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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최초 플레이어-135화 (135/201)

135화

헤스티아는 몸을 벌벌 떨면서도 올림푸스의 신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데메테르와 함께 실제 신화에선 자애의 여신으로 불리는 헤스티아는 갈색 머리와 그 자애를 모두 품은 듯한 가슴을 가진 그녀는 아프로디테와는 다른 미모를 가졌다.

물론 그런 성숙한 미모를 가졌기에 플레이어 헤스티아를 김진석이 건드리지 않은 이유는 아니었다. 유일하게 그녀는 선민의식에 찌들어있지 않았다.

김진석에게 생명을 중요시 여기라고 말한 여성이 바로 그녀. 헤스티아였다.

김진석이 그녀의 말을 반박하긴 했지만 그녀는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우월하기에 다른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그런 같잖은 선민의식이 아닌 진심으로 말이다.

힐러가 되기 전 그녀는 원래부터 간호사였고 환자라면 설령 그 환자가 연쇄살인마더라도 구할 이가 바로 그녀였다.

흥이 다 식은. 아니 오르기도 전에 끝나 기분이 상한 김진석은 길드원들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아직 스킬도 별로 쓰지도 않았는데…….”

상심이 커 보이는 김진석이었다.

퍼시벌은 김진석에게 동경의 눈빛을. 가웨인은 어이가 없다는 눈빛을 보내왔다. 모르간과 비비안도 마찬가지.

올림푸스의 전략을 정면으로 깨부수고 그들을 하나하나 무력화시켰다. 압도적인 힘으로 말이다.

말 그대로 박살이 난 올림푸스의 플레이어들은 바닥에 누워 정신을 잃거나 끙끙거리고 있는 와중에 정작 그 상황을 만든 장본인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힘을 다 쓰거나 아프거나 한 게 아닌. 마치 어린아이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부서졌을 때의 표정이었다.

원체 표정이 없던 김진석이 그런 모습을 보이니 가웨인은 더욱 어이가 없던 것이다.

“…정녕 지구에 있던 사람이 맞습니까?”

그들의 싸움 여파가 자신들에게 튈까 봐 모르간과 비비안은 마력 장벽을 주위에 두르고 퍼시벌과 가웨인이 그 앞에 그녀들을 지키듯 서 있었지만 아무 필요도 없었다.

“지구에 있었던 사람은 맞아.”

평화로운 지구에 그들과 몬스터들이 나타나 평화가 망가졌다는 사실은 가웨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도저히 김진석은 그런 지구에 있던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몬스터와의 싸움은 그럴 수 있다고 치지만 이렇게 같은 인간을 거리낌 없이 팔을 자르고 얼굴을 부수는 등.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딨겠는가.

만약 있다면…….

“도대체 어떤 일을 겪으면 당신처럼 강해질 수 있는 겁니까?!”

그때 퍼시벌은 여전히 동경의 눈빛을 보내면서 김진석에게 물어왔다. 퍼시벌이 본 김진석은 그가 있었던 세상을 포함해서도 그보다 강한 인물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정말 시골 청년답게 순수한 궁금증으로 물어본 것이다.

“미안하지만 네가 생각하는 그런 서사는 없어. 그저 편법일 뿐이지.”

퍼시벌과 가웨인은 평생을 수련해왔다. 그들이 살아온 일평생을 수련해온 입장에서 그들은 그 이상 강해질 수 없었다.

최선을 다했었으니깐.

하지만 김진석은 게임 시스템의 힘을 빌려 강해졌을 뿐. 훈련도 받고 수련도 하긴 했지만 그들의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그나마 김진석이 그들보다 많은 경험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실전 경험이다.

김진석은 언제나 자신보다 강한 상대만을 싸워왔으며 죽여왔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김진석이 그들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이유는 그저 게임의 시스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 그래. 게임의 시스템 덕분이지?”

“…예?”

지구는 이미 게임 속 세계로 바뀐 지 오래였다.

몬스터가 나오고 다른 세계의 인물도 소환할 수 있으니 게임 속 세계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리고 대부분 게임에서 성장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

“혹시 몬스터를 죽이고 나서 뭐 힘이 강해졌다거나 그런 느낌을 느낀 적 있어?”

“없습니다. 아무래도 저희는 한계가 정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생전 전성기 시절을 불러오는 것이라 더 성장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들은 더는 소환된 이들이 아니었다.

