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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최초 플레이어-137화 (137/201)

137화

올림푸스는 자신들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거짓말하는 이 상황이 참담했다.

고작 한 명의 최상위 S급 플레이어에게 깨지고 박살난 그들은 자존심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김진석이 굳이 그들에게 자신의 힘을 함구하란 말을 하지 않은 것도 올림푸스를 이미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가 나타나기 전까진 정말 자신들이 신과 같았겠지. 한낱 인간에게 진 것이 억울하고 원통할 것이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결과는 달라지는 게 없다.

그나마 정신이 박힌 헤스티아가 기억을 잃은 제우스를 대신해 상황을 정리하고 올림푸스를 재정비했다.

하지만 헤스티아는 오히려 김진석에게 감사를 표했다. 제우스와 헤스티아를 제외하고 제대로 담합 되지 않았던 다른 올림푸스의 신들이 하나의 목표가 생긴 것이다.

그 목표는 당연히 김진석. 그런데 그들에게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그를 죽이고 싶나요?”

설령 아프로디테라도 이기지 못할 아름다움과 검은 천사의 날개를 가진 그 악마의 속삭임은 신이었다가 한낱 인간으로 폄하된 그들에게 너무나도 달콤했다.

* * *

올림푸스에서의 사건이 있는지 한 달이 지났다.

누구에게는 한 달이 매우 적은 시간이고 누구에게는 매우 빠른 시간이었다. 그리고 김진석에겐 한 달이란 시간은 매우 긴 시간이었다.

게다가 이미리와 몬스터와의 유대감을 보면서 김진석은 함부로 몬스터를 잡지 않으려고 했다.

어차피 이미 김진석은 몬스터를 잡아봤자 강해지지도 못했으며 몬스터를 잡고 돈을 벌 필요도 없었다.

기껏해야 나오는 건 정말 희귀한 확률로 나오는 스킬북이 전부. 하지만 김진석은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하더라도 극히 희박한 확률의 도박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한빈혁 디렉터, CEO와의 거래를 통해 필요한 여러 아이템을 사며 그 많은 돈을 묵혀두고만 있진 않았다.

몬스터가 침공하더라도 카지노와 같은 도박 시설은 많았지만 김진석은 전혀 그런 유흥 시설에 눈을 들이지 않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비록 가끔 몬스터가 나타나긴 하지만 아무런 피해 없이 막아내는 지금 상황. 평화로운 지금이 대비할 때라는 걸.

하지만 평화로운 지금을 깨는 사건이 일어났다.

김진석은 한빈혁 CEO와 자주 만나며 친해진 그와 사담을 나누고 있었다.

“지금 이방인 길드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는군요. 전부 김진석 플레이어 덕분인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전 길드원들을 일절 터치하지 않습니다. 제 길드긴 하지만 그들이 성장하는 건 그들의 몫입니다.”

김진석은 처음에 그들에게 절대적인 명령 복종을 말했다. 하지만 평화로운 지금 이때의 그들이 필요한 때가 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을 일부러 내버려 두었지만 가웨인과 퍼시벌을 필두로 그들은 지구에서의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김진석이 마련해준 서울의 보금자리는 나쁘지 않았다. 사실 그들에게 좋고 나쁘다는 건 의미가 없었다.

노예 생활에서 벗어난 그들은 다 부서진 판자촌 같은 집이라도 감지덕지했으니.

게다가 그저 소환된 이들이 아닌 정식으로 지구에 오게 된 이들은 지금 먹고 자는 등 기본적인 생계 활동을 해야만 했다.

즉 돈을 벌어야 한다는 거다.

물론 최소 A급 플레이어인 이들이 돈을 버는 건 문제가 되진 않았지만 문제는 그 방식이다. 단순히 몬스터를 잡으면 돈을 벌지만 그 몬스터는 어디 있겠는가.

플레이어의 싸움은 정보다.

아무리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던 뭘 하던 우선 몬스터를 잡지 못하면 돈을 벌지 못하는데 몬스터는 전 세계에서 랜덤으로 발생한다.

