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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최초 플레이어-149화 (149/201)

149화

땅이 흔들리고 있었지만 어차피 말리를 제외한 모든 악마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기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말리도 뭔가 불안해 급히 날아오르려는 순간.

거대한 뼈로 된 손이 말리를 덮쳤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었다. 말리의 모습이 점점 핼쑥해지더니 살점이 전부 떨어져 나가며 해골로 변했다.

“인간 베이스가 맞네.”

순식간에 공작급 악마 하나를 처치한 비네는 해골로 변한 말리를 유심히 살펴보며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인간의 골격과 완벽히 똑같은 해골이었다. 그런데 그 해골은 멀쩡히 움직이고 있었다.

비네의 직업. 네크로맨서로 인해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스킬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콘크리트를 뚫고 나오는 수많은 뼈로 된 손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네크로맨서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해골들이었다.

하지만 고작 비네의 해골들은 그 정도가 아니었으니.

검과 방패 갑옷을 두른 해골, 활과 가죽 갑옷을 입은 해골, 지팡이와 고깔모자를 쓴 해골까지. 각자 자기 개성이 뚜렷한 해골들이었다.

그렇게 하늘에는 악마들이, 지상에는 해골들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처음인가? 너희들과 같이 싸우는 건.”

김진석은 한 손으로 들고 있던 거대한 대검 모글레이를 양손으로 잡았다.

“거들겠습니다.”

그 뒤로 세피드가 날개 갑옷을 입으며 창을 던질 자세를 취했다.

시작은 김진석이었다.

“광기. 광전사의 비기.”

김진석의 주변으로 검은색 오라가 생김과 동시에 모글레이의 주변으로 붉은색과 검은색 오라가 휘감겨 들어왔다.

게임 속에선 언제나 하늘 위로 치켜들어 내려치는 게 기본이었다. 그렇게 설정되어있었고 그건 실제로 사용한 김진석에게도 적용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구로 돌아와서는 더는 당연한 게 당연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김진석은 검을 치켜드는 것이 아닌 땅에서부터 끌어 그대로 하늘을 향해 사선으로 그었다. 그리고 그 검의 궤적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건물, 악마, 구름. 그 어떠한 것도 그 검의 궤적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세상의 종말을 고하는 창.”

그 뒤로 세피드의 오리지널 스킬. 세상의 종말을 고하는 창이 날아들었다.

이름 그대로의 위력을 가진 세상의 종말을 고하는 창은 대상을 공격하는 스킬이 아니었다. 지금도 세피드는 창을 악마들에게 날린 것이 아니었다.

김진석이 뚫어준 구멍의 사이로 날아간 창은 그대로 하늘로 사라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악마들은 김진석의 딱 한 번의 휘두름에 최소 수천의 달하는 악마가 사라졌다는 것에 뇌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정작 그들을 긴급 소집한 악마인 말리가 순식간에 죽어버리자 그들은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왜 같은 악마인 저들이 자신들을 공격하는가.

하지만 아직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악마들은 갑자기 타들어 가는 듯한 열기가 하늘에서 내려오자 본능적으로 위를 올려다봤다.

“오랜만에 보는군. 저건 정말 위험했어.”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지고 있었다. 마치 마법사의 궁극기인 메테오와 같아 보였지만 그 위력은 차원이 달랐다.

김진석도 저 공격을 정면으로 맞아서 멀쩡할 자신이 없었다. 아니 그 또한 죽을 것이다.

게임 속에서 저 스킬은 세피드의 최종 스킬. 즉사기였다.

로스트 월드에서 최종 보스의 포지션을 맡은 세피드의 레이드에는 시간제한이 존재했다. 바로 세상의 종말을 고하는 창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세피드는 세상의 종말을 고하는 창을 시전하고 그렇게 레이드는 실패하게 된다.

성공했다고 한들 세피드는 발악으로 세상의 종말을 고하는 창을 또 사용하는데 그때 로스트 월드 속 영웅이 나타나 자신을 희생한다.

