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화
삼합회의 두목. 류웅이 죽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아니 소문이 아니었다. 실제로 호주에서 그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되었다. 한 건물에서 발견되었는데 그 건물에서 피비린내가 난다고 근처를 지나가던 민간인이 신고한 것이다.
경찰들이 출동해 확인한 그곳엔 류웅의 시신만이 있던 게 아니었다.
호주에 있는 모든 삼합회 조직의 플레이어가 전부 그 건물 안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어 있었다.
하나같이 사인은 전부 자상이었다.
“…우욱.”
그 모습을 보고 토를 하는 경찰도 있을 정도로 일반적인 자상이 아니었다. 목이 없는 시체들이 대부분이었고 그 목은 전부 고통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악의적으로 죽인 그 모습은 일반 경찰들이 보기엔 너무나도 혐오스러웠다.
“목뼈가 너무 반듯하게 잘린 것을 보면 그 전에 이미 고통을 받은 듯합니다.”
단번에 잘린 그 목은 자신이 죽은 지도 인지하지 못했을 거다. 그 뜻은 즉 이미 그 전에 죽을 때까지 괴롭혔다는 거다.
그 증거로 류웅으로 추정되는 시신에는 자상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설마 김진석 플레이어가 한 짓인가?”
하지만 김진석이 기자회견을 한 지 고작 이틀만이 지났을 뿐이다. 이틀 만에 삼합회 두목의 위치를 찾고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죽인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삼합회의 간부와 일원들이 전부 이와 똑같은 사인으로 죽어있었다.
분명 두 군데에서 일어난 사건은 한 명이 일으킨 것이 분명한데 고작 이틀 만에 그게 가능한 일인가?
게다가 김진석은 기자회견장 이후로 GPS를 통해 위치조차 특정할 수가 없었다.
그를 벌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던 것이다.
그런데 그다음 날. 곧바로 일본에서 똑같은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피해자는 전부 야쿠자의 간부, 일원들이었다.
* * *
“저희 이방인 길드는 전적으로 길드장 님을 지지합니다. 이 모든 게 길드장 님의 독단이지만 저와 모든 이방인 길드원들은 그를 지지합니다.”
제이다는 김진석이 사고 치고 있는 것을 수습하고 있었다.
물론 김진석이 했다는 물질적인 증거는 그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지만 그가 직접 죽이겠다고 말했으니 지금 벌어지는 모든 일은 김진석이 벌인 것이다.
제이다는 그저 부 길드장으로서 하는 빈말이 아닌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삶의 희망을 잃어버렸던 제이다가 울며 겨자 먹기로 김진석을 만났지만 그는 불치병과 다름없는 퇴화한 발을 고쳐주었으며 이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길드의 부 길드장을 맡겨주었다.
사실상 김진석이 하는 것이 없었으니 길드장이나 다름없었고 비록 지금은 전 세계의 다른 플레이어에게 몰매를 맞고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믿음이 있었다.
이 상황을 타개할 힘을 가진 김진석을.
확실히 김진석은 이 상황을 타개할 힘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딱히 이 상황을 타개할 이유를 못 느끼고 있었다.
아니 타개한다는 것부터가 웃겼다.
“저들이 뭐라고 내가 변명하고 빌빌 길어야 하나?”
김진석이 지금 면죄부가 없었지만 플레이어들을 죽이는 이유였다. 어차피 저들은 자신이 뭘 하든 제재할 수 없고 그럴 힘도 없다.
심지어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힘없는 일반인까지도 죽이고 있었다.
당연히 조직에 가입된 이들이긴 했지만 그건 의미가 없었다. 일반인은 어린아이 손 비틀 듯 가볍게 죽일 힘을 가진 플레이어들에게 법은 훨씬 엄격히 적용되고 있었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플레이어가 가벼운 도둑질을 하더라도 강력 범죄로 취급받는다.
그런데 살인이라니. 그것도 그들에게 어린아이나 다름없는 일반인을 말이다.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법으로만 해당하는 일이다.
“와 그 쓰레기들을 청소해주고 있다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주고 있네.”
“정부 인사도 죽었다고 하던데?”
“그 정부 인사도 조직에 엮여있었대.”