“혹시 모르니 지금 몬스터를 잡아 봐. 아니 어차피 몬스터를 잡을 테니 만약 힘이 성장했다거나 몸이 강해졌다는 느낌이 들면 나를 찾아와.”

“…알겠습니다.”

알 수 없는 말이었지만 가웨인과 퍼시벌은 금방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김진석은 올림푸스의 플레이어들이 널브러진 사이에서 그의 길드원들과 사담을 나누고 있을 때.

“…후.”

헤스티아가 내쉰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제우스가 깨어났고 그걸 본 김진석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싸우시게요?”

“아깐 싸움도 아니었어. 그저 어린애 손 잡고 비트는 수준이었지.”

“…좀 과격하게 비트시던데.”

모르간과 비비안의 말을 무시하고 김진석은 제우스에게 살기를 내뿜으면서 다가갔다.

그때 제우스가 김진석조차 놀랄 폭발적인 속도와 함께 김진석에게 달려왔다.

[제우스 LV:99]

“이제 좀 마음에 드네.”

하지만 그런 제우스를 보고 김진석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제우스는 달려오는 속도 그대로 날아차기를 날렸지만 김진석은 오른발을 뒤로 빼면서 상체를 젖히면서 피함과 동시에 세이버 대거로 제우스의 발목을 그었다.

땅에 착지하며 살짝 삐걱이는 제우스였지만 이내 중심을 잡았다.

“고작 신체 능력 상승이 전부인가? 그게 전부면 실망인데.”

“…그렇다면 내가 제우스의 자리에 있지 않았겠지.”

중심을 잡긴 했지만 여전히 발목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발목의 피가 부글부글 끓더니 피가 멎으며 상처가 치료됐다.

“…나를 카피하는 건가?”

“그럴 리가. 카피하는 건 그쪽 말대로 신체 능력이 전부야. 하지만 내가 가진 스킬은 그대로지.”

스킬. 게임과 마찬가지로 지구에서는 드물게 몬스터를 잡으면 스킬북이 떨어졌다. 오로지 플레이어만이 사용할 수 있었으며 그 안에서 어떤 스킬이 나올지는 아무도 몰랐다.

쓸모없는 스킬서부터 재생과 같이 엄청난 능력을 지니게 해주는 스킬까지.

물론 자신에게 필요한 스킬을 얻으려면 천문학적인 확률을 뚫고 먹어야만 했다. 그것도 한정된 스킬북을 사서 말이다.

하지만 제우스는 최강 길드. 그 길드의 길드장이다.

“음?”

제우스가 갑자기 손가락으로 김진석을 가리키더니 그 손가락에서 레이저가 나와 김진석의 어깨를 꿰뚫었다.

그나마 김진석이 반응해서 어깨였지 자칫하면 심장이 꿰뚫릴 뻔했다.

“…이 정도 위력은 나도 처음이군.”

제우스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지 깜짝 놀란 모습이었다.

김진석도 지구에 와서 이렇게 큰 상처가 난 것은 처음이라 동그란 구멍이 뚫려있는 자신의 어깨를 바라봤다.

“레일건이라고 한다.”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나타난 온몸이 초록색인 기이한 독수리처럼 생긴 것이 제우스의 곁을 돌고 있었다.

“이 녀석은 정령.”

갑자기 주변이 급격히 어두워지더니 빛조차 빨려 들어갈 어둠이 몰려들었다. 주변의 모든 것이 사라지더니 이 장소엔 김진석과 제우스뿐이었다.

“영역.”

주변을 둘러보다 앞을 본 김진석은 어느새 여럿의 제우스를 볼 수 있었다.

“분신이다.”

과연 최강이라 불릴 만했다. 하나만 가져도 대단한 스킬들을 여러 개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김진석과 같은 신체 능력을 가졌다.

“너무 날뛰었어. 이 정도 수준일 줄은 몰랐지만 상대를 잘못 만났다. 난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강해지지.”

가히 그의 능력은 사기라고 해도 무방할 수준이었다. 정확히 그의 능력은 신체 능력만 베끼는 거였지만 그가 배운 스킬들은 상대와의 차이를 느끼게 해줬다.

게다가 그 스킬들은 레벨이 높아지면 같이 강해지는 것같이 보였다. 즉 제우스의 말대로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본인도 강해진다는 것.

“죽이지는 않겠지만… 수준의 차이를 느끼게 해주마.”