그래서 몬스터 탐지하는 기계를 통해 누구보다 빨리 몬스터의 소재를 파악하고 잡으러 가야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마침 근처에 있던 플레이어가 있을 수도 있고 그게 마침 길드원일 수도 있으니 재빨리 그 길드원에게 정보를 전해야 했다.

플레이어의 기본은 정보다.

모르간과 비비안을 비롯한 그들은 텔레파시와 비슷한 마법을 길드원들에게 걸어 언제든지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을 수 있었다.

몬스터를 탐지하는 기계가 없었지만 그들에게는 그보다 더 희귀 자원인 마법사들이 무수하게 많았다.

다른 세계에서 온 이들답게 제우스 부럽지 않은 수많은 마법이 있었고 그중에서는 생물을 탐지하는 마법도 있었다.

비록 벌레와 일반 생물 등 여러 모든 생명체를 탐지하긴 했지만 그 마법에 다른 마법을 더했다.

그 생명체의 생명력을 탐지하는 것.

당연히 일반 생명체보다 다른 세계에서 온 몬스터들의 생명력이 훨씬 뛰어났고 그렇게 이방인 길드는 자신들만의 고유 몬스터 탐지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게다가 그 마법은 기계보다 훨씬 정확했고 빨랐다.

수많은 길드가 최고의 몬스터 탐지기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만드는 회사에 기부까지 하는 와중에 이방인 길드는 직접 만들어버렸다.

게다가 생각보다 많은 길드원의 숫자로 인해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으로 출장까지 가면서 몬스터를 잡는 이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들도 우리와 같이 성장하니깐요.”

가장 적극적으로 몬스터를 잡으러 다녔던 가웨인의 레벨이 오른 것을 김진석이 직접 두 눈으로 목격했다.

한 달이 다 된 시점에서야 간신히 1레벨 업 했지만 레벨업을 했다는 것만으로 이미 증명된 셈이다.

그들도 인간과 같이 몬스터를 잡고 성장이 가능했다. 이미 그것만으로 사실상 의무적으로 몬스터를 잡던 그들의 목적이 생겨난 것이다.

그렇게 이방인 길드는 폭풍처럼 성장해 현시점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길드가 되었다.

그런데…….

“다행입니다. 로스트 월드를 한 플레이어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 지금 김진석 플레이어가 나타나서.”

“…예?”

한빈혁 디렉터의 말에 김진석은 의문을 가졌다. 그가 알고 있던 상식과는 조금 다른 얘기였기에.

“로스트 월드에서 살아나온 플레이어는 대부분 강한 이들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아닙니까?”

당연히 로스트 월드에서 살아나온 플레이어가 김진석만이 있는 건 아니었다. 대부분 정신병원에 있었지만 아예 없는 건 아니었으니.

극히 적긴 했지만 로스트 월드의 금화가 알려진 것도 그들 덕분이었으니.

그리고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전부 강하다는 것이다.

플레이어가 강하다는 건 능력이 있다는 건데 인식이 좋지 않다니. 아이러니했다.

“그건 사실이긴 합니다만… 모르십니까?”

“무엇을 말이죠?”

“…그들은 그 세계에서 살아가는 이들. 김진석 플레이어의 길드원들과 같은 분들을 마구잡이로 대했다고 합니다.”

김진석은 한빈혁 디렉터의 말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소위 말해 저급하다고 하죠. 그들은 그 세계에서 했던 일들을 자랑스럽게 나열했습니다. 마치 군대에서의 일을 말하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그중에는 입에 담지도 못할 상스러운 것도 가득했습니다.”

“…어떤 일인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한빈혁 디렉터는 갑자기 변한 김진석의 분위기에 침을 꿀꺽 삼켰지만 이미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한빈혁 디렉터가 말한 그들의 악행은 역겨웠다.

사기, 폭행, 살인, 강간 등.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악행을 저지르고 그 세계에서 나와 지구에서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죄책감 따위는 없었다. 한낱 NPC에게 행한 일이었기에.

“…알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죠.”

“예? 아…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김진석 플레이어.”