“허… 진짜? 깨끗한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김진석이 죽이는 자들은 전부 조직과 관련되어 있었다. 조직 간부 서부터 최고위직. 심지어 정부 인사에 전 대통령까지.
하지만 그들은 이미 전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도 몰랐던 그들의 뒷 세계 사정이었는고 그들이 죽어서야 밝혀졌는데 김진석은 도대체 어떻게 먼저 알고 있던 것일까.
게다가 그의 폭주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살인사건은 도저히 한 명이 일으킨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의 길드원들이 몰래 도와주는 거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지만 그들은 김진석의 기다려달라는 말에 그 어떤 몬스터도 잡지 않고 그저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걸 증명하듯 그들은 그 어떠한 외부활동도 일절 안 하고 있었다.
그리고 중국은 정부가 없어 대처할 수도 없었고 일본 정부는 김진석이 사회악인 야쿠자들을 죽여주고 있었으니 일부로 수사도 지진부진 하고 있었다.
사실상 일본 그리고 류웅이 거주하던 호주 정부도 김진석의 행동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중국은 무정부 상태라 오히려 삼합회가 사라진 것을 더 반겨야 했지만 중국 안에서 김진석은 역적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안 그래도 몬스터가 가장 많이 나오는 나라였고 그만큼 플레이어도 많은 나라였는데 김진석의 일명 NPC 살리기로 인해 전력이 많이 상실됐다.
게다가 흑기사로 인해 수많은 플레이어가 무력화된 이 시점에 몬스터들에게 입는 피해가 점점 증폭되고 있었다.
올림푸스가 김진석은 흑기사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지만 중국인들에게 그런 건 아무 의미 없었다.
그들은 그저 혐오할 대상이 필요했을 뿐이다.
중국을 제외하고 야쿠자와 삼합회에 고통받던 여러 나라도 오히려 김진석의 행보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한국과 비교적 가까운 야쿠자와 삼합회가 먼저 당하는 것을 보고 러시아의 마피아들은 비상이 걸렸다.
“최상위 S급 플레이어가 벌써 4명이나 당했습니다.”
“S급 플레이어 또한 수십 명이 죽었습니다.”
마피아의 대부. 돈은 주름이 가득했지만 그의 덩치는 김진석과도 비견될만한 인물이었다. 러시아 마피아의 최고인 그였지만 지금 그의 낯빛은 좋지 않았다.
야쿠자와 삼합회의 인원이 워낙 많은 터라 그만큼 김진석이 죽이는 인물들도 많았는데 그중에는 플레이어들도 많았다.
하위 등급의 플레이어들은 이미 셀 수도 없었고 최상위 S급 플레이어와 S급 플레이어들이 무더기로 죽어 나갔다.
“…그자를 자극해 우리 쪽으로 끌어들이려는 생각은 누가 냈지.”
“부두목 님입니다.”
“…보리스를 데려와라.”
마피아의 No. 2인 보리스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마치 도살장 끌려가듯 돈의 앞까지 끌려왔다. 사실 보리스의 의견은 돈인 그도 인정했기에 벌인 일이었다.
김진석이란 최상위 S급 플레이어는 너무나도 먹음직스러운 과실이었다. 고작 D급 C급 플레이어로 인해 PK 플레이어가 될 수도 있는 인물이었으니 수지타산이 너무나도 좋았다.
하지만 그들은 김진석의 성격을 모르고 있었다.
그의 힘을 모르고 있었다.
보리스의 생각은 그만, 한 것이 아니었고 다른 여러 범죄 조직도 똑같이 생각해 실행을 옮겼다.
그리고 결과는 지금. 삼합회와 야쿠자가 박살나고 있었다.
바로 한 사람에 의해.
“보리스. 그대를 탓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방법이 없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때문에 다른 녀석들이 고통받는 꼴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마피아의 조직은 특히 조직력이 더 뛰어났다.
그들의 나라. 러시아의 대통령이 폭군이나 다름없는 이였기 때문에 그의 눈에 든 마피아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다행히 플레이어들과 몬스터들이 나타났고 마피아들은 플레이어들을 이용해 사업을 벌인 것이다.
몬스터 소재를 유통하는 것. 그걸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바로 러시아의 마피아. 눈앞의 보리스였다.
물론 그들이 나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서로 간의 싸움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조직을 흩트리는 미꾸라지 같은 놈들은 곧바로 처형했다.
