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화
김진석은 전 세계에 경고를 날렸다.
그 모습은 한국에서 생중계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에 최상위 S급 플레이어가 몇 없는 와중에 한국의 최상위 S급 플레이어 김진석의 발언은 파장이 컸다.
이방인 길드라는 다른 세계에서의 인물들만 받아들인 그 길드의 특수성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터라 더더욱 파장이 클 수밖에 없었다.
누가 봐도 그의 태도는 고압적이었다. 경고가 아닌 통보였다.
단 하루 만에 백여 명의 플레이어가 마치 이 세상에서 사라진 듯이 실종됐으니 사람들은 김진석의 조력자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
실제로 그의 연인으로 보이는 넬도 S급 플레이어였으며 이방인 길드의 길드원들은 전부 최소 A급 플레이어 이상인 이들이었으니깐.
하지만 김진석은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만 이룬 일이라고 못을 박았다.
애초에 그가 벌인 이들이 그의 길드원의 대한 처우가 좋아지길 바라며 행한 일이었기에 저 말이 거짓일 리는 없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그의 길드원들이 관계되어 있다면 그들도 피해를 면치 못할 테니깐.
하지만 그의 방식은 잘못되었다. 비록 실종되었던 이들이 때려 죽어도 시원찮을 놈들이긴 하더라도 그건 김진석의 몫이 아니었다.
게다가 마치 자신이 위에 있다는 말투로 말한 김진석을 좋게 생각하는 자들이 있을 리가.
그나마 있던 자들도 그에게 등을 돌리는 일을 초래했다. 그리고 김진석이 아끼는 그의 길드원들에게도 피해가 갔다.
몬스터를 처리하는 건 누구보다 빠른 이방인 길드였지만 문제는 그 몬스터의 소재를 파는 곳이 김진석의 길드. 이방인을 거부한 것이다.
사실 대부분 다른 길드의 압력 때문에 그런 것이지만 어쨌든 김진석의 말은 결국 이방인 길드에 폐를 끼쳤다.
물론 김진석은 이미 해결책을 마련해뒀다.
갑자기 최고의 소재와 아이템을 만드는 곳으로 날아오른 레어마켓. 그곳에서 이방인 길드의 몬스터 소재를 전부 사가겠다고 말한 것이다.
다른 세계에서 온 이들. 이방인 길드의 길드원들은 김진석의 행동에 크게 감명받았다.
전혀 관계없는 자신들을 위해 다른 자들의 척을 진 것이다.
하지만 김진석의 행동은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니.
“면죄부를 사용하겠다.”
김진석은 S급 플레이어에게만 준다는 단 하나의 면죄부를 자신의 길드원들을 위해 사용했다.
그 소문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김진석은 자신이 말뿐인 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S급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최상위 S급 플레이어는 정말 극단적인 일이 아닌 이상 자체 면죄부가 있었다.
웬만한 범죄 정도는 나라에서 덮을 정도로 그들은 숨은 혜택을 많이 받았다. 최상위 S급 플레이어를 PK 플레이어로 전락시킬 나라는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
그렇다 한들 나라에서 덮지도 못할 범죄는 면죄부를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김진석은 나라에서 덮은 범죄를 일으킨 범죄자들을 잡으면서 면죄부를 사용한 것이다. 정반대의 사용법이었다.
그들을 잡기 위해 면죄부를 사용하다니.
그 소문이 퍼지면서 하나씩 김진석의 대한 좋은 여론이 생기고 있었다. 말투가 고압적이고 통보와 같은 말이더라고 사실 김진석이 말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
사람한테 사람답게 대우해 달라는 건 당연한 거였다.
* * *
“…왜 일을 키우셨습니까?”
다른 플레이어, 길드가 전부 김진석에게 등을 돌릴 때 루크만큼은. 황혼 길드만큼은 그에게 등을 돌리지 않았다.
하지만 루크는 궁금했다. 조용히 지내고 평화를 원한 김진석이 이렇게 일을 키운 것이.
“로스트 월드의 플레이어들. 놈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봤을 때 느낀 게 있었지. 세계는 플레이어의 중심으로 나아간다고.”
