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최초 플레이어-139화 (139/201)

139화

“양산은 좀 힘들긴 한데 만들 순 있어요.”

“한 방울만 섞으면 좋은 포션이 되던데 차라리 그것을 양산하지.”

김진석은 제이다를 치료하기 위해 비네에게 엘릭서를 만들라고 지시했었다. 실제로 만들어내긴 했지만 비네도 쉽게 양산할 수 없었다.

비네는 당연히 엘릭서를 만든 게 아닌 최상의 포션을 만들었을 뿐 정말 모든 걸 완벽히 치료하는 마법같은 포션을 만들어낸 게 아니었다.

그저 제이다의 레벨이 낮아서 완벽히 치료했을 뿐.

즉 비네는 지구에서 사용할 포션을 만들어낸 것이다.

포션이 있다는 건 예비 목숨이 있다는 거나 다름없었다. 레어마켓에서도 포션은 취급하지 않았으니 지구에서 포션은 매우 희귀하고 중요한 자원이었다.

하지만 김진석은 포션을 사용하긴 하겠지만 자신에게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비네. 실험은 어떻지?”

“성공 사례가 좀 있어요. 아직 당신에게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한번 보실래요?”

김진석과 비네의 알 수 없는 말에 철창에 갇힌 이들은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금방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저게… 뭔?!”

실험실 끝에서부터 슬금슬금 인간의 형태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다. 인간 형태. 저것들은 절대 인간이 아니었다.

좀비처럼 살점이 다 뜯겨나간 모습서부터 몬스터의 신체 일부를 몸에 달고 있는 끔찍한 모습까지.

기괴한 그들의 겉모습만큼이나 기괴한 소리, 사람의 숨이 넘어가는 듯한 소리는 그 겉모습보다도 끔찍했다.

“…실패작들인가?”

“어떻게 보면요? 당신 반응 보니 저런 건 별로인 것 같네요?”

김진석의 반응에 비네가 의문을 가졌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둘을 본 철창에 갇힌 그들은 형언할 수 없는 공포가 들이닥쳤다.

자신들은 안중에도 끔찍한 괴물들을 보며 마치 감상평을 말하는 듯한 그들의 모습은 그들에게 알 수 없는 공포가 들기엔 충분했다.

물론 정작 그 당사자인 김진석은 비네를 보고 어이가 없었지만.

“넌 전에 몸에서 이상한 거 나오더니 쟤네는 왜 저렇게 만들었어?”

“저것들이 너무 생명력이 약해요. 나니깐 버텼지.”

“나도 쟤네와 같은 몸인데.”

“…장난치세요?”

비네도 김진석을 보고 어이가 없어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김진석은 진심이었다. 태생이 악마인 비네와 달리 김진석 자신은 인간이었으니깐.

결국 태생의 한계가 있었다. 같은 레벨 99라고 한들 김진석은 대 악마들에게 정면으로 공격을 맞으면 치명상이었으니깐.

물론 김진석이 그들을 이겼다는 건 변함이 없었지만 김진석과 똑같은 신체 능력을 가진 사람을 데려다 놓으면 아마 결과는 바뀌었겠지.

하지만 비네의 말대로 김진석과 저들의 차이는 차원이 다르다.

“저것들 수백 수천 명 가지고 실험해도 당신 몸 하나로 실험하는 게 더 진도가 있을 거예요. 인간이라고 다 같은 인간은 아니잖아요?”

비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과거라면 모를까 플레이어까지 나온 지금에서 다 같은 인간이라고 말하긴 차이가 있으니깐.

눈앞의 실험체들도 플레이어이긴 했지만 김진석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천인공노할 미친놈들! 이 사실이 밖에 밝혀지면 넌 전 세계의 적이 될 거다!”

갑자기 철창 안에서 소리치는 자가 있었다. 그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알 필요도 없었다. 김진석이 선별한 쓰레기 중 하나였으니.

“네가 한 짓은 괜찮고?”

“어차피 다른 세계에서 있었던 일이다! 현실에 와서는 없었던 일이 되는 거야!”

목청 한 번 컸다. 하지만 목청 크다고. 우긴다고 전부 맞는 말은 아니었다.

[김한영 LV:55]

“아하. 너구나. 로스트 월드 개발자가.”

A급 최상위 플레이어. 그는 로스트 월드의 개발자 중 하나였다. 물론 일반 직원 중 하나였지만 개발에 참가했다는 건 사실이었다.