뜬금없는 등장이었지만 영웅과 세상의 종말을 고하는 창이 정면으로 맞붙는 연출은 기가 막혀서 그 장면에 태글 거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김진석은 시험의 탑 안에서 세피드와 싸울 때 저 스킬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었다.

당연히 저건 운석이 아니었다. 세피드가 하늘로 쏘아낸 창이 강대한 기운을 담아 내리꽂히며 운석과 같이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위력은 가히 운석과 맘먹었다.

김진석이 저 스킬에 맞고도 살 수 있었던 건 급히 생각해 낸 갈증과 다른 스킬의 조합이었다.

악마의 방주 아크와의 싸움 때 아크의 몸에 커다란 구멍을 낸 스킬 연계. 갈증과 스나이핑의 조합이었다.

하늘에서 내리꽂는 세상의 종말을 고하는 창과 김진석이 쏘아낸 갈증과 스나이핑의 화살이 맞붙었지만 거대한 힘과 거대한 힘이 맞붙어 생긴 힘의 파동이 김진석과 세피드를 덮쳤었다.

결과적으론 상세할 수 있었긴 했지만 그 힘의 파동으로 인해 김진석의 살갗이 전부 불에 탔었고 세피드도 멀쩡하진 못했다.

그런 스킬이 지금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막아라!”

하지만 악마들은 최악의 선택을 했다.

그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저게 떨어지면 이곳이 초토화가 될 것이란 건 알 수 있었다.

운석이 떨어지는 방향으로 순식간에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그 안에 악마들의 생명력을 갈아 넣고 있었다.

말 그대로 작위가 높은 악마가 하위 악마를 죽여 만든 욕망의 구슬을 마법진에 집어넣고 있던 것이다.

문제는 김진석의 일격으로 하필 높은 작위의 악마들이 너무 많이 죽어버렸고 그로 인해 마법진의 제물로 바칠 악마들이 부족했다.

그렇게 세상의 종말을 고하는 창은 그대로 마법진을 향해 떨어졌다.

처음에는 악마들이 만들어낸 마법진이 생각보다 잘 막는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순식간에 마법진 전체에 균열이 일며 이내 부서져 버렸다.

세상의 종말을 고하는 창은 그대로 땅에 박혔고 남아있는 강대한 힘이 그대로 폭발했다.

단말마도, 비명도 없었다. 그 폭발에 휘말린 악마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위력이 조금 약해진 것 같은데. 저 이상한 마법진이 잘 막아줬나 보군.”

“이럴 거면 내 아이들은 나중에 소환하라고 말을 하지!”

“미안하다.”

정말 운석이 땅에 처박힌 것처럼 땅에는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건물의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그 근처에 있던 비네의 해골들도 마찬가지로 전부 사라져 버렸다.

딱히 비네는 녀석들이 죽건 말건 상관을 안 했지만 다시 소환해야 한다는 귀찮음 때문에 세피드에게 뭐라 했다.

김진석은 뒤에 있는 성녀와 플레이어들 때문에 충격파를 막아주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약한 위력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최소 악마의 2/3가 사라졌다. 고작 두 번의 일격에.

“청소를 마저 끝내자고.”

그 말에 네 명의 대 악마들이 날개를 펼쳐 동시에 하늘로 날아올랐다.

* * *

김진석이 영국에 간 지 2시간도 되지 않아서 생각도 못 할 일들이 영국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갑자기 지진이 일어나고 영국 상공에 구름이 갈라졌으며 정말 뜬금없이 하늘에서 조그마한 운석이 떨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그런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악마들이 완벽히 봉쇄해서 영국 안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게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언제나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주던 성녀가 처음으로 도움 요청을 한 것이다. 하지만 성녀에게 은혜를 입은 플레이어들도 선뜻 나서기가 어려웠다.

당연했다. 도움을 주었다는 건 그만한 여유가 있었으니 가능한 일이었는데 지금 그녀가 도움 요청을 했다는 건 그만한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거다.

