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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최초 플레이어-141화 (141/201)

141화

“넌 알고 있었어?”

“아뇨? 전혀 몰랐죠. 알았으면 굳이 이렇게 귀찮은 일을 했겠어요?”

김진석은 넬에게 물었지만 그녀는 정말 모르는 듯했다.

모든 배후가 그녀는 아니겠지만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는 배후는 전부 그녀였다. 그리고 김진석은 그녀를 불렀다.

“비네.”

“요즘 자주 찾으시네요?”

은근히 뭐라 하는 비네였다.

하지만 그만큼 비네는 다재다능하다는 거였지만 그녀는 그게 불만이었다.

물론 그녀가 자초한 거다.

“…들켰나요?”

김진석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비네는 들켰다는 걸 알아차렸다.

“내가 PK 플레이어가 된다고 한들 너에게 좋은 게 딱히 없을 텐데 왜 굳이 이리 번거롭게 일을 펼치지?”

김진석을 몰락시키려고 한 배후 중 하나는 바로 비네였다.

사실 딱히 그녀도 숨길 생각이 없었다.

“대충 여기 지구라고 했죠? 대충 사이즈 나오는데 그냥 당신 마음대로 하셔도 될 것 같아서 그랬어요.”

“…그게 무슨 소리지?”

비네는 넬과 비슷하지만 다르게 D급, C급 플레이어의 뇌를 직접 조종해서 보냈다. 넬이 환각이라면 그녀는 세뇌라고 해야 할까.

김진석은 그녀가 왜 그랬는지 물었지만 그녀의 변명은 뭔가 달랐다.

“어차피 인간을 죽이던, 뭘 하던 당신에게 제재를 가할 힘을 가진 자가 이 지구에 없어요. 그런데 당신은 너무나도 조심히 그들을 대하고 있죠. 물론 이유는 알고 있어요. 인간 전력을 온전히 보존해서 언젠지 모를 괴물이 나타났을 때의 대비를 하려고.”

비네도 넬과 마찬가지로 김진석의 스킬이다. 김진석의 생각과 감정을 알 수 있었고 그가 왜 인간을 돌봐주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 김진석은 인간들을 돌봐주고 있었다. 마치 아기 다루듯.

“인간들은 한낱 애새끼가 아닙니다. 죽든 살든 그건 그들의 선택이지. 당신은 당신 마음대로 사세요. 저깟 놈들의 눈치를 왜 보시는 거죠?”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사실 고작 이 정도 전력이라면 김진석과 그의 대 악마들만 있어도 지구 전체와 싸워도 이길 수 있을 정도의 괴물들이 바로 김진석과 악마들이다.

다양한 능력? 그건 압도적인 힘 앞에서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숫자가 많다? 사실 바포메트의 몬스터들과 네크로맨서인 비네만 있더라도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을 거다.

모든 면에서 김진석과 악마들은 인간들보다 뛰어나다.

“올림푸스와 같이 지내더니 그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군.”

“…어떻게 아셨어요?”

그의 말에 비네는 당황하며 물었다.

“세피드가 알려주던데.”

“하… 입이 가벼운 남자네. 정말.”

올림푸스가 모든 외부 활동을 중지하고 가만히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비네의 꼬드김에 넘어갔기 때문에.

그녀는 최고의 실험체를 원했고 올림푸스의 12신들은 아쉬웠지만 그럭저럭 쓸만했다.

세피드는 중국에서 흑기사의 생활을 끝내고 돌아가려다가 비네의 수상한 움직임에 바로 김진석에게 보고한 것이다.

김진석은 넬을 시켜 비네의 행동을 감시하게 했다.

그리고 결국 걸린 것이다.

“어차피 내가 PK 플레이어로 전락하면 내 마음대로 할 테니깐 이 짓을 벌인 건가?”

“그렇죠. 그러면 제 실험체들도 늘어날 테고요.”

아마 마지막 말이 그녀의 진심일 거다.

김진석은 피식 웃으며 비네를 탓하지 않았다. 그녀는 본심을 전부 말했으며 자신의 실험체를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김진석 자신에 대한 마음도 티끌만큼은 있었다.

“알겠다. 하지만 내 길드원은 건드리지 마. 네 말은 생각해보지.”

“좀 긍정적으로 생각해봐요. 왜 힘을 숨기는 건가요?”

비네는 끝까지 투덜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사실 그녀의 실험 또한 김진석이 원해서 한 것이고 그녀가 동의했기에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몬스터와 인간을 결합하는 실험은 비네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김진석도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연기를 하고 있었지만 그들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에게 수없이 죽었던 이들이고 지금까지도 자신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김진석이 마음대로 부려먹긴 하지만 만약 그들이 거절한다면 김진석도 강제하지 않았을 거다.