즉 로스트 월드 세계를 가장 잘 아는 인물 중 하나라는 거다.

그리고 그는 그 지식을 절대 좋은 곳에 사용하지 않았다.

“강간. 살인. 협박. 폭행. 사기. 인신매매 등등. 할 수 있는 모든 범죄는 전부 다 저질렀군.”

“…인신매매는 누구에게도 알린 적이 없는데.”

아무리 게임 속 세계에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들 인신매매는 급이 달랐다. 김한영도 인신매매만큼은 입 밖에서 꺼내지도, 꺼낸 적도 없었다.

“현실에 없었던 일이 되는데 인신매매는 왜 숨겼나?”

“…….”

그도 알고 있었다. 없었던 일이 된다는 건 전부 자기 의견이라는 것을. 그저 그가 지구에 돌아와서 당당하게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부 그가 A급 최상위 플레이어라서.

그뿐이다.

실제로 힘을 얻고 돌아온 지구에서도 인신매매를 제외하고는 전부 저질렀지만 그가 면죄를 받았던 이유는 전부 플레이어라서다.

A급 최상위 플레이어는 중요한 인적 자원이었고 그는 그걸 정확히 알고 있었다.

죗값도 기껏해야 집행유예가 전부였다.

“…그럼 전?! 저는 이미 죗값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또 어디 철창 안에서 누군가 외치고 있었다.

그는 B급 플레이어였다. 그것도 갓 B급이 된 어디에도 널린 B급 플레이어. 그가 저지른 범죄는 감금 및 강간 그리고 살인이었다.

짝사랑하던 여성이 있었지만 그 여성은 이미 결혼을 한 상태였다. 그런데 그가 게임 속 세계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힘이 생기니 안 좋은 생각이 든 거다.

그리고 그는 짝사랑하던 여성의 남편을 죽이고 그 여성을 감금, 강간했다.

다행히 그 여성은 탈출에 성공해 경찰에 신고했고 흔히 널린 B급 플레이어를 구속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감금 및 강간, 살인을 저질렀지만 고작 3년 형. 그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지?”

하지만 널린 B급 플레이어라도 플레이어긴 플레이어다. 한국은 몬스터를 잡아줄 플레이어가 부족했기에 최대한의 편의를 봐줘서 고작 3년 형에 처한 거다.

자그마치 3년 동안 감금 및 강간을 저질렀는데도 말이다.

아니. 김진석의 눈에는 사람으로조차 보이지 않았다. 한낱 짐승들보다 못한 놈들.

“…우릴 어쩔 셈이지?”

그때. 잔잔한 말투로 김진석에게 묻는 자가 있었다.

[나인식 LV:61]

“곧 S급 플레이어가 될 거라고 취급받는 나다. 실제로 지금 등급 심사를 다시 받았고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지. 이 사실이 밝혀지면…….”

“알고 있어.”

쓸데없이 말이 길어질 것 같아 끊었다.

실제로 레벨도 61이었으니 S급 플레이어가 되기 충분한 자였다. 정부에 대한 감시도 있었을 테고 지금 그가 실종됐으니 바깥에서 그를 열심히 찾고 있겠지.

나인식이 잡혀 온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로스트 월드에서 김진석과 비견될 수준의 살인을 저질렀다.

그런데 나인식이 죽인 인물 중에 김진석이 아는 자가 있었으니.

“적어도 넌 그녀들을 죽였으면 안 됐어.”

“…무슨 소리지.”

그는 칼라 성에서 살인을 저질렀다. 광기의 굴. 그 굴을 이용해 수많은 사람을 그곳으로 이끌어 죽인 다음 장비를 빼앗은 거다.

그리고 그 안에는 노라와 다이아도 포함이었다.

물론 이들은 이 사실까지 전부 떠벌리고 다니지 않았다. 하지만 김진석이 이 사실을 다 알고 있는 이유는 바로 넬 덕분이었다.

넬은 대 악마이면서 서큐버스. 남의 꿈속으로 들어가 그의 정기를 빨아먹는 전통을 가진 악마이다.

그녀는 직접 그들의 안으로 들어가 기억을 엿보고 그걸 전부 김진석에게 환각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역겨운 쓰레기들. 하지만 그런 쓰레기인 너희들도 쓸 용도가 있지.”

“대충 제가 간 보고 넣을게요?”

김진석이 그들의 장비들을 굳이 벗기지 않고 심지어 감옥에 갇힌 인물은 직접 무기를 들고 그들에게 쥐어준 이유는 하나였다.

