 같은데…….”

그가 운영한 보육원. 그건 평범한 보육원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쾌락을 위해 아이들을 들였으며 그 아이들을 따로 키운 투견과의 싸움을 붙이며 도박을 하는 등 즐겁게 생활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유일하게 탈출한 한 아이가 있었으니.

그게 지금 최상위 S급 플레이어였으며 최강의 플레이어로 판단되는 남자. 그리고 이젠 PK 플레이어가 된 남자.

“한국을 떠나자마자 그놈이 나타나다니. 역시 난 운이 좋아.”

위에서 말발굽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고 그럴 때마다 흠칫 놀랐지만 이내 그들이 이 지하 벙커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김진석이 첫 번째 목표 중 하나. 마을의 생존자였다.

* * *

지금 김진석이 핸드폰을 처음으로 제대로 사용하는 중이었다.

핸드폰에 내장된 GPS를 통해 위치를 계속해서 찾아가며 앞으로 나아갔고 결국 북한을 넘어 중국 경계선에 도착했다.

“흠… 중국은 땅이 넓어서 그런가?”

철갑 기병들이 보이지 않았다.

땅도 넓고 사람도 많으니 알렉산더의 철갑 기병들이 할 것도 많을 것이다. 이들에게 지리 개념 따위는 없을 테니 어디가 어느 나라인지도 정확히 모르겠지.

지구에 사는 김진석 당사자도 잘 모르니깐. 자기 나라 끝까지 가볼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계속 들어…….”

“잠시만요.”

그때. 비비안이 갑자기 앞으로 나서려는 김진석을 막아섰다.

그리고 동시에 모르간이 지팡이를 들고 중국 경계선에 가져다 대었다. 그런데 갑자기 뭔가에 튕겨 나가는 듯 지팡이를 놓치며 하늘로 치솟았다.

“읏. 결계인 것 같은데…….”

김진석의 눈으론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이방인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지만 김진석에겐 감정이 있었다.

[알렉산더의 구역]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감정은 알렉산더의 구역이라는 걸 캐치했다.

“아무래도 나라라는 개념이 있는 것 같은데.”

모르간이 얼얼한 손을 붙잡고 있을 때 김진석은 직접 손을 뻗었다. 아무런 것도 없는 듯이 손은 지나갔지만 손목이 계속해서 어떠한 저항감을 느끼고 있었다.

손을 빼냈더니 그 저항감은 사라졌다.

“한 번 넘어가면 상관없을 것 같은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늘에서 새가 그 결계를 지나감과 동시에 땅으로 떨어져 죽어버렸다.

길드원들은 아무 말 없이 김진석을 바라봤고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결계를 넘어갔다.

“넘어와. 너희들이 새도 아니잖아.”

정말 무책임한 말이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저흰 남아도 될까요? 이런 결계는 처음 보는데 사용할 수만 있다면 쓸만할 것 같아서요.”

“아파서 그런 건 아니지?”

“…네.”

“그럼 믿지. 한 팀만 남고 나머진 넘어와.”

“…….”

비비안과 모르간, 그리고 그녀들을 지킬 인원들은 남아서 결계를 연구했고 남은 길드원들은 어쩔 수 없이 고통을 느끼며 결계를 넘었다.

그렇게 길드원들이 결계를 넘어섬과 동시에. 어디선가 화살의 비가 쏟아졌다.

[알렉산더의 철갑 궁기병 LV:75]

그들은 결계의 특성을 잘 알고 있었다. 저 결계를 해제하지 않는 이상 무조건 고통을 느끼며 넘어와야 했고 그때가 가장 취약하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김진석은 이미 그들의 매복을 알고 있었다. 새로 배운 스킬인 색적으로 인해. 하지만 김진석은 그 어떠한 경고의 말도 길드원들에게 해주지 않았다.

결계를 넘어선다는 건 즉 적진의 본거지로 간다는 것. 지금부터 길드원들의 시험이 시작됐다.

그런데 길드원들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방패를 든 길드원들이 마법사들의 앞에 서서 날아오는 화살을 막아주었고 마법사들은 마법을 사용했다.

“배리어.”

하늘의 거대한 방패를 만들어 날아오는 화살들을 막아냈다. 그리고 동시에 방패가 없는 길드원들에게 보호 마법을 걸어주었다.

방패가 없는 길드원들은 창과 검 등으로 화살을 쳐내며 동시에 앞으로 달려나갔다.

궁기병들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진 못했지만 날아오는 화살의 방향만으로 유추해서 그곳으로 곧바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맨몸이 아니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풀피리 소리. 그와 동시에 철갑을 두른 말들이 길드원들에게 달려왔다.

김진석이 알렉산더의 철갑 기병들을 죽이고 그냥 지나가려 할 때. 한 길드원이 그들의 품에서 풀피리를 발견했다.

행군하는 동안 지루했던 그 길드원들은 심심풀이 삼아 풀피리를 불었더니 어디선가 철갑을 두른 말이 달려온 것이다.

그것으로 김진석은 풀피리가 일종의 말을 부르는 아이템이란 걸 깨달았다.

하지만 김진석이 풀피리를 불면 그냥 풀피리였고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길드원들이 풀피리를 불 때 말이 나타났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김진석은 이건 매우 쓸만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해 길드원들에게 분배했다.

기사들은 대부분 말을 탈 줄 알았고 그건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순식간에 철갑을 두른 말을 탄 길드원들은 알렉산더의 철갑 기병들에게 달려갔다. 그들과 달리 중구난방 형식으로 달려나가고 있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었다.

오랫동안 맞춰본 그들과 달리 길드원들은 방금 막 같이 길드원들과 같이 달리기 시작한 것이니깐.

하지만 눈빛만으로 서로와 의사소통하며 퇴로를 차단하기 위해 뒤로 돌아가는 길드원들과 가장 선두로 나가는 유일하게 말을 탄 그들 중에서 방패를 든 길드원이 있었다.

갤러해드. 검과 방패를 든 그는 그 누구보다 선두에서 달리며 모든 화살을 막아내고 있었다.

방패로 막고 검을 휘둘러 화살을 쳐내고 몇 개는 몸으로 받아냈지만 보호 마법과 그가 두른 갑옷으로 버텼다.

궁기병들은 퇴각하면서 화살을 쏘려 했지만 순식간에 퇴로로 달린 길드원들로 인해 활을 버리고 각자 자신의 무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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