하지만 제우스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미안하지만 내 최대 약점은 신체 능력이다.”

“…뭐?”

김진석은 레벨에 비해 뭐 하나 뚜렷한 게 없었다. 레벨이 높았지만 올림푸스의 일원들에게 상처를 입었고 치명상도 입을 수 있었다.

정면에서 압도적인 힘으로 그들을 짓밟았지만 그 모든 건 김진석이었기에 가능한 것.

“고작 그 신체 능력을 가졌다고 뭐가 달라지지?”

그저 이들의 레벨이 낮았기에. 김진석은 그들을 압도할 수 있었다.

같은 레벨의 몬스터를 상대할 때만 해도 김진석은 절대 정면에서 싸우지 않았다. 모든 공격을 피하고 스킬을 꽂아 넣었다.

스킬. 김진석이 그들을 상대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스킬 때문이었다.

“네 영역이라고 했지.”

고작 신체 능력 하나 얻었다고 더욱 오만해진 제우스를 보고 김진석은 이젠 힘 조절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광기.”

* * *

올림푸스의 12신. 플레이어들은 하나둘 깨어나고 있었다.

“…도대체 그 괴물은 뭐야?”

그들은 하나같이 괜히 그의 길드원인 다른 세계에서 온 이들을 힐끗이며 말했다.

올림푸스 플레이어들은 개인 개인이 최상위 S급 플레이어이며 바깥에선 괴물이라고 불리는 이들이었다.

그런데 그들 모두가 합심해, 한 플레이어를 공격했지만 아무런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듣기론 게임 속 세계에서 5년을 보냈다고 하던데…….”

“게임 속 세계에서 있고 싶다고 있을 수 있는 곳이었어?”

“애초에 거길 왜 있어?”

“심지어 그가 있던 게임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게임이다.”

자기들을 신이라고 말했지만 모여서 말하는 모양새는 볼품없었다. 그들은 처음으로 벽을 느꼈다.

최강이라 평가받는 플레이어들이 자존심도 버려가며 벽을 공격했지만 그 벽은 너무나도 단단했다.

처음에는 제압을 목적으로 싸우려고 했지만 아레스가 정말 5초 만에 무력화되는 것을 보고 그들은 느꼈다.

제우스와 비견될 괴물이다.

심지어 그 괴물은 자신들을 과격한 방법으로 무력화시키고 제우스가 난데없이 기절한 와중에 그를 기다리는 여유까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믿음이 있었다. 제우스라는 또 다른 괴물이 눈앞의 괴물을 처리해줄 거라는 걸.

제우스도 마찬가지로 그들 전부가 달려들어도 이기지 못할 괴물이다. 달려드는 인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강해지는 괴물.

역설적이게도 그를 이길 자는 일반인밖에 없었다.

일반인을 상대할 때 제우스는 스킬조차 사용할 수 없었기에. 그렇기에 그를 부르는 별칭이 최강의 플레이어이자 최약의 플레이어였다.

그들은 치료를 받고 김진석에 대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정작 그들을 치료한 헤스티아는 지쳐 쓰러져 있었다.

모르간과 비비안은 그 모습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아무도 헤스티아에게 고맙다거나 감사의 표현을 하지 않았다. 마치 그게 당연하다는 듯 지쳐 쓰러진 헤스티아를 아무도 돌보지 않았다.

김진석의 길드원. 특히 모르간은 이 세계를 완벽히 파악하고 있었다. 플레이어와 힐러 등등.

“힐러가 지쳐 쓰러지면 그 힐러는 누가 치료하지?”

그 당연한 의문은 그 누구도 대답해주지 못했다.

그때.

갑자기 사라졌던 김진석과 제우스가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그와 동시에 지진이 난 듯 그들이 있는 건물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그들이 건물에 덕지덕지 발라놓은 마법진이 전부 부서졌다.

주변의 구름과 같은 환경이 전부 사라지며 칙칙한 콘크리트 건물이 나타났다. 하지만 올림푸스의 일원들은 그 모습을 보고 있지 않았다.

“죽어도 살아나는 건가. 아니면 재생하는 건가?”

허공에서 나타난 제우스의 모습은 말 그대로 반으로 갈라져 죽어있었다. 단면도 깔끔하게 잘려 피조차도 나오지 않을 수준이었다.

그 끔찍한 모습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김진석이 올림푸스의 일원들은 비유가 아닌 정말 괴물같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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