실험체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쉽게 죽이지 마.”

“아니! 저것들을 왜 죽여요! 드디어 좀 쓸만한 놈들인데!”

“알았으니 진정 좀 해.”

보기 드문 비네의 흥분한 모습을 보고 오히려 김진석이 그녀를 진정시키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실험체들이 마치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철창을 뚫고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은 그들에게 엄청난 공포로 다가왔다.

* * *

갑자기 하룻밤 사이에 플레이어들이 사라졌다.

한국은 난리가 났다. 최소 B급 이상인 플레이어들 최소 100명 이상이 사라졌다. 그중에는 S급 플레이어로 추정되는 잠재력이 있는 자도 있었으니 비상이었다.

그런데 사라진 플레이어들 전부가 정확히 김진석이 경고한 플레이어들이었다.

그 사실이 금방 퍼졌고 한국 정부를 포함한 그들이 소속된 길드도 나서서 김진석을 찾아왔다.

아침 일찍부터 집 앞까지 찾아온 그들을 김진석은 아예 의자를 들고나와 집 앞에 앉아서 그들을 맞이했다.

“무슨 문제 있습니까?”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플레이어를 함부로 납치하는 건 아무리 최상위 S급 플레이어라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들에게 불만이 있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안 됩니다!”

김진석이 그들을 찾은 이후로 사람들은 왜 갑자기 김진석이 그런 말을 했는지 그들에 관한 조사를 했다.

정신병원에서 정신과 의사에게 면담을 받고 있다는 건 금방 알 수 있었지만 그들에 관한 사건이 밝혀질 때부터 사람들은 오히려 김진석을 믿었다.

온갖 범죄를 저질렀지만 플레이어란 이유로 감형받고 면죄 받은 이들. 심지어 강제로 조용히 지내야 했던 그들에게 피해를 받은 이들까지 나서서 김진석을 옹호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디에도 김진석이 했다는 증거가 없었다.

“그저 심증만을 가지고 나로 몰아가는 겁니까?”

“그건…….”

사실이었다.

누가 봐도 김진석이 범인이란 건 알 수 있었지만 아무런 물증이 없었다. GPS 상으로도 그는 집에 계속 머무르고 있었다.

하지만 김진석은 사실을 말했다.

“제가 한 거 맞습니다.”

“…예?”

사람들은 말 그대로 벙쪘다.

범인이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수한 꼴이다. 이제는 서울이 안전해져서 플레이어가 아닌 일반적인 기자들도 서울을 돌아다닐 수 있었고 그 기자들은 지금 이 상황을 생중계 중이었다.

그 사실을 김진석도 알고 있었는데도 그는 말했다.

“내가 왜 이렇게 사람들을 불러 모았는지 말해주지.”

그때. 갑자기 김진석의 말투가 바뀌었다.

“이 세상은 아직도 다른 세계에서 온, 우리 이방인 길드의 길드원들에 대한 시선이 마치 동물원에서 볼 법한 시선과 다름이 없다. 어이가 없지. 저들은 모든 게 우리 인간보다 뛰어나다. 단지 너희들이 그들을 깔볼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싸움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저들이 참고 지내고 있는 거다. 그런데 너희들은 고작 게임 속 세계에서 온 인물들이라고 우습게 보며 인간으로 취급도 안 했다. 실제로 내가 잡아 온 이들이 그렇지.”

김진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큰 키로 다른 이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경고한다. 그들을 사람으로서 대우해라. A급, S급 플레이어로서 알맞은 대우를 말이다.”

제이다에게 보고받은 김진석은 이미 알고 있었다. 저들이 지구에 대한 상식이 부족해 등쳐먹으려고 하는 자들이 많았고 실제로 당했다.

등급에 관계없이 전부.

그리고 그들의 복장이 특이하다 보니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시선은 전부 좋지 못했다.

신기한 동물 보듯이 하는 그 시선은 역겨웠다.

“이건 한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내 길드원들은 외국에 나가서도 그런 시선을 받았지. 어이가 없지 않나? 사람을 지키는 그들이 사람들에게 더러운 시선을 받고 있다니.”

플레이어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몬스터를 잡고 일반인들을 지키는 역할이다. 군인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데 고작 다른 세계에서 온 이들이라고 그런 시선을 받는 건 이해가 안 갔다.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 경고하지. 저들을 대우해라. 플레이어로서, 하나의 인간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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