게다가 비네의 말은 김진석의 마음 한켠을 쿡 찔렀다.

김진석은 지구가 답답했다. 몬스터도 너무 약했으며 로스트 월드에서와 달리 그 멋대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이 뭐 하나 없었다.

하려면 할 순 있겠지만 극히 귀찮은 짓을 다 해야 했고 그나마 그것도 넬이 없으면 힘들었다.

“마음대로 해라… 라.”

김진석은 그 말을 곱씹었다.

* * *

제이다는 지금 진땀을 빼고 있었다.

당장 인간을 죽여버리겠다는 흥분한 길드원들을 진정시키고 있었으며 헛소문에 일일이 전부 아니라고 부정까지 해야 했다.

그나마 그들이 몬스터를 잡는 건 제이다와 김진석의 은을 갚고 싶어서. 그리고 강해질 수 있어서였다.

게다가 레어마켓에서는 그들이 생전에 사용하던 무기까지 팔고 있었으니 그 무기를 사기 위해서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다.

지구에서 있었던 일을 꾹 참고.

하지만 그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그들도 자신의 세계에서 영웅으로 불린 자들이라 기본적으로 악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성인군자도 아니었다.

그렇게 그들의 분노가 폭발하기 직전.

“일주일만 기다려라. 내가 알아서 해결하지.”

김진석이 나섰다.

이방인 길드의 길드장이긴 하지만 사실상 형식적이었고 부 길드장인 제이다가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다행히 제이다가 워커홀릭이라 아직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이번 일은 너무나도 컸다.

“지금 저희에게 우호적인 길드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있다고 한들 다른 길드의 압력에 보이지 않는 것도 있겠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나마 최근에 달려드는 D급 C급 플레이어들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많습니다.”

D급 C급 플레이어가 줄어든 이유는 비네가 행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플레이어가 길드원들을 방해하고 있었다.

고작 높으신 분들의 심기를 거슬렀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다.

그렇다면 김진석이 할 일은 간단했다.

누가 높은 사람인지 알려주면 될 뿐.

“제이다 씨. 기자회견을 진행하겠습니다. 사람들을 모아주세요.”

“…알겠습니다.”

제이다는 김진석의 말에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고 답했다.

“이방인 길드 입장표명이라고 하면 사람도 잘 끌리겠죠. 이틀 뒤 서울에서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이방인 길드가 입장표명을 한다. 그렇게 된다면 사람들은 전부 김진석이 사과할 거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김진석의 입에서 입장표명이 나왔다는 건…….

* * *

이방인 길드의 길드장이 입장표명을 한다고 밝힌 지 이틀 뒤.

서울에 수많은 인파가 모였다.

“아무리 최상위 S급 플레이어지만 너무 설쳤어.”

“최상위 S급 플레이어가 된 지 한 달 됐나? 자신감에 찬 건 좋았지만…….”

“꼬리를 말아야지. 어쩌겠어. 너무 경솔한 발언이었다.”

김진석에 대한 안 좋은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어떻게 보면 김진석은 신입인데 회사 이사들에게 경고를 날린 거나 다름없었으니깐.

다른 의견도 존재했다.

“말이 거칠었을 뿐 틀린 말을 한 거 없잖아?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D급, C급 플레이어들을 이용해 이방인 길드를 끝도 없이 괴롭혔다는데…….”

김진석의 말은 말투가 거칠었을 뿐 그저 자신의 길드원들을 대우해달라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그거 하나를 못 해주고 회사 이사들이 신입을 괴롭힌 꼴이 된 거다.

하지만 대부분 김진석의 대한 반감이 대부분이었다.

이유는 당연히 백여 명의 플레이어가 사라진 것에 있었다. 그들의 질이 안 좋긴 했어도 같은 플레이어인데 최상위 S급 플레이어가 뭐라고 그들을 없앤 것인가.

그들이 사라진 것에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건 그들에게 피해를 입은 극소수의 사람들이 전부였다.

그렇게 첨예한 의견 대립, 사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을 때.

김진석이 기자회장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그의 어깨는 펴져 있고 당당한 걸음걸이는 도저히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러 온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

“제가 이런 기자회견은 처음이라 어떻게 하는지 모르니 제 마음대로 하겠습니다.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말에 사람들은 어이가 없었다. 게다가 기자회견을 열었으면서 질문은 받지 않겠다니.