게다가 그들은 자신들에게 잘해주는 이들은 그대로 보답해주었으니 오히려 대통령보다 마피아가 더 믿음직스럽다는 소리도 나올 정도였다.
“제가 직접 나서겠습니다. 나서서 그 플레이어의 화를 잠재우겠습니다.”
“…분명 죽게 될 텐데.”
“각오하고 있습니다.”
보리스는 이미 자신의 착각으로 마피아 조직에 해를 입혔다. 김진석은 어떻게 알았는지 다른 조직을 감시하기 위해 그 나라에서 겉으로는 평범히 생활하는 이들까지도 전부 죽여버렸다.
극도로 잔인하게.
얼마 전, 야쿠자의 두목이 죽었을 때 꼴을 보리스는 기억하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가 벌인 일이었으니 그가 책임져야 했다.
“…미안하다.”
“아닙니다.”
보리스와 돈은 형제같이 지내며 죽고 사는 것을 같이 하기로 맹세한 이들이었다. 콩 한 쪽도 나눠 먹고 사소한 범죄도 같이 저지르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 * *
김진석의 행보를 지지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아니 훨씬 많았다.
이유는 당연히 그의 잔인함 때문이었다.
삼합회의 두목이 죽었을 때는 양반이었다. 야쿠자의 두목이 죽은 게 발견되었을 때 그걸 가장 먼저 발견한 일본 플레이어도 그 끔찍한 모습에 헛구역질을 참을 수 없었다.
야쿠자 두목의 시신의 입에 다른 야쿠자 일원의 새끼손가락으로 보이는 것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게다가 사인은 그 새끼손가락이 기도에 막혀 죽은 것이 원인이었다.
심지어 목에 막힌 새끼손가락은 바로 그 자신의 새끼손가락이었다.
야쿠자의 풍습인 잘못을 저지르면 새끼손가락을 자르는 풍습 그대로 그에게 행한 것이다.
“그냥 죽이면 되지 굳이 이렇게 잔혹하게…….”
이런 의견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그런 잔혹함을 인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는 그들이 행한 타인의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있다. 실제로 말단 인원은 고통도 느끼지 못하게 죽였잖아?”
김진석은 계급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잔혹함의 강도도 높아졌다.
사이코패스도 아니고 김진석이 잔혹하게 죽이는 것을 반길 리가 없었다. 그들은 그저 타인에게 잔혹했던 그들이 잔혹하게 죽은 것에 불만이 없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때. 숨죽여 지내던 마피아는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 * *
“내게 사과하고 싶다라…….”
도저히 찾지도 보지도 못하는 김진석에게 항복한 것이다.
실제로 김진석이 이렇게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죽였지만 그 누구도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림자 밟기라는 스킬때문에 일반인은커녕 최상위 플레이어도 김진석이 근처까지 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마피아는 김진석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삼합회와 야쿠자는 어떻게든 그를 찾아 죽이려고 했지만 당연히 찾지 못했고 그만큼 더 잔인하게 죽어 나갔다.
그런데 정작 별 피해를 입지도 않은 마피아는 백기를 들었다.
“함정일까요?”
“함정이면 부수면 그만인데…….”
김진석은 오로지 감으로 함정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넬은 언제나 김진석의 옆에 붙어 다니며 그가 하는 행동을 지켜봤다.
하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었다.
“나였으면 더 갖고 놀다가 죽일 텐데…….”
“일주일이라고 했잖아.”
김진석이 선언하고 삼합회와 야쿠자가 궤멸 될 때까지의 시간은 고작 4일이었다. 가지고 놀 시간은 없었다.
물론 일주일도 김진석 자신이 길드원에게 말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넬은 입가에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그녀가 처음부터 김진석의 곁에 있었던 건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을 알고 있었기에다.
넬은 김진석 내면에 잔혹함을 이미 알고 있었다. 다른 대 악마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김진석은 마치 넷의 대 악마들의 성격을 섞은 듯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대 악마들이 순순히 김진석을 따르는 이유도 비슷했다.
“함정이든 아니든 별 상관없다. 러시아로 가자.”
김진석이 전 세계를 휘젓고 다닐 수 있었던 이유. 간단했다. 그냥 흑호를 타고 달렸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