그들이 김진석도 버거워한 로스트 월드에서 살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그 세계는 그 플레이어의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됐다.
즉 플레이어가 나가지 않으면 이야기도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멍청했지. 내가 그냥 천천히 레벨업을 했으면…….”
김진석이 그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레벨업을 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김진석의 목을 조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몬스터들의 종류도 플레이어가 들어갔던 게임에서 나온다.”
지구에 나오는 몬스터들도 플레이어가 들어간 게임 속 세계에서 나왔다.
즉 지구도 마찬가지로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세상이 흘러간다.
“그렇다면 지구는 누굴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될까. 플레이어 전원? 아니면… 한 개인?”
대부분 하나의 게임은 하나의 주인공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지구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플레이어 전원이든 개인이든 사실 별로 중요치 않아. 중요한 건 그들이 점점 성장하고 있다는 거지. 그렇다는 건 더 강한 몬스터들이 점점 나올 것이고 어쩌면 인간과의 대화가 가능한 새로운 종족도 등장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루크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이미 저희가 감당하지 못할 몬스터들도 지구에 영역을 두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김진석 씨의 가설이 틀렸다고 볼 순 없겠지만 만약 맞았다면 왜 지구에 이미 감당하지 못할 몬스터들이 있겠습니까.”
루크의 말대로 와이번과 같은 지구의 플레이어들이 감당하지 못할 몬스터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생활하고 있었다.
다행히 놈들이 인간에게 적의가 딱히 없었고 그저 생식 활동을 위해 인간을 잡아먹을 뿐. 인간이 아닌 다른 먹이가 있다면 굳이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 몬스터들이었다.
만약 김진석의 가설이 맞다면 왜 지구의 누구도 감당하지 못할 그런 몬스터들이 나타났을까.
“감당하지 못한다라…….”
하지만 김진석은 충분히 감당했다. 아니 감당하다 못해 와이번은 일부로 놓아주었다. 녀석이 딱히 먼저 공격하지 않았으니깐.
그렇다면 이 세상은 누구를 중심으로 흘러가겠는가.
* * *
한편.
김진석의 경고에 기존에 있던 최상위 S급 플레이어가 발끈했다.
“새파랗게 어린놈이 날뛰는 꼴은 솔직히 보기 안 좋군.”
“올림푸스는 저런 놈을 그냥 내버려 둔 건가?”
“애초에 흑기사와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만 확인하는 거였으니… 그렇다 한들 이해가 안 되는군.”
물론 발끈한 플레이어들이 다른 세계에서 온 이들에게 막 대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가 한 경고는 그 어떤 플레이어라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란 게 느껴졌다.
마치 자신이 그 누구보다 우위에 있는 듯한 말.
하지만 최약이자 최강의 플레이어가 있는 올림푸스에서 딱히 그에게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최상위 S급 플레이어는 모두가 자신의 힘에 자부심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건 오래된 최상위 S급 플레이어이면 일수록 더더욱 이었다.
당연히 최상위 S급 플레이어가 된 시간이 오래됐다면 그만큼 더 강할 수밖에.
최강의 플레이어라고 평가받는 올림푸스의 제우스는 딱히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 능력의 특수성 때문에 최강의 플레이어라고 평가받을 뿐.
그렇다면 가장 먼저 최상위 S급 플레이어가 된 인물이 누구일까.
하지만 그 정보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론은 마찬가지로 그 어떠한 정보가 없는 척결자에게로 향했다.
척결자. 개인인지 집단인지도 모를 그건 법을 어긴 최상위 S급 플레이어를 심판하는 자이다.
엄청난 힘을 그것도 개인이 가진 시대에서 지구가 무법지대로 변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척결자의 존재 때문이란 결론도 있을 정도로 그에 대한 힘은 압도적이었다.
최근 흑기사의 평가가 새로운 등급인 재앙 등급으로 변경되었을 때 척결자의 존재도 등급을 바꾸라는 말도 존재했으니.
하지만 아무런 정보도 없는 척결자의 등급을 멋대로 조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대부분 플레이어는 플레이어가 소속된 나라에서 등급을 조정하는데 척결자가 소속된 나라조차도 모르니 방법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가 척결자라 불리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 별칭대로 찾아내어 죽이는 역할도 있지만 그 죽이는 방식이 너무나도 잔인했다. 그렇기에 그는 PK 플레이어로 전락했다.