한빈혁 CEO의 말에 김진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최상위 S급 플레이어. 괴물과도 같은 힘을 가진 그에게 조심히 들어가라니. 말뿐인 겉치레라도 그런 말을 한다는 것부터가 한빈혁의 사람 됨됨이가 됐다는 거다.

애써 웃은 얼굴로 김진석을 배웅하는 한빈혁이었지만 김진석은 그에게 이런 감정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에 재빨리 뒤를 돌아 나갔다.

원래부터 표정이 별로 없는 김진석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극도로 분노하고 있었다.

“오셨……?”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제이다는 김진석의 표정에 흠칫 놀랐다. 김진석의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전에 한빈혁의 연락처를 받았던 김진석은 이제 문자나 다른 메신저를 통해 연락을 취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진석은 가끔 이렇게 한빈혁 CEO를 찾아오기도 했다. 그때만큼은 그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자신도 모르게 살기가 새어 나올 정도로 분노하고 있었다.

“길드장님!”

김진석은 갑작스러운 제이다의 외침과 동시에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린 그녀를 바라봤다.

“진정하세요.”

한 번도 자신의 몸에 손을 댄 적이 없던 제이다가 어깨에 손을 올린 것은 의례적인 일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동공과 손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다.

“주변을 보세요.”

그 말에 주변을 바라본 김진석이었다.

김진석의 살기에 노출된 사람들은 플레이어건 일반인이건 상관없이 전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엄청난 살기에 다리에 힘이 풀린 것이다.

정작 그들은 자신이 뭐에 당했는지도 모른 채 그저 갑자기 힘이 풀린 줄만 알고 있었을 뿐.

자세히 보니 제이다도 입술을 꽉 깨물어 입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쯧.”

김진석은 혀를 차고 노라의 가르침도 잊은 채 살기를 내뿜은 자신을 탓하며 멈췄다.

처음으로 극도로 흥분하고 분노한 김진석을 본 제이다는 진심으로 그를 걱정하고 있었다.

제이다는 이방인 길드의 부 길드장으로 원래라면 길드장인 김진석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하고 있었기에 김진석은 그녀의 수고를 알아주었다.

더는 김진석의 비서가 아닌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길드의 부 길드장인 제이다였다.

수많은 다른 세계에서 온 이들이 아무리 공통된 핍박받았던 생활을 한 이들이라고 한들 김진석의 아래에서 지내는 것을 반길 리가 없었다.

아직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뿐이지 김진석도 자신을 핍박한 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고 본 이들이 많았다.

그런 그들을 대부분 잠재운 게 바로 제이다였다.

그녀는 효과적으로 그들에게 이 세계. 지구에서 사는 법을 알려주었으며 새로운 몬스터 탐지기를 만들 수 있게 아이디어를 준 것도 그녀였다.

김진석을 못 믿지만 아무런 편견 없이 그저 하나의 사람으로 지구에서의 새로운 삶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제이다를 믿기로 한 이방인 길드원들이었다.

하지만 이미 인간에 대한 증오심으로 가득 차 그 어떤 인간도 믿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 물론 그런 이들은 김진석의 몫이었다.

그가 한 방법은 간단했다.

“불만 있는 놈들은 전부 덤벼. 한 놈도 빠지지 말고.”

전부 힘으로 찍어 눌러버린 것이다. 일말의 여지도 없이, 말이다.

그렇게 제이다는 김진석과의 협업으로 고작 절름발이, 은퇴한 전 A급 플레이어에 불과했던 그녀는 어쩌면 최강의 길드의 부 길드장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부 길드장으로서 길드장을. 그리고 그에게 도움을 받았던 한 인간으로서 김진석을 걱정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던 건가요?”

김진석은 제이다의 말에 게임 속 세계. 로스트 월드를 생각했다.

그는 지금 한빈혁 디렉터에게서 들은 자신과 같은 로스트 월드에서 살아나온 플레이어들의 악행은 김진석과 다른 세계에서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같은 세계에서 있던 일이다.

만약 김진석이 아는 인물들이 그들에게 악행을 겪은 상태로 지금 김진석이 있는 지구에 오게 된다면 김진석은 무슨 자세를 취해야 하겠는가.

그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다.

“무슨 일이… 생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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