게다가 도움 요청한 이후로 성녀와 영국 정부에게도 그 어떠한 연락이 영국에 연락이 닿지 않았으니.

아무도 나서지 않았을 때 김진석을 파견한 것이다.

최상위 S급 플레이어를 여럿 죽이며 사실상 PK 플레이어였지만 판정을 보류했었고 현재 최강의 플레이어라고 평가받는 그를 말이다.

그를 보낸 지 2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지진이 일어나고 영국 상공에 마치 거대한 생물의 발톱으로 찢겨나간 것처럼 생긴 구름의 상처와 운석까지.

기이한 일이란 일은 전부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알아볼 수가 없으니 사람들은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작 가장 그를 걱정해야 할 이방인 길드의 길드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신경도 쓰지 않고 자기 할 일을 다 하고 있었다.

다른 세계에서 온 이들이었고 그들은 인간을 혐오했으니 같은 인간인 길드장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인가.

그런데 그렇다면 왜 굳이 그의 길드로 들어간 것일까.

온갖 의견이 나올 때 한 플레이어가 용기를 내 그들이 몬스터를 잡고 있다는 현장에 달려갔다.

인간들과의 접촉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그들이었지만 그나마 이방인 길드원 중 성격이 좋다고 알려진 비비안을 찾아간 그 플레이어는 물었다.

“길드의 길드장이 죽을지도 모르는 전장에 파견됐는데 걱정도 안 되십니까?”

그 플레이어는 고작해야 C급 플레이어였으며 몬스터와의 싸움이 두려워 본래 직업인 기자 생활을 하던 이였다.

사실상 PK 플레이어인 김진석이 길드장으로 있는 이방인 길드의 길드원들은 전부 PK 플레이어란 소문도 돌았으니 그 기자는 엄청난 용기를 낸 것이다.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실제로 비비안에게 다가가자 주변의 다른 기사들이 검을 꺼내 기자의 목을 겨눴고 그 목에서 핏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비비안은 그들을 물리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기자의 말에 대답해 주었다.

“저흰 길드장과 길드원의 관계가 아니에요. 길드장 님은 저희에게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으시고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드러난 이방인 길드 내부의 일이다. 그는 두려움에 떨었던 다리를 강제로 멈추고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비비안의 말을 하나하나 전부 적고 있었다.

“길드장 님은 자신의 일이었고 끼어들지 말라고 하셨죠. 너희에게 피해를 가게 하지 않겠다고.”

물론 말투는 조금 달랐지만 뜻은 같았다.

“그리고 만약 길드장 님이 거기서 죽는다면… 아마 저희도 다 죽을 겁니다. 이건 확실해요.”

그 말에 무의식적으로 주변 기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는 그 모습을 보고 감명받는 얼굴을 했다. 서로가 서로의 일에 간섭하지 않았으며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은 정말 꿈의 직장이나 다름없었다.

기자 본인도 그 길드에 들어가고 싶을 정도였다. 게다가 저런 신뢰가 가득한 저 모습을 보라.

길드장이 죽는다면 자신들도 죽는다는 말은 그만큼 믿는다는 뜻. 죽음을 같이하겠다는 말로 들렸다.

하지만 비비안의 말은 일말의 비유 없이 전부 사실만을 말한 거였다. 다른 세계에서 온 이방인 길드원들은 전부 김진석의 힘을 이미 알고 있었다.

넬 또한 김진석이 소환한 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힘은 자신들과 차원이 달랐다.

불만 가진 이들을 전부 힘으로 찍어 누른 그였다. 그런데 웃긴 건 그가 언젠가 있을 일에 대비하는 형식으로 자신들을 모았다는 거다.

그런 괴물 같은 힘을 가진 김진석이 자신들을 필요로 한다는 건… 아마 그날이 바로 그들의 마지막 날이겠지.

“저희는 길드장 님이 무사하길 기원합니다.”

그 말에 똑같이 비비안을 지키는 기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말은 일말의 거짓 없이 전부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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