그리고 지금. 그 척결자가 눈여겨보는 인물이 생겨났다.
“김진석이라…….”
그가 눈여겨보는 경우는 하나였다. 면죄부가 없는 S급 플레이어. 그리고…….
“저렇게 제멋대로 날뛴다면 금방 전락하겠군.”
PK 플레이어가 될 인물들이다.
척결자가 보기엔 김진석은 너무나도 순진했다. 자신의 길드원들을 대우하란 말을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말했다.
게다가 면죄부까지 사용하면서 말이다.
백 명이 넘는 플레이어가 사라졌는데도 고작 면죄부만으로 면죄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다.
그 플레이어들이 골칫덩이였기 때문에.
PK 플레이어가 뭔가. 플레이어를 죽인 플레이어란 뜻이다. 그렇다면 김진석을 PK 플레이어로 전락시키려면 고작 D급 플레이어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거다.
“충고해줄까?”
“설마 그것도 생각하지 않았겠습니까.”
“우릴 위해 저렇게까지 하는 인물이 있다는 건… 뭔가 기분이 묘하네요.”
“찾아 가볼까요?”
척결자. 그들은 다른 세계에서 온 이들이었다.
* * *
“…어이가 없군.”
김진석의 경고에 다행히 이방인 길드의 길드원들을 깔보는 이들은 없어졌다.
그런데 갑자기 웬 D급이나 C급 플레이어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 높은 등급의 플레이어들이 몰려와 이방인 길드의 길드원들이 잡으려는 몬스터를 먼저 잡으려는 노력을 보였다.
하지만 압도적인 정보와 마법으로 인해 번번이 몬스터를 놓쳤다. 그리고 오히려 더 낮은 등급의 플레이어들을 부른 것이다.
그들이 하는 행동은 간단했다. 정보에 우위를 점할 수 없으니 자살 특공대를 파견한 거다.
처음엔 몬스터보다 낮은 등급의 플레이어가 그 몬스터에게 다가가 큰 치명상을 입었다. 다행히 죽진 않았지만 갑자기 언론에서 이방인 길드원들이 그들이 다치게 방치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당연히 대꾸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고 이방인 길드원들도 다른 인간들을 싫어했고 죽으러 가는 놈들을 구해줄 이유는 없었으니 무시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점점 언론은 이방인 길드를 악으로 몰아갔다.
죽게 내버려 둔 다음 몬스터를 잡는다던지 일부로 몬스터를 다른 플레이어에게 이끈다던지 하는 악의적인 소문까지 퍼지고 있었다.
폐쇄적인 이방인 길드와 길드원들이 전부 인간에게 핍박받은 인물들이니 그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와중.
“PK 플레이어나 다름없는 거 아니야?”
그 말은 도화선을 지폈다.
순식간에 언론이 이방인 길드를 PK 플레이어로 몰아갔고 당연히 길드장인 김진석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이때다 싶어 인터넷에 온갖 허위 조작 영상들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고작 저들을 대우하란 말이 그렇게 그들의 심기를 거스른 건가?”
그들이 누구인지 김진석은 모른다. D급 C급 플레이어는 한국인만 있는 게 아닌 수많은 인종, 다른 나라의 플레이어들이었다.
이 수작은 전 세계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경고를 무시했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하지만 김진석은 배후를 알려고 하면 얼마든지 알 수 있었다. 놈들의 뇌를 뒤져 확인하면 되니깐.
시작은 D급 플레이어서부터다.
똑같이 길드원들이 몬스터를 잡으러 갈 때마다 훼방을 놓는 D급 플레이어 하나를 잡아 뇌를 뒤졌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플레이어면서도 두려워 몬스터를 잡지 못하는 도태된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막대한 돈을 주며 이런 짓을 시킨 것이다.
이용만 당한 이들까지 죽일 필요는 없었으니 그들은 풀어주었다. 그들은 자신이 납치당했는지조차 모를 것이다.
그렇게 거스르고 거슬러 결국 배후를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배후는 김진석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