하지만 그 뒤에 올 폭탄 발언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경고를 무시한 대가는 응징입니다. 배후는 총 3곳.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플레이어가 생겨도 그들은 여전하더군요. 첫 번째로 중국의 삼합회. 두 번째는 일본의 야쿠자. 마지막으로 러시아의 마피아입니다. 순서대로 전부 없애겠습니다.”

물론 다른 자잘한 길드들도 있었지만 가장 큰 건 그들이었다.

원래부터 유명한 조직들인 삼합회, 야쿠자, 마피아. 각 나라의 정부들이 없애고 싶어도 없애지 못한 조직들이었다.

이미 그들의 뒷돈을 먹는 정치인들도 많았으며 나라에 뿌리 깊게 박힌 그들을 뽑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유예는 없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수많은 인파가 모인 가운데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꺄아악!

비명은 여러 곳에서 들려왔고 사람들의 시선은 그곳으로 향했다.

그곳엔 목에 단검이 박혀 죽어있는 인물들이 있었다.

갑자기 죽은 이들을 보고 아비규환이 된 기자회견장에서 김진석은 할 말이 끝났다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갔다.

급히 앰뷸런스와 힐러 플레이어가 모여들었지만 그들은 이미 절명했다.

나중에 밝혀진 일이었지만 죽은 이들은 전부 김진석이 말한 조직의 말단 일원이었다.

* * *

삼합회의 두목 류웅은 김진석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그의 말은 전부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었고 류웅은 그걸 전부 보고 있었다. 어떻게 그곳의 말단 일원을 정확히 알고 죽였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을 죽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미 비리에 물든 S급 플레이어가 삼합회에 붙은 지 오래였고 그 숫자도 2 자릿수를 가볍게 넘어갔다.

최상위 S급 플레이어도 둘이나 있었으니 김진석 하나쯤은 가볍게 막을 수 있겠지. 물론 이방인 길드까지 가세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렇게 되면 아예 전면전이 벌어진다.

중국도 한국도 그걸 원하지 않을 테니 멋대로 나설 수 있는 건 김진석 하나뿐이었다.

“외모에 걸맞지 않게 나이가 어리다 더니 아직 세상을 모르는군. 차라리 이 기회에 우리에게 끌어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삼합회 수중에는 최상위 S급 플레이어에게도 환각을 보일 정도로 강력한 마약도 존재했다. 삼합회를 따르는 플레이어들 대부분이 그 마약에 취해서 온 것이다.

플레이어들은 술을 마셔도 거의 취하지 않았으며 그건 등급이 높으면 높을수록 더더욱 그러하였다.

게다가 고작 마약 가지고 플레이어의 몸이 망가지기엔 그들의 몸이 너무나 단단했으니 플레이어의 한해서 마약을 합법화하자는 얘기도 나올 정도였다.

유흥거리가 줄어든 플레이어들은 결국 뒷 세계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김진석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플레이어들이 나타난 이후로 조직들이 더 커져 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개인의 힘이 중요한 조직에서 플레이어는 좋은 먹잇감이었으니.

그리고 애초에 류웅은 중국에 있지 않았다. 저항할 수 없는 폭력 그 자체인 재앙 등급의 흑기사를 피해 호주에 있었다.

호주도 삼합회의 지부가 여럿 있었고 이미 뿌리 깊게 박힌 나라 중 하나였다.

“뭐… 안 되면 죽여야겠지. 제멋대로 날뛰는 짐승은…….”

“죽어야지. 네 말대로.”

갑자기 들리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에 흠칫 놀라 능력을 사용했다.

“이건 또 신기한 능력이군.”

류웅또한 A급. 그것도 최상위 플레이어였다. 게다가 그의 능력은 허공에서 무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었다.

정확히는 인벤토리를 허공에 만들어 그 안에 든 무기를 사출하는 능력이었고 최상위 S급 플레이어라도 처음 당하면 대처하기 어려워했다.

하지만 이 낯선 남자는 손에 든 둥그런 무언가로 인벤토리에서 나오는 단검을 막았다.

“…무슨?!”

그 낯선 남자는 바로 김진석이었다. 그런데 기자회견이 끝난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즉 그는 1시간도 지나지 않아 호주에 도착한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아니 자신이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안 거지?

그런 생각이 든 류웅의 앞에 단검이 박힌 둥그런 무언가를 김진석은 던져주었다. 그건 바로 사람의 머리였다.

류웅은 그 정체를 보고 깜짝 놀랐다. 고작 사람의 머리 보고 놀란 게 아니었다. 그 머리의 정체를 보고 놀란 것이다.

“어차피 죽는 건 똑같으니 불러라. 너의 조직을. 전부.”

그건 호주에 있던 삼합회의 매료된 최상위 S급 플레